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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노말 액티비티 - Paranormal Activit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호러영화는 장르적 특성상 호불호로 명확하게 갈리는 영화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세상이 이리 무섭게 돌아가는데 돈까지 내가며 공포를 맛보고 싶지 않다는 반대급부와 그래도 저런 영화 보며 극장에서 소리도 좀 지르고 놀래줘야 스트레스 해소가 된다고 하는 옹호론자들이 존재한다. 물론 난 후자다. (그렇다고 고래고래 빽빽 소리를 지르진 않는다. 껄껄 웃는 편이다.)
우리는 그동안 무수히 많은 공포영화를 접해왔다. 어린 시절 tv를 통해 머리 풀고 하얀 속곳 바람으로 입에 피 좀 뭍이고 공중을 떠다니는 처녀귀신이나 산 사람의 간을 맛나게 빼먹는 구미호로 대변되는 ‘전설의 고향’을 기억할 것이다. 그 시절 어찌나 무섭던지 누나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만 빼꼼 내밀고 봤던 기억이 난다. 물론 전설의 고향을 본 날 밤이면 화장실은 절대 혼자 못가며 끙끙거렸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세월이 흘러 나이도 먹고 귀신이 나오는 영화를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치부하게 된 요즘, 어떤 공포영화가 등장을 하던 순간 놀라는 깜작 효과는 있었을 진 몰라도 진득하니 오래가는 공포적 요소는 사실상 사라지게 되었다. 다시 말해 제이슨과 맞고 치고 프레디와 수다를 떠는 지경까지 갔다는 이야기다. 이러다 보니 참신하고 기발하게 만들어진 공포영화를 찾아보게 되고 이런 검색과정에서 이 영화는 당연 상위랭크에 올려놓을 수 있는 완성도를 보여줬다.
사실 영화의 겉모양은 시시하기 그지없다. 유명 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잔혹한 고어 장면이 피갑 칠을 하며 펼쳐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렇게 생긴 남자배우, 여자배우라고 불리는 평범한 인물들이 집안에서 겪는 이야기가 전부인 영화이다. 얼마나 시시한가? 우리가 심심풀이 땅콩이나 가족의 추억을 위해 찍는 홈비디오와 차이점이 존재하지 않은 영화라니.. 더불어 공포영화에 의례 등장하는 촬영기교나 세밀한 특수효과 따윈 존재하지도 않는다.(그래도 결정적 순간 쓰인 특수효과만큼은 시기적절하게 사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높이 사고 싶은 이유는 분명 존재한다, 우리가 가상의 공간 인 영화를 통해 맛보는 공포가 말 그대로 현실에 존재하지 않으며 픽션의 세상이라면 거칠게 홈비디오로 찍은 이 싸구려 공포영화는 아이러니하게 현실 이라는 리얼리티를 선사해 준다. 다시 말해 “어차피 영환데 뭘?”이란 사전 이해관계를 최대한 희석시키려는 표현방법을 취했고 제대로 녹아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
더불어 인간의 심연 밑바닥 ‘관음’의 심리를 잘도 이용해 먹는 재주까지 부려준다. 인터넷 서핑을 잠깐만 해도 무수히 뜨는 몰래카메라의 배경은 대부분 침대 주변 어딘가 설치한 후 본의 아니게 등장한 남녀의 질펀한 섹스현장이 주를 이루는 반면 영화 속에선 똑같은 배경에 캠코더가 잡는 건 원색적인 살색 가득한 장면이 아닌 존재가 모호한 청각적이며 부정확한 시각적인 공포를 선사해준다.
언젠가 피곤하고 너무나 더웠던 여름날 이틀 연속 가위 눌렸던 경험이 있다. 누구는 가위 눌리면 유령이나 귀신같은 시각적 현상에 시달린다지만 난 오히려 방 한구석에서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에 가위가 들렸었다. 조용하고 야심한 한밤중에 유난히 크게 들리는 선풍기 소리는 귓속에 가득하고 왼쪽으로 돌려 자던 몸을 똑바로는 커녕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경험은 충분히 공포스러웠다. 이 영화를 보면 그때 그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날씨가 지랄 맞게 추운 한겨울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