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스트로 보이 - 아톰의 귀환 - Astro Bo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데츠카 오사무의 원작인 아톰은 이런 저런 이유로 역사적인 이목을 받는 작품이다. 현 일본 애니메이션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 중에 가장 인상에 남는 작품이라면 난 단연코 아톰을 말하고 싶을 정도로 단순한 만화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아이작 아사모프가 제창한 로봇의 제 3법칙을 충실히 고찰하고 있는 아톰은 그냥 즐겁고 명랑하게 웃을 수만 있는 소년만화는 결코 아니다. 작가의 의도이던 의도가 아니던 소년 풍 만화체에 알게 모르게 현실 사회의 차별과 풍자 부조리까지 꼼꼼하게 무리 없이 담아내는 표현방법이 제대로 녹아있다. 특히 자식의 대용품으로 아톰을 탄생시킨 아버지 겐마의 냉정함에서 이런 사안들은 당황스럽게 노출되곤 한다.
이렇게 한 시대를 풍미한 만화 아톰은 여러 차례 리메이크의 길을 걷는다. 시대의 변화와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단순한 모노톤의 초창기에서 화려한 색감을 입고, 이제는 3D그래픽의 기술을 차용해 보다 실감나는 아톰을 만날 수 있었다.
이번에 만들어진 아톰은 역대 아톰의 모습에서 진일보한 발전을 가져왔다. 화려한 3D그래픽과 그와 더불어 다양한 연출방법까지 기술적인 모습에서 최고의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는 건 인정과 함께 수긍할 수밖에 없는 퀼리티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최대의 장점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다가온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아톰은 분명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아톰이 분명하다. 뾰족한 양 뿔을 가진 기름진 헤어스타일이나. 허벅지, 무릎, 장딴지로 이어지는 굴곡이 없는 다리라인까지 생김새 하나하나는 흑백, 혹은 셀화의 아톰보다 섬세함을 보여준다. 단지 그때의 그 아톰에서 느끼지 못했던 육중한 버터 맛이 느껴진다. 단순히 사용된 언어가 영어이며 북미식 3D애니메이션의 표현방법이 차용되었다고 단정지어버린 건 아니다.
이건 아마도 아톰이라는 주인공을 벗어나 주변 인물들의 행동과 모습을 보면 쉽게 감지가 될 수 있어 보인다. 코주부 박사나 겐마 박사. 아톰의 주변 인물들 조금 더 넓게 범위를 잡아보면 스쳐지나가는 지나가는 행인 1 까지 원작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늘을 날고 엉덩이에서 기관총이 나가고 어마어마한 파워를 자랑하는 주인공은 변함없을지 몰라도 그 주위를 받쳐주는 배경과 인물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차라리 아톰의 한 에피소드를 우르사와 나오키가 자신의 방식으로 풀어낸 ‘플루토’나 작품은 틀리나 데츠카 오사무의 다른 원작을 멋지게 애니로 만든 린타로 감독의 ‘메트로폴리스’의 완성도가 더 나아보일 뿐이다. 또 다른 표현방식으로 받아드리기엔 내게 너무나 이질적으로 다가왔던 2009년 아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