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발달인지 아님 인류종말의 조짐인지 새로운 변종 인플루엔자가 2009년을 뒤덮었다.
치사율이 높아 유명을 달리한 사람도 많고 전염과 예방 때문에 외부생활에 알게 모르게 규제가 발생하기도 했었다. 다행히 백신도 만들어지고 감염 후 치료제도 나와 재앙으로 까지 발전은 안했지만, 어디서 또 다른 인류를 말살할 수 있는 강력한 바이러스가 출현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어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위기 상황을 주제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제법 보이기 시작한다. 더불어 지극히 현실적이며 가능성 높은 영화도 접하게 되었다. 비록 그 내용이 지독하리만큼 퍽퍽하고 차가울지라도 말이다. 



캐리어스 (Carriers) 2009년

이 영화는 앞에 설명한 내용을 군더더기 없이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익히 접해왔던 변종바이러스가 지구를 덮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해 4명의 생존자를 통해 보여준다. 자주도 접해왔던 돌연변이나 괴 생명체, 혹은 살아 움직이는 시체 등이 생존한 인류를 위협하는 긴박감 넘치고 다소 공상적인 시추에이션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생존을 위해 인간성을 버리고 비정해져야만 하는 모습만을 보여줄 뿐이다. 그것이 피를 나눈 형제일지라도 예외일리가 없다.

두 명의 남자 두 명의 여자가 한가한 국도를 달리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차 지붕에 서핑보드를 싣고 경쾌한 음악을 들으며 질주하는 그들을 보면 영락없는 청춘 영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다. 하지만 그도 잠시 길을 가로막고 서 있는 육중한 SUV에서 내린 남자가 던지는 한 마디인 ‘기름 좀 나눠달라.’는 대사가 나오면서 부터 심각한 부분으로 영화는 미끌어진다.  



여기서 4명의 반응이 각자 달리 나온다. 냉정한 성격의 형 대니는 무시하자는 의견과 그래도 도와줘야 한다는 아직 이상적인 반응을 보인 동생 브라이언으로 의견은 갈려진다. 이들의 첫 번째 선택은 결국 차 안에 감염된 어린 여자아이를 목격하고 그들을 뿌리치며 가던 길을 질주한다. 그들의 이런 첫 번째 선택을 시작으로 생과 사를 양쪽에 놓고 계속되는 양자택일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처음 주어진 선택에서 도망을 택한 이들이 다시 돌아와 차를 강탈하고 어설픈 동정심으로 부녀와 동승하고 대니의 애인인 바비의 전염으로 애인을 길바닥에 버리면서 점점 종말이 보이는 여정을 계속 진행해 나간다.

결국 기름을 얻기 위해 살인까지 저지른 이들은 이상과 인성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 노력했던 동생 브라이언이 감염된 형 대니에게 자동차 키를 빼앗기 위해 3발의 총알을 형에게 발사하며 종지부를 찍는다. 영화는 그리 끝나지만 남은 생존자 브라이언과 그의 친구 케이트 역시 예고된 종말에 다다르게 될 것을 보여준다.

영화는 위의 대략적인 내용과 같이 칙칙하고 어둡다. 중반쯤 진행 되었을 때 이 영화는 결코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는 것까지 손쉽게 감 잡을 수 있을 정도니까. 어설픈 동정심, 연민 따윈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삭막한 영화임에도 영화 속 허구라고 말하기가 주저스럽다. 어쩌면 이들 보다 어린 딸을 위해 무리수를 둬가며 딸의 죽음의 순간까지 곁을 지키던 영화 속 어떤 아버지의 모습에서 희망을 찾았을 뿐이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최상의 상황이겠지만,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해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우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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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2-15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떠돌다 죽느니 집에서 죽을래요 ㅠ.ㅠ
또 맥락과 다른 댓글

Mephistopheles 2009-12-15 10:34   좋아요 0 | URL
그것 역시 현명한 생각이지만. 그런 상황이 닥치면 집에 붙어있긴 힘들어 보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