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 Cherry Blossoms - Hanami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967년 미국에선 사람이 살아가며 느끼는 스트레스를 수치로 환산한 결과치가 존재한다. 그 중에 가장 높은 수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배우자의 죽음이다. 무려 100이다. 인간이 경험하는 스트레스 중 가장 높은 수치이며 자신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다름 아닌 배우자의 죽음이라는 결과는 때론 의아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매주 금요일 저녁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는 사네 못 사네 하는 실제 이혼 사연들을 소재로 재구성한 드라마인 사랑과 전쟁의 경우 배우자의 죽음이 결코 스트레스 지수 100까지 가진 않을 것이라고 보인다.  



얼마 전 보게 된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에 나오는 노부부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원수 부부들처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부부들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자식들 다 출가시키고 조용한 시골에서 노년을 안락하게 보내고 있는 평범하지만 화목한 부부상을 보여준다. 이렇게 조용하고 평범하지만 화목한 노부부 루디와 트루디에게 커다란 변화가 찾아온다. 병원에 들른 트루디는 남편이 중병에 걸려 있고 살날이 그리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편에게 비밀로 하고 트루디는 남편 루디의 인생을 정리하는 의미의 여행을 시작한다. 자신들의 분신일 자식들을 찾아가고 젊은 날의 추억이 서린 해변을 찾아간다. 가장 애지중지하는 도쿄에 사는 막내아들 칼에게 가는 여정을 미처 여행의 경로에 포함시키지 못하면서.... 



이렇게 죽어가는 남편의 인생을 정리하는 의미의 여행을 시작으로 결국 루디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면 기존의 이런 종류의 영화들과 구별되지도 않고 특이하지도 않을 것이다. 영화는 예정된 루디의 죽음으로 가는 길목에 커다란 변수를 주며 차별을 부여한다. 결국 이 변수로 인해 도쿄에 사는 칼과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이국의 풍치에서 영화의 제목과도 같은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에 대해 진한 자취를 보여주고 느끼게 해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고 남겨진 사람이 가지게 되는 후회와 아쉬움. 그리고 사무치는 그리움과 고독까지 평범하지 않는 모습으로 보여준다. 일반적이지 않은 일본의 전통 춤인 ‘부토댄스’를 매개체로 영화를 보는 전지적 시점의 관객의 이해가 아닌 영화 속 2인칭인 인물들에게는 어색하고 거북한 모습을 대조시키며 신파조로 흐를 수 있는 주제를 묘한 매력과 함께 진한 잔향을 남겨준다.  



남겨진 반쪽이 먼저 떠난 반쪽을 찾아 그리워하며 몸부림치는 모습은 인간의 감정을 호소하는데 적절한 소재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익히 아는 방식과 모습으로 보여 진다면 타인이 느끼는 감성은 얕고 한정적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도리스 되리라는 독일의 여성 감독은 아마도 이런 행동에 특별한 매개체를 넣고 똑같은 상황 속에서 어쩌면 더 진하고 짙은 감성을 이 영화에서 뽑아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다보고 펑펑 우는 통곡이 아닌 눈 안에 그득 차있는 무언가가 그 결과치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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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9-03-17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때리고 갑니다. 메피님 계속 결혼하면 힘들꺼라고 협박하셨지만, 이런 글 보니, 역시 결혼이 좋은점이 더 많긴 한 것 같네요 ㅋ 이제 한달 안남은 예비신랑 올림 ㅎ

Mephistopheles 2009-03-17 12:29   좋아요 0 | URL
으흐흐 협박이라뇨. 분명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어요.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면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제일 최선이 아닐까 싶은디요. 한달이면..가장 힘들 때군요..^^ 잘 극복하세요 기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