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언스 - Defianc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는 실화입니다."

영화가 시작할 때 혹은 끝날 때 간혹 나오는 아 문구 하나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몰입감을 배가 시키거나 공감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물론 어느 정도 각색이야 첨부가 되겠지만 분명 그 시대 그 시절 서슬 퍼런 나치의 인종사냥에 대한 일종의 숭고한 인류애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도 당연한 사실 중에 하나이다.

다만 이러한 소재의 영화는 질리도록 만들어졌다는 것. 나치가 유럽 각지에서 일으킨 잔인한 유태인 말살정책과 이에 저항하는 군소 유럽 국가들의 레지스탕스 운동은 21세기를 관통하는 현재시점에도 유독 많이도 만들어지고 표현되어진 영화 소재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런 영화에서 언제나 유태인들은 억울한 희생자, 인류역사상 가장 비참한 역사를 통째로 짊어진 순교자의 모습처럼 그려지는 것 또한 비슷하기까지 하다.

조금 틀린 점을 찾아보도록 하자. 디파이언스란 영화는 앞에서 언급했듯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여타 다른 영화와는 다르게 미국이나 영국적인 연합군의 관점보다 러시아에 가까운 벨로루시라는 자그마한 나라를 배경으로 기존의 다른 홀로코스트 영화들과는 약간의 거리감을 두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이나 홀로코스트 영화에 의당 등장하던 미군이나 영국군, 흔히 말해 연합군의 모습은 그림자도 찾아 볼 수 없다는 정도.(정규군의 모습도 러시아 붉은 군대가 등장한다.) 그리고 적대적 세력인 독일 나치와의 갈등보단 내부적 갈등. 유태인들과 형제들의 갈등을 촉매로 영화를 이끌어 나간다는 것이 같은 주제로 만들어진 기타 영화들과는 조금은 틀린 관점을 제공해주고 있다. 가족의 몰살 후 영화의 주인공격인 장남 투비아와 차남 주스의 생존과 복수라는 서로 다른 관점의 충돌이 이 영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주제이며 핵심으로 자리 잡는다. 그리고 동정표를 얻어오기 급급했던 유태인들의 모습 역시 여리디 여린 주님의 어린양이란 이미지보단 살기 위해 생존을 위해 야만성을 드러내는 모습도 간간히 목격하게 해준다.

이런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 중에 하나는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하는데 있다고 보고싶다. 디파이언스 역시 충분히 이런 장점을 십분 발휘하는 영화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모습을 보면 이런 장점이 더 이상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홀로코스트를 거쳐 600만이라는 유태인이 희생당했지만, 지금의 그들도 그때의 나치와 같이 가해자의 입장을 보여주는 모습에서 영화의 감동은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분명 그들의 율법서인 탈무드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란 문구가 없을 텐데 말이다.

가해자와 희생자가 존재하는 과거의 역사적인 사건이 시대를 거듭나 그 위치가 반전되는 모습을 인지하는 사람들이라면 시큰둥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영화일 것이다.

<감상 포인트>
하나. 항간에는 러시아 복서같이 터프한 이미지로 새롭게 007로 등장한 다니엘 크레이그이라는 배우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007과의 대조적인 모습으로 인해 일어나는 일종의 오해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 낯설다.) 이 배우는 외모에서 풍겨 나오는 터프함을 충분히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연기력을 소유하고 있다.  



둘. 삼남으로 나오는 배우는 다름 아닌 빌리 엘리엇 ‘제이미 벨’ 이다. 주연보다 조연으로 출연하는 영화들이 많은데 주연을 넘어서지 않으면서 자신의 배역의 틀에서 일정한 오로라를 뿜어내주고 있다. (빌리 엘리엇 때문에 난 이미 그의 광빠) 



셋. 다니엘 크레이그의 상대역으로 나왔던 여배우(알렉사 다바로사:Alexa Davalos)는 영화 배경상 꾀재재, 꼬질꼬질한 분장과 의상임에도 불구하고 분위기 있게 예쁘더라. 



 

 <뱀꼬리>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실제 이야기인 비엘스키 형제들과 유태인 집단 공동체의 실제 증언들과 영화 속의 내용은 많은 차이를 보여준다. 몇 가지를 언급하자면 그들은 영화에서처럼 독일군 정규군과의 교전을 한 차례도 벌인 적이 없다는 것. 차남인 주스 비엘스키는 민간인 학살과 관련해 군사재판을 받았던 증언이 있었다는 것. 영화에서처럼 투비아가 리더로 존재했던 유태인 집단 공동체의 내부는 사실 그의 폭압적인 지배하에 강간. 살해가 빈번하게 일어났다는 것. 등등 우리가 영화에서 만났을 숭고하며 휴머니즘적인 리더십과는 거리감이 있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어느 것이 정설인지 그건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 그때 그 곳에 있었을 당사자들의 의견들 또한 분분하게 갈릴 테니까 말이다. 어찌되었던 그들은 살아남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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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2-09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07에 대한 애정이 없어서 그가 기존의 제임스 본드와 많이 다르다는 건 별로 문제가 안 되는데 전 저 배우 눈이 좀 무서워요ㅠ.ㅠ 그치만 이 영화는 좀 궁금하긴 합니다. 감독 때문에요.

Mephistopheles 2009-02-10 11:43   좋아요 0 | URL
조금 자세히 보면 말이죠. 그의 파란 눈동자가 꽤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에드워드 즈웍감독의 전작(라스트 사무라이,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재밌게 보셨나 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2-09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유럽의 유대인들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좋은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특히 뱀꼬리.예전에는 벨로루시를 백러시아라고 표기했기 때문에 지도책을 아무리 찾아도 안 나왔던 경험이 있어요.나중에 벨로루시인줄 알았죠.

Mephistopheles 2009-02-10 14:5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나라가 있었나 했는데 언제인가 올림픽에서 벨로루시공화국이라고 아주아주 단촐하게 선수단을 꾸려 참가했던 기억이 나더군요. 아무래도 러시아의 인접국가이고 직간접적 영향권에 들다보니 영화 속의 인물들은 러시아 분위기가 물씬 납니다.

프레이야 2009-02-10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고싶어요.^^ 블러드 다이어먼드의 감독이군요.
다니엘 크레이그 좋아요. 제이미 벨이 저렇게 컸고.

Mephistopheles 2009-02-10 14:29   좋아요 0 | URL
에드워드 즈웍이란 감독의 필모그래프를 보니까. 꽤 유명한 영화들을 감독도 하고 제작도 했더군요. 가을의 전설도 역시 이 감독이더군요..^^ 디파이언스는 아마 극장에선 다 내려갔을 껍니다. 나중에 DVD 출시를 기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