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에 의하지 않고 타의에 의한 혹은 어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체력의 극한점까지 올려 몸을 혹사해 본 적이 몇 번 있다. 학창시절엔 점수가 걸린 체력장 오래달리기였고, 건강을 생각해서 운동이라고 했던 조금은 강압적인 분위기가 존재하는 도장에서 수련을 쌓을 때였다. 그때 증상은 수년이 지났어도 아직도 생생하다.
머릿속이 하얗게 표백되는 느낌이 들고 입 안은 바싹 마르고 단내가 펄펄 난다. 달려있는 내 수족은 주유소 앞의 풍선인형처럼 흐느적거리며 내 것이 아닌 느낌이 든다.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는 마치 귀 옆에 심장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시끄럽게 요동친다. 그리고 그 순간의 최정점을 넘어서면 밀려오는 쾌감과 황홀감을 기억한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뇌 속에서 엔돌핀이라는 물질 때문이란다. (거기에다 담배 한대 물어 버리면 아주 환장해버린다.)
이런 일이 직업인 사람들, 전문적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어떨까 생각해 보니 그들은 소위 시합과 경기를 목적으로 어쩌면 그때마다 신체의 극한점에 도달하는 지옥의 문턱을 왔다리 갔다리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운동선수들이 중에 특히 극심한 스테미너와 체력을 요하는 마라톤이나 로드 사이클 선수들 말이다.
왼쪽이 나스 안달루시안의 여름(茄子 アンダルシアの夏) 오른쪽이 나스 슈트케이스의 철새(茄子 スツケスの 渡り鳥) - 나스란 '가지'를 뜻하기도 한다.
앞서 말한 소위 운동에 의한 쾌감을 이 만화영화 한 편에선 잘도 표현해주고 있다. 페달을 밟고 도로를 질주하는 레이서들의 고통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느낀 그 극한점과 비슷한 느낌을 주고 있다. 전편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이 스페인이 배경이고 페페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면 이번엔 일본을 배경으로 페페가 속한 파오파오 맥주팀 동료 쵸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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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페페, 오른쪽이 쵸치. 쵸치는 자기의 우상이자 동경의 대상인 사이클선수 마르코의 자살로 이번 경기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생각한다.
경기 자체의 긴박감 넘치는 표현력은 두 말할 것도 없고, 보통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레벨이 다른 초고수 선수가 뿜어내는 오로라 기운까지 과장스럽지만 진지하게 묘사해준다. 만화 영화 한 편 봤지만 자전거를 타고 온몸으로 맞아주는 바람을 느껴보고 싶다. 물론 날씨가 좀 풀리고 내 몸무게를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사이클 구입이 먼저겠지만 말이다. 그때는 나도 뱅가뱅가뱅가(스페인어로 GO!라는 뜻) 외치며 짐승같이 페달을 밟아야겠다. 체력과 근력이 될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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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감 넘치는 사이클링 장면은 물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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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탑클래스 선수인 쟝 코니의 버서커 모드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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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된 표현이겠지만 저런 검은 오로라를 뿜어내는 장면까지 보여준다.
뱀꼬리 : 전 편의 정보는 http://blog.aladin.co.kr/mephisto/1015023#comment_1015023 여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