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길에 오른 대통령 MB는 이래저래 머리가 아파왔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이재오, 이방호의 축출로 인해 수족을 잃은 느낌과
점점 더 거세게 늘어나는 대운하 반대 여론 때문이였다. 이뿐만은 아니였다.
두 번이나 배신을 땡겼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재한 박근혜와의 화혜도
이젠 씨도 먹히지 않았다. 이런 복잡한 심정을 안고 부시형님을 만나러 가는
MB는 소고기 전면 개방과 FTA조기 체결이라는 선물을 가지고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태평양 상공 위 대통령 전용기에 앉아 있었다. 생각이 많아서일까
심한 갈증을 느낀 MB는 비서실장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라. 목이 좀 마르네. 이쁜 언니 불러서 물 좀 가져오라고 해바라.
수돗물 담긴 아리수 말고 그 뭐냐 심해 광천수를 퍼올렸다는 일제로 좀 가져
와 바라"
말이 떨어지자 무섭게 유우익 비서실장은 머리를 조아리며 인터폰으로 명령을
하달한다.
잠깐 눈을 감고 부시형님과의 만남 시, 인수위원장 이경숙이 알려준 영어인사
를 떠올리던 MB의 귀를 울리는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대통령 각하. 심해 광천수 준비했습니다."
그간 비행기를 타며 국내 항공사의 스튜어디스의 미모에 감탄을 마지못했던
MB는 어떤 미녀가 눈앞에 있을까 하는 상상에 스스르 눈을 뜨는 순간..
"흐억......누...누구냐...너는....!"
눈을 뜬 MB의 앞엔 조금 전 운동장에서 투포환을 던지고 왔을 정도의 거구의
우람한 스튜어디스가 트레이닝 복 차림으로 쟁판 위의 광천수를 가지런히
들고 서 있는 것이였다.
"비서실장...이 여자 누구야...아니..이런 인물이 왜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
되어 있는 건가? 어...우리나라 스튜어디스들은 미모와 몸매가 참 착하다고
알고 있는데...뭐야..?
옆에서 고개를 조아리며 손바닥을 비비며 비서실장 유우익은 말을 꺼낸다.
"각하. 이번 우리 정권의 모토가 뭐겠습니까. 바로 실용노선 아니겠습니까.
그동안 비행기 승무원들은 미모와 몸매를 봐선 그냥 얼굴마담이였을 뿐 실제
비행기 식모라고 불리우는 스튜어디스라는 직업과는 전혀 실용적이지 못했습
니다. 이에 대통령 전용기를 시범적으로 적용해보고 국내 항공사에 의무적으
로 확대해나갈 예정입니다. 그 있잖습니까. 각하께서 취임 전에 하시던 말씀.
이쁜 안마사보다 못 생긴 안마사의 서비스가 훨씬 좋다는....하하하하..."
어이상실 황당한 MB는 우람한 스튜어디스가 가져온 광천수를 낚아채 벌컥벌컥
원샷을 하며 화를 식혔다.
`일정 마치고 귀국하는대로 비서실장부터 갈아쳐야겠군'
얼음처럼 차가운 광천수를 원샷했음에도 불구하고 MB의 얼굴은 바로 옆좌석
신분상 위치때문에 예전처럼 명품면세점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영부인의
얼굴과 같은 색으로 벌겋게 물들기 시작했다. 마치 전용기 밖에서 지금 막
수평선으로 자취를 감춘 주홍색 태양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