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타인의 삶.(더빙판)
근래 봤던 영화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의 수작.
통제화 사회 속에서의 자유, 그리고 배신과 사랑 이 모든 것이 한 편의
영화 속에 주옥같이 담겨있다. 구 동독에 버금가는 체제가 불과 20여년
전에도 이 땅에서도 자행되어 왔고, 그 시대가 그리워 몸부림치는 사람
들도 분명 이 땅에 존재한다. 유신이 그랬듯 민주화 역시 구시대의
유물로 퇴락해져가는 모습은 씁쓸하다.
혹자는 지금 이만큼 사는 것이 유신시대의 추진력의 결과라고 칭송하지
만, 우리가 지금 이만큼의 자유를 누리는 것 역시 민주화의 결과라는
것도 결코 잊어서는 안될 일이다.
영화 속 시대적 상황과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시대적인 상황이 비유되곤
한다. 영화속아나 현실의 모든 선구자들의 말로는 초라해진다.
뱀꼬리 : 더빙 참 잘했다.
2. 탤러데가 나이트 - 릭키 바비의 발라드
근래 봤던 스트레인저 댄 픽션에서 놀랄만한 연기를 보여 준 월 퍼렐의
코미디 영화. 미국식 레이싱 경기에 참가하는 레이서들의 이야기를 흔히
표현되는 3류식으로 버무린 코미디. 어찌되었건 윌 퍼렐은 여전히
빛날 수 밖에 없다. 우하하하 웃다가 극장에서 오징어 씹은 기억밖에
안나는 이런 영화에서도.
3. 스위니 토드
일단 감독이 팀 버튼이니까 우중충한 분위기는 완벽하게 묘사되어진다.
이 공간 속에서 숨쉬는 등장인물들 또한 하나같이 어둡고 침울할 뿐.
파멸로 진행될 줄 뻔히 아는 이발사의 복수는 7음도의 멜로디와 함께
피빛으로 버무려진다. 예나 지금이나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그 법을
이용하는 모습은 추하게 비춰진다.
4. 클로버 필드
블레어 위치보다 좀더 산만하고 거칠게 찍은 영화. 소설로 말하면 3인칭
관찰자 시점의 앵글이 아닌 1인칭 시점에서 앵글은 돌아간다. 유독 멀미
를 자주하는 분은 키미테는 필수로 붙이고 봐야 하는 영화.
5. 보랏 -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
쓰레기 영화라고 펌하하기엔 이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풍자와 조롱은 핵탄두
급이다. 표면적으로는 카자흐스탄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낙후되고 미개한가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런 미개한 나라의 방송인 보랏이 조국보다 더 위선적이며
가식적인 미국이라는 나라의 사회 전반을 대놓고 노골적으로 까대는 영화.
깔깔깔 웃으며 영화 다 보고 나서 헉! 하게 만들어 준다.
왜냐고..우리나라도 미국 못지않게 가식적이고 위선적이거든..
6.프론티어
피 철철 흐르고 시체들 널려있는 슬래셔 공포영화지만 나오는 등장인물
들은 불어로 나불나불거린다. 그냥 저냥 편하게만 볼 수 없는 호러영화.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가 단순한 고어 호러무비가 아닌 그 시대 사회상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묘사가 들어가 있듯 이 영화 역시 극우로 돌아가는
유럽 각국의 상황에 대해 나찌의 잔재를 등장시켜 일침을 가하고 있다.
잔인한 축에 속하는 영화가 분명하지만 그 영화 속에 묘사되고 있는
어쩌면 지금의 인간세상이 피만 덜 튈 뿐 더 잔인할 것이다.
7.런 팻 보이 런
감독이 어디서 많이 들었던 이름이다 했더니 프랜즈라는 시트콤에서 로스로
나왔던 배우. 주연은 요즘 얼굴만 봐도 그냥 유쾌해지는 사이몬 페그가 단독
주연으로 나온다. (뜨거운 녀석들, 새벽의 황당한 저주에서 머리숫 없는 작달
막한 주연배우) 스토리는 진부 그 자체라지만 유쾌한 단신의 영국남자는 여전
히 즐겁고 익살맞다.
8.늑대와 향신료
일단 독특하다. 환타지 애니메이션이라고는 하는데 검과 마법이 출몰하진
않는다. 장돌뱅이 로렌스와 마을의 보리수확을 관장하던 현랑(늑대)호로가
주인공인 이 애니의 키워드는 "경제"다. 그렇다고 투기와 편법이 아닌 경제
활동의 원론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진행되어진다. 마법이 난무하며 액션이
난무하는 환타지물이 아니며 대부분 인물들의 대사와 심리로 이야기를
끌어가기에 다소 처지긴 하지만, 생각보다 재미있다.
(결코 현랑호로가 지나친 노출을 해선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