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건장한 흑인 남자(대략 위의 이미지처럼 생겨먹었다.)가 그것도 머리는 백구로 밀어버리고 시커먼 선글라스에 가죽으로 된 롱코트를 입고서 “빨간 알약 줄까? 파란 알약 줄까?”란 질문을 양 손에 그 색깔의 알약을 하나씩 들고 선택을 강요할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할까.

1. I Can't speak to english
2. 파란 알약
3. 빨간 알약
4. 주사는 없나요. 그게 뿅 가는데..


너무나도 유명한 영화 매트릭스의 오마주라고 우기고 싶은 위의 상황은 인생의 갈림길에 선 네오에게 선택의 순간에 쓰인 장면 중에 하나이다. 영화에서는 빨간 알약을 챙겨먹은 네오는 결국 매트릭스라는 전 방위 가상공간을 빠져나오게 된다. 만약 파란 알약을 선택했다면 이 영화는 3편까지 가는 수고스러움을 덜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묵시록적인 세계관을 가진 이 영화에서 가상현실은 이분법적인 세계가 적용된다. 둘 중 하나의 선택. 가짜일지라도 통제가 존재하는 현실 같은 가상 속의 공간. 그리고 기계에 점령당해버린 피폐해진 인류투쟁의 현장이 돼버린 시온이라는 인류공동체. 총 3편의 시리즈를 보고 나면 감독(들)의 천재성에 놀라게 되고 그 복잡한 세계관 때문에 공부 하는 맘으로 영화감상을 하게 된다.

매트릭스 시리즈보다 조금은 완곡한 표현, 어쩌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꿈”이라는 세계관을 가지고 “사토시 곤” 감독은 파프리카의 세계를 이끌어 간다. 영화 속 세계는 가상현실이 아닌 인간의 꿈을 바탕으로 깔고 이야기는 진행되어진다.

파프리카 (Paprika, 2006)
감독 : 곤 사토시


현실 속의 본질과는 다른 꿈속에서의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는 아츠코나 정신이 성장하지 않은 비대한 천재 어른아이 고사쿠, 과거의 트라우마를 악몽으로 마주치는 토시오 형사를 비롯해 모든 등장인물들은 “꿈”이라는 개념의 속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양을 보여준다. 그것이 인간의 꿈을 지배하려는 어떤 인물(보수적 자본가로 묘사)의 난입으로 인해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가상공간 꿈을 극복하는 모습으로 진행되어진다.

상반된 이미지를 가진 두 명의 인물이지만 사실은 동일인물.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 읽고 또 읽고 머릿속에 각인 시킨 상태에서 이 애니메이션을 봤다면 이것저것 할 말이 참 많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프로이드나 융의 견해 없이도 이 애니메이션은 가볍지만 진지하게 유쾌하지만 심각하게 “꿈” 이라는 영역을 표현하고 있다.

이참에 “꿈의 해석” 이나 다시 읽어 볼까나?

    

 

 

 

뱀꼬리1 :
"하나 인형을 줄줄이 세우고 개구리가 연주하는 북, 피리소리에 맞추어 회수중인 타지 않는 쓰레기를 내뿜는 모습이 가장 압권. 이건 완전 CG야. 총천연색의 청춘 그라피티와 일억 명이나 되는 소시민들을 내가 용납 못하는 건 오세아니아에선 상식이라구. 푸른 하늘을 향해 개선하라 현란한 색종이들이 신사문을 지나고 우체통과 냉장고가 선봉을 맡아라. 유통기한이나 신경 쓰는 작자는 얼룩으로 사라져 가는 꽃가마를 막지 못하리. 똑똑히 보아라. 삼각자의 망원들의 간장을 이 제전이야 말로 우리 초등학교 3학년이 정한 멀리 보이는 망원 카메라 행진하라. 행진하라. 내가 바로 임금님이다"



- 영화 “파프리카”에서 첫 번째로 꿈의 지배를 받게 되는 연구소장의 이해하기 불가능한 이 대사는 결국 꿈속에서 실현된다.그리고 현실로 배출된다.-

뱀꼬리2 :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을 주의 깊게 읽어봤다면 아마도 재미는 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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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08-03-11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Mephistopheles 2008-03-12 13:51   좋아요 0 | URL
호오..

비로그인 2008-03-11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츠츠이의 파프리카는 다 읽었으니 이제 콘 사토시의 파프리카를 읽어볼까요?

Mephistopheles 2008-03-12 13:52   좋아요 0 | URL
전 책보단 애니를 먼저 만났어요. 기회되면 책도 한 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해적오리 2008-03-11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프리카 잼나게 봤어요.
제가 꿈을 적거든요. 나중에 제 꿈을 정리하면 엄청난 환타지 소설이 나올지도 몰라요.
그래선가 유독 끌리는 이야기더군요.
좀 있다 꿈꾸러 잘꺼에요. 자기 전엔 꿈에게 인사도 해요~ ^^

Mephistopheles 2008-03-12 13:52   좋아요 0 | URL
근데 그게...개연성이 없으면..일장춘몽 도로아미타불..아닌감유.?

산사춘 2008-03-12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방위적 취향... 슬며시 기대서(무겁겠다) 훔쳐디벼 봅니다.

Mephistopheles 2008-03-12 13:53   좋아요 0 | URL
맘껏 기대서 당당하게 보세용 산사춘님이라면 언제나 환영!! (플랭카드 막 걸고 축포 막 쏘고 고기 막 구우면서.)

푸른하늘-텡그리 2009-02-06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트릭스에서 꿈의 해석으로 Jump.
가상의 세계와 꿈의 세계는 구분이 되지 않는 영역인가요?
아니면 꿈에서부터 시작하는 허구를 현실로 착각하게 하는 일들이 발생하나요?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