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돌봐줘
J.M. 에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 두 권의 책으로 출간된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책이 기억난다.
일본의 남녀 작가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남자의 시선과 여자의 시선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시소게임 같은 구조를 보여줬던 소설 이였고 제법 재미있게 읽었었다. 혹자는 이 책을 한 권 다 읽고 다음 권을 잡지 말고 단락별로 두 책을 번갈아 읽어야 이 소설의 참맛을 알 수 있다고 하였기에 파란 책 잡았다 빨간책 잡았다하며 괘나 부산스럽게 읽었던 기억도 난다.

주제는 결코 사랑이 아니지만 이 책도 어찌 보면 "냉정과 열정사이"와 같은 두 명의 주인공들의 주거니 받거니 하는 내용이 번갈아 나오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물론 애틋하거나 절절하거나와는 지나칠 정도로 거리가 멀긴 하지만 말이다.

허걱하는 결론까지 즐겁게 읽은 이 책을 접고 이렇게 리뷰까지 쓰면서 여러 가지 영화들이 생각난다. 히치콕의 "이창"과 얼마 전 흥미롭고 재미있게 본 "디스터비아"까지. 거기다 모 TV프로에서 주말마다 방송하는 개그프로그램 중 "대화가 필요해"라는 코너까지 생각난다.

이런 영화와 TV코미디가 연상되는 이유는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설정에서부터 시작되고 발전되어진다. 고상한 예술적 직업이라는 허울과는 정반대의 나약, 집착, 소심 등등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약체요소를 두루두루 갖춘 모순덩어리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스파크 하나로 파파박 터져버릴 수 있는 LPG가스 잔뜩 머금은 밀폐된 쪽방처럼 말이다.

결국 이 소설이 보여주고자 했던 내용은 어쩌면 황량한 도시에서 주변인들과의 대화의 부재가 어떤 극단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 웃기는 유머와 상황을 동반하여 보여주고자 했던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소통부재를 무기삼아 암암리에 종속과 지배를 획책하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들 또한 현실세계에서도 역시나 분명히 존재할꺼라는 다소 무서운 사실까지 내포되어 있다.

"절름발이가 범인이다." "혹은 브루스 월리스가 귀신이다" 류의 반전까지는 아니더라도 글씨만으로 이루어진 책 한권으로 어느 정도의 반전을 재미있게 즐겼던 카카오 72%정도의 쌉쌀한 블랙코미디 한 편은 유쾌했다. 현실이라면 소름이 돋았겠지만 말이다. 역시나 지나친 오지랖 또한 무관심만큼이나 무서운 법이라는 진실도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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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2-12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헷, 결국 이 책을 먹게 만드는구나. ㅡ.,ㅡ
(정신차려,엘신! 아직 먹을게 산더미같이 쌓여 있단 말이다아아앗!!!)

Mephistopheles 2007-12-13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신님 // 과식은 금물입니다..^^ 이런 과식엔 소화제도 없어요..ㅋㅋ
살청님 // 1. 필수 아이템 쌍안경 추천해드립니다. 2. 원래 그런법 아닐까요. 뭔가 허해 마구 쏟아낸 말..돌아서면 남는 건 후회..^^ 그래도 쏟아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