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세계 여러나라를 두루 여행다니던 지인에게 세계의 3대 미항이라고
불리우는 시드니 혹은 나폴리는 어떠냐는 질문에 시각만큼은 아름다우나
후각이 동반되면 비린내가 진동했다는 농담반 진담반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과거의 미국이라는 나라하면 떠오르는 광활한 서부,
끊임없이 흙먼지를 일으키는 소떼, 멋들어진 카우보이 모자와 이하~라는
감탄사와 더불어 말에게 박차를 가해 달려나가는 낭만적인 모습은 이 책을
읽고 단숨에 무너져버린다.
영화로 만들어져 유명세를 치룬 "브로큰백 마운틴"이 마지막에 위치한 총
11편의 단편을 묶은 이 책의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와이오밍이라는 광활
한 자연을 배경으로 삼은 카우보이 혹은 서부생활 잔혹기 였었다.
멋있고 터프한 카우보이들은 현실감각이 없고 무능력하며 너저분하기까지
한 막장인생으로 보여지고 있으며, 수천마리 소를 방목하며 일어나는 낭만
따위는 진작에 말아먹고 오로지 생활고에 시달리는 방목업자들과 그 주변
인물들의 너저분하며 굴곡많은 삶을 진절머리나게 보여주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존 웨인 혹은 말보로 담배모델의 근사한 이미지는 사라지고
오직 말똥냄새, 소똥냄새만 진동하는 리얼한 현실세계만 가득차 버린다.
낭만은 박살났고 비릿한 현실만 시종일관 보여주는 처절한 소설이지만
활자 몇개의 조합을 바탕으로 후각까지 반응시켜주는 작가와 역자의 글솜씨
만큼은 인정해야 마땅하다 보고 싶다.
아울러 역자가 후기에서 밝혔듯이 얇고 토막토막 단편이라고 한 단어라도
어물어물 쉽게 넘어가면 전체 내용을 파악못하는 낭패를 겪게 되기도 했던
편하게만 읽을 수 있는 소설은 결코 아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