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방송으로 봤던 무르팍 도사 “박진영”편에서 강호동이 던진 질문은 참으로 모던하면서 평범한 질문이었다. “ 대체 꿈이 뭔가요?” 란 질문을 받은 박진영은 무르팍 도사의 질문이 식상했냐는 언급에 대해 아니라고 답변한 후 잠깐 생각에 잠긴 후 이렇게 말한다.
“그냥 평생 공연하고 노래 부르면서 죽는 거요.”
박진영이라는 인물자체에 대해 그다지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 주관적인 견해가 존재한다지만 그의 답변만큼은 찬란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예술가가 예술가로써의 본분을 무덤에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은 호감의 유무를 떠나 인정해주고 싶다. 얼마 전에 봤던 영화 “All that jazz"의 어느 안무가의 최후의 순간처럼.....

All That Jazz (1979)
감독 : Bob Fosse (밥 포시)
주연 : Bob Fosse (로이 샤이더), Jessica Lange(제시카 랭)
아침에 일어나 샤워와 함께 각성제 한 알, 발포성 소화제 두 알을 섞어 먹은 후 뻑뻑해진 눈에 안약 몇 방울을 떨구는 주인공은 마치 자기최면처럼 “쇼타임!”을 외치며 하루를 시작한다. 비록 화려한 여성편력으로 인해 딸이 하나 존재하는 가정생활은 박살이 나버렸고 하루 24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일중독 상태지만 말이다.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기는 탁월한 재주를 가진 “밥 포시”라는 안무가 겸 제작자가 만든 이 오래된 영화는 세월의 흔적을 무시해도 좋을 만큼 충분히 감성적이며 아름답다. 한 분야에서 정점에 서있는 안무가(비록 그 외의 사항에서 낙제상태지만..)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것 자체로 다분히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추측은 쉽사리 떠오른다.

Bye Bye love.....Bye Bye my Life....라는 노래가 울려퍼지면서 축제의 분위기로 생을 마감하는 주인공.
화려한 음악과 율동..그리고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차지하는 병원 입원과 수술 후, 갉아 먹혀지는 수명으로 인해 보여지는 환상과 현실을 왕래하면서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만큼은 다시 봐도 최고의 명장면임에 분명하다. 가상의 인물이며 본업 이외의 생활은 그다지 존중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자만 얄팍하게나마 영화 한편으로 예술가의 혼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뱀꼬리 : 역시나..1980년 칸 영화제 그랑프리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