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1: 엄마로 추정되는 인물과 딸로 추정되는 인물이 살고 있는 집. 엄마와 딸은 전혀 가까워 보이지 않는다. 엄마는 앵앵거리는 잔소리쟁이이며, 외모는 분명 30대 중 후반을 달리지만 이제 막 20대가 된 딸은 대놓고 엄마를 무시한다. 아니 구박한다. 집의 구조상 결코 잘사는 집이 아니다 영세한 분위기.



집2: 결혼한 지 10년은 넘어 보이는 중년의 부부가 살고 있다. 남자는 배도 제법 나왔고 덩치를 자랑하지만 그에 비해 여자는 보통 체격. 남자는 고분고분한 분위기이지만 여자는 매우 앙칼지고 히스테릭하다. 남자는 여자에게 쩔쩔맨다. 깨끗하게 새로 지은 집의 외관과는 다르게 살고 있는 구성원들은 어두운 분위기이다.



집3: 불과 얼마 전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고 제법 큰 집에 혼자살고 있는 여자. 집1,집2에 사는 사람들의 인종이 백인 이였다면 집3에 살고 있는 여자는 흑인이다. 검안사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 집1과 집2의 구성원들에게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는 인물이다.



1.
집1부터 집3까지의 구성원들은 “비밀과 거짓말”의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이다. 가장 많은 대사량을 가진 인물들이 집1의 잔 소리쟁이 엄마와 집 3의 흑인여성이지만, 다른 인물들은 대사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을 뿐 비중 있는 위치에 서있다.
집3의 구성원의 어머니의 장례식으로 영화는 시작되고 방금 영원한 이별을 한 자신의 어머니가 낳아준 모친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흑인여성은 생모를 찾기 위해 입양사무실에서 믿어지지 않는 사실을 접하게 된다. 생모가 백인이란다.
2.
집2의 여자는 꽤나 히스테릭하다.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그 순간에도 남편에게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잔소리를 퍼붓고 금방 후회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집1의 구성원의 이야기가 남편의 입에서 나왔을 때 심하게 굳은 표정을 지어 보인다. 집2의 남편의 누나이며 그녀의 시누이인 집1의 엄마는 이렇듯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무시를 당하는 입장이다.
3.
허름한 집 1의 엄마는 어린 딸에게 끊임없이 잔소리를 퍼붓는다. 특히 남자관계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의 간섭과 참견을 일삼는다. 이런 엄마에게 딸은 참던 독설을 퍼붓는다. 엄마는 미혼모의 위치에서 지금까지 딸을 키워왔다. 하지만 차마 확인도 못해보고 키우지 못한 자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현재 모르고 있다.

그리 화목하지 않은 가정에 예상치 못한 새로운 가족 구성원이 나타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가를 긴 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때로는 묵묵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보여주는 생소한 가족영화 “비밀과 거짓말”. 등장인물들은 가족이라는 집합체임에도 불구하고 제목처럼 하나씩의 비밀과 거짓말을 품고 있다. 때로는 단 한사람이 모르는 사실을 나머지 사람들이 비밀에 붙이는가 하면 생모를 만난 검안사처럼 단 둘만의 비밀도 존재한다.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부록처럼 거짓말은 당연히 따라온다. 이러한 거짓말이 결국 서로 상처를 주기는 하지만....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행해지는 거짓말들로 인해 피폐해지는 가족들은 꼬여진 실타래의 한 귀퉁이를 발견하듯 언제부터 엉켰는지 모를 불규칙한 매듭을 차근차근 풀어간다.

 

뭐랄까. 가정의 소중함, 사랑 같은 흔하디흔한 교훈보다 지겹게 상처주고 무신경인 상태까지 도달한 패밀리들의 고난극복기처럼 영화를 봤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보다는 피를 나눈 가족이 주는 고통이 더더욱 견디기 힘들고, 더불어 가족에게 입히는 모든 피해는 결국 100프로 피드 백 되어 바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불변의 진리를 다시 깨닫게 해준다.

우리 내 인간들은 가족이라는 구성 속에서 내속에 내가 너무도 많은 가시나무새 같은 존재들 인가보다. 끊임없이 부대끼며 상처주고 상처받고....사랑하며 사랑받고.......그게 세상사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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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31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냐 2007-05-31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기억은 가물가물해도, 제 취향에 맞았던 따땃한 기억이....^^;;

2007-05-31 1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7-05-31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적으로 영화 봤다고 속삭이신 분 // 바람이야 담배 한대 피면서 가끔 쐽니다만...가끔 밖에서 살풍경을 봐서 문제라죠...^^
마냐님 // 얼마전에 EBS에서 방송해주길래 다시 한번 봤는데..역시 좋더라구요..
늘 속삭이시는 분 // 어...이건 전에 편성되었던 건데용..?? 그리고 뭐 매주하겠어요 저도 봐서 호응 없으면 조용히 접고 그런답니다..호호호
편안한 시간 보내시라고 속삭이신 고마우신 분 // 앗..감사합니다..^^ 님도 평안한 시간 보내시길 바랄께요..^^

프레이야 2007-06-01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맹맹이로 소리로 쥐어짜던 저 여자, 연기가 너무나 인상적이었어요.
인물에게 세밀하게 들이대던 카메라의 눈도...
편한 밤, 좋은 꿈 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