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출퇴근길에 오고가면서 만나는 평범한 치킨집이 있다. 그냥저냥 깔끔한 간판에 별반 특별난 모습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흔하디흔한 가게였다. 출근길에는 물론 언제나 문을 닫은 상태였고 퇴근길에는 제법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모습이 어느 치킨 집과 다를 바가 없었다. 작심을 하고 저녁 퇴근 후 사무실 직원들과 그 치킨 집에서 닭을 뜯었고 그 맛의 탁월함과 동시에 단무지와 피클이 수제품이라는 사실에 감탄을 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 이후로 맥주와 닭이 땡기는 날이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이집으로 향했다.

단지 노다메 칸타빌레의 우에노 쥬리가 주연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택한 이 영화는 내가 그 닭집을 발견했듯이 평범한 삶을 사는 23살 가정주부 스즈메는 자신이 살고 있는 이 동네의 구성요소들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계단에서 굴러 내리는 사과를 피하려 납작하게 주저앉은 자리에서 코딱지만 하게 붙어있는 “스파이 모집”이라는 광고에 뭔가 자극적인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주인공이 벌이는 적당히 소란스러운 코미디가 펼쳐진다. 평범한 두부가게 아저씨는 스파이 조직의 사격교관이고, 스파이 활동을 위해 언제나 어중간한 맛을 내놓는 라면집 사장, 기발한 생활을 생각했던 주인공 스즈메는 오히려 눈에 띄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라는 행동강령까지 요구받게 되는 상황. 영화는 이러한 일상속의 숨겨진 특별한 사람들의 삶을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시종일관 보여주고 있다.




이상하다..이상해..분명 유치한 내용인데 영화는 즐겁다. 폭발력이 강한 폭소를 유발하진 않지만 미소는 계속 머금을 수 있는 영화라는 판단을 해버려서 일까. 아님 노다메 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매력을 발산하는 주연배우의 영향 때문일까. 어쩌면 이 영화가 추구하는 목표인 평범한 속의 기발함에 어느 순간 중독된 것일지도......
애라 모르겠다! 재미있었으면 그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