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면 언제나 묵직한 느낌이 들곤 한다.
콘트라스트를 최고치로 보정한 듯한 묵중한 색상과 결코 평범하지 않고 오히려 기기묘묘한 느낌.
박하고 매정하게 말하자면 칙칙함과 우중충함이라 하겠지만, 그의 영화는 이런 무거운 색채
속에서 여전히 빛이 내고 있다.
오래전에 봤던 "크로노스"라는 영화가 그러했고 잡종교배 신종곤충 박멸기 "미믹"또한 결코
밝고 따스한 분위기의 영화는 아니였다. 뱀파이어 헌터 "블레이드"의 속편 역시 감독 자신만의
그 우중충한 색감을 유지하고 고수해나가고 있었다.
별 재미 없다던 헬보이 역시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색감만으로도 충분히 역작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그의 칙칙한 영상세계에 빠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제 본 "판의 미로: 오필리어의 3개의
열쇠"는 최근 봤던 영화 중에서 NO.1의 자리에 올려놔도 별 문제가 안될 듯 싶었다.
분명 영화의 장르는 판타지이긴 하나, 기존의 판타지가 주는 환몽적이고 신비스러운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방향을 설정한 영화였다. 지독한 현실 - 스페인 내전- 을 바탕으로 주인공 오필리어의
현실 도피의 공간이 예의 그 고딕스런 분위기를 영화가 끝나는 내내 유지하였기에 더더욱 아리고
슬프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결코 애들과 함께 봐도 무방한 해리포터식의 판타지가 아닌 보고 나서 잔뜩 생각할 숙제를 만들어주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영화....그속에서 빛나던 감독 특유의 영상... 얼마 전 블루님이 자신의 페이퍼
(http://www.aladin.co.kr/blog/mypaper/1012380)에서 마지막에 언급했던 내용
"한 번 더 보고 싶고, DVD를 구입하여 소장할 생각이지만, 다시 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에서 마지막
문구 "다시 볼 자신은 있다."로 바꿔면 지금의 딱 내 심정이다.

뱀꼬리1 : 현실부분 주로 오필리어의 양부가 저지르는 폭력은 제법 잔혹합니다.(주관적인 기준이 아닙니다.)
뱀꼬리2 : 오필리어의 판타지 부분이 사실인지 허구인지 갈피를 못잡았으나 영화 마지막 고목이 되버린
무화과나무에서 새로운 꽃이 피는 걸 보고 사실이라고 판단해 버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