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omnibus]
-1827년 보드리라는 사람이 프랑스의 북서부에 있는 낭트시(市) 교외에 온천장을 개설하고,
마차를 정시(定時)에 낭트시의 중심에 보내 손님을 모았다.
이 마차는 처음에 ‘리세부르그의 온천마차’라 불렸지만, 친구의 권유에 따라 라틴어로
‘만인을 위한’을 뜻하는 옴니버스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

이 이름은 그 당시 낭트시의 옴네라는 식료잡화점 앞에 ‘옴네의 옴니버스(만인을 위한 옴네 상점)’라고
쓰여 있었으므로, 시민들에게는 널리 알려져 있었다. 옴니버스는 금세 합승마차의 뜻으로 변하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합승자동차를 뜻하게 되었다.

이것이 다시 변하여 개인 또는 여러 작가의 작품을 1권으로 합친 책(대부분의 경우 염가판)의 이름이나,
‘옴니버스 의안(議案:총괄적인 의안)’ ‘옴니버스 박스(극장 등에서 많은 사람을 입장시키고, 구경하기
편하게 한층 높게 만든 자리)’ ‘옴니버스 열차(각 역마다 정거하는 열차)’ ‘옴니버스영화’ 등 여러 분야의 용어로 쓰인다.

-네이버 백과 사전-

(영화용어를 생각하고 검색한 저 단어에 저렇게 여러가지 심오한 뜻이 있을 줄은 미처 몰랐었다.)

옴니버스 식으로 만든 영화는 자주 접하진 못했지만 나름의 재미를 선사해 준다.
길게 호흡을 가지고 장시간 몰입을 해야하는 방식이 아닌 100미터를 달리는 단거리 스프린터와 같은 경쾌함을 맛보게 해주니까 말이다. 더군다나 왠만한 장편영화 한편의 분량을 생각과 방식이 서로 틀린 여러 감독들의 표현을 스타카토식으로 또각또각 끊어서 음미할 수 있는 묘미 역시 독특하다 .그렇다면 이런 장르를 애니메이션을 통해 만나본다면..??

알게 모르게 애니메이션 중에 이러한 구성을 갖춘 수작들이 제법 많이 존재한다.
단편과 극장판 애니로 큰 족적을 남긴 유명감독들이 작당이라도 하듯이 수근수근 모여서 결과물을 툭 던져놓으면 분명 한편의 애니를 봤지만 옴니버스에 참가한 머리수만큼의 감독의 독특한 색깔과 표현..특징적인 캐릭터의 모습까지 다채롭게 감상하게 되는 흔하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된다.

본것을 기준으로 몇편 뒤져봤다..

1.미궁물어(迷宮物語)-1987



총 3편의 짤막한 애니를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한 수작이다.

오프닝과 엔딩의 의미인 "라바린쓰 라바란토스"는 은하철도 999로 유명한 "린 타로"감독의 작품이다.
소녀와 소녀를 따라다니는 강아지 한마리..그리고 삐에로 한 명만이 등장인물의 전부인 이 단촐한 애니는 인물이 아닌 시시각각돌변하는 배경으로 인해 환몽적이면서 환타지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의 대사도 없이 디즈니의 "환타지아"처럼 음악을 배경으로 등장인물의 표정과 배경의 변화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낸다.

두번째 작품격인 "달리는 남자"는 수병위인풍첩(국내명:무사 쥬베이), 요수도시 등 하드코어 성인취향의 애니로 유명한 "가와지리 요시아키"의 작품이다. 근미래의 자동차레이싱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그랑프리 우승을 위해 염력으로 경쟁자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는 사나이가 결국 자신이 제거했던 다른 레이서들의 망령에 의해 폭주 후 자멸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번쨰 작품은 아키라로 유명한 "오토모 가쓰히로"의 "공사중지명령"이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다.
아열대 재계발에 투입된 공사용 로봇들이 단한사람의 인간(공사감독)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의지로 공사를 진행해나간다는 내용이다. 물리적인 방법으로 공사중지명령을 내리고 실행하는 나약한 인간은 결국 걷잡을 수 없이 폭주하게 되는 기계들에 의해 어떠한 권력도 행사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로봇카니발 -1987

8편에 달하는 로봇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모아서 만든 옴니버스.
모든 에피소드는 제목과 같이 로봇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동질성을 내포하고 있다.
블랙코미디부터 열혈물..때로는 순정물까지 총 8편의 표현방식은 제각각이지만 로봇이라는 대상에 대해
8가지 방향만큼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풍악을 울리면서 로봇카니발이라는 로고가 새겨진 캐터필터가 달린 거대 조형물이 인간들의 거주공간을
짓밟으면서 행진하는 오프닝이 인상적이다.

3.메모리즈 - 1996



3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에피소드 1편격인 "Magnetic Rose" 는 우주공간에서 울려퍼지는 오페라 나비부인의 아리아의 선율속에
유한적인 삶이 한계인 인간이 영원을 추구하는 모순과 배경속에서 고도화로 발전되어 버린 인간성 말살의
기계문명에 대한 비판으로 일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부분에선 "호러물"로 둔갑한다.

에피소드 2편은 "체취병기"라는 제목을 달고 시종일관 심각한 상황속에서 웃겨버려주는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제약회사 연구원은 지독한 독감으로 인해 아무생각없이 섭취한 자신의 회사에서 만든 알약 한알이 결국 약을 섭취한 자신의 몸냄새로 인해 부근의 인간이 절멸된다는 내용의 애니이다. 이 약을 복용한 상태에서 이 약의 발주처라 추측되는 도쿄의 정치수뇌부들을 향하는 연구원과 이를 막으려고 출동한 군부대의 괴멸....그와 반대로 인간을 제외한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에겐 왕성한 생명력을 선사해주는 대조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당시 일본의 내외적인 정치적인 상황과 권력자의 횡포와 미국의 외압까지 짤은 애니메이션 한편이 그 모든 것을 유머스럽게 담아내고 있다.

에피소드 3편은 "Cannon Fodder" 라는 제목으로 약방의 감촉같은 "오토모 가쓰히로"의 작품이다.
이 애니에서 주목해야 될 사항은 컷의 끊임이 없이 시작부터 끝까지 롱테이크의 기법으로 애니를 이끌어가는 촬영방법이라고 보고 싶다. 내용또한 대포로 둘러쌓여있는 도시속에 도시의 구성요소들은 전부 대포를 생산하고 대포를 쏘고 대포를 관리하는 일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다못해 학교에서 가르키는 수업도 포병술뿐..
칙칙한 색감으로 일관된 이 애니에서는 파시즘과 나쯔즘까지 전체주의적인 근미래의 상황을 살벌하게 비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4.애니매트릭스 - 2003



왠지 용두사미가 되버린 듯한 영화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 시리즈를 원 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use)의 개념으로 옴니버스 방식으로 만든 작품이다.
총 9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든 에피소드는 영화 매트릭스의 기본사상과 동일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기계가 어떻게 인간을 지배하게 되었는지...그리고 그 지배된 인간들이 매트릭스라는 공간에서 영화속의 주인공이 아닌 또 다른 인격체들의 생활중심인 내용과 인류저항군 시온의 또다른 대원들의 에피소드로 가득 채워져 있다.

매트릭스 영화의 세계관 때문인지 시종일관 디스토피아적이며 사이버펑크적인 요소로 가득 채워져 있다.
또한 미국과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터들이 동참하여 동양적인 표현과 서양적인 표현이 적절하게 교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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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12-18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2, 3은 열심히 본 거고...그것도 대형스크린으로...4는 안봤군요. 열정이 식은게죠.

해적오리 2006-12-18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본 건, 아니 보다가 만 건, 4번 뿐이군요. 4번도 분위기가 영 음산해서 보다 말았는데.. 메피님의 영화취향은 저와 참 다르시더라구요...^^

깐따삐야 2006-12-19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애니매트릭스! 한 때는 매트릭스 매니아였는데. 여기서 보니 반갑네요. ^^

Mephistopheles 2006-12-19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니님 // 오옷...1,2,3 을 보셨군요...^^ 4도 제법 재미있습니다 좀 어두운 분위기긴 하지만요..^^
해적님 // 매트릭스의 세계관이 워낙 칙칙하잖아요..ㅋㅋ
하는 거 하나도 없다고 속삭이신 분 // 그냥..관심이 없으신 분들은 모를 수도 있는 겁니다..^^
깐따삐야님 // 매트릭스 매니아시라면 4번은 꼭 보셔야 할꺼에요.. 매트릭스 3부작에서 보여주지 못한 것을 거진 다 보여줬으니까요 특히 에피소드 2,3은 매트릭스의
구성이 생겨난 이유에 대해서 나오거든요..^^

진/우맘 2006-12-20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최...모르는 게 없으시구료!!!!!!! ^^

Mephistopheles 2006-12-20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건 더 없습니다요 진우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