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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순의 천일야화 1~6권 박스 세트
양영순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평점 :
누들누드이라는 만화를 처음 접했을 때의 그 쇼킹한 기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있다.
타부시되는 성과 그와 관련된 모든 행위와 표현을 작가는 마치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
는 기교파 복서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었다.
상대에게 한대의 정타도 허용하지 않고 느물느물 야금야금 여우같이 상대복서를 침몰시키는
그런 모습이 느끼게끔 이 만화 시리즈로 "양영순"이라는 만화가를 한순간에 머리속에 각인
시켜주기에는 전혀 모자란 감이 없었다.
데뷔가 너무 화려해서일까 그 후 이 만화가의 만화를 접하면서 그때 그 누들누드의 그 매가
쇼킹한 재기발랄함이 점점 퇴색되고 사그라진다는 아쉬움을 계속해서 접해왔었다.
작가는 "결혼을 한 후 성에 대한 환상이 대부분 사라져서 총각때의 그 화려(?)했던 상상력이
고갈되버렸다."라는 농담반 진담반의 푸념을 접하면서 이 만화가는 가파른 상승곡선 이후
지루하게 진행되는 수평선의 괘도에 올랐다는 생각 때문인지 그 후 가깝게 접하고 싶은 생각
도 기회도 점점 사라졌었나 보다. 어쩌면 그가 성이라는 주제를 삭제한 만화에는 관심조차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양영순이라는 이름이 잊혀질 즈음, 우연히 지하철에 버려진 스포츠신문 쪼가리에 난
그의 만화 "아색기가"를 접하게 되었고, 곧 그건 양영순이라는 작가가 처음보단 약하지만 성
이라는 초반 그의 중대 관심대상으로의 회귀라고 나름대로 상상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 다시
그의 재기발랄한 만화를 다시 접한다는 느낌에 다시금 그의 그림을 가깝게 했던 나는 분명
간사한 독자 중에 하나일꺼라 생각되지만...
이런 그가 천일야화...그러니까 원역본은 지나치게 야하기 때문에 절대 아동용이 될 수 없다는
그 이야기책을 만화로 그린다고 하니 세속적인 간사한 독자의 생각으로는 기대와 흥분이 되는건
당연할 수 밖에...하지만 막상 6권으로 완결이 된 양영순 가라사대 천일야화에서는 그의 전매
특허 "야함"은 찾기 힘들었다.
야함이 빠진 양영순..간사한 독자인 나는 분명 심드렁 해야 하고 김빠지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이게 아니잖아...를 중얼거리는 표현이 당연했겠지만, 6권의 만화책을 다읽고 난 느낌은 이 만화
가도 이제 "중견"이라는 느낌이였다.
그래서 왕과 세리자드는 행복하게 살았다....라는 결말이 절대 아닌 비극 중에 상비극의 결론을
내려버리는 또다른 양영순표 가라사대의 탄생을 지켜봤다고나 할까. 고전이 주는 풍자와 교훈도
빼지 않고 적당히 버무렸고, 색이 들어가 있으므로 화려했으며, 내용 또한 제법 무겁고 여러생각이
나게끔 유도하는 신중함까지...
어쩌면 "성"이라는 장르에서 해방된 만화가 양영순의 새롭고 진지한 모습을 접하게 된 경험이였다고
보고 싶었다. 물론 메이저급 출판사를 등에 지고 수많은 만화가들의 찬사 일색의 책머리가 살짝살짝
비윗장을 긁어 놓긴 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