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모델링 달라져야 해
와다 히데키 지음, 오현수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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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모델링 '달라져야 해' - 제목이 주는 느낌대로 답답한 내 인생도 바로 달라지게 할 수 있을까 하며 기대했던 책이다. 읽어 보니 정말 유용한 내용들이 많았다. 옆에서 이야기 해주듯이 쓰는 문체와 저명한 비즈니스 심리의 저명한 저술가로서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의 전문적인 의학지식과 오래 생각해오고 상담한 심리처방서로서 모두 만족할 만한 책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책을 읽다가 하루 정도가 지난 다음에 다음 챕터로 넘어 가면 그 전에 읽었던 내용이 도통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도통 모르겠다. 그래서 다시 읽어보면 그제야 기억이 나면서 아하 어제 읽고 감탄한 내용이었지 하게 되니 이것은 내 나이 탓이리라? 기억력 감퇴라는 무시무시함이 도사리고 있는 요즘 참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의 판형이 조금 크고 시원시원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라는 나름의 변명같은 이유를 생각해 냈다.

 

서장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은 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게 될 내용을 먼저 소개하고 있다.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다음의 세 가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1. 자신의 상태(감정)을 잘 안다. 2. 곤경에 처했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 3.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이 높다. 라는 것이다. 

 

1장에서는 침울할 때 필요한 습관으로서 어떻게 감정을 조절할까 라는 내용은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 아닐 까 한다. 누구나 우울증이 조금씩은 있다. 그것은 저자 본인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그런데 계속 이 우울한 감정에 빠져서 살다 보면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최근 정신 의학에서도 우울할 때 고심하거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 우울증 치료를 어떻게 하란 것인가? 의아했다. 이어 저자는 말한다. 고민에도 타이밍이 있다고...우울할 때 "그때 왜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어짜피 나란 인간은..." 이런 식으로 고민을 하고 자신의 변화시키려 하면 오히려 사고방식이 비관적으로 바뀌게 된단다. 정신과 의사에게 당신 태도가 그래서 우울해 지는 것이다 라는 식의 말을 반복적으로 듣다 보면 내가 문제구나 하는 비관이 더 심해져서 목을 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아직 스스로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때 "실패할 가능성도 생각해 보자", "내가 생각하는 방식은 너무 극단적이다." 하면서 자기반성을 해야 한단다. 당장 우울한데 어떻게? 간단한 해결 방법이 있다. 눈앞의 일을 하라는 것이다. 어렵게 기분 전환을 위해서 새로운 일을 찾아나서기 보다는 자신이 가장 편안하게 했던 일 위주로 천천히 시간을 늘려가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앞에 떨어진 일을 하다 보면 불안이 경감되는 것이다. 이 때 휴가를 내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지내게 되면 오늘 하루를 또 의미없이 보냈구나 하는 자괴감이 더욱 우울증을 부채질 한다.

 

2장에서는 호감을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 는 내용이 신선하다. 응석둥이가 머리가 좋은 이유는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인 것이다. 누구나 혼자서는 쉽게 풀어 낼 수 없는 일들을 이 일에 정통한 사람에게 물어보고 질문함으로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 이런 지인들을 많이 만들어 두는 사람이 머리가 좋은 사람이며 호감이 있는 사람이 성공하기 쉽다. 30대 후반으로 흘러가고 있는 나 역시 젊은 시절엔 외모적으로나 행동적으로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고 받는 사람이었다.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고 육아를 하면서 지금은 왠지 얼굴이 어두워졌다. 물론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호감있는 사람이 되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시간들이 점점 피곤해 지기도 하다. 어서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 할 때 조차 있다. 그리고 나 혼자만의 아집이 생기기 쉬워 졌다. 이를 테면,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었는데도 인도위로 완전히 침범하면서 서는 차들을 참을 수가 없어서 언제나 눈을 흘기고 지나간다. 내가 좀 더 용기있고 미국에서 살고 있었다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올리고 지나가고 싶을 정도이다. 저 사람들은 어쩌다 그런 일이라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매일 그 길을 건너는 나로선 한두번도 아니고 매번 인도를 점령해서 서는 차들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다. 그리고 아이들이 통학하는 길에서 무슨 짓이야 하면서 나와 아직은 관련없는 사람들의 안위까지 걱정하며 소위 오지랖이 넓어지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렇게 배려없는 행동을 경멸하기 때문에 생면부지의 남에게도 필요 이상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려 한다. 남을 너무 배려하는 모습에 내 자신이 지레 지치고 남들도 나를 좀처럼 편하게 대해주질 않는 것 같은 2차적인 생각이 엄습한다. 이 책에서는 너무 남에게 기대지 않고 배려만 하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도 하고 있다. 나도 이제는 그저 편안하게 기댈 줄도 아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

 

3장에서는 구체적으로 능력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습관 등이 소개되어 있다. 앞부분만 잘 읽어 나간다면 남은 부분은 무릎을 치며 쉽게 읽어갈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나보다 인생경험이 풍부한 직장상사나 윗어른이 해주는 말 같아서 신이 나고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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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철학자
프레데릭 르누아르 지음, 김모세.김용석 옮김 / 연암서가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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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철학자. 예수의 일생을 나열하는 이야기식의 책도 아니요 쉽게 읽히는 책도 아니다. 하지만 기독교인으로서 한번쯤 읽어볼 책이 아닐까 싶다. 철학서는 몇 장만 읽어도 졸음이 몰려오는 체질 때문에 다빈치 코드식의 책처럼 술술 읽힐 줄 알고 덤벼들었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그리스도 철학자, 제목 그대로의 책이었다. 하지만 한 챕터 한 챕터를 읽어나갈 때마다 아하 이런 것은 이렇구나...하는 신학에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책이었다.

 

과연 율리우스 카이사르처럼 동전으로 주조되고 역사적인 기록이 확실히 남아있는 그런 존재인가 예수의 존재는. 오늘날 신화처럼 믿고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던져지는 첫 질문..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있던가 싶다. 안타깝게도 정확한 역사적 기록은 없지만 또한 정확히 AD 1년에 태어난 예수는 없지만 그보다 몇년전 혹은 수십년전에 존재했던 예수란 인물이 분명히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빌라도에게 십자가형이 처해진 예수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성경에서처럼 여러곳에서 그의 행적이 쓰여져 있으니 예수라는 존재가 있었던 것만은 확실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그리스도가 직접 지은 글이나 문서는 없는 것일까. 우리는 예수의 사후 수십년이 지나 제자들이 기록한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사도행전, 요한복음을 통해서 그의 기적과 그의 사상과 그의 믿음과 그의 희생, 그의 순종을 볼 수 있었을 뿐이다. 그러면 우리가 아는 예수는 이들 복음서에 기록된 것 뿐인데...오늘날 우리들은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의 가르침과 바램대로 살고 있는가.. 이 책은 오순절의 초대 기독교부터 로마시대, 중세를 거쳐서 완성되 가는 기독교라는 종교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여러가지 역사적인 사실들을 찾아보면서 우리들에게 전문 신학적인 지적 호기심까지 안겨 준다. 쉽게 진도가 나가지 않아 아직 반 밖에 못 읽었지만 읽을수록 감탄하게 되는 책이다. 내가 이것도 모르고 살았구나 하는....그리고 갑자기 성경말씀이 간절하게 읽고 싶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더욱 앎의 갈증을 느꼈던 성도들에게 이보다 더 좋을 책은 없는 것 같다. 물론 초반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면 목차에 나온 것처럼 기독교 원전들에 대한 이야기, 예수의 생애, 예수의 영성, 그리스도의 윤리, 초대기독교부터의 기독교 역사, 기독교적 휴머니즘, 근대 세계에서의 기독교, 현재 우리들을 각성하게 해주는 내용들까지..너무나 소중한 책이다. 물론 성경부터 찾아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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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복수 1 - 인간 사냥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이상해 옮김 / 자음과모음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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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세스의 크리스티앙 자크가 돌아왔다. 람세스를 1권만 읽었기 때문에 게다가 오래전에 읽었기에 기억도 가물가물해서 그리 잘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모짜르트라든가 다른 작품들에서 크리스티앙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너무나 반가운 책이었다. 역시 이집트 전문 작가답게 기원전 이집트의 이야기를 들고 다시 찾아왔다. 크리스티앙 자크의 옷을 제대로 입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기원전 이집트의 이야기들이 현재에 읽어도 어색하지 않고 상상을 더해서 다가오는 내용들로 이야기속에 푹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넘친다.

 

특히나 역사소설이나 '장미의 이름'같은 미스테리 음모(?)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내용인 것 같다. 바로 나같은 사람 말이다. 기원전 570년에서 630년 사이의 이집트가 배경이 되는데 파라오 아마시스는 전왕을 살해하고 쿠데타를 일으켜서 왕좌에 오른 왕이다. 서민출신의 찬탈자인 아마시스는 기존의 지배계급들의 견제를 알게 모르게 받았을 것이다. 바로 거기에서 작가의 눈부신 상상력이 발현되지 않았을까? 파라오 아마시스의 문서나 보고서 혹은 타국으로 전해지는 중요문서들을 이집트문자에서 다른 문자로 번역하거나 과거의 중요한 문건들을 필사하고 전달하는 중요한 업무를 맡은.. 바로 그 중요한 사역원에서 비극은 시작된다.

 

어느 날 아침, 전날 무엇엔가에 취해서 오랫동안 늦잠을 자버린 남자 역관 켈에 의해서 우유로 인해 무참하게 독살된 남,녀 역관들의 사체가 발견되고...원장은 암호를 해독하라는 수수께끼같은 쪽지를 남기고 역시 죽어 있었다. 바로 그 문서는 며칠 전 켈에게 원장이 직접 맡겼던 암호문으로 여겨지는데...켈은 자신도 위험하다고 생각된 순간 침입자들의 발걸음 소리에 가까스로 도망을 치게 된다.

 

여기서부터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참살을 일으켰을지 궁금증을 일으키며 켈의 모험같은 도피생활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아주 아슬아슬하게..이미 용의자로 누명을 쓰고 도망다녀야 하는 슬픈 신세가 된 켈은 과연 이런 역경을 어떻게 이겨내고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까? 대신관의 도움과 아름다운 여신관 니티스, 그리고 죽마고우이자 이집트의 배우인 베봉의 도움과 지혜로운 자신의 힘으로 겨우겨우 연명해 나가고 있는 켈의 이야기를 읽으며 거대한 역사라는 회오리속에서 갈팡질팡하는 이집트의 운명과 함께 1권이 마무리된다. 왕인 아마시스의 이야기와 함께.. 2권도 어서 어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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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써틴
볼프강 홀바인.하이케 홀바인 지음, 이병서 옮김 / 예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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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어울리는 모험소설이나 환타지 소설? 써틴을 추천하고 싶다. 책을 좋아하는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들도 시도해 볼 수 있는 써틴.. 무시무시하게 두껍지만 어려운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금방 읽힌다. 읽는 내내 너무나 재미있어서 아껴 읽고 싶었지만 단숨에 읽히는 책이었다. 밥 먹고 또 읽어야지 아이들 재우고 또 읽어야지..하는 재미가 있었던 책, 진정한 롤러코스터 같던 책!

 

써틴. 원 제목은 써틴(13)이 아닌 것 같다 (독일어를 몰라서) 그렇다면 한국어 제목인 써틴은 탁월한 선택인 것 같다. 써틴이라는 이름의 소녀...그녀의 생일은 13일 13시 13분.. 아마 태어난 초도 틀림없이 13과 관련이 있으리라..

갑작스럽게 부모를 여읜 13살의 소녀 써틴의 운명은 어쩌면 이리도 가혹한지.. 부모를 여읜 것도 모자라 갑작스러운 환영들이 보이고 그녀를 쫓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마침내 엄마의 유언인 할아버지를 찾아 독일로 떠났던 써틴은 험난한 여행길을 마치고 드디어 프랑크라는 집시같은 소년의 도움으로 할아버지의 고풍스럽고 어두운 어마어마하게 큰 저택에 도착하는데... 이제부터는 편안한 삶이 기다리고 있겠지 하고 기대하는 순간, 그 기대는 저택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어이없이 무너진다. 너무나 흉칙하게 생긴 두마리의 개들이 이들을 맞이하고 할아버지는 딱딱하고 차갑게 대하고 써틴이 자신의 피붙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하고 부정하는데...자신의 손녀 혹은 증손녀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따뜻하게 맞이하게 되며 일단은 저택에서 편안하게 보내게 되었다. 프랑크라는 소년도 다른 방에서 오랜만에 편안한 잠을 자게 되는데 써틴에게는 그날밤도 편안하지 않은 채로 보내게 된다.(너무나 불쌍한 소녀다..) 소녀의 방의 벽장속의 숨은 복도가 보이고.. 그 복도끝에 서 있는 여자아이가 보이고.. 끝없이 펼쳐지는 비밀의 공간속에 떨게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공간은 없다고 단언하고..써틴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녀는 결국 자꾸만 헛 것이 보이는 걸까...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만 하는 걸까..

 

사회복지사 뫼르소 여사의 등장은 또 하나의 전개를 맞이한다. 그녀는 할아버지의 손녀로서 곁에 남게 되는 것일까 보호소에 머물게 될 것인가.. 그것과는 별도로 써틴은 할아버지의 비밀스러운 저택에서 온갖 모험을 하게 된다. 부쉬라는 말하는 박쥐와 함께.. 그리고 프랑크와 함께...그리고 남은 열두명의 아이들과 함께... 비밀스러운 악의 세력은 써틴을 시시각각 쫓아오고....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은 바로 이 것이다. 사회복지사 뫼르소에 의해서 정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상의 일들 저 너머로 써틴은 계속 판타스틱한 모험을 하게 되는 것...어떤 것이 진실일까.. 복합적인 소설의 문체는 놀랍게도 같은 페이지에서 반으로 갈라져 쓰여있기도 하다..참으로 특이한 경험이다. 문자뿐인 책 속에서 어쩌면 이런 느낌을 가질 수 있을까...마치 빙글빙글 돌아가는 어지러운 롤러코스터, 그러면서도 희열을 느끼는 그 놀이기구처럼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그리고 피리부는 사람의 전설까지 들어가 있는데...실제로 유럽에서 일어났다는 이 사건은 피리부는 사나이가 그 시에 출몰하는 쥐떼들을 퇴치해 주었는데도 응당한 댓가를 주지 않았던 시의 시장과 시의 사람들에게 분노하여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졌던 사건이다. 어디까지 사건이고 어디까지 전래동화같은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고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또 하나의 재미가 있다. 너무너무 재미있는 소설, 써틴은 색다른 독서로의 발걸음을 하게 만들었고 만물이 풍요로와지는 이 가을에 어울리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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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는 한마디 - 시장이 거부할 수 없는 컨셉 카피의 8가지 원리
탁정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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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계에서 25년간 카피라이터로서 일해 왔던 탁정언씨.. 광고계에서 마흔이 넘으면 노땅취급 당하기 일쑤라는데 그곳에서 25년을 버틴(?) 그 힘은 무엇일까. 그것이 궁금하다.

 

스스로 내성적이고 낯을 가리고 조용한 사람이라면서 어떻게 번득이는 카피로 광고계에서 이름을 날리게 되었을까. 이 책을 읽다보면 시원하게 그 의문이 풀린다. 그저 본능적으로 지어내는 한마디가 아닌 원리까지 꿰뚫고 있는 카피라이터...그래서 그는 지금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그저 단순한 카피라이터의 일상을 그린 책이 아니다. 정말로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은 사람, 그리고 일반인으로서 카피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던 사람에게는 교본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 게다가 나 같이 잡학식으로 책을 읽는 사람에게 지식을 더할 수 있는 인문서적같기도 할 정도로 많은 인용과 많은 인물의 글이나 말이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카피의 기본적인 원리 8가지를 나름대로 설정을 해놓았는데 그것이 기가막히다. 정말 이 사람은 카피라이터로서 카피라는 세계에 큰 획을 그을 줄 아는 구나.. 처음엔 본능적으로 하나씩 히트를 쳤을지 몰라도 25년이 지난 지금은 멋진 교수로서 심도있는 강의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카피라는 학문(?)을 이룬 것 같다.

 

01. 단정의 원리는 쉽게 우리가 아는 "A는 B이다" 라는 것으로 기본 예를 먼저 들고 있다.

 

상처는 스승이다.- 시인 정호승

사랑은 동사다 - 헌혈협회 광고

리바트는 패션이다. -리바트 가구 광고.

 

사람은 누구나 쉽게 어필 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제일 먼저 반긴다. 그보다 길어지거나 지루해지면 요점을 놓치고 만다. 바로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꿰고 만드는 것이 제 1 원리인 단정의 원리인 것이다.

 

더 나아가 '초유는 엄마다' '스타일이 힘이다' '은행은 친구다' 라는 히트했던 광고들의 문구가 소개되고 있다. 언젠가 보일러 광고를 맡았을 때 이 보일러는 어쩌구 저쩌구 꼭 들어가야 할 말이라서 그렇게 기획을 했다가 거의 반응이 없어서 탁정언씨가 얼떨결에 생각해 낸 "좀도둑=창문이다" 라는 말에 기획관계자들의 날카로운 눈이 빛을 내더라는 얘기는 시원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난방비 좀도둑은 창문이다!' 라는 카피였단다. 이런 식으로 본능적으로 만들어 갔던 카피들에 뭔가를 터득해 갔던 시기였단다. 그리고 이어지는 단정의 원리는 아까 앞서 적었던 인문학적인 그러나 결코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이 책은 남에게 선물하려고 했다가 내가 그냥 소장하려고 할 정도로 마음에 드는 책이다.

 

02 번은 치환의 원리이다. 이도 잠깐 소개해 보자면 <공든 TOP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라는 한 대학입시 기숙학원의 한마디가 눈에 띄었다. 속담의 탑을 "TOP'으로 살짝 치환하는 원리..아침햇쌀이라는 음료를 잘 알 것이다. 그것도 아침햇살에서 살을 '쌀'로 살짝 바꿨다는 것..

 

공자는 '언불진의'라고 즉 언어는 사람이 마음 먹은 바 뜻을 온전하게 전달할 수 없다는 뜻이란다. 비타민 Sea 나 여름이 즐겁다 하 夏 하 夏 처럼 치환은 문자에 감정을 담는다고 한다. 또한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해서 사람들에게 각인이 되게 하는 것이다.

 

또한 04. 인접의 원리는 또 어떤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어휘로 한마디를 만드는 법인데 개그맨 '신동엽이 유행시켰던 그 한마디 - 안녕하시렵니까?' 또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과 '동원참치의 광고 카피 - 바다 목장'등이 그런 예이다. 이러한 타화수분적인 말들은 호기심을 자극하여 사람들의 뇌리에 남게 한다.

 

8가지 원리를 다 읽고 나면 사람들 심리가 보이고 카피가 보이고 재미있는 인문학 책을 읽은 듯한 기쁨을 누릴 수 있어서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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