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는 한마디 - 시장이 거부할 수 없는 컨셉 카피의 8가지 원리
탁정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광고계에서 25년간 카피라이터로서 일해 왔던 탁정언씨.. 광고계에서 마흔이 넘으면 노땅취급 당하기 일쑤라는데 그곳에서 25년을 버틴(?) 그 힘은 무엇일까. 그것이 궁금하다.

 

스스로 내성적이고 낯을 가리고 조용한 사람이라면서 어떻게 번득이는 카피로 광고계에서 이름을 날리게 되었을까. 이 책을 읽다보면 시원하게 그 의문이 풀린다. 그저 본능적으로 지어내는 한마디가 아닌 원리까지 꿰뚫고 있는 카피라이터...그래서 그는 지금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그저 단순한 카피라이터의 일상을 그린 책이 아니다. 정말로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은 사람, 그리고 일반인으로서 카피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던 사람에게는 교본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 게다가 나 같이 잡학식으로 책을 읽는 사람에게 지식을 더할 수 있는 인문서적같기도 할 정도로 많은 인용과 많은 인물의 글이나 말이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카피의 기본적인 원리 8가지를 나름대로 설정을 해놓았는데 그것이 기가막히다. 정말 이 사람은 카피라이터로서 카피라는 세계에 큰 획을 그을 줄 아는 구나.. 처음엔 본능적으로 하나씩 히트를 쳤을지 몰라도 25년이 지난 지금은 멋진 교수로서 심도있는 강의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카피라는 학문(?)을 이룬 것 같다.

 

01. 단정의 원리는 쉽게 우리가 아는 "A는 B이다" 라는 것으로 기본 예를 먼저 들고 있다.

 

상처는 스승이다.- 시인 정호승

사랑은 동사다 - 헌혈협회 광고

리바트는 패션이다. -리바트 가구 광고.

 

사람은 누구나 쉽게 어필 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제일 먼저 반긴다. 그보다 길어지거나 지루해지면 요점을 놓치고 만다. 바로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꿰고 만드는 것이 제 1 원리인 단정의 원리인 것이다.

 

더 나아가 '초유는 엄마다' '스타일이 힘이다' '은행은 친구다' 라는 히트했던 광고들의 문구가 소개되고 있다. 언젠가 보일러 광고를 맡았을 때 이 보일러는 어쩌구 저쩌구 꼭 들어가야 할 말이라서 그렇게 기획을 했다가 거의 반응이 없어서 탁정언씨가 얼떨결에 생각해 낸 "좀도둑=창문이다" 라는 말에 기획관계자들의 날카로운 눈이 빛을 내더라는 얘기는 시원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난방비 좀도둑은 창문이다!' 라는 카피였단다. 이런 식으로 본능적으로 만들어 갔던 카피들에 뭔가를 터득해 갔던 시기였단다. 그리고 이어지는 단정의 원리는 아까 앞서 적었던 인문학적인 그러나 결코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이 책은 남에게 선물하려고 했다가 내가 그냥 소장하려고 할 정도로 마음에 드는 책이다.

 

02 번은 치환의 원리이다. 이도 잠깐 소개해 보자면 <공든 TOP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라는 한 대학입시 기숙학원의 한마디가 눈에 띄었다. 속담의 탑을 "TOP'으로 살짝 치환하는 원리..아침햇쌀이라는 음료를 잘 알 것이다. 그것도 아침햇살에서 살을 '쌀'로 살짝 바꿨다는 것..

 

공자는 '언불진의'라고 즉 언어는 사람이 마음 먹은 바 뜻을 온전하게 전달할 수 없다는 뜻이란다. 비타민 Sea 나 여름이 즐겁다 하 夏 하 夏 처럼 치환은 문자에 감정을 담는다고 한다. 또한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해서 사람들에게 각인이 되게 하는 것이다.

 

또한 04. 인접의 원리는 또 어떤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어휘로 한마디를 만드는 법인데 개그맨 '신동엽이 유행시켰던 그 한마디 - 안녕하시렵니까?' 또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과 '동원참치의 광고 카피 - 바다 목장'등이 그런 예이다. 이러한 타화수분적인 말들은 호기심을 자극하여 사람들의 뇌리에 남게 한다.

 

8가지 원리를 다 읽고 나면 사람들 심리가 보이고 카피가 보이고 재미있는 인문학 책을 읽은 듯한 기쁨을 누릴 수 있어서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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