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이나 친지들에게 읽히려 했던 복사본 15부의 힐링소설이 순식간의 파급효과로 1800만부나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바로 윌리엄 폴 영의 전작 <오두막>의 이야기이다. 오두막을 읽으면서 예수의 사랑을 다시금 느꼈고 성령님의 임재하심을 강하게 느꼈었는데 과연 오두막을 능가하는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었는데 우리에게 <갈림길>이라는 또 하나의 걸출한 작품을 들고 다시 돌아왔다. 어릴적에 큰 아픔을 겪었고 평범한 남들과 다른 사춘기를 보냈을 그는 방황끝에 훌륭한 가정을 이루었고 그때 느꼈던 예수님의 모습과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한 작가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타고난 스토리텔러이기도 한 것 같다. 딱딱할 수도 있는 기독교적인 이야기들을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든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 이번 책도 처음부터 묘한 긴장감으로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다.

 

앤서니 스펜서. 이 책의 주인공이다. 약칭인 토니로 불리울 그는 40대의 엄청난 부자 ceo로 첫사랑인 로리라는 여인과 두 번 결혼하고 이혼을 했다. 첫번째 이혼에서 너무 쉽게 물러난 부인에게 약올라서 2년 동안이나 구애를 하고 다시 결혼을 하자마자 2주만에 이혼통보를 한 것이다. 마치 스쿠르지 영감같지 않은가? 너무나 못된 앤서니. 그는 자신만의 은신처를 빌딩옆에 만들어 놓고 금고안에 유서를 여러번 고쳐쓴다. 자신에게 잘해준 사람과 그날그날 못해준 사람들을 나눠서 유산에서 넣기도 하고 빼기도 하면서 자신의 사후에 웃기도 하고 울상을 짓기도 할 사람들을 상상하는 못된 버릇인 것이다. 도대체 토니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런데 의외로 살아가면서 나이가 40대를 넘기다 보면 점점 못되지는 사람들은 많다. 자신도 모르게 심술궂어지는 인상도 생기고 말이다. 인품이 얼굴로 느껴진다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얼굴에 표상처럼 남는다. 어린시절의 아픔으로 그렇게 되는 사람들이 특히 많을 것이다.

 

토니도 사실 불쌍한 사람이었다. 어린 나이에 양친을 모두 사고로 잃고 떠돌아 다니는 십대를 보냈다. 그러니 아무도 믿을 수 없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된 것이었다. 하지만 마음 저편에서는 어머니가 그토록 신실하게 믿었던 예수에 대한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터진 그의 뇌. 소위 식물인간이 되면서 이 이야기 <갈림길>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잭을 만나고 예수님을 만나고 할머니인 성령님을 만나고(할머니로 묘사된 성령님이 아주 재미있다!) 일종의 영적인 눈을 뜬 그는 병원에서 정신지체아인 캐비와 그의 이모인 몰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들과 엮이게 된다. 교회 예배당에서 몰리를 놀라게 하여 한바탕 소동까지 일어난다. 그는 여전히 혼란스럽고 에고와 예수와 하나님과 한바탕 설전을 벌이고...이 모든 이야기들은 단테의 신곡도 밀턴의 실락원도 아니지만 현대에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사후세계에 대한 영화같은 스토리의 이야기들이다. 갈림길을 읽다 보면 우리가 잊고 살았던 과거 그리고 현재의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된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미래의 모습도. <오두막>만큼이나 재미있고 감동적인 책이다. 오두막을 지인에게 선물했던 것처럼 이 책도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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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쪽이 진실이다.

남자든 여자든 사람은 자신의 얼굴로 표정을
짓고 손짓을 하고
몸짓과 발걸음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모든것이 다 정면에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그 이면은?
뒤쪽은? 등 뒤는?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너그럽고 솔직하고 용기있는 사람이 내게
왔다가 돌아서서 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것이 겉모습에
불과했었음을 얼마나 여러 번
깨달았던가. 돌아선 그의 등이
그의 인색함,이중성,비열함을
역력히 말해주고 있었으니! 동성애자들은
멋진 인조유방을 만들어 붙일 수 있지만
견갑골은 그들이 남자임을 숨기지 못한다.
인간의 뒷모습이 보여주는 이 웅변적
표현에 마음이 쏠린 화가가 한둘이 아니다
오노레 도미에는 등뼈의 조형성에서
매혹적인 힘의 미학을
표현하는 수단을 발견했다.
-이하 생략-

뒤쪽이 진실이다.
          
              <뒷모습>- 미셸 투르니에 글
                           에두아르 부바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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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고 싶어?내가 뭐가 되고 싶은지 말해 줄까? 만약 내가 그놈의 선택이라는 걸 할 수 있다면 말이야.."
"뭔데? 말 좀 곱게 하라니까"
"너 <호밀밭을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는다면>이라는 노래 알지? 내가 되고 싶은건..."
"그 노래는 <호밀밭을 걸어오는 누군가를 만난다면>이야 " 피비가 말했다. "그건 시야.로버트 번스가 쓴 거잖아"
"로버트 번스의 시라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어"
그렇지만 피비가 옳았다. <호밀밭을 걸어오는 누군가와 만난다면>이 맞다. 사실 난 그 시를 잘 모르고 있었다.
"내가 <잡는다면>으로 잘못 알고 있었나 봐" 나는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다치고,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한참동안 피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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