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 - 타인의 생각 훔치기,‘멘탈리스트’가 되는 길
토르스텐 하베너 지음, 신혜원 옮김 / 위즈덤피플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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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부턴가 미국드라마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하여 매 시즌마다 빼놓지 않고 보는 드라마들이 생겼다. 그러던 중 작년에 접했던 미국드라마중에선 멘탈리스트의 고정시청자가 되어버렸는데 주인공인 사이먼 베이커(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금발머리 칼럼니스트이자 주인공 아가씨를 좋아하고 도와주었던 멋진 미소의 남자)의 특유의 눈웃음과 능청스런 연기도 연기였지만 대본이 아주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셜록 홈즈처럼 상대방을 척 보고 이것저것 그에 대한 것을 맞추는 것이 아주 흥미로웠다. 어떻게 알았느냐는 주위 사람들의 반응에 그가 오른쪽 위를 쳐다보아서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고 이건 저렇고 하고 설명을 해주면 아하 그래서 알게 되었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되는데 바로 이 책 <나는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가 독일의 '멘탈리스트' 드라마같은 책이라고 해서 집어든 책이었다. 책표지를 넘겨 책날개를 보면 영화배우 뺨치게 잘생긴 남자가 두 손을 내밀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데 그가 바로 마술사이자 이 책을 지은 토르스텐 하베너라는 지은이였다.
 
생각보다 말끔하고 젊은 이 남자..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호기심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하였는데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청소년기에 친형을 사고로 잃고 형의 방에서 찾은 마술도구를 만지다가 형을 잃은 아픔을 잊으려 했는지 마술에 푹 빠져서 엄마와 함께 마술쇼에 참가하고 공연을 다니고 세미나등을 찾아다니는 등 평범하지 않은 고교시절을 거쳐서 대학시절에서는 심리학과 같은 마음에 관련된 수업을 여럿 듣게 되었다는 지은이.. 마술쇼에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다가 문득 자신이 이 사람들에 대해서 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을때 약간의 소름이 끼쳤다. 그런 자신만의 예민함을 발전시켜 상대방을 지목하여 그가 생각하고 있는 사람의 이름까지 맞출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사기나 마술이 아니라 정말 순전히 마음을 읽어서 말이다. 그래서 지금은 순수한 마술쇼 보다는 이런 멘탈리스트적인 공연도 자주 하고 있다니 읽는 내가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긴장이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관객이 관대하지 못하여 다른 생각들로 흘러가게 해서 실패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럴 경우 관객이 최대한 협조를 해야 할 것인데 그러지 못할 경우는 전혀 예상밖의 신호를 받을 수 밖에 없으니 참으로 곤란하리라. 하지만 대부분은 관대한 관객들이라 하니 다행이었다.
 
이렇게 낙관적인 삶의 태도에 대해서도 많은 단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와이즈만이라는 사람이 했다는 실험과 그에 대한 결과도 흥미롭다. 사람들에게 신문의 한 면에 실린 사진의 갯수를 찾아보라는 실험이었는데 사람들은 사진을 세는데에만 급급해서 중간중간 자주 나오는 메시지를 놓쳤다고 한다. 바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100파운드를 받을 수 있다'는 글을 말이다. 와이즈만이 했다는 "낙관주의자는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며 새로운 기회와 경험에 대해 마음이 열려 있었다." 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2장에서는 많은 부분을 우리들의 신체는 언어만큼이나 다양한 생각의 신호를 준다는 것에 할애를 하여 구체적인 실험등과 함께 자신이 어떻게 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내는지 상대가 생각할때의 눈의 위치라든가 동공의 크기라든가 여러 신체적인 사인 등 아주 구체적인 것까지 다 밝히고 있지만 내가 직접 멘탈리스트 역할을 해 본다면 결코 쉽지않다. 저자도 엄청난 연습과 집중력, 그리고 특유의 관찰력과 예민함이 필요한 일이라니 아마도 이 책대로 한다고 다 마음을 읽게 된다면 모두 멘탈리스트 공연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그저 또 하나의 심리학 서적을 가볍게 읽는다는 생각으로 읽게 된다면 다시금 책을 여러번 생활속에서 끄집어 내고 싶어질 것이다. 나 역시도 간단히 리뷰를 쓰기 위해 다시 읽어보니 또 새로운 재미와 흥미를 느꼈으니 말이다. 이제 나는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금이라면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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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동전
이서규 지음 / 창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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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규 장편소설 '악마의 동전'은 지식추리소설을 표방한 소설답게 흥미진진했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이후에 지식추리소설은 봇물처럼 시즌마다 쏟아져 나온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이런 소설들이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고 일본은 또한 일본의 두껍고 탄탄한 추리작가진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추리소설들은 미미하고 또 독자들이 선뜻 믿어주지 못하는 분위기랄까..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지식추리소설들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런 소설에 목마른 독자들은 해외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귀를 쫑긋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값어치가 크다. 얼핏 읽으면 마치 해외의 어떤 작가가 쓴 소설 같은 분위기, 바로 우리가 찾는 그런 지식추리소설의 분위기가 많이 나는 소설이다.
 
악마의 동전을 둘러싼 여러가지 방대한 지식들과 6.25의 한국은행과 은행을 지켰던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종횡무진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미스터리한 시체가 등장한다. "여럿이 모여 하나가 된다!" 를 외치고 병원에서 죽어간 한 남자. 창백한 그를 부검할때 갑자기 쏟아지는 피들- 보통 부검할때는 피가 많이 나지 않는다. 이미 죽은 뒤에는 피가 돌지 않기 때문에- 은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자기 자신의 뼈로 인해 온몸의 장기가 손상되어 죽은 이 이상한 시체는 마치 장미의 이름의 시체 못지 않게 미스테리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여자. 온몸이 뒤틀리고 뼈만 남아 말라가는 아름다운 여인은 이 병원의 이사장의 손녀이다. 이사장이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하는 비밀은 무엇이고 이 여인은 왜 이렇게 아파야만 하는가. 독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병리학자 조인철은 이사장의 간곡한 부탁으로 여인의 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헤쳐가는 과정에서 앞서 목격했던 시체와의 관련성을 알게 되고 차츰 과거의 비밀속으로 한발 한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통에서 살아돌아온 이 신부의 도움으로 여러 실마리를 잡게 되는데...
 
슬픈 과거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여러대에 걸친 피를 불렀던 과거때문인지 끝내 밝혀지는 범인에게도 가여운 연민의 감정이 느껴진다. 인간의 탐욕과 배신은 악마가 되어 떠돌아 다니는 것인지 엑소시즘도 섞여 후반부에는 더욱 가속도가 붙고 정말로 악마의 동전이 존재하는 듯한 분위기로 몰아가는데...중간중간 첫 소설로 인한 문체상의 미숙한 점도 보이지만 줄거리나 흥미를 느끼게 하는 가독력은 아주 큰 소설이다.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작가라고나 할까.. 아주 재미있게 읽은 지식추리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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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로의 행복수업 - 영한대역
김영로 / 불광출판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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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년전 그러니까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의 대학생이라면 김영로의 영어순해를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 같다. 나 역시도 구입해서 공부를 해본것은 아니지만 추천하는 말은 많이 들어봤었다. 그래서 김영로의 행복수업(영한대역)이 나왔을때 생각도 해보지 않고 읽어보았다. 영어순해로 유명한 분이고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교회의 장로여서 마음이 푸근해졌던 것이다. 아뿔사 책 내용을 살펴보니 아찰라니 붓다니 미륵이니 마이뜨레야, 법구경같은 단어들이 마구 튀어나왔다. 불교서적이구나 싶었다. 태생이 기독교도로서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미션스쿨이었던지라 불교의 교리를 접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솔직히 꺼려지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바꿔서 생각해보자. 수많은 불교나 유교신봉자들도 기독교를 얼마나 무의식중에 받아들여 왔던가를...아 바로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생각하니 많이 미안함마저 들었다. 대통령까지 기독교인임을 보여주는 간혹 튀는 기사를 접해야 하고 원치도 않는데 기독교 미션 스쿨에서의 예배를 보아야 했을 이름 모를 친구들...

 

서로의 종교를 존중해 주고 좋은 점은 아하 고개를 끄덕일 정도는 되야 하지 않을까.. 종교적으로 심취할 필요까지는 없으니 말이다. 서문을 읽어보니 수행이나 불교에 관심이 있는 분들말고도 영어에 관심이 있는 분도 그냥 즐길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불교도가 아니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은 넘어가라는 말 같았다. 영어의 논리까지 깨우칠 수 있다니 그냥 읽어보기로 했다. 많이 낯설었지만 좋은 내용이 많아서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영한대역이 아주 잘 되어 있는 책이었다. 아더 쇼펜하우어같은 사람의 명언도 실려 있고 말이다.

아더 쇼펜하우어의 한 구절을 소개해 보자. Every man takes the limits of his own field of vision for the limits of the world. 누구나 자기 자신의 시야의 한계를 세상의 한계로(잘못) 받아들입니다.(착각합니다.)

 

그래도 많은 부분이 불교용어들로 덮여 있어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생전 처음 보는 단어인 보리심이니 원보리심, 행보리심..등이 몇장에 걸쳐서 나왔다. 기독교인이 기독교서적을 읽는 것처럼 불교신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 정말 일석이조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새삼 얼마나 이기적인 기독교인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살면서 불교적인 용어가 이리 낯설지는 않아야 했을텐데 말이다. 절대 남의 종교를 배타하거나 배척해서는 안될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 책에서 여러번 강조하는 것처럼 자비심, 보리심, 그리고 진정한 행복을 위해선 서로 서로 같이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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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의 탄생 - 현대인의 지성을 회복하기 위한 강력한 로드맵
매기 잭슨 지음, 왕수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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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지성을 회복하기 위한 강력한 로드맵 - 집중력의 탄생. 현대의 멀티미디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겐 도무지 집중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젠 집에서 살림하고 육아를 담당하는 전업주부들도 더 이상 집안일에만 집중하기 힘들다. 커피를 마시려고 물을 끓여놓고 세탁기안에 세탁물이 다 되어가도 정보를 위해 켜놓은 TV도 영어공부를 위해 켜놓은 EBS 라디오도 모두 언제나 한꺼번에 벌어지는 일인지라 도무지 한가지에만 집중하기 어렵다. 결과는 식어빠진 커피에 다시 한번 헹굼을 해야 하는 세탁물, 책을 들고 있지만 이내 닫아버리게 되는 그런 시간들. 그 중에서도 집중력을 방해하는 가장 큰 것은 바로 컴퓨터와 같은 인터넷 기기들이다. 이젠 아이폰까지 가세했으니 점입가경이다. 거기에 트위터라는 괴물까지 등장해서는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과 결합을 해버린다. 언제 어디에서든 무선인터넷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 아들이 물에 빠져 죽었다는 것까지 중계하는 엄마가 등장했으니 우리는 멀티미디어시대의 포로가 되어 살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 책 집중력의 탄생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 읽다 보면 우리들의 문제와 흡사한 문제들에 우습기도 하고 정색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이 같은 시대속에서 다시금 우리가 행복해지고 현실을 살아가려면 집중력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한다. 사실 인간은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그것을 해냈을때의 성과와 집중해서 얻어낸 결과에 만족하고 '몰입'할 수 있을때 가장 행복해 한다. 집중력에 문제가 있으면 어떤 도전을 만나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때 느끼는 깊은 만족감인 '몰입'을 맛보는 데 큰 장애를 겪는다. P30. 세상 일이 너무 빠르게 닥쳐서 한꺼번에 모든 것에 주의를 하다보니 결국 어떤 것에도 진정한 주의를 기울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여러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인터뷰 한 것처럼 최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래서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다.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지만 가독성은 있는 책이다. 다만 중간중간에 가독을 방해하는 매끄럽지 못한 번역과 오타가 자주 눈에 띈다. 두꺼운 책을 혹시 급하게 출판하게 된 것은 아닐까. 요즘 책들을 읽으면서 생각하는 것인데 예전보다 오타가 정말 많아졌고 통째로 잘못 쓰여진 부분도 책마다 찾아낼 수 있다. 이것 역시 멀티태스킹적인 현실때문이 아닐까 싶다. 확실히 십년전보다 오타가 많아진 것 같다. 출판사에 일일이 전화나 메일이라도 보내고 싶을 정도이다. 이 책도 여러번의 추가 인쇄를 통해서 좀 더 면밀하게 수정해야 할 부분을 찾아내서 고쳤으면 좋겠다. (사실 찾아낼때마다 몇 페이지 어디라고 메모할까 생각했었는데 역시 집중을 못하고 못 적게 되어서 이렇게 다시 찾기도 어렵다.)
 
매기 잭슨이 지은 원서는 정말 매력적인 책이다. 특히 이런 부분.. "인터넷에서 제대로 된 무언가를 찾아내려면, 인터넷을 정말 끝까지 파고들어야 해요" "하지만 찾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끝까지 파고든다는 것이 절대 불가능하죠. 결국엔 쓸데없는 내용들만 끝까지 파고들다가 진이 다 빠져서 다른 데를 기웃거리게 되죠. 그래서 애초에 찾으려던 것은 영영 찾지 못하게 돼요." - 아이들 옷을 사려고 인터넷 싸이트 한군데만 뒤져도 몇시간을 허비할 때가 많다. 옷의 재질, 사이즈가 과연 맞을까, 우리 아이에게 있는 옷들과 어울릴까, 페이지가 넘어가고 또 넘어가도 계속 이쁜 옷이 숨어있네 하면서 말이다. 현대인은 눈이나 몸을 컴에 너무 혹사하게 되는 것 같다. 집중력을 위해서라면 컴을 자주 끄고 내가 하려던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깨닫고 오프라인에서의 생활을 늘려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거라 생각한다. 이 책 '집중력의 탄생'은 집중력 하나만을 파헤친 재미있고 매력적인 인문책이자 수많은 집중력의 함정을 소개하는 멋진 인터뷰책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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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를 뒤흔든 16인의 화랑
이수광 지음 / 풀빛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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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광씨는 이제 명실공히 우리나라 과거를 재현하는 야사나 풍속사의 대가가 된 것 같다. 그의 작품 '조선사 쾌인쾌사'의 계통을 잇는 작품이 시대를 바꿔서 나왔다. <신라를 뒤흔든 16인의 화랑>바로 이 작품이다. 기생이나 여염집 아낙을 품에 안고 풍월을 읊었던 고관이나 문인이나 학자들의 이야기들이 신라의 화랑으로 옮겨갔다.
 
어린 시절 교과서를 통해 접했던 비극적 원화의 주인공들인 남모와 준정의 이야기를 다시 볼 수 있어서 눈이 동그레졌다. 그녀들의 질투로 인해 살인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화랑은 아마도 계속 원화로 이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암튼 남모와 준정의 사건 이후로 화랑도가 생겨났고 우리가 즐겨 보았던 <선덕여왕> 에서 미실의 남편으로 나왔던 세종(6세 풍월주) 그리고 첫사랑으로 나왔던 사다함, 미실의 동생 미생랑, 미실의 아들 하종에 이르기까지 역대 풍월주 5세부터 11시까지 아니 18세 춘추공까지 거의 유명한 연예인을 보는 것처럼 선덕여왕의 출연진들이 화랑의 풍월주를 휩쓸고 있다는 점이 신기하다.
 
이수광씨의 16인의 화랑은 서문에서 밝혔듯이 근친혼이 흔했고 부부라고 해서 한 사람에게만 정을 주지 않고 여러 사람과 정을 통하는 일이 많았다. 사실 그 점이 흥미롭고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서 책을 열심히 읽었지만 섹스 스캔들 보다는 오히려 신라의 전반적인 정치적 사회적 시스템을 살필 수 있었고 신라왕가에 대한 계보와 신라의 정치를 주로 엿볼 수 있는 의외로 지적인 책이었다.
 
물론 너무나 어지럽게 얽혀있는 인물의 가계도는 난감할 정도였다. 미실의 할머니로 알려진 옥진궁주같은 경우(정말 여러명과 정을 나누었다)나 옥진궁주의 동생인 금진낭주 역시 언니 못지 않았다. 금진낭주는 1세 풍월주 위화랑의 딸이었고 법흥왕의 후궁이 되었다. 원화로 알려진 남모공주가 죽음을 당하자 낭도들이 금진낭주를 원화로 받들려고 했으나 지소태후가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소태후나 사도태후같은 분들은 이 왕 저 왕에 정말 자주 등장한다. 금진낭주 또한 마찬가지이다. 결국 금진낭주는 구리지와의 사이에서 미실의 첫사랑인 사다함(5세 풍월주)을 낳았고 기오와의 사이에서는 설화랑(7세 풍월주)을 낳았다니 미실의 남편이었던 세종이 6세 풍월주였으니 이 무슨 얽히고 설킨 인연들인가 말이다. 근친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래서 건강한 혈통을 이었을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다. 왠지 거짓말 같은 일들이 계속 계속 이어진다. 가계도를 보는 사람이라면 그 복잡함에 기함을 할 것이다. 친남매가 결혼을 하는 일도 있었다니 말이다. 누나가 남동생을 너무 사랑해서 아이도 낳았지만 남동생인 왕은 누나인 것을 껄끄럽게 여겨 가까이 하지 않고 존대하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바로 양도의 이야기다.
 
결국 이렇게 이미지적으로는 워낙 센 이야기인 근친혼이나 불륜이 기억에 남지만 읽는 동안에는 그 외에도 나라에 대한 진지한 고민 등 꽤 진지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다만 너무나 복잡해서 언젠가 다시 한번 완벽히 정리하면서 읽어보고픈 생각이 든다. 미실의 실세는 여기에서도 대단하다. 미실의 시대로부터 근처의 이야기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작가도 드라마 <선덕여왕> 에서의 미실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화랑세기라는 책에서 이렇게 팩션처럼 잘 그려낸 이수광씨의 역량을 높이 산다. 화랑세기마저 없었다면 우리는 '원화'도 '화랑'의 멋진 이야기들도 몰랐을지도 모른다. 그 책의 진실여부를 떠나서 우리의 것은 소중한 것이여 라는 말이 생각나는 것은 뜬금없는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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