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로의 행복수업 - 영한대역
김영로 / 불광출판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십수년전 그러니까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의 대학생이라면 김영로의 영어순해를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 같다. 나 역시도 구입해서 공부를 해본것은 아니지만 추천하는 말은 많이 들어봤었다. 그래서 김영로의 행복수업(영한대역)이 나왔을때 생각도 해보지 않고 읽어보았다. 영어순해로 유명한 분이고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교회의 장로여서 마음이 푸근해졌던 것이다. 아뿔사 책 내용을 살펴보니 아찰라니 붓다니 미륵이니 마이뜨레야, 법구경같은 단어들이 마구 튀어나왔다. 불교서적이구나 싶었다. 태생이 기독교도로서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미션스쿨이었던지라 불교의 교리를 접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솔직히 꺼려지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바꿔서 생각해보자. 수많은 불교나 유교신봉자들도 기독교를 얼마나 무의식중에 받아들여 왔던가를...아 바로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생각하니 많이 미안함마저 들었다. 대통령까지 기독교인임을 보여주는 간혹 튀는 기사를 접해야 하고 원치도 않는데 기독교 미션 스쿨에서의 예배를 보아야 했을 이름 모를 친구들...

 

서로의 종교를 존중해 주고 좋은 점은 아하 고개를 끄덕일 정도는 되야 하지 않을까.. 종교적으로 심취할 필요까지는 없으니 말이다. 서문을 읽어보니 수행이나 불교에 관심이 있는 분들말고도 영어에 관심이 있는 분도 그냥 즐길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불교도가 아니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은 넘어가라는 말 같았다. 영어의 논리까지 깨우칠 수 있다니 그냥 읽어보기로 했다. 많이 낯설었지만 좋은 내용이 많아서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영한대역이 아주 잘 되어 있는 책이었다. 아더 쇼펜하우어같은 사람의 명언도 실려 있고 말이다.

아더 쇼펜하우어의 한 구절을 소개해 보자. Every man takes the limits of his own field of vision for the limits of the world. 누구나 자기 자신의 시야의 한계를 세상의 한계로(잘못) 받아들입니다.(착각합니다.)

 

그래도 많은 부분이 불교용어들로 덮여 있어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생전 처음 보는 단어인 보리심이니 원보리심, 행보리심..등이 몇장에 걸쳐서 나왔다. 기독교인이 기독교서적을 읽는 것처럼 불교신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 정말 일석이조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새삼 얼마나 이기적인 기독교인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살면서 불교적인 용어가 이리 낯설지는 않아야 했을텐데 말이다. 절대 남의 종교를 배타하거나 배척해서는 안될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 책에서 여러번 강조하는 것처럼 자비심, 보리심, 그리고 진정한 행복을 위해선 서로 서로 같이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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