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를 뒤흔든 16인의 화랑
이수광 지음 / 풀빛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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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광씨는 이제 명실공히 우리나라 과거를 재현하는 야사나 풍속사의 대가가 된 것 같다. 그의 작품 '조선사 쾌인쾌사'의 계통을 잇는 작품이 시대를 바꿔서 나왔다. <신라를 뒤흔든 16인의 화랑>바로 이 작품이다. 기생이나 여염집 아낙을 품에 안고 풍월을 읊었던 고관이나 문인이나 학자들의 이야기들이 신라의 화랑으로 옮겨갔다.
 
어린 시절 교과서를 통해 접했던 비극적 원화의 주인공들인 남모와 준정의 이야기를 다시 볼 수 있어서 눈이 동그레졌다. 그녀들의 질투로 인해 살인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화랑은 아마도 계속 원화로 이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암튼 남모와 준정의 사건 이후로 화랑도가 생겨났고 우리가 즐겨 보았던 <선덕여왕> 에서 미실의 남편으로 나왔던 세종(6세 풍월주) 그리고 첫사랑으로 나왔던 사다함, 미실의 동생 미생랑, 미실의 아들 하종에 이르기까지 역대 풍월주 5세부터 11시까지 아니 18세 춘추공까지 거의 유명한 연예인을 보는 것처럼 선덕여왕의 출연진들이 화랑의 풍월주를 휩쓸고 있다는 점이 신기하다.
 
이수광씨의 16인의 화랑은 서문에서 밝혔듯이 근친혼이 흔했고 부부라고 해서 한 사람에게만 정을 주지 않고 여러 사람과 정을 통하는 일이 많았다. 사실 그 점이 흥미롭고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서 책을 열심히 읽었지만 섹스 스캔들 보다는 오히려 신라의 전반적인 정치적 사회적 시스템을 살필 수 있었고 신라왕가에 대한 계보와 신라의 정치를 주로 엿볼 수 있는 의외로 지적인 책이었다.
 
물론 너무나 어지럽게 얽혀있는 인물의 가계도는 난감할 정도였다. 미실의 할머니로 알려진 옥진궁주같은 경우(정말 여러명과 정을 나누었다)나 옥진궁주의 동생인 금진낭주 역시 언니 못지 않았다. 금진낭주는 1세 풍월주 위화랑의 딸이었고 법흥왕의 후궁이 되었다. 원화로 알려진 남모공주가 죽음을 당하자 낭도들이 금진낭주를 원화로 받들려고 했으나 지소태후가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소태후나 사도태후같은 분들은 이 왕 저 왕에 정말 자주 등장한다. 금진낭주 또한 마찬가지이다. 결국 금진낭주는 구리지와의 사이에서 미실의 첫사랑인 사다함(5세 풍월주)을 낳았고 기오와의 사이에서는 설화랑(7세 풍월주)을 낳았다니 미실의 남편이었던 세종이 6세 풍월주였으니 이 무슨 얽히고 설킨 인연들인가 말이다. 근친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래서 건강한 혈통을 이었을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다. 왠지 거짓말 같은 일들이 계속 계속 이어진다. 가계도를 보는 사람이라면 그 복잡함에 기함을 할 것이다. 친남매가 결혼을 하는 일도 있었다니 말이다. 누나가 남동생을 너무 사랑해서 아이도 낳았지만 남동생인 왕은 누나인 것을 껄끄럽게 여겨 가까이 하지 않고 존대하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바로 양도의 이야기다.
 
결국 이렇게 이미지적으로는 워낙 센 이야기인 근친혼이나 불륜이 기억에 남지만 읽는 동안에는 그 외에도 나라에 대한 진지한 고민 등 꽤 진지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다만 너무나 복잡해서 언젠가 다시 한번 완벽히 정리하면서 읽어보고픈 생각이 든다. 미실의 실세는 여기에서도 대단하다. 미실의 시대로부터 근처의 이야기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작가도 드라마 <선덕여왕> 에서의 미실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화랑세기라는 책에서 이렇게 팩션처럼 잘 그려낸 이수광씨의 역량을 높이 산다. 화랑세기마저 없었다면 우리는 '원화'도 '화랑'의 멋진 이야기들도 몰랐을지도 모른다. 그 책의 진실여부를 떠나서 우리의 것은 소중한 것이여 라는 말이 생각나는 것은 뜬금없는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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