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동전
이서규 지음 / 창해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이서규 장편소설 '악마의 동전'은 지식추리소설을 표방한 소설답게 흥미진진했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이후에 지식추리소설은 봇물처럼 시즌마다 쏟아져 나온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이런 소설들이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고 일본은 또한 일본의 두껍고 탄탄한 추리작가진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추리소설들은 미미하고 또 독자들이 선뜻 믿어주지 못하는 분위기랄까..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지식추리소설들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런 소설에 목마른 독자들은 해외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귀를 쫑긋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값어치가 크다. 얼핏 읽으면 마치 해외의 어떤 작가가 쓴 소설 같은 분위기, 바로 우리가 찾는 그런 지식추리소설의 분위기가 많이 나는 소설이다.
 
악마의 동전을 둘러싼 여러가지 방대한 지식들과 6.25의 한국은행과 은행을 지켰던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종횡무진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미스터리한 시체가 등장한다. "여럿이 모여 하나가 된다!" 를 외치고 병원에서 죽어간 한 남자. 창백한 그를 부검할때 갑자기 쏟아지는 피들- 보통 부검할때는 피가 많이 나지 않는다. 이미 죽은 뒤에는 피가 돌지 않기 때문에- 은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자기 자신의 뼈로 인해 온몸의 장기가 손상되어 죽은 이 이상한 시체는 마치 장미의 이름의 시체 못지 않게 미스테리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여자. 온몸이 뒤틀리고 뼈만 남아 말라가는 아름다운 여인은 이 병원의 이사장의 손녀이다. 이사장이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하는 비밀은 무엇이고 이 여인은 왜 이렇게 아파야만 하는가. 독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병리학자 조인철은 이사장의 간곡한 부탁으로 여인의 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헤쳐가는 과정에서 앞서 목격했던 시체와의 관련성을 알게 되고 차츰 과거의 비밀속으로 한발 한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통에서 살아돌아온 이 신부의 도움으로 여러 실마리를 잡게 되는데...
 
슬픈 과거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여러대에 걸친 피를 불렀던 과거때문인지 끝내 밝혀지는 범인에게도 가여운 연민의 감정이 느껴진다. 인간의 탐욕과 배신은 악마가 되어 떠돌아 다니는 것인지 엑소시즘도 섞여 후반부에는 더욱 가속도가 붙고 정말로 악마의 동전이 존재하는 듯한 분위기로 몰아가는데...중간중간 첫 소설로 인한 문체상의 미숙한 점도 보이지만 줄거리나 흥미를 느끼게 하는 가독력은 아주 큰 소설이다.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작가라고나 할까.. 아주 재미있게 읽은 지식추리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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