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네안데르탈인, 아오 - 소설로 읽는 3만 년 전의 인류사 에듀 픽션 시리즈 8
마르크 클라프진스키 지음, 양진성 옮김 / 살림Friends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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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3만년도 전에 유럽에서는 광활한 지역에 걸쳐 툰드라가 펼쳐져 있었고 숲은 깊은 계곡이나 유럽 대륙 남쪽 깊숙한 곳에 숨어 있었고 겨울이면 눈바람이 심했고 추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여름에 되면 그곳엔 순록과 들소가 있었다. 눈 덮인 광활한 툰드라..모두들 겨울을 지내는 것이 큰일이었던 시절...유럽에는 그보다 더 오래된 인류가 있었으니 바로 네안데르탈인이었다. 크로마뇽인보다 키가 작고 털로 뒤덮인 납작한 얼굴의 좀 더 유인원에 가까웠지만 그들도 분명 사람이었다. 선사 시대의 각종 유물들로 보자면 현대에는 그 두 종적이 유럽땅에서 공존했다는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작가는 바로 그런 점에 착안하여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어떤 책은 눈에도 잘 들어오지 않고 피곤해지기만 하는 책이 있다. 물론 참고 끝까지 다 읽으면 그것에 대한 보상은 있다. 어떤책은 결코 쉽게만 쓰여진 가벼운 소설이 아님에도 술술 읽히며 책에 푹 빠져들어 처음부터 몰입하는 독서를 할 수 있는 책이 있다. 바로 이 책 '아오' 는 후자에 속했다. 정말 오랜만에 상쾌하게 읽은 소설이었다. 사냥꾼인 아오의 아버지가 배고픔 속에서 아들과 노인에게 줄 양식을 찾으러 흰곰과 대결하는 장면은 인간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사냥꾼은 흰곰을 쓰러뜨렸고 쓰러진 흰곰은 자기동굴로 힘겹게 한참을 가다 죽음을 맞이한다. 한편 사냥꾼 역시 흰곰의 일격으로 죽어간다. 마지막 네안데리탈인은 그 순간 아들을 걱정했을 것이다.

 

이윽고 노인과 나타난 아들 '아오'는 죽은 흰곰을 발견하고 굶주림과 추위에 지친 노인 역시 그날밤 숨을 거둔다. 이제 홀로 남은 마지막 남은 네안데르탈인 소년 '아오'는 어려서부터 죽음을 맞이하곤 하던 부족민 탓에 일찍부터 사냥에 나섰고 이미 훌륭한 사냥꾼이었다. 흰곰의 이빨을 어렵게 뜯어내어 아버지 사냥꾼의 시체까지 찾아가 그의 품에 이빨을 넣어준다. 그리하면 죽음이 위대한 사냥꾼으로서 그를 안식처러 데려 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가족의 죽음앞에 담담하기 그지 없었지만 그런 그들의 모습에 강한 가족의 연대감과 슬픔을 오히려 느낄 수 있었다. 아오는 혼자서 살만 한 곳으로 떠난다. 혹은 자신의 종족을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한편, 크로마뇽인인 호수의 부족 인간들은 호전적인 산 부족 인간의 습격으로 세 여자를 강탈당한다. 무자비한 그들 때문에 이미 한 여인은 희생이 되고 당시에 임신을 하고 있었던 '아키 나아'와 '이 타아'만이 남게 되었다. 산의 부족에서 온갖 힘든 일들을 도맡았던 아키 나아는 그래도 임신한 덕분에 남자들의 습격을 당하지 않고 있었다. 호수 부족 인간들은 뒤늦게라도 그들의 여인들을 찾으러 떠난다.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아키 나아는 탈출을 감행하는데 바로 그 때는, 아오가 산 부족민들을 염탐하고 있다가 발각되어 큰 소란이 일어났을 때 그 틈을 노리고서였다. 결국 다행스럽게도 아슬아슬하게 탈출에 성공한 아키 나아는 갑작스럽게 아기를 낳게 되고 아기와 함께 동굴로 숨어 들었을 때는 이미 '아오' 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였다. 아오는 그녀를 습격하지 않았고 호기심을 갖고 그녀를 순수하게 바라보았으며 생선과 같은 음식을 주었다. 그리고 그대로 며칠 후 떠나려 한다. 아키 나아는 혼자서는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자신과는 다르게 생겼지만 오히려 신사적이고 남자다운 아오를 따라 같이 동행하기도 결심한다.

 

아키 나아는 부상당한 남편 '아타 마크'와 호수 부족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 뒤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소설의 초반부만 읽어도 마지막까지 단숨에 읽어내려가게 되는 매력이 이 책은 있다. 아오를 자신들과 같은 인간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사람들...그들과의 갈등속에서도 아오는 언제나 의연하다. 책을 읽다보면 아오의 과묵하지만 남자답고 신사적이고 지혜로운 모습에 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똑같이 여성이지만 자식을 위해 너무나 용감하고 용기있고 힘이 있었던 여성 아키 나아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어쩌면 현실에서도 나와 조금 다른 사람들에 대한 경계와 거부는 여전하다. 그리고 아오나 아키 나아와 같은 인간성을 우리는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소설이 그토록 매력적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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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박물관 이야기 교과서 쏙 한국사 들여다보기 2
한봉지 지음, 원성현 외 그림, 이승진 감수 / 리잼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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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박물관 이야기- 이 책이 나왔을때 아이에게 읽혀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울분에 찬 어른들의 말보다는 이성적인 책으로 읽었을때 자신이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이지요. 정말로 아이에게 읽혔을때 만족스러웠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독도에 대한 책으로 이렇게 잘 나온 책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리젬의 교과서속 한국사 들여다보기에서 <가야사 이야기>를 먼저 접했었는데 정말 만족스런 책이어서 이 책에 대한 믿음도 있었는데 역시나 구성이나 내용면에서 너무나 훌륭했습니다.

 

독도박물관은 실제로 독도에 있지는 않습니다.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도동리 581-1번지에 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묵호항에서 2시간 반을 가니 울릉도가 나왔고 선착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독도박물관이 있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바로 그런 독도박물관에서 전시중인 전시품과 생김새를 말하기전에 독도의 역사부터 알려주고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읽을 수 있습니다.

 

독도가 왜 우리나라의 영토인지, 독도를 수비하기 위해 애쓴 사람들은 누구누구가 있는지. 독도에 대한 우리 역사서의 기록들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독도를 그린 지도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상세하게 페이지를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려서부터 워낙 독도가 울릉도와 함께 있는 섬으로 알고 왜 일본이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지 전혀 이해를 할 수 없었는데 독도의 역사를 알고 나니 예전부터 일본이 꾸준히 탐을 내고 있었다는 것, 일본강점기에 거의 뺏기다시피 했다는 것을 읽으면서 이제야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독도는 우리경찰이 지키고 있는 우리나라의 섬입니다. 더 이상은 정부의 수장이든 누구든 양보하고 자시고 할 수 없는 우리나라땅이란 것을 우리 어른들부터 한번 이 책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고 가야 후세의 어린이들에게 우리가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충 우리나라땅이야 하고 알려주는 것보다 이 책을 읽히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4학년인 우리 아이도 이제야 독도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되었다며 왜 남의 땅을 자기네 땅이라고 하느냐고 합니다.

 

이 책은 독도가 우리땅이라고 항변하는 투로 쓰지 않습니다. 그저 사실적인 역사기록과 우리의 독도수비의 역사를 담담하게 그리고 있어서 더 와닿습니다. 아이들 책답게 사진자료와 그림이 풍부해서 (대신 학습만화풍이 아닌 그냥 책이라서 더욱 좋았습니다.) 정말 어른들이 먼저 읽었으면 하고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독도의 자연생태실에서는 독도에만 서식하고 있는 동물과 식물을 사진으로 소개해 주고 있는데 정말 신기하고 자랑스러운 우리네 생물군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독도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고 할 때 이 책을 꼭 추천해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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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한 지구촌을 위한 가치 사전 내인생의책 책가방 문고 24
레오 G. 린더.도리스 멘들레비치 지음, 자비네 크리스티안센 엮음, 김민영 옮김, 야노쉬 / 내인생의책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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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글밥이 많아서 먼저 읽기 시작했다. 성인인 내게도 다가오는 것이 많은 그런 책이었다. 4학년인 딸아이에게 읽어보라고 하니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라고 하면서도 몇 편 읽다가 만다. 내가 보기에도 6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일 것 같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더 생기고 더 어른스러워질때..  얼마전 생일을 맞이해서 많은 선물도 값비싼 선물도 기대하지 않는다고 하던 딸...막상 원하던 책을 구입해 주고 하루 이틀 지나자 아직도 생일의 여운이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시 아이는 아이인 것이다. 그리고 기근이나 가난을 겪지 않은 아이이기에 어른스러워짐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휴대폰이 어떤 것이 좋은지 옷은 어떤 브랜드가 좋은지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는 굶주림과 당장 씻을 물은 커녕 먹을 물도 없어서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이 많으며 에이즈에 걸린 부모를 먼저 보낸 아이들도 많으며 이집트의 카이로 같은 도시에서는 거리에서 누워있는 노숙하는 아이들이 많으며 매일 매를 맞아야 제대로 된 교육인 줄 알고 매를 손에 올리는 소말리아와 같은 곳이 있다. 바로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내용들이다. 그 어느 것도 올바르지 않은 것 같다. 너무 편하게 사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은 나약해지고 현재 우리나라의 십대 청소년들의 사망 원인 1위가 교통사고를 제치고 자살이라고 하니 심각한 사회병리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아동의 문제를 담담히 항목별로 나열한다. 아동들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물부족에 대해서도 손을 쓰며 먹는 문화에 대해서도 신에 대해서도 아주 담담히 기술하고 있다. 이런 나라도 있으며 저런 나라도 있고 이러한 풍습도 있다는 것을 친절히 보여주지만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예를 유독 많이 들어서 약간은 섭섭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예도 많이 나온다면 아이들이 번쩍 정신이 들텐데 하며.. 그것은 바램일뿐, 전반적으로 이 책은 뛰어나다. 어른들이 미처 아이들에게 알려주지 못하는 것들을 이 책을 통하면 해결할 수 있도록 해준다. 지은이들의 뛰어난 통찰력으로 이 책은 마치 작은 사전처럼 종횡무진 누빈다. 아 제목도 그래서 '모두가 행복한 지구촌을 위한 가치 사전'이다. 정말 이 책과 딱 맞는 제목인 것 같다.

 

코소보, 앙골라 사태, 그리고 야스미네와 같은 아프가니스탄의 용기있는 소녀의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실려 있다. 어른들을 위한 책이었으면 좀 더 강도가 높았겠지만 아이들을 위한 눈높이에서 최대한 많은 사실들을 알려주고 고발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을 다 읽는 다면 나의 문제가 더 이상 커 보이지 않고 작게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아이들은 정말 별 것 아닌 것에도 너무나 마음을 쓰고 다치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성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도 있다. 나만 힘든게 아니라는...세상에는 목숨을 유지하기만 해도 감사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 아이들이 알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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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지 않는 바람처럼 - 12년차 집시 세라의 인생사용법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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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세라. 정말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듯 싶은 여인.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내려놓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12년차 집시라는 말처럼 그녀는 번듯한 대학을 나와 잘 나가던 카피라이터의 길도 마다하고 직장에 사표를 내고 짐을 꾸려 그 길로 집시처럼 살아갔다고 한다. 틈만 나면 짐을 꾸려 해외로 떠나버리는 그녀, 특히나 인도에 매료되어 인도 뉴델리서부터 자이뿌르, 바라나시, 봄베이, 아그라, 그리고 히말라야의 눈 덮인 곳까지 100일 동안의 인도 대장정을 책으로 담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용기가 없어서 혹은 내 가족이 있어서 전혀 실행의 '실'자도 행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그녀의 삶이 부럽기도 했지만 마냥 부러운 것만은 아니었다. 스스로 왜 이렇게 어려운 길을 택했을까. 왜 모든 것을 놓고 꼭 이렇게 집시와도 같은 떠돌이같은 생활을 해야 했을까. 남들처럼 누릴 것을 누리면서 여행으로 해소하지 않았던 그녀의 우직함이 못내 안타깝기도 했다. 남편 회사의 모 직책을 가진 고급스런 직장인 여성이 있었다. 업무차 해외출장길에 여러 명품 가방을 득템했다며 트위터에 올리던 그녀의 모습에 곽세라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에이 참 바보같다 하면서도 역시 나는 곽세라를 응원하고 있었다.

 

12년 전, 지치고 외로웠을때 처음 인도로 떠난 여행에서 그녀는 인도에서 어떤 아늑함을 느꼈나 보다. 인도가 덥썩 안아줬다고 한다. 노 프라블럼, 그냥 거기에 앉아 쉬어. 오늘은 볕이 좋으니까 차이나 마시면서 놀자! 했다는 것이다.  천천히 아기처럼 다시 걷는 연습을 한 그녀는 인도의 천천히에 푹 빠졌고 거의 중독같은 증세를 느꼈다고 한다. 그랬던 인도도 요즘에는 꽤 빨라져 빨리 빨리와 같은 우리네 문화를 답습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그녀는 또 어디론가 떠나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에서 만난 순박한 사람들,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인연과 사건들, 그리고 에피소드들이 잔잔하게 내 마음 역시 따뜻하게 적셔 주었다. 그런 경험을 혼자만 아는 것도 아까워 아마 이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은 아닐까. 심각한 인간의 대표적인 인간인 나로서는 그녀의 활짝핀 낙천주의, 인생을 심각하게 살 용의가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 바친다는 이 글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활짝 웃는 얼굴이라는 그녀의 모습이 아주 매력적이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또 그 중 어느 몇 가지는 정말 본받고 싶다. 우선 심각해지고 싶지 않다. 나도 여유를 즐기고 웃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우선 이 책으로 대리만족이라도 하고 다음 번 여행에서는 정말 활짝 열린 마음으로 심각한 것은 모두 휘휘 내던지고 다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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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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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타는 타이어... 정말 재미있게 읽었었다. 그런데 읽은지 여러날이 지나니 서평을 써볼까 해도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정확한 사건 하나하나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건 나이 탓이리라. 다시 기억을 더듬어 보니 다시 한번 정말 흥겹고 신난 독서를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겹쳐온다. 흡입력 강한 소설이란 말이 있는데 바로 이 소설을 위한 말이라 싶다. 2006년도에 일본에서 씌여진 이 멋진 소설은 마치 도요타 사건을 예견이라도 한 듯 대기업의 자동차 회사에서 리콜과 관련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대기업은 그것을 숨기려 급급하고 그 과정에서 기업의 추악한 면이 들어나게 된다. 예컨대 자동차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정비부서가 독립되지 못하고 관리를 하는 관리부서등의 간부급에 예속이 되어 있다는 점이라든지 운영진들이 깊이 개입하여 대규모 리콜 사태를 막고 있다던지 하는 경영상의 상명하부식의 전달방식과 무조건 쉬쉬하는 T 회의같은 어둠이 다른 거대기업에도 없지는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들 정도이다. 물론 투명한 경영과 클린정신으로 일관하는 대기업도 많을 것이지만 규모가 큰 만큼 어디선가는 숨기기에 급급한 일들도 있을 법 하다는 것은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아닐까. 바로 이케이도 준은 그런 점에서 착안하여 거침없이 써내려 간다.

 

그런 대기업의 횡포만을 써내려갔다면 이 책은 재미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카마쓰라는 작은 회사의 사장인 아카마쓰의 분루가 그리고 마침내 대기업을 상대로 이겨가는 싸움을 하는 외로운 그의 싸움을 볼 때 우리는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아카마쓰를 지지하는 또 다른 개인들은 정말 미미하고 작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서 큰 일들을 해내는 것이 아닐까...바로 이 소설은 그런 인간미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아카마쓰 운송회사의 정비사인 가도타는 머리를 금색으로 물들이고 귀걸이를 한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삐딱한 인간으로 볼 수 있어서 아카마쓰도 잔소리를 좀 하지만 그런 자기를 기용하고 잔소리라는 애정으로 다독여준 아카마쓰 사장에 대한 충성심으로 열심히 없는 항목까지 만들어 정비를 하고 기록을 남긴 덕분에 아카마쓰 회사가 그나마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는 것은 가슴이 뭉클할 정도의 감동이 있었다.

 

아카마쓰 운송 소속의 거대한 트럭의 타이어가 갑자기 빠지는 바람에 지나가던 주부를 덮쳐서 끝내 주부는 죽고 같이 손을 잡고 가던 여섯살난 아들은 경미한 찰과상으로 살아남았던 사건은 아카마쓰 회사를 도산하기 직전까지 끝으로 내몰았다. 호프자동차의 트럭을 몰고 가다 난 사고였기에 호프자동차에서 결론을 낸 사건확인서를 믿을 수 없어 하던 중 비슷한 사건이 다른 곳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고 타이어의 축인 허브라는 부품을 돌려달라는 아카마쓰. 그에 맞서 절대로 부품을 주지도 않으면서 뒷돈으로 입막음 하려던 호프자동차, 그리고 호프자동차 내부 사람들의 욕망과 출세욕과 갈등, 아카마쓰는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하는 읽는 독자들의 아슬아슬한 위기의식... 이 모든 것이 이 책을 가독성 있게 하는 힘이 아닐까 싶다.

거기에 아카마쓰의 장남인 5학년인 다쿠로는 아버지의 일로 왕따를 당할 위기에 몰리고 그 배후에는 학부모회에서 회장직을 하지 못해 안달하는 한 여인의 계략이 있는 등 일본사회의 어두운 왕따의 현실도 보여주는 내용이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들도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이긴다는 선의 논리를 지니고 있어서 감동의 드라마라는 이야기가 절로 떠오르는 책이다. 어떤 식으로 해결이 되어 갈지 나머지는 아직 읽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더 이상 적지는 못하겠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드라마화했다고 하는데 언제 한번 꼭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영화관에서 상영하게 된다면 꼭 가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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