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하늘을 타는 타이어... 정말 재미있게 읽었었다. 그런데 읽은지 여러날이 지나니 서평을 써볼까 해도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정확한 사건 하나하나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건 나이 탓이리라. 다시 기억을 더듬어 보니 다시 한번 정말 흥겹고 신난 독서를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겹쳐온다. 흡입력 강한 소설이란 말이 있는데 바로 이 소설을 위한 말이라 싶다. 2006년도에 일본에서 씌여진 이 멋진 소설은 마치 도요타 사건을 예견이라도 한 듯 대기업의 자동차 회사에서 리콜과 관련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대기업은 그것을 숨기려 급급하고 그 과정에서 기업의 추악한 면이 들어나게 된다. 예컨대 자동차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정비부서가 독립되지 못하고 관리를 하는 관리부서등의 간부급에 예속이 되어 있다는 점이라든지 운영진들이 깊이 개입하여 대규모 리콜 사태를 막고 있다던지 하는 경영상의 상명하부식의 전달방식과 무조건 쉬쉬하는 T 회의같은 어둠이 다른 거대기업에도 없지는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들 정도이다. 물론 투명한 경영과 클린정신으로 일관하는 대기업도 많을 것이지만 규모가 큰 만큼 어디선가는 숨기기에 급급한 일들도 있을 법 하다는 것은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아닐까. 바로 이케이도 준은 그런 점에서 착안하여 거침없이 써내려 간다.

 

그런 대기업의 횡포만을 써내려갔다면 이 책은 재미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카마쓰라는 작은 회사의 사장인 아카마쓰의 분루가 그리고 마침내 대기업을 상대로 이겨가는 싸움을 하는 외로운 그의 싸움을 볼 때 우리는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아카마쓰를 지지하는 또 다른 개인들은 정말 미미하고 작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서 큰 일들을 해내는 것이 아닐까...바로 이 소설은 그런 인간미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아카마쓰 운송회사의 정비사인 가도타는 머리를 금색으로 물들이고 귀걸이를 한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삐딱한 인간으로 볼 수 있어서 아카마쓰도 잔소리를 좀 하지만 그런 자기를 기용하고 잔소리라는 애정으로 다독여준 아카마쓰 사장에 대한 충성심으로 열심히 없는 항목까지 만들어 정비를 하고 기록을 남긴 덕분에 아카마쓰 회사가 그나마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는 것은 가슴이 뭉클할 정도의 감동이 있었다.

 

아카마쓰 운송 소속의 거대한 트럭의 타이어가 갑자기 빠지는 바람에 지나가던 주부를 덮쳐서 끝내 주부는 죽고 같이 손을 잡고 가던 여섯살난 아들은 경미한 찰과상으로 살아남았던 사건은 아카마쓰 회사를 도산하기 직전까지 끝으로 내몰았다. 호프자동차의 트럭을 몰고 가다 난 사고였기에 호프자동차에서 결론을 낸 사건확인서를 믿을 수 없어 하던 중 비슷한 사건이 다른 곳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고 타이어의 축인 허브라는 부품을 돌려달라는 아카마쓰. 그에 맞서 절대로 부품을 주지도 않으면서 뒷돈으로 입막음 하려던 호프자동차, 그리고 호프자동차 내부 사람들의 욕망과 출세욕과 갈등, 아카마쓰는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하는 읽는 독자들의 아슬아슬한 위기의식... 이 모든 것이 이 책을 가독성 있게 하는 힘이 아닐까 싶다.

거기에 아카마쓰의 장남인 5학년인 다쿠로는 아버지의 일로 왕따를 당할 위기에 몰리고 그 배후에는 학부모회에서 회장직을 하지 못해 안달하는 한 여인의 계략이 있는 등 일본사회의 어두운 왕따의 현실도 보여주는 내용이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들도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이긴다는 선의 논리를 지니고 있어서 감동의 드라마라는 이야기가 절로 떠오르는 책이다. 어떤 식으로 해결이 되어 갈지 나머지는 아직 읽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더 이상 적지는 못하겠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드라마화했다고 하는데 언제 한번 꼭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영화관에서 상영하게 된다면 꼭 가 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