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지 않는 바람처럼 - 12년차 집시 세라의 인생사용법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곽세라. 정말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듯 싶은 여인.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내려놓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12년차 집시라는 말처럼 그녀는 번듯한 대학을 나와 잘 나가던 카피라이터의 길도 마다하고 직장에 사표를 내고 짐을 꾸려 그 길로 집시처럼 살아갔다고 한다. 틈만 나면 짐을 꾸려 해외로 떠나버리는 그녀, 특히나 인도에 매료되어 인도 뉴델리서부터 자이뿌르, 바라나시, 봄베이, 아그라, 그리고 히말라야의 눈 덮인 곳까지 100일 동안의 인도 대장정을 책으로 담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용기가 없어서 혹은 내 가족이 있어서 전혀 실행의 '실'자도 행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그녀의 삶이 부럽기도 했지만 마냥 부러운 것만은 아니었다. 스스로 왜 이렇게 어려운 길을 택했을까. 왜 모든 것을 놓고 꼭 이렇게 집시와도 같은 떠돌이같은 생활을 해야 했을까. 남들처럼 누릴 것을 누리면서 여행으로 해소하지 않았던 그녀의 우직함이 못내 안타깝기도 했다. 남편 회사의 모 직책을 가진 고급스런 직장인 여성이 있었다. 업무차 해외출장길에 여러 명품 가방을 득템했다며 트위터에 올리던 그녀의 모습에 곽세라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에이 참 바보같다 하면서도 역시 나는 곽세라를 응원하고 있었다.

 

12년 전, 지치고 외로웠을때 처음 인도로 떠난 여행에서 그녀는 인도에서 어떤 아늑함을 느꼈나 보다. 인도가 덥썩 안아줬다고 한다. 노 프라블럼, 그냥 거기에 앉아 쉬어. 오늘은 볕이 좋으니까 차이나 마시면서 놀자! 했다는 것이다.  천천히 아기처럼 다시 걷는 연습을 한 그녀는 인도의 천천히에 푹 빠졌고 거의 중독같은 증세를 느꼈다고 한다. 그랬던 인도도 요즘에는 꽤 빨라져 빨리 빨리와 같은 우리네 문화를 답습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그녀는 또 어디론가 떠나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에서 만난 순박한 사람들,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인연과 사건들, 그리고 에피소드들이 잔잔하게 내 마음 역시 따뜻하게 적셔 주었다. 그런 경험을 혼자만 아는 것도 아까워 아마 이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은 아닐까. 심각한 인간의 대표적인 인간인 나로서는 그녀의 활짝핀 낙천주의, 인생을 심각하게 살 용의가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 바친다는 이 글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활짝 웃는 얼굴이라는 그녀의 모습이 아주 매력적이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또 그 중 어느 몇 가지는 정말 본받고 싶다. 우선 심각해지고 싶지 않다. 나도 여유를 즐기고 웃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우선 이 책으로 대리만족이라도 하고 다음 번 여행에서는 정말 활짝 열린 마음으로 심각한 것은 모두 휘휘 내던지고 다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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