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산드라의 거울- 인터넷 서점에서는 벌써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인 <카산드라의 거울>이 베스트셀러 상위를 랭크하고 있다. 신작이 나온다는 소식에 출간되기만을 얼마나 기다렸던지. 이번에는 한국인 '김예빈' 이라는 인물이 주연급으로 등장한다고 해서 더욱 관심을 가졌던 작품이다. 이름때문에 여자인줄 알았던 김예빈은 20대 초반의 남성으로 등장한다. '개미'에서부터 시작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대한 관심은 전작인 소설집인 '나무'에서 그 기발한 상상력에 다시 한번 감탄해 마지 않았고 그 이후의 작품인 '파라다이스'나 '신' 시리즈를 눈여겨 보았다. 두권으로 나온 카산드라의 거울을 결국 먼저 읽게 되었지만 이 작품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다! 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작품이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홍작가' 라는 분의 일러스트가 원래 이 책이 그랬던 것처럼 원래의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특이하고 맛깔스럽게 다가온다. 마치 프랑스의 리얼한 만화풍의 일러스트는 정말 이 책과 잘 어울렸다. 역시 '열린책들' 출판사는 탁월하다. 표지디자인도 정말 아름답고 마음에 쏙 든다. 1권을 손에 들자마자 역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210미터 높이의 몽파르나스 타워에서 떨어지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부터 베르나르답게 강렬하게 시작하는데 이내 장면이 바뀌고 어느 기숙형 고등학교에서 카산드라라는 소녀가 친구의 얼굴을 손톱으로 길게 그어 평생 흉터가 남을 말썽을 일으키고 수수께끼 같은 교장인 필리프 파파다키스의 집으로 찾아가게 되고 거기에서 대신 전달받은 물건을 카산드라에게 넘기고 나서는 희롱을 하다가 카산드라에게 귀를 물어뜯긴다. 카산드라는 그 길로 학교를 그만두게 되고 도망자가 되어버린다. 고대의 카산드라처럼 그녀도 예언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어떤 트릭인지 정말로 신비한 능력이 있는지 이야기는 신비하면서도 박진감넘치게 전개된다.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은 이집트에서 오페라를 감상하다가 폭발로 목숨을 잃고 그녀 혼자 살아남게되었던 때가 열세살때의 일이었고 그 전의 기억도 그 이후의 기억도 그녀에게서는 흐릿하다. 자연스럽게 노숙자 신세가 되고 쓰레기장에서 사는 거대한 바이킹족같은 '남작'을 만나게 되는데 그가 갈 곳 없는 카산드라를 거두게 되는 셈이 된다. 쓰레기 하치장으로 쓰는 거대한 도시와도 같은 광활한 곳에서 (도시인들도 모르는 쓰레기 처리장) 살아가는 쓰레기 인간들을 만난다. 물론 냄새가 심하게 나기는 하지만 진짜 쓰레기들은 아니다, 오히려 그녀를 구박하는 엄청나게 뚱뚱한 빨간머리 여자인 '공작부인' 이나 아프리카사람, 그리고 한국인 김예빈이 '후작'으로 등장하며 딱딱하게 굴지만 실상은 따뜻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서로 우스꽝스런 계급으로 역설적으로 부르는데 그런점에서도 베르나르의 재치를 엿볼수 있다. 그리고 초인간적인 카산드라의 민첩한 육체와 쫓고 쫓기는 스펙터클한 액션(잊어버린 그녀의 과거를 위해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그녀를 자꾸 쫓는 교장, 예언에 대한 정부적인 부처가 있었던 흔적, 수학천재인 오빠의 존재를 알고 오빠를 찾기시작하는 그 긴 여정이 시작되는 1권은 정말 다 읽어나가기가 아까울 정도로 너무나도 재미도 있었지만 베르나르만의 분위기가 있었다. 2권도 정말 기대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코믹 메이플 스토리 수학도둑이 벌써 19권째가 나왔다. 원래의 메이플 스토리도 재미있어 하지만 갈수록 괴물 그림들이 리얼해 지는 것 같아서 아이들을 그저 보여주기에 좀 망설여졌다. 수학도둑은 다행히 그렇지 않고 귀여운 그림체가 유지되고 무시무시한 캐릭터의 지옥의 괴물들 같은 캐릭터가 없어서 좋았다. 전편 18권에서 데몬섬을 다스리는 신관 중카에게 끌려간 도도와 슈미는 데몬섬의 수장 데몬킹의 부활의식에 제물로 쓰여질 위기에 처한다. 데몬섬을 탈출하기 위해 산을 오르는데 산위의 낡은 궁궐을 발견하고 다가서던 중에 그물에 꼼짝없이 갇히게 된다. 19권에서는 그렇게 그물에 걸린 도도와 슈미 앞에 "나는 이 나라의 국모니라." 라고 주장하는 한 여자아이가 등장한다. 데몬왕의 유일한 왕위 계승자였건만 사악한 신관 중카가 반란을 일으켜 이렇게 산속의 궁궐로 쫓겨났던 것이다. 하지만, 궁궐에는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거의 야생의 생활을 해야했던 바우스 여왕은 문에 장치된 수학적인 문제 때문에 폭발물이 터질까봐 문을 못 열고 있었던 것이었다. 도도와 슈미가 멋지게 수학문제를 풀고 문을 열게 한다. 문자와 기호가 등장하는 수학문제였는데 재미있는 수학교실에서 문자와 기호의 사용을 잘 알려준다. 110화 '여우샘의 비밀'에서는 국내만화답게 구미호가 등장하는데 너무 귀엽다. 여우샘물을 잘못 먹어 독을 먹게 된 구미호를 위해 수학문제를 풀고 천년산삼을 구해오는데 코믹스런 만화줄거리와 진지한 내용들이 어우러져 역시 아이들이 좋아하는 학습만화로 탄생했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이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은 수학도둑 19권이다. 20권도 역시 기대가 된다.
어쩔수 없이 외식을 해야 될때가 있다. 혼자서 기분 전환으로 먹을 때도 있고 주말에 어디 나갔다가 저녁에 들어와서 해먹기가 귀찮을때가 있어서 혹은 여행중에는 무조건 사먹어야 할때가 있다. 전에는 맛있었는데 다음에 가보면 별로인 곳이 있고(스파게티 같은 경우) 여행중에 너무 허기지고 지쳐서 아무 집에나 들어갔는데 테이블에 손님도 하나 없고 실내는 반짝반짝하지 않고 어딘가 관리가 안되있는 그런 경우 아차 싶을때가 있지만 이미 자리에 앉아서 시켜먹을때가 있는데 역시나 손님이 없어서인지 신선한 반찬도 없고 정말 대충 떼우라는 것인지 너무 기분이 안 좋아져서 나올때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사장님은 이런 모든 것들을 다 꿰뚫고 있다. 창업해서 그가 중점적으로 고쳐나간 것도 바로 이런 서비스 정신이었던 것이다. 창해에서 나온 <왜 저집만 바글바글하지?> 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정말 하나같이 내가 느꼈던 그대로이다. 정말 이런 집만 우리집 근처에 있다면 단골이 될텐데. 왜 사람들은 한숨쉬며 테이블이 비는 것만 비관하는 걸까? 손님이 와도 자기들끼리 떠드는 종업원들때문에 시끄러워서 기분이 나빴던 적도 있어서 아무리 맛있는 집이어도 다시는 그 집에 가기 싫은 곳이 있다. 꾸벅꾸벅 졸다가 급하게 인사를 하며 그제야 부산스러워지는 가게도 있다. 이 책에서는 이 모든 것들을 다 지목하면서 저자가 어떻게 손님이 전혀 없던 호프집을 손님이 바글바글한 집으로 바꾸었는지 호프집에서부터 복덩어리라는 복어 전문집을 운영하게 되었는지 자세히 적혀 있다. 자살기도를 두 번이나 하고 절망의 끝에서 죽을 결심으로 가족을 위해서 살기도 결심한 한 남자의 인생이야기이자 창업이야기인 왜 저집만 바글바글하지? 는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론적인 것보다 도움이 될 책이다. 모든 것을 다 말하면 이 책을 읽을 맛이 안 날 것이다. 한가지 예만 들어봐도 이분의 경영마인드를 알 수 있다. 대형음식점을 들어갔는데 신발을 책임지지 않습니다. 라는 문구부터 우리를 반길때가 많다. 왠지 들어갈 때부터 차가움을 느끼게 된다. 저자 역시 그 문구가 평소에 마음에 걸렸단다. 그래서 복덩어리를 창업했을 때에도 그런 문구를 넣지 않고 신발을 분실해도 보상합니다. 즐겁게 식사하십시오라는 말을 했는데 7년동안 과연 신발을 몇켤레나 분실했을까? 놀라지 마시라. 단 3켤레란다. 2년에 한번꼴로 일어나는 일에 손님의 마음을 사그라들게 하는 문구인 셈이다. 물론 이 집에서는 워낙 주인장이 친절하고 직원들의 마음이나 다시금 또 오게 하는 정성어린 서비스가 있었기 때문에 분실율이 낮았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이런 것 하나만 봐도 그가 얼마나 철저하게 음식점을 운영했는지 배울 수 있다. 남편에게도 보여줬더니 나중에 회사에서 나가게 되면 창업이라도 해야할텐데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하는 것이었다. 에고. 머리가 아프지만 어쩌랴...먹고 살기 힘들어지면 우리도 창업의 꿈을 꾸어야지. 암튼 재미도 있고 한시간 반에서 두시간이면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었다.
비룡소의 청소년 소설 시리즈 중에서 블루픽션상 수상작들은 빠짐없이 읽는 편이다. 번데기 프로젝트는 제 4회 비룡소에서 주관하는 블루픽션상 수상작으로 재기넘치는 표지서부터 눈길을 잡아끈다. 표지를 넘기니 84년생 이제미 작가의 젊음이 싱그럽다. 요즘 소설가들은 이쁘기까지 하구나 라는 생각도 잠시, 책을 읽어나가자 이내 푹 빠져서 읽게 되었다. 고등학생인 정수선은 공부를 잘하지도 그렇다고 꼴찌도 아닌 아이인데 담임선생님에게조차도 존제감 제로인 아이이다. 담임선생님은 석차 10등까지의 아이들만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수선은 쉬는 시간마다 엎드리거나 공상에 빠지거나 뭔가를 끄적이는데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스스로 왕따인 경우이다. 수업이 끝나자마다 아르바이트 장소인 삼겹살 집으로 뛰어가서 저렴한 시급을 받고 열심히 일해야 하는, 소녀답지 않게 벌써 인생의 쓴 경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뎀보라는 부사장은 늦게 오는지 일찍 가려하는지 항상 지켜보고 있고 사장이란 사람은 도망이라도 갈라치면 오토바이를 타고서라도 쫓아와서 머리끄댕이를 잡고 끌고 간다. 헉! 이쯤되면 장난이 아니라고? 사실 경찰관이 와서 모르는 사람이 이런다고 하는 수선이나 사장이 아버지가 딸을 훈육하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하는 대목에서 정말 악질 사장에게 걸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정말 진짜 친아버지였다. 헐.. 뎀보는 한살 어린 여동생이었고. 작가의 감쪽같은 솜씨에 어 이 소설 재미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끝까지 흥미진진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최인호 작가나 박완서급의 대작가의 포스는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은 젊어서 그런 것일테고 나중까지도 궁금해지는 작가라고나 할까. 우선 줄거리가 재미있었고 어떤 영화들은 후반부가 전반부의 내용보다 질이 떨어지고 난데없는 결말이 나는, 영화라고 치면 그런 영화는 아니었다. 물론 약간씩은 좌표를 잃는 것 같기도 했지만 결국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찾았고 결말까지 재미있게 이끌어 간다. 특히나 여기에서 등장하는 허무식 선생님이나 그 음울한 치타라는 남자나 PD님이나 범죄등 사실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니 의아하기도 하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엄청나게 알려졌을 일일텐데...암튼 천재 작가로 자라난 이제미 소설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도 많이 들어있는 것 같다. 고등학교에 그렇게 많은 공모전이나 문학대회가 있는지 몰랐었다. 작가가 꿈인 초등학생인 딸아이가 만약 고등학교때에도 꿈이 변치 않는다면 그런 곳에 공모를 하라고 허무식 선생님처럼 코치가 되어주고 싶다. 대사 하나하나가 정말 요즘 젊은 사람답게 재치가 넘친다. 우리때에는 예의가 없다 버르장머리가 없다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얌전했던 것 같다. 요즘 젊은 세대는 직설적이고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가 확실해서 부럽기도 하다. 암튼 평범한 한 여학생이 글을 잘 쓰는 것이 판명나면서 여러 공모전에 글을 내려고 하고 허무식 문학 담당 선생님이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코치를 자처하면서 알게 모르게 키다리 선생님처럼 뒤에서 든든하게 버팀목이 되어 주고 한 사람의 꿈 이야기를 글로 썼다가 그 사람이 그 글을 다시 사겠다고 하는 것부터 발생하는 미스테리적인 부분 역시 모두 후반부를 즐겁게 해주었다. 다음에는 청소년 작품말고 흔히 방송작가들이 쓰는 것 같은 소설말고 그녀만의 멋진 소설을 기대해 본다.
웅진주니어의 지식의 사슬 시리즈는 국사 시간에 세계사 공부하기라는 책으로부터 알게 되었다. 국사와 세계사의 연표를 같이 보면서 공부를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은데 이런 책이 나왔을땐 진작 왜 이런 책이 나오지 않았을까 무릎을 치게 되었다. 어느덧 세번째 책인 지리 시간에 역사 공부하기가 나왔다. 역사는 지리를 무대로 펼쳐지고 지리는 역사 속에서 변화되며 역사와 지리의 연관성을 잘 생각해 볼 때, 문명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는 책표지의 글은 정확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도에서 인간의 이야기를 잘 풀어내리라 생각한 배우성씨가 이 책의 집필을 맡았다.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니 국사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리라는 생각이 들어 믿음이 간다. 에콰도르라는 나라에서 시작된 생각의 꼬리 물기는 우리도 역시 그의 생각에 빠지게끔 만든다. 적도를 뜻하는 equator와 에콰도르는 무슨 연관이 있는게 아닐까..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에콰도르가 16강에 올랐을때 처음으로 지도를 보게 되었다고 수줍게 고백하는 그의 소개글에서 앞으로 이 책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그의 생각대로 에콰도르의 북쪽이 적도를 지나가고 있는 것을 확인했으며 에콰도르는 에스파냐어로 '적도'를 의미한다고 한단다. 그의 꼬리를 문 생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왜 남미의 하나의 나라인 에콰도르는 에스파냐어를 썼을까? 1532년부터 1822년까지 에스파냐의 지배를 받았었기 때문이었다. 에스파냐 함대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우리가 잘 아는 '대항해'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역사학과 지리학은 큰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다 보면 새삼 깨닫게 되고 그렇게 공부했을때 훨씬 기억하기도 쉽고 재미도 있다. 지역과 역사, 지도와 역사, 환경과 역사, 세계와 역사라는 4부로 된 글쓰기를 통해서 국사와 세계사와 지리를 아우르는 글솜씨를 보여준다. 풍부한 자료들과 지도의 사진은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엄마들이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때 흥미를 주고 물꼬를 틔워준다면 고학년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인에게도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