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의 청소년 소설 시리즈 중에서 블루픽션상 수상작들은 빠짐없이 읽는 편이다. 번데기 프로젝트는 제 4회 비룡소에서 주관하는 블루픽션상 수상작으로 재기넘치는 표지서부터 눈길을 잡아끈다. 표지를 넘기니 84년생 이제미 작가의 젊음이 싱그럽다. 요즘 소설가들은 이쁘기까지 하구나 라는 생각도 잠시, 책을 읽어나가자 이내 푹 빠져서 읽게 되었다. 고등학생인 정수선은 공부를 잘하지도 그렇다고 꼴찌도 아닌 아이인데 담임선생님에게조차도 존제감 제로인 아이이다. 담임선생님은 석차 10등까지의 아이들만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수선은 쉬는 시간마다 엎드리거나 공상에 빠지거나 뭔가를 끄적이는데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스스로 왕따인 경우이다. 수업이 끝나자마다 아르바이트 장소인 삼겹살 집으로 뛰어가서 저렴한 시급을 받고 열심히 일해야 하는, 소녀답지 않게 벌써 인생의 쓴 경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뎀보라는 부사장은 늦게 오는지 일찍 가려하는지 항상 지켜보고 있고 사장이란 사람은 도망이라도 갈라치면 오토바이를 타고서라도 쫓아와서 머리끄댕이를 잡고 끌고 간다. 헉! 이쯤되면 장난이 아니라고? 사실 경찰관이 와서 모르는 사람이 이런다고 하는 수선이나 사장이 아버지가 딸을 훈육하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하는 대목에서 정말 악질 사장에게 걸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정말 진짜 친아버지였다. 헐.. 뎀보는 한살 어린 여동생이었고. 작가의 감쪽같은 솜씨에 어 이 소설 재미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끝까지 흥미진진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최인호 작가나 박완서급의 대작가의 포스는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은 젊어서 그런 것일테고 나중까지도 궁금해지는 작가라고나 할까. 우선 줄거리가 재미있었고 어떤 영화들은 후반부가 전반부의 내용보다 질이 떨어지고 난데없는 결말이 나는, 영화라고 치면 그런 영화는 아니었다. 물론 약간씩은 좌표를 잃는 것 같기도 했지만 결국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찾았고 결말까지 재미있게 이끌어 간다. 특히나 여기에서 등장하는 허무식 선생님이나 그 음울한 치타라는 남자나 PD님이나 범죄등 사실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니 의아하기도 하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엄청나게 알려졌을 일일텐데...암튼 천재 작가로 자라난 이제미 소설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도 많이 들어있는 것 같다. 고등학교에 그렇게 많은 공모전이나 문학대회가 있는지 몰랐었다. 작가가 꿈인 초등학생인 딸아이가 만약 고등학교때에도 꿈이 변치 않는다면 그런 곳에 공모를 하라고 허무식 선생님처럼 코치가 되어주고 싶다. 대사 하나하나가 정말 요즘 젊은 사람답게 재치가 넘친다. 우리때에는 예의가 없다 버르장머리가 없다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얌전했던 것 같다. 요즘 젊은 세대는 직설적이고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가 확실해서 부럽기도 하다. 암튼 평범한 한 여학생이 글을 잘 쓰는 것이 판명나면서 여러 공모전에 글을 내려고 하고 허무식 문학 담당 선생님이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코치를 자처하면서 알게 모르게 키다리 선생님처럼 뒤에서 든든하게 버팀목이 되어 주고 한 사람의 꿈 이야기를 글로 썼다가 그 사람이 그 글을 다시 사겠다고 하는 것부터 발생하는 미스테리적인 부분 역시 모두 후반부를 즐겁게 해주었다. 다음에는 청소년 작품말고 흔히 방송작가들이 쓰는 것 같은 소설말고 그녀만의 멋진 소설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