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헴펠 연대기
세라 S. 바이넘 지음, 박찬원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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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더 마음을 빼앗긴 소설, 세라 S 바이넘의 미스 헴펠 연대기는 참 아름다운 소설이다. 미국 7학년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선생님인 미스 헴펠이자 자신의 이야기에서는 비어트리스로 나오는 선생님. 이쯤되면 다른 청소년 문학선에 나오는 통통 튀는 학창시절의 청소년 소설로 보려했으나 읽을수록 그런 느낌은 없고 미스 헴펠 그녀의 이야기 그렇다. 연대기라는 제목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설적이게도. 약간 몽환적이기까지 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각각의 단편들은 시간적으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혹은 연결될수도 있다. 각각의 단편으로 상을 수상한 작품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다. 게다가 오랜 시간에 걸쳐서 단편 단편을 한 권에 묶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미스 헴펠의 이야기이므로 미스 헴펠 연대기라는 제목으로 묶여서 나왔고 한국의 먼 독자인 나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십대의 중반에서부터 서른살이 훌쩍 넘은 시점까지 헴펠이라는 여인의 인생과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번역을 거쳐서인지 몰라도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시점과 스토리들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잔잔한 내용들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제자들에 대해서 쓴 이야기들은 관찰자적이면서도 아이들의 시점에서 바로 보여지기도 한다. 소심한 학생인 줄 알았는데 마술을 멋지게 성공하는 제자도 있고 미혼인 미스 헴펠을 연모하는 느낌이 드는 불량스럽고 반항적인 미소년 학생도 등장한다. 왠지 헴펠 그녀도 그 아이를 학생으로서도 더 많이 사랑했다는 느낌이 든다. 결코 선을 넘지는 않았지만 학생중에서도 더 눈길이 가는 학생을 그대로 독자들도 느낀다고나 할까. 더불어 여학생뿐이었던 나의 학창시절도 떠오른다. 미혼인 여선생 보다는 기혼이 더 많아서 미스 헴펠에 대해 감정이입을 하기는 좀 어려웠지만 오히려 그녀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학생들의 이야기에 감정이 이입되기도 했다.

 

뭐랄까. 그녀의 책은 독특한 분위기가 넘친다. 프랑스와즈 사강적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사유와 한 템포 느리게 가는 그런 강점들이 있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도 은은한 여운이 많이 남는 그런 소설이다. 2010 뉴요커 선정 최고의 젊은 작가 20인에 꼽힐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또 다른 작품들에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앞으로 어떤 작품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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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댓 닥터 - 나는 의사다 올댓시리즈 1
스토리텔링콘텐츠연구소 엮음 / 이야기공작소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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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감동과 감탄이 사라지지 않았다. 울지마 톤즈의 이태석 신부님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다큐로 이미 보고 알고 있었지만 글로 다시 읽으니 나의 인생도 돌아보게 되었고 이태석 신부님의 어린 시절에 음악이나 악기에 관한 열의나 집과 가까웠던 성당에서의 추억들이 모두 훗날 아프리카 남수단에서의 봉사활동을 위한 모든 인연이 아니었을까 한다. 하나님이 사랑하는 사람은 늘 일찍 데려가시나 보다. 마흔 여덟의 나이에 대장암 말기로 간까지 전이되어 2010년 1월 14일 선종하시게 된다. 이 책은 의사의 직업에 관한 책이 아니다. 진정한 의사란 어떤 사람들인가. 진정한 직업윤리의식은 무엇인가. 봉사와 헌신의 의미는 무엇인가. 의사는 아니지만 일반인들에게도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나와 내 가족만 편안하면 된다라는 생활속에 한가지 의문으로 싹트고 있던 감정들이 이 책을 통해서 분화되었다. 이제부터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봉사와 나눔이 무엇이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련다.

 

두번째 의사의 이야기는 홍수연이라는 치과의사의 이야기이다. 매주 토요일에 자원봉사차원에서 무료로 진료하는데 그냥 진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대적인 공사를 해준다. 가령 설암으로 혀와 구강기관을 다 잃은 어떤 이에게는 모근에 철심을 박아서 임플란트나 틀니를 걸 수 있는 틀을 만드는 등 6개월에 걸친 대장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불만과 두려움으로 울부짖던 환자들도 이내 의사를 신뢰하고 조용히 치료에 임한다. 결국 음식을 씹어 삼킬 수 있을 정도가 되는 기적이 일어난다. 응급병실에서의 의사들도 대단하지만 그들은 이내 안정된 다른 것을 찾게 된다. 혹은 개인적으로 병원을 여는데 언제 그런 일들을 했느냐는 듯이 변하는 의사들도 많다. 하지만 사회 곳곳에서는 아직도 인간적으로 의료봉사를 실천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의사들을 알리고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금 생각케 해준다. 초등학생인 딸에게도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할 것이다. 단순히 안정적인 직업을 떠나서 의사라는 직업만이 가질 수 있는 인생의 열의와 봉사와 관점을 보여줄 수 있는 책이다. 4부에 걸쳐서 17명의 의사들의 그야말로 단순한 스펙이 아닌 인생을 살아 온 혹은 살아 갈 스토리를 설명하고 있는데 하나같이 너무나 재미도 있고 감동적이다. 이 책이 좀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의사가 되고 싶어하는 주변의 청소년들이 있다면 꼭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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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 - 인생 멋지게 내려놓는 방법
김진수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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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일찌기 버나드 쇼는 죽을 때 자신의 비문에 이런 글만 새기도록 했단다.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지금도 인구에 수없이 회자되는 명언이다. 사람은 누구나 영원히 젊음이 유지될 것처럼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다가 나이 마흔쯤 되어서야 덜컥 정신이 든다. 나 자신도 그랬다. 내년이면 마흔이라고 생각하니 이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적겠구나 싶어서 덜컥 겁이 났다. 어떻게 정신을 차려야 하나. 이젠 주변의 사람들을 돌아볼 때이고 아이들에게 더 다정하고 시간을 내 줄 땐 확실히 내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남편에게도 더 다정하게 굴고 큰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말이다. 하지만 이내 결심은 또 다시 무디어져 간다.

 

그럴 때 이 책 "웰다잉"은 마음을 다잡게 해주었다.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웰 다잉인지 선현들의 가르침이나 불교, 유교적인 사상을 접목시켜서 저자가 하고픈 말들을 전해준다. 읽으면서 약간 나와 맞지 않는 내용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죽음에 대해서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시간을 주었다. 삶과 앎과 깨달음과 행복이 결국은 한 가지로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글을 읽을 대에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죽음이란 과연 무엇일까? 각자가 믿는 종교대로 되는 것일까? 죽음 이후의 세계는 어떻게 생겼을까? 많은 임사체험자들의 경험을 나름대로 통계를 내어 설명해 주고 있는 부분에서 열심히 읽었다. 허공에 붕붕 떠서 죽은 나의 몸을 지켜보고 나는 여기 있다고 말을 하고 싶으나 되지 않고 자신을 치료하는 분주한 모습들을 다 볼 수 있으며 갑자기 어떤 통로나 터널 같은 곳으로 빨려들어갈 듯이 빠른 속도로 날아가며 그 통로의 끝에는 엄청난 빛이 있었다는 것이다. 빛에 둘러싸여 행복해 하며 나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휙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지금은 때가 아니니 돌아가라는 말에 정신을 차려보니 다시 생명이 돌아왔다는 수순이다. 모두가 거의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은 뇌의 착각만은 아닐 것 같다. 죽음 이후의 삶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받는다. 그러기 때문에 지금 살고 있는 이세상에서 나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본 것 같다. 늘 죽음을 생각하며 산다면 현재의 삶을 후회없이 살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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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스와 버질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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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를 애석하게도 아직도 읽지 못했다. 그 책이 유명하다는 것과 얀 마텔이라는 작가의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 책이 9년전의 책이라니 그렇게 세월이 흘렀었나 놀라웠다. 이 책 <베아트리스와 버질>은 파이 이야기 이후 9년만의 후속작이란다. 파이 이야기 역시 벵골 호랑이가 나왔던 우화형식의 소설이었다니 이 책을 후속작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이 책에서도 책 안의 책 그러니까 액자소설형식을 띄고 있는 바로 그 <베아트리스와 버질>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당나귀와 원숭이'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치 사람같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 속에 나오는 인간들의 모습은 베아트리스와 버질과는 다른 나라의 사람들인양 낯설 뿐이지 동물과 사람이라는 구도로 볼 수 없다. 그만큼 실제로는 동물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고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그 베아트리스와 버질 같은 느낌이 든다. 책의 말미쯤에 베아트리스가 고문을 받는 장면은 홀로코스트에서 고문을 받고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헨리라는 이 소설의 현재 시점의 주인공 역시 작가이고 캐나다로 이주했다는 점, 오랫동안 후속작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얀 마텔의 자서전적인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헨리는 어느 날 뜻밖의 팬레터를 받게 되고 역시 '헨리'라는 그 사람을 찾아 간다. 그 사람은 박제사다. 박제사인 헨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노인이다. 하지만 그가 쓴 연극대본같은 <베아트리스와 버질>의 내용만큼은 놀라운 것이었다. 헨리는 자꾸 그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박제사를 찾아간다. 몇 번의 만남은 이내 파격적인 결말로 치닫게 된다..

이 책은 결말의 의외성, 반전등으로 홍보를 하고 있어서 그 점이 매우 궁금해서 읽어본 책이었다. 물론 추리소설의 반전같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결말에 이르러서는 반전과도 같은 충격을 느낄 수 있다. 도대체 왜? 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면 뭔가 강한 여운이 남는 책임에 틀림없다. 일본추리소설에 길들여져 읽는 동안에는 별다른 감흥없이 읽었지만 책을 닫고 난 뒤의 느낌은 역시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홀로코스트에 대해서, 서로가 말하길 꺼려하는 그 무언가에 대해서 느껴보고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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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츠 올 라잇 마마
베르티나 헨릭스 지음, 이수지 옮김 / 다른세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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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두는 여자'의 베르티나 헨릭스의 장편소설 <댓츠 올라잇 마마>를 재미있게 읽었다. '체스 두는 여자' 의 감성이 또 한 번 엿보인다. 저자인 베르티나 헨릭스는 스무살 무렵 독일에서 프랑스로 건너와 유학을 하면서 제 2 외국어를 거의 모국어처럼 공부하고 사용하다가 이렇게 프랑스어로 소설을 쓰고 있다. 대단한 재능이다.

이 소설에서도 주인공 에바는 독일에서 태어났고 이후 프랑스로 건너와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여자이다. 예전 애인인 미셸과는 헤어졌고 현재에는 빅토르라는 매력적인 남자와 사귀고 있다. 모자랄 것 없어 보이는 그녀는 소설 내내 어딘지 외롭고 이방인 같아 보인다. 하나뿐인 엄마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고 당장 비행기를 타고 독일로 날아간다. 엄마는 평생을 깔끔하고 아름답게 꾸밀 줄 아는 진짜 여성이었다. 우리 친정엄마도 내겐 그런 존재이다. 그래서인지 감정이입이 되었다.

 

병실의 가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집에 가서 나이트 가운을 가져오라고 에바에게 이른다. 한 시간이면 될 거라고...그러나 그 한 시간은 결국 에바로 하여금 엄마에게 작별인사도 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한 시간 후 엄마의 가운을 들고 온 에바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하는 의사. 엄마가 두번째 심장마비를 일으켜 방금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에바는 실신하고 만다. 그리고 깨어난 에바는 의외로 담담하게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고 유지를 받들고 장례를 치를 준비를 한다. 생전에 엄마와 친했다는 카롤라 호르비츠 여사가 없었다면 그녀 혼자서는 결코 해낼 수 없었으리라. 엄마에게는 절친한 사람도 없었고 장례식에 부를만한 사람도 없었고 그저 작은 속옷 가게를 운영하면서 고객 리스트밖에는 없었다. 그렇게 쓸쓸한 장례를 치른다.

 

아버지의 남동생인 숙부가 오지만 그녀는 아버지가 바람을 피워 엄마를 떠나려 했고 교통사고 현장에서도 그 외도의 상대와 함께 죽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말해 준다. 아빠의 남동생과 혼자 남겨진 엄마는 서로를 위로하다가 잠시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도...그밖의 엄마의 비밀은 또 무엇이었을까. 엘비스 프레슬리의 집인 미국의 그레이스 랜드로 여행을 떠나려 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마치 순례자처럼 말이다. 그녀가 엄마를 대신해서 여행을 떠난다. 그녀는 그곳에서 과연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일들을 목도하고 올 것인가. 소설은 표지에 적힌 것처럼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엄마들은 딸을 키우는 내내 딸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대신 딸들은 엄마가 죽은 후에 그녀의 인생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리라. 초등학교 고학년 딸을 키우다 보니 문득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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