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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스와 버질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파이 이야기를 애석하게도 아직도 읽지 못했다. 그 책이 유명하다는 것과 얀 마텔이라는 작가의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 책이 9년전의 책이라니 그렇게 세월이 흘렀었나 놀라웠다. 이 책 <베아트리스와 버질>은 파이 이야기 이후 9년만의 후속작이란다. 파이 이야기 역시 벵골 호랑이가 나왔던 우화형식의 소설이었다니 이 책을 후속작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이 책에서도 책 안의 책 그러니까 액자소설형식을 띄고 있는 바로 그 <베아트리스와 버질>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당나귀와 원숭이'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치 사람같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 속에 나오는 인간들의 모습은 베아트리스와 버질과는 다른 나라의 사람들인양 낯설 뿐이지 동물과 사람이라는 구도로 볼 수 없다. 그만큼 실제로는 동물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고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그 베아트리스와 버질 같은 느낌이 든다. 책의 말미쯤에 베아트리스가 고문을 받는 장면은 홀로코스트에서 고문을 받고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헨리라는 이 소설의 현재 시점의 주인공 역시 작가이고 캐나다로 이주했다는 점, 오랫동안 후속작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얀 마텔의 자서전적인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헨리는 어느 날 뜻밖의 팬레터를 받게 되고 역시 '헨리'라는 그 사람을 찾아 간다. 그 사람은 박제사다. 박제사인 헨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노인이다. 하지만 그가 쓴 연극대본같은 <베아트리스와 버질>의 내용만큼은 놀라운 것이었다. 헨리는 자꾸 그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박제사를 찾아간다. 몇 번의 만남은 이내 파격적인 결말로 치닫게 된다..
이 책은 결말의 의외성, 반전등으로 홍보를 하고 있어서 그 점이 매우 궁금해서 읽어본 책이었다. 물론 추리소설의 반전같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결말에 이르러서는 반전과도 같은 충격을 느낄 수 있다. 도대체 왜? 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면 뭔가 강한 여운이 남는 책임에 틀림없다. 일본추리소설에 길들여져 읽는 동안에는 별다른 감흥없이 읽었지만 책을 닫고 난 뒤의 느낌은 역시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홀로코스트에 대해서, 서로가 말하길 꺼려하는 그 무언가에 대해서 느껴보고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