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츠 올 라잇 마마
베르티나 헨릭스 지음, 이수지 옮김 / 다른세상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체스 두는 여자'의 베르티나 헨릭스의 장편소설 <댓츠 올라잇 마마>를 재미있게 읽었다. '체스 두는 여자' 의 감성이 또 한 번 엿보인다. 저자인 베르티나 헨릭스는 스무살 무렵 독일에서 프랑스로 건너와 유학을 하면서 제 2 외국어를 거의 모국어처럼 공부하고 사용하다가 이렇게 프랑스어로 소설을 쓰고 있다. 대단한 재능이다.

이 소설에서도 주인공 에바는 독일에서 태어났고 이후 프랑스로 건너와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여자이다. 예전 애인인 미셸과는 헤어졌고 현재에는 빅토르라는 매력적인 남자와 사귀고 있다. 모자랄 것 없어 보이는 그녀는 소설 내내 어딘지 외롭고 이방인 같아 보인다. 하나뿐인 엄마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고 당장 비행기를 타고 독일로 날아간다. 엄마는 평생을 깔끔하고 아름답게 꾸밀 줄 아는 진짜 여성이었다. 우리 친정엄마도 내겐 그런 존재이다. 그래서인지 감정이입이 되었다.

 

병실의 가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집에 가서 나이트 가운을 가져오라고 에바에게 이른다. 한 시간이면 될 거라고...그러나 그 한 시간은 결국 에바로 하여금 엄마에게 작별인사도 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한 시간 후 엄마의 가운을 들고 온 에바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하는 의사. 엄마가 두번째 심장마비를 일으켜 방금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에바는 실신하고 만다. 그리고 깨어난 에바는 의외로 담담하게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고 유지를 받들고 장례를 치를 준비를 한다. 생전에 엄마와 친했다는 카롤라 호르비츠 여사가 없었다면 그녀 혼자서는 결코 해낼 수 없었으리라. 엄마에게는 절친한 사람도 없었고 장례식에 부를만한 사람도 없었고 그저 작은 속옷 가게를 운영하면서 고객 리스트밖에는 없었다. 그렇게 쓸쓸한 장례를 치른다.

 

아버지의 남동생인 숙부가 오지만 그녀는 아버지가 바람을 피워 엄마를 떠나려 했고 교통사고 현장에서도 그 외도의 상대와 함께 죽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말해 준다. 아빠의 남동생과 혼자 남겨진 엄마는 서로를 위로하다가 잠시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도...그밖의 엄마의 비밀은 또 무엇이었을까. 엘비스 프레슬리의 집인 미국의 그레이스 랜드로 여행을 떠나려 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마치 순례자처럼 말이다. 그녀가 엄마를 대신해서 여행을 떠난다. 그녀는 그곳에서 과연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일들을 목도하고 올 것인가. 소설은 표지에 적힌 것처럼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엄마들은 딸을 키우는 내내 딸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대신 딸들은 엄마가 죽은 후에 그녀의 인생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리라. 초등학교 고학년 딸을 키우다 보니 문득 든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