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트인 과학자 - 데이터 조각 따위는 흥미롭지 않아요. 특히 숫자!
랜디 올슨 지음, 윤용아 옮김 / 정은문고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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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선 이 책은 과학콘서트 같은 과학 관련 책은 거의 아니다.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책이다. 물론 저자 역시 6년이 넘도록 하버드대에서 수학하고 해양과학자로서 지적인 여건이 충만한 과학자이지만 헐리우드로 넘어가 영화감독이 되면서 같은 과의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게 되었나 보다. 그곳에서 이 같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었다. 학력이 높을수록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고 모든 면에서 우월할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고 한다.
 
마술사들은 가장 속아넘기기 쉬운 사람이 공부만 하는 과학자, 교수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그들은 남의 말은 절대 듣지 않으며 지금까지 자신이 이룩한 과학적 학문적 업적으로 칭송만 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에 귀를 닫고 살며 자신이 뛰어난 사람이라고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미디로 재치가 있거나 유머가 넘치는 사람들은 아닌 것이다. 어떤 과제물을 주었을때 비전공자들이 훨씬 멋진 결과물을 내놓았다고 한다. 전공자들은 기술적으로는 그들보다 나았지만 창의성도 부족하고 결과물적으로 비주얼적인 부족했던 것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도 잘 다룰 줄 모르는 시대에 뒤쳐지는 사람들이라고 할까. 물론 지식인층이 아니더라도 그런 쪽에 무관심한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주 기초적인 커뮤니케이션도 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해가 된다. 그런 학자는 아니지만 전화로 수다떠는 것 보다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친구들이 너는 문어체적인 표현을 쓰는구나 했을때 깜짝 놀랐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구어체 보다 문어체적인 말을 쓰고 친구들에게도 진지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각종 모임에서 좌중을 휘어잡는 사람은 그런 학자 타입은 아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점에서 착안하여 각종 재미있는 커뮤니케이션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그 상대는 물론 과학자들이다.
 
그리고 헐리우드로 건너가 그가 겪게 되는 일들과 영화감독으로서의 일들도 이 책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영화는 이렇게 만들어지는 구나. 영화판에서의 대화는 이렇구나 하는 간접적인 경험도 하게 된다. 암튼, 다른 사람들이 착안하지 못한 과학자들의 커뮤니케이션 문제에 접근해서 재미있게 풀어쓴 방식이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힌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자신이 꽉 막힌 사람은 아닌가. 대화가 잘되고 재미있는 사람인가 아닌가 다시 살펴보게 된다. 한마디로 재미없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오늘도 노력해 본다. 우선 내 아이들에게 써먹어보았더니 깔깔대고 좋아라 웃는다. 동심으로 돌아가 같이 놀아주었더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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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워의 마음을 훔치는 리더들
랍 거피.가레스 존스 지음, 김정은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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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정말 책풍년이다. 제목부터도 마음을 끄는 제목들, 멋진 표지들...정말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많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 책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수여하는 최고 영예 '맥킨지 상'을 수상한 책이다. 왜 사람들은 유독 그를 따르는가? 트위터의 팔로워가 많은 사람들을 보면 유명 연예인이나 아나운서 정치가, 그리고 IT계의 기린아들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아직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다룰 줄 몰라서 남편것만 어깨 넘어로 보고 있는 중이다. 버락 오바마나 스티브 잡스나 한국에서는 아나운서 김주하씨의 트위터의 팔로워들도 많은 것으로 안다. 물론 김연아 선수의 트위터도 그렇고. 이렇듯 자신의 분야에서 어떤 눈에 보이는 대단한 성과를 거둔 사람들이 눈에 띄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또 하나 언변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개인적으로 뭐라고 생각하던 간에 이 책에서 보여지고 밝혀주는 리더십의 실체를, 지금까지 쌓아온 라더십에 대한 편견을 깨부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대단히 읽을 만 했다.

 

특히 요즘처럼 서로를 불신하고 어디까지가 거짓말인지 모르는 세상에서는 상호 소통하고 진정성이 느껴지는 관계가 진정한 리더십에 관한 것이라는 이 책의 주제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일터에서의 진정성, 일상생활속에서의 진정성 그것은 삶과 직결되는 문제인 것이다. 이제는 진정성이 통하는 시대라고 한다. 예를 들어 아까 말했던 팔로워를 예로 일상생활에서 들어보면 항상 그런 식으로 팔로워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뉴욕의 청소부일 수도 있고 회장일 수도 있다. 여기에서 출발한 여러가지 질문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원하는 삶과 리더십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과 답으로 항상 귀결된다. 이 책은 스스로 그런 것을 체크해 볼 수 있도록 만든다. 수도 없이 많은 이들에 대한 여러가지 사례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전달하는 이 책의 매력은 진정한 리더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것이다. 주부라면 가정이라는 곳에서의 아이들에 대한 리더십을 키울 수 있고 남편에 대한 리더십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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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끊임없이 거짓말을 할까
위르겐 슈미더 지음, 장혜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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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눈길을 끌고 있다. 왜 우리는 끊임없이 거짓말을 할까.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서 물어보면 십중팔구 아니라고 대답한다. 예전에 층간소음으로 고통을 겪고 있을 때에도 윗집이랑 맞닥뜨리면 우리 아이는 안 뛴다고만 한다. 이게 인간의 습성인 것이다. 프롤로그에만 보아도 '나는 거짓말 안 하는데' 라고 믿고 있는 당신에게 라는 재미있고 도전적인 글로 시작한다. 독일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책들을 다 재미있게 읽었던지라 이번책도 기대감을 많이 가지고 읽게 되었다. 요즘은 독일이 대세인가 싶을 정도로 만족스런 책들이 많다.

 

저자인 위르겐 슈미더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유명한 독일의 대표 신문인 <쥐트도이체 짜이퉁>의 스포츠부 기자이며 이탈리아 치즈에서부터 컴퓨터 게임까지 실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를 위트있게 풀어내는 인기 컬럼니스트란다. 지고는 못사는 승부사 기질을 가졌지만 남들 부탁에 잘 들어주면서도 속으로는 "넌 손이 없니 발이 없니" 한다는 대목에서는 나와 비슷해서 웃음이 나왔다. 의식도 못하는 채로 거짓말을 한다는 저자는 현대인들의 거의 모두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연예인들의 말도 성직자의 말도 이제는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그 자신만이 알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평상시마다 일어나는 일임에도 아무도 이런 것에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저자가 관심을 가지고 책으로 펴내자 무릎을 치게 된다. 읽어나갈수록 맞다 맞다 동감하면서 말이다.

 

이 책은 다행히 인문학적이고 사회학적이고 과학적인 그런 따분한 책은 아니다. <40일동안 거짓말하지 않고 살아보기>라는 실험을 본인이 직접 진행하였으니 말이다. 스스로를 거짓말쟁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책이 될 것이다. 그 첫번째인 1일째는 난생처음 '거짓말'을 의식하게 된다는 것 정말 저자는 대단하다. 첫날부터 엄청난 것을 건졌다. 사람들은 무례하고 싸가지 없는 사람앞에 서도 그 사람을 비난하거나 나의 기분이 상했음을 토로하지 못한다. 그런데 저자는 우리 대신 터뜨려준다. 물론 이 세상 모두가 자신이 기분나쁜 취급을 당했다고 오해하고 이처럼 대응하다가는 큰일이겠지만 한 사람만의 글이니 대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중간중간 웃음이 터져나올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재기넘치는 이야기들이 많지만 마지막 관문으로서 <자신에게 정직하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마흔번째 날에 새로운 거짓말을 하기로 하다니..이 사람 정말 솔직하다. 그래도 조세는 정말 정직하게 내자라고 결심하는 부분이나 모든 사람들이 정직하다면 세상이 훨씬 좋아질 부분이 있다는 대목에서는 시원함이 느껴진다. 그렇다. 통장에 몇십만원 밖에 없다며 환수를 못 당하겠다고 했던 그 누구처럼 비양심적이지 말고 정직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정직했으면 좋겠다. 이 책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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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
노나미 아사 지음, 이춘신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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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번 책도 무척 기대가 되었다. 최근에 읽었던 트렌드도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취향도 있는지라 '얼어붙은 송곳니'의 작가인 노나미 아사의 신작은 과연 어떤 소설일까. 시작부터 너무 두근두근했다. 사실은 읽어나가자 2010년의 신작인 이 책의 배경이 일본의 쇼와시대인 1965년부터 60년까지를 배경으로 하는 중편소설 4가지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첫 작품부터 읽어나가자 재미가 있었다. 추레한 아줌마가 갑자기 나에게 4백만을 벌 수 있다면서 누구를 죽여주면 주겠다는 추파를 던지는 이야기. 그런데 대화나 말투가 너무 재미있어서 (번역도 잘 된 것 같다) 이내 빠져 들어 읽었던 것이다. 노나미 아사라는 여류작가의 장점이 부각되는 섬세함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제목부터가 '자백'이다. 지금의 과학수사도 DNA검사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오히려 심리적인 수사나 인간적인 수사가 정점이었을 시기였으리라.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인 형사는 그런 방법을 총동원한다. 물론 명쾌하고 단정적일 때도 있다. 냉정할 때는 냉정하게 따뜻하게 대할 때에는 따뜻하게..그래서 이 책의 두번째 작품인 '돈부리 수사'는 돈부리 같은 음식을 시켜주며 인간적으로 설득을 하기도 한다.
 
추리소설이라 줄거리를 다 이야기하면 재미가 없다. 진실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는 기본 수사의 철칙을 나름대로 철저히 지키는 주인공 형사의 노련미가 돋보인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세상이라 도무지 상상이 안되는 장면도 있다. 작가는 굳이 왜 그런 과거를 배경으로 했을까. 사실 요즘 트렌드에 맞게 좀 더 자극적이고 사이코패스적인 밤죄자를 등장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화려한 라인업과 과학수사적인 배경으로 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지만 그런 점을 배재한 바로 그 점이 이 책의 매력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재미있는 소설을 읽듯이 추리소설임에도 너무나 문학적으로 읽었다. 자백의 달인인 형사 도몬에게 어느덧 빠져들게 될 것이다.그의 열정과 감이 돋보이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장에서의 미묘한 분위기나 증거도 빼놓을 수 없다. 표창원 경찰대학 교수의 최근작 '숨겨진 심리학' 에서도 프로파일러들의 모습은 뭐든지 잘 때려맞추는 신기에 가까운 능력이 아니었다. 범죄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인간적으로 대해주며 그가 마음의 경계를 허무는 그 순간을 노린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했다. 그래서 형사 도몬 코타로는 이미 당시의 프로파일러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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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 2010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수상작
에릭 파이 지음, 백선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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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 한편의 소설을 읽었다. 제목은 '나가사키'. 나가사키라면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되고 나서 두번째로 폭격을 맞은 장소라고 한다. 히로시마만 익히 알고 있었던 내게 나가사키라는 제목은 지난 2월에 다녀 온 일본여행의 추억과 맞물린다. 물론 그 때 다녀온 지역은 후쿠오카였지만. 이젠 일본하면 다시는 갈 수 없을 것 같은 불안함이 든다. 물론 그들은 아무 문제없이 살아가는 것 같지만. 얼마전에 연간 피폭량을 어린이에게도 대폭 상승한 수치를 허용한 것을 보고 일본은 이제 방사능에서 큰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일본은 가깝지만 멀고 민족성으로도 가까워진다 싶으면 과거의 역사문제나 독도문제 등으로 멀어지는 불가사의한 존재같다. 사랑한다 미워한다가 알맞는...
 
이 책은 일본인이 썼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묘사 하나하나까지 일본의 작은 풍경을 그대로 담아 내고 있다. 프랑스의 저명한 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의 책이라는 사실을 알기 전에는 말이다. 2월 여행 당시, 일본 후쿠오카 지역의 시골 풍경을 보면서 작은 목조건물이지만 아파트는 거의 없고 도심에도 단독 주택이 많은 것을 보고 다다미방이나 드르륵 옆으로 여는 방식의 벽장 등 이 책의 표지에 등장하는 이 집의 모습이 매우 공감이 간다. 소도시같이 검소하고 작지만 지저분하지는 않고 작은 정원이 있을 것만 같은 단아함이 숨어 있는...이 책에 등장하는 여인도 그렇다. 물론 그 여인이 주인공의 집에 일년이 넘도록 몰래 숨어사는 노숙자와 같은 여인이었어도 그렇다. 생각해 보면 정말 섬뜩하다. 집에 있는 음식들이 없어지고 물건이 옮겨지지만 절대로 큰 티를 내지는 않고 주인이 자리를 비울 때면 스르르 나타나서 돌아다니는 유령같은 존재가 한 집에 같이 살고 있었다면.
 
이 책은 남자 주인공이 웹캠으로 드디어 돌아다니는 존재의 비밀을 알고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왠지 모를 고통과 외로움에 휩싸이는 장면을 탁월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일본의 따분하지만 아름답고 나른한 날씨나 풍경의 묘사가 탁월하다. 두 주인공의 닮은 듯 닮은 삶의 묘사도 멋지다. 왜 일본인이 이 책을 쓰지 않았을지 일본인 스스로가 분할 것 같다. 실제로 2008년 5월 아사히 신문에 실렸던 내용을 바탕으로 소설화 하였는데 저자가 2009년부터 집필을 시작하여 2010년에 글쓰기를 마쳤기 때문에 현재와 비슷한 기기들이 등장해서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여인은 감옥에 가고 남자 주인공 즉 집주인의 집에서 없어진 것은 없다는 담담한 진술에 구류 5월에 벌금은 없는 것으로 판결이 나 여인은 곧 풀려난다. 남자주인공의 자비가 있었던 것이다. 왜 그런지는 남자주인공의 심경도 그려져 있으므로 읽으면 알 수 있다. 그리고 풀려난 그녀는 다시 그 집을 찾아가지만 그 집은 이미 내놓아진 상태로 집주인은 어딘가로 사라졌다. 여자주인공은 남자주인공에게 편지를 쓴다. 참 애련한 이야기이다. 과연 이 집과 여인은 무슨 관계가 있었던 것일까. 얇지만 큰 여운이 남는 책이었다. 현대인의 실직문제와 가족, 그리고 외로움에 대해서 이보다 더 잘 쓸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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