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
노나미 아사 지음, 이춘신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번 책도 무척 기대가 되었다. 최근에 읽었던 트렌드도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취향도 있는지라 '얼어붙은 송곳니'의 작가인 노나미 아사의 신작은 과연 어떤 소설일까. 시작부터 너무 두근두근했다. 사실은 읽어나가자 2010년의 신작인 이 책의 배경이 일본의 쇼와시대인 1965년부터 60년까지를 배경으로 하는 중편소설 4가지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첫 작품부터 읽어나가자 재미가 있었다. 추레한 아줌마가 갑자기 나에게 4백만을 벌 수 있다면서 누구를 죽여주면 주겠다는 추파를 던지는 이야기. 그런데 대화나 말투가 너무 재미있어서 (번역도 잘 된 것 같다) 이내 빠져 들어 읽었던 것이다. 노나미 아사라는 여류작가의 장점이 부각되는 섬세함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제목부터가 '자백'이다. 지금의 과학수사도 DNA검사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오히려 심리적인 수사나 인간적인 수사가 정점이었을 시기였으리라.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인 형사는 그런 방법을 총동원한다. 물론 명쾌하고 단정적일 때도 있다. 냉정할 때는 냉정하게 따뜻하게 대할 때에는 따뜻하게..그래서 이 책의 두번째 작품인 '돈부리 수사'는 돈부리 같은 음식을 시켜주며 인간적으로 설득을 하기도 한다.
 
추리소설이라 줄거리를 다 이야기하면 재미가 없다. 진실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는 기본 수사의 철칙을 나름대로 철저히 지키는 주인공 형사의 노련미가 돋보인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세상이라 도무지 상상이 안되는 장면도 있다. 작가는 굳이 왜 그런 과거를 배경으로 했을까. 사실 요즘 트렌드에 맞게 좀 더 자극적이고 사이코패스적인 밤죄자를 등장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화려한 라인업과 과학수사적인 배경으로 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지만 그런 점을 배재한 바로 그 점이 이 책의 매력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재미있는 소설을 읽듯이 추리소설임에도 너무나 문학적으로 읽었다. 자백의 달인인 형사 도몬에게 어느덧 빠져들게 될 것이다.그의 열정과 감이 돋보이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장에서의 미묘한 분위기나 증거도 빼놓을 수 없다. 표창원 경찰대학 교수의 최근작 '숨겨진 심리학' 에서도 프로파일러들의 모습은 뭐든지 잘 때려맞추는 신기에 가까운 능력이 아니었다. 범죄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인간적으로 대해주며 그가 마음의 경계를 허무는 그 순간을 노린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했다. 그래서 형사 도몬 코타로는 이미 당시의 프로파일러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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