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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 Design Power - 브랜드와 디자인의 힘
손혜원 지음 / 해냄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의 런칭과 리뉴얼을 성공적으로 해 낸 크로스 포인트의 손혜원씨가 쓴 브랜딩과 디자인에 관한 책이다. 주로 아이덴티티 개발 과정을 상세하게 담아 내었지만 각 브랜드의 프로젝트마다 첨가 되어 있는 간단한 설명들을 보면 한 브랜드의 장단점과 현재 시장상황을 고려하여 어떤 방향으로 디자인을 해야 할지 감각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 같다. 



’Brand’라는 것은 기업이나 제품 이전에 이미지와 관련이 많은 것으로 참 매력적인 자산인 것 같다.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실제의 자산이나 제품, 상품에 생산자나 소비자의 기대와 이상을 담아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 그것이 소비자들에게 또는 다수의 대중들에게 어떻게 어필하게 되는지 관찰하고 그 효과를 가늠해 보고 평가해 보고 신중하지만 다시 리뉴얼 하게 되는 과정은 그만큼 많은 감각과 지식과 신중한 선택을 요하지만 그래서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이고 매력적인 분야인 것 같다.
 


브랜딩에 관한 지대한 관심과 전공인 디자인때문에 늘 브랜드 관련 책을 읽는데 사실 브랜딩에 있어서 디자인의 역할만을 따로 끄집어 낸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책에서도 브랜딩을 할 때 시장조사를 하고 기획을 하고 방향을 잡고 네이밍을 하는 자세한 과정은 약간 생략되고 디자인 중심이다 보니 브랜딩을 마무리 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인 아이덴티티 디자인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해 주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다른 디자인 책들이 거의 다 결과물 만을 놓고 어떠어떠하다는 평가를 하는데 반해 이 책은 한 브랜드를 identify하는데 있어 어떤 고민들이 있었는지 어떤 디자인 작업이 행해졌는지, 어떤 시안들이 나왔는지 아주 자세하게 화보로 제시되어 있어 디자인을 실제로 현장에서 적용하고 브랜딩 작업에 참여 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에게는 훌륭한 참고가 될 듯 싶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고 유통되고 있는 브랜드 들이기에 더욱 친근하다. part 1에서는 <브랜드의 본질 찾기>라는 제목으로 기존에 있었던 브랜드들을 리뉴얼 할 때 외부에서 그 브랜드를 정의하는 단어를 찾기 보다 그 브랜드 네임이 원래 가지고 잇었던 처음의 본질에서 브랜드의 컨셉과 방향을 잡은 사례를 들고 있다. 진로 소주의 이름을 풀이한 <참진 이슬로>, 울진 브랜드의 다의적 해석인 우리 진 브랜드, 이브자리의 본질을 추구한 심볼등.
 


part 2에서는 <차별화 포인트의 발견> 이란 제목으로 ’처음처럼’의 로고심볼을 채택하기까지의 우여곡절 사연과 이니스프리를 런칭하며 전개했던 스킨케어와 바디케어 제품군을 소개하고 있다. 



part 3 <일등 브랜드의 자리 굳히기>는 기존에 잘 나가고 있던 브랜드들의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수정하는 과정으로 ’종가집 김치’와 ’딤채’ ’삼일제약 안과 제품’ 라인을 소개한다. 특히 이 중에서 ’종가집 김치’ 브랜드의 로고를 의미있게 ’종가 집김치’로 재해석한 것은 감각적인 선택으로 보여진다. part 4 <새로운 시장 만들기> 에서는 드럼 세탁기의 새장을 연 ’트롬’과 멀티 화장품 가게인 ’토다코사’, 피부과 전용 화장품인 ’닥터자르트’를 소개하고 있다. 



part 5 <소비자 언어로 소통하기> 에서는 기저귀 브랜드 보솜이와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하늘보리’ ’V=B 프로그램’ 브랜드로 소비자들이 받을 이미지와 느낌들을 최대한 반영해 리뉴얼하고 런칭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part 6 <디자인의 힘> 에서는 엑스캔버스의 X자를 수없이 디자인한 사례와 레종과 리뉴얼 화요 브랜드를 소개한다. part 7 <컨셉이 보이는 브랜드 만들기> 에서는 ’사랑초’ ’한미 전두유’ ’미래와 희망’ ’모새골’ ’위니아 딤채’ 등 네이밍과 디자인에서 바로 브랜드의 컨셉이 보이도록 기획한 브랜드들을 소개한다. part 8 <브랜드 업그레이드>는 제목 그대로 기존 브랜드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리뉴얼 작업들을 소개한다.현대 건설의 힐스테이트, 순창 고추장과 삼일제약 등을 소개한다.
 


이 많은 사례들과 과정들을 보며 배운 것 중에 가장 큰 수확은 수없는 시안들의 노고들을 보며 현재 나도 작업하고 있는 것에 집중하고 몰입하고 끊임없이 결과물을 내야겠다 하는 생각이다. 디자인 하지 않는 디자이너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한 순간에 번쩍이는 아이디어란 없다. 수없는 시간의 노력과 집중이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 낸다! 



게으름에 익숙해진 나에게 아주 필요한 도전을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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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ology (Hardcover)
Victionary 편집부 지음 / victionary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드는 이유 중 하나는 표지가 오렌지 색의 가죽처럼 되어 있는 양장이라는 것이다. 속 내용 이전에 디자인 책으로서의 ’디자인된 표지’를 가졌다고나 할까. 내용은 앞부분에선 CASE STUDY를 중심으로 몇 가지 로고의 탄생 과정과 배경, 아이디어 스케치 등의 작업과정을 디테일하고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고 뒷부분DMS GALLERY 부분으로 Typography와 ICON, Illustration 분야의 다양한 작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좋은 로고란 많은 고객들의 주의를 끌수 있어야 하고 고객을 모을 수 있어야 한다로 시작되는 이 책에선 좋은 로고를 만들어 내기 위한 일련의 작업과정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마음에 드는 것은 case study 부분인데 아이디어의 발현 단계서부터 어떤 식으로 응용되어져 나가고 아이디어를 전개하고 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어 실제 작업하는데 아주 유용하다.

간단한 목차를 살펴보면
INTRO
CASE STUDY 1 : MAKE
CASE STUDY 2 : FAMILY
CASE STUDY 3 : SUPAFUN
CASE STUDY 4 : CHM SYSTEMS
CASE STUDY 5 : G4 VIDEO GAME TELEVISION(G4)
CASE STUDY 6 : FIVESTARDAY AB
CASE STUDY 7 : KAPACITET AB
CASE STUDY 8 : AD ESSERE  SINCERA
CASE STUDY 9 : COLOUR COSMETICA
CASE STUDY 10 : BRITISH SKI & SNOWBOARD
CASE STUDY 11 : CORPORATE INK
CASE STUDY 12 : EMI RECORDS
CASE STUDY 13 : LOTUS
CASE STUDY 14 : RIO COFFEE
CASE STUDY 15 : HONEY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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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Branding (Paperback)
GRAPHIC-SHA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대학원에서 부교재로 사용했던 책인데 기본 내용이 너무 좋고 관련 자료들이 풍성해서 해외원서로 주문해서 구입했다. 


World Branding Committee라는 일본 회사에서 기획했고 이것은 영문판인 것으로 알고 있다. 2007년 발간되었으니 세계에서 훌륭하게 인정받았고 받고 있는 브랜드들이 어떤 컨셉과 어떤 전략을 가지고 위기 상황을 극복했고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했는지 출발시점과 문제제기 과정서부터 자세하게 나와있다.

보통의 브랜딩서에서는 이론을 중시한다면 이 책에선 풍부한 사례를 제시해 주고 있다. 성공한 브랜딩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디자인이고 어떤 면에선 디자인이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브랜드들을 모아 제시해 준다. 앞 부분에선 기본적으로 브랜드와 브랜딩의 기본 지식을 각 전문가들이 소논문 형식으로 보여준다.

1. Guide to World Branding

2. Perspctive for Future Branding
    
    1) The Search for a Distict Image
    2) Going Global
    3) The End of Branding
    4) What is a brand?
    5) Branding with Letters
    6) Fit for the Future through Consistent Brand Management

이 책의 뒷부분은 거의 사례집으로 13개의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포지셔닝을 잘 했는지에 대해 잘 소개해 준다. 특이할 사항은 우리나라의 현대카드가 우수한 브랜딩 사례로 소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빠른 성장을 보이고 확장해 나가고 있는 한 카드사의 뒤에 어떤 브랜딩 전략과 디자인 전략이 숨어있는지 보는 것이 아주 재미있다.

3. Case Studies

    1) SCANDINAVIAN AIRLINE (스칸디나비안 항공사)
    2) AUDI (아우디)
    3) WILKHAHN (독일의 사무용 가구 회사)
    4) MUJI (일본의 생활용품 회사)
    5) A COHERENT NATIONAL BRAND FOR DENMARK (덴마크 공공기관)
    6) SOUTH TYROL (유럽 남부의 지방도시)
    7) THE NETHERLANDS MINISTRY OF DEFENCE (네덜란드 국방부)
    8) THE BRITISH LIBRARY (영국 도서관)
    9) ADOBE (아도비사)
   10) DANSKE BANK GROUP (DANSKE 은행 그룹)
   11) HYUNDAICARD (현대카드)
   12) au (일본 휴대폰기기)
   13) HUMAN GROUP (휴먼그룹)

브랜딩과 마케팅,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소장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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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화점 : 무삭제 감독판 (2disc)
유하 감독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두 사람이 너른 벌판을 세상 다 누리는 평온한 모습으로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이 흐르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때
누구보다 먼저 자리를 박차고 극장 밖으로 나와 버렸다.
보통 같았으면 적어도 몇몇 급한 사람들은 함께 밖으로 나올만도 했으련만
어느 누구하나 따라 나오는 사람이 없었고, 어느 누구하나 기침 소리 내지 않고 앉아들 있더라.

 
취해있고 싶지 않았다.

 
죽음의 문 앞에서 마저도 홍림의 뒤를 쫏고 쫏는 가련한 왕의 눈빛에도,
분노와 절망, 탄식과 한숨이 섞여 눈물로 흐르던 홍림의 눈빛에도,
절규하며 사랑하는 이에게 달려들던 왕후의 눈빛에도,
그 어느 누구의 눈빛에도 취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불편한 것들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일부러 애써 털어내고 싶었다.
지독한 그들의 결말을 위로하는 듯했던 마지막 엔딩장면처럼 나도 
벌판을 달리던 두 사람의 틈에 숨어 그래도 괜찮았다고 그래도 아름다왔다고 애써 위로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세사람이 만들어 낸 고집스런 애증과 애욕과 감정의 잔여물들이
’쌍화점’의 또 다른 제목인 ’상화’처럼 자꾸 내 심장 언저리에 차갑게 주렁주렁 매달리고 있다.

 
그들은 사랑했을까?

 
세 사람이 집착하던 ’연모의 정’의 시작은 도대체 어디일까
시작부터 금기였던 그들. 왕과 홍림의 관계도, 왕후와 홍림의 관계도 
허락될 수 없던 대상을 선택한 그 순간부터가 비극의 시작이었으리라.
끝이 보이는 비극.

그럼에도 달려들고 집착하고 품고 내지르고 무모하게 자기 자신을 던졌던 그들
그래서 그들이 한 것은 진정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극중 홍림의 변명처럼 ’한때의 욕정’이었을까...
답을 낼 수 없는 질문이 머릿속을 어지럽히며 내 마음을 짓누를때
유하 감독의 인터뷰가 눈에 들어왔다.

부질없는 사랑, 사랑의 덧없음,
한때 눈부시게 피었다 순식간에 녹아버리고 마는 얼음꽃 같은 사랑의 순간성.
분명 눈부시게 아름다운 사랑은 아니다. 하지만 사랑이 아니었다고 말 할 수도 없다.
사랑은 사랑이었지만 눈부시지 않은, 아니 오히려 불편하리만큼 적나라한 감정의 산물로서의 사랑.
사랑을 하며 하게 되는 거짓과 욕심과 상처냄과 이기심...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자신들이 집착하는 ’사랑’때문에 잉태되는 불편한 열매들이다.
그 열매가 너무 독해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도 감춰지지 않는 상채기를
마음 깊이 내버리고 만다.


그들의 눈빛은 말한다.



영화가 내내 보여주고 있는 것은 이런 씁쓸한 비극의 열매들인데 
감독은 그것을 화려한 대사나 영상이 아닌 
세 주인공 그들의 눈빛과 섬세한 심리 묘사로 집요하리만큼 꺼내보이고 있다.

홍림의 침소에서 오래도록 그를 기다리며 초조했을 왕은 정작 홍림 앞에선 최대한 그 마음을 숨긴다.
이미 눈과 마음으로 왕후를 좇기 시작했던 홍림은
왕 앞에서 숨겨질래야 숨겨질 수 없는 그 변화를 애써 감추려 하고
왕후 역시 몸으로 반응하는 그녀의 욕망을 변화없는 표정으로 숨기고 있다.
그들은 서로의 욕망이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이미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여전히 거짓을 말하고 행동한다.

수없이 많은 장면들은 집요하리만치 이런 그들의 긴장관계를 쌓고 또 쌓는 연결 고리들이다.
화려한 세트, 연회장면, 디테일한 소품들도 충분히 시선을 잡아끌련만
그들이 뿜어내는 절박한 긴장관계는 한치의 틈도 내어주지 않는다.

이런 미묘한 마음과 마음의 싸움, 눈빛으로만 드러내는 긴장관계를
영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일관되고 안정되게 -다른 말로 하면 질릴만큼 집요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쌍화점은 어쩌면 상당히 다른 평가를 낼 수 있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와 새롭지 않은 삼각관계에 성정체성이라는 양념을 더해 시대극의 외양을 두른 
이 영화는 그 흔한 코믹한 조연 하나 없고 기대할 만한 극적 반전을 노리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 세 사람의 눈빛과 미묘한 심리, 비극의 열매로서의 감정의 중첩을 놓치게 되면
그야말로 평범한 ’이야기’, 지루한 ’치정극’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왕과 왕후, 홍림의 내달리는 감정과 갈등의 파생물들, 
감독이 일관되게 말하고 싶어하는 그것들의 덧없음을
세 사람의 눈빛과 미묘하게 떨리는 목소리와 그들을 둘러싼 기운에서 잡아낸다면
그 이후부터는 지독한 비극의 열매의 쓴 맛이 얼마나 지긋이 오래도록 심장에 머무르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본 쌍화점은 연출은 둘째 치더라도 
적어도 배우들이 우리가 그것을 충분히 잡아내도록 최대한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
왕이 보여주었던 슬픈 연모와 집착과 광기의 눈빛 - 영화 내내 압도적이었다. 브라보~-
건조하고 외로왔던 눈빛이 욕망과 간절함으로 빛나게 되어버린 왕후 - 그녀의 낮고 강단있던 목소리-,
수동적일 수 밖에 없었던 자의 회한과 절망과 탄식, 젊은 혈기 가진 자의 욕정과 연모와 치기를
동시에 보여주어 먹먹하게 했던 홍림의 눈빛 - 어느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성적 판단을 하기도 전에 다가왔던 클로즈업에서의 그들의 눈빛은
이미 그 쓰디쓴 비극의 열매를 맛보게 했다.

그렇다면 이미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다 끌어내고 보여준 쌍화점의 평가를 결정짓는 
마지막 요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나’ 즉, 관객의 경험치인 것 같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던 것을 빼앗겨 분노해 본 사람이라면
외롭고 추운 마음에 들어온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에 집착해 본 사람이라면
사랑이라 믿었던 것에 비굴하도록 집착하고 결국 배신당해 본 사람이라면
그 모든 감정들이 주는 무게가 무거워 순간 사라져 버리기를 간절히 바래본 사람이라면
아니..적어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부조리와 갈등의 부산물들을 맛본 사람이라면

.........’쌍화점’의 서리같은 사랑에??한 욕망과 숨김 없는 죄와 그것이 잉태하는 비극에 함부로 웃지 못할 것이다.
그 비극의 열매가 결국은 내가 살아내고 있는 내 삶에서의 열매들과 별반 다를 바 없기에..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서리꽃 같은 사랑의 덧없음이 결국 인생의 깊은 통찰이기에..

 
지루한 후기임에도 불구하고 하나 더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연일 언론에서 관심을 표명했던 강한 수위의 베드씬이라던지 동성애,
세 배우의 파격적인 노출에 기대감을 가지고 쌍화점을 대한다면
꽤 실망할지도 모를거라는 거다.
그들이 보여주는 정사들은 어느것 하나 아름답지 않다. 파격적인 횟수와 방법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나 조명은 그들의 육체를 너무 날 것 그대로 보여주고 있고
그 흔한 카메라 기법조차 부리지 않는다.
첫 합궁때는 긴장감이라도 감돌았었지만 마지막 서고에서의 정사는
말 그대로 불편할 정도로 ’행위’로만 보인다.

이것이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적어도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아름답게 보이지 않길 바랐던 감독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그들이 연모의 마음이라고 믿는 그 욕망과 집착이 빚어내는 비극이 
어떻게 처참한 열매를 맺게 되는지 보여주려는 극단의 장치들이 아니었을까.

두 사람의 육체가 서로 반응하면서 가졌던 나름의 긴장감은
회가 거듭될 수록 불편함으로 느껴지고 결국 보고 있는 관객은 ’제삼자’의 위치로 돌아오게 된다.
그런 그 순간에 벌어진 일은 무엇이었나.
오랜 시간 그들의 감정에서 서서히 벗어나며 내가 느꼈던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그들의 결말..그들의 비극이었다.
불꽃 같은 축제의 한가운데 서 있다가 그 자극이 지루할 때쯤 빠져나와
사그라드는 불꽃을 바라보는 자의 만감이랄까.
자극과 쾌감이 아직도 남아있지만 그것이 주는 허무함과 덧없음의 상념이랄까.

그런면으로 난 세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았던 열연에 경의를 표한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 사랑의 표현으로의 정사씬이었다해도 쉽지 않았을터.
금기된 욕망과 끝이 보이는 집착과 연민과 애절함과 죄책감과 욕정 그 모두를
눈빛만으로, 거칠면서도 절제된 행위로만 표현해 내고 결국 끝을 보고야 마는 
그 임무를 너무나 열심히 훌륭히 용기있게 표현해 내었다는 것에.

쌍화점의 외양은 ’고려시대’고 ’궁중’이고 ’왕’이고 ’왕후’고 ’호위무사’였지만
결국 ’쌍화점’에 남은 것은 욕망에 내달리고 그 욕망에 다시 집착하고 결국 스스로 불살라 버린
평범하디 평범한 사람들. 그들 뿐이다.

서리꽃처럼 아름답다면 아름다울 사람들,
하지만 부서져버릴 순간에 집착한 어리석어 더 슬픈 사람들.
그들이다.
그래서 오래도록 심장을 지긋이 누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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