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는 올해  모의고사가 있는데그래서 준비할 것도 많은데 시험기간에 책상 정리하는  인간의 본성이 되었을까그런데  책상은 생각보다 정돈되어 있어 치울  없었다… 시선 돌린 곳에 풀지도 않고 모으기만  문제집들 아래 깔려 신음하는 양서들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갑자기…) 겨우 1-2년도   예비 폐지 나부랑이들 아래 평생 함께 할 책들이 가려져 있으니 갑자기 책장 정리가 하고 싶었다


 문제집들은 차곡차곡 모아 책상 아래 북엔드 이용해 적당히 쌓아두고 (언젠간 풀거나 버리겠지), 벽돌책들끼리 모아보면  좋겠다 이야 짝짝짝 하고서 일어서면 눈높이 닿는 줄에 모두 모았다벽돌도 있고 아닌 것도 있는 필립로스랑 올리버색스 콜렉션은  잡아 놓은  흩뜨리기 아까워서 그냥 두고 온갖 잡책은 벽돌코너 위쪽 칸으로 몰다보니 책장 위칸이  무거운 상태가 되었다여기 자는 방인데 자다가 지진나면 나는 책에 깔려 행복하게 죽겠네...  위칸 일부는 어른어른책 코너가 따로 있다… 언젠간 다시 만나자 책들아

 책정리는  했지만 다음 주는 시험 기간이니 돌아오는 주말까지  권도  읽기로 다짐한다…  견디면 시집 하루    읽는 것까지만 허용하기로 한다하아양심 남았으면 자기 전에 수학 문제 최소 20개는 풀고 자자… (하는데 아직 저녁밥도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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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3-20 0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저는 언제든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걸까요 (...)

모의고사 화이팅입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3-03-24 20:32   좋아요 0 | URL
이미 너무 가지런한 걸지도요 ㅎㅎㅎ감사합니다.

Yeagene 2023-03-20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들 정말 빽빽하게 꽂혀있네요.전 꽂을 공간이 없어 책을 좀 내놓을까 생각중입니다.열반인님 모의고사 화이팅!♡

반유행열반인 2023-03-24 20:33   좋아요 1 | URL
저 중에 읽은 게 채 20권도 안 되서 읽지도 않을 거 물욕 소유욕…했네요 ㅎㅎㅎ읽어야 팔든 버리든 할텐데…ㅋㅋㅋㅋ산 책은 늘 부지런히 읽으시는 훌륭한 독자 예진님 ㅎㅎㅎ
 
내 안에 남자가 숨어있다 - 배수아의 아름다운 몸 이야기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20230315 배수아.

배수아가 쓴 소설은 ‘뱀과 물’을 읽었고, 어려웠다. 그가 번역한 리스펙토르의 ‘달걀과 닭’이랑 ‘G.H.에 따른 수난’을 읽었는데, 둘다 어렵다 못해 무시무시했다. 배수아의 신간 에세이 소식이 종종 올라오던데, 나는 헌책으로 모은 소설이 두 권, 에세이가 한 권 꽂혀 있더라. 새 거 읽기 전에 그거나 읽자 하고 에세이를 꺼냈다.
소설이나 번역소설 모두 무시무시한 문장을 자랑했는데, 나보다 이십살 쯤 많은 배수아가 이십여 년 전, 내 또래이던 (아 나 이제 마흔이지…) 서른 중반 무렵 쓴 에세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몸과 욕망과 인간성과 죽음 등등을 엮은 짤막한 글들이 여럿 실려 있었다. 지금 읽기에는 너무 담담하고 새로울 것도 없게, 그 시간 동안 몸에 대한 담론은 넘치다 못해 식상해진 면도 있었다. 라고 말하지만 여전히 어떤 육체 관계, 신체적 상호작용은 사람들이 거부하거나 비난하거나 기이한 취급을 한다. 여전히 몸에 대한 집착은 멈추지 않는다. 다른 극장에선 다 내린 영화를 보러 신사동에 갔었는데, 주변 건물이 다 성형외과라 조금 놀랐었다. 열살 쯤 어린 직장 동료에게 살이 많이 빠졌다고 하자 진지하게 바프 준비 중이거든요, 해서 물음표 백만 개 머리 위에 띄웠지만 바로 묻지 않고 집에 와서 검색을 했다. 운동과 식단 조절로 체지방 줄이고 근육량 늘려서 가장 아름다운 몸 상태로 기념 촬영을 남기는 일, 그 의식을 위해 메이크업과 촬영 스튜디오를 잡고 적당한 노출의 스포츠웨어를 구입하는 일, 그걸 바디프로필이라고 부른다는 게 생소했다. 와 나 옛날 사람이야… 화장도 안 하고 미용실도 일년에 한 두번 겨우 가고 몸에 초연한 듯 굴지만, 독서 레퍼토리 보면 주기적으로 몸에 관한 이런 저런 책을 읽는 나야…검색해서 나오는 은밀한 몸 이라는 책은 언제 본 거야…
앵그르의 바이올린 사진은 한 번쯤 본 적 있을, 만 레이의 1920-30년대 작품 사진이 글 사이마다 수록되어 있었다. 책 종이질도 요즘에는 잘 안 쓰는 반질반질한 재질이고 2000년도라는 게 이렇게 어색할 만큼 옛날이 되었나, 그때 나는 뭐했나, 고1이라서 공부해야 했는데 스쿨밴드하고 채팅하고 연애에 실패해서 눈물 줄줄 짜고 그랬었지… 그때도 몸은 중요했겠지… 그냥 가볍고 너무 재미있지 않고 그래서 너무 오래 붙들고 있지 않을 책 밤마다 공부 끝나고 머리 식힐려고 본다고 본 건데 뭐 소임을 다 했다… 재미없었다는 소리다… 정작 읽고 싶은 책들은 이상하게 자꾸 미루고 아끼고 뒷전이다… 그러다가 산 책 반도 못 보고 죽을지도 몰라… 나말고 그런 사람 많은 동네 내가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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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3-16 0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동네… 저도 알 것 같네요 ^^

반유행열반인 2023-03-16 00:29   좋아요 2 | URL
그 동네…혹시 저 말고 못 읽고 죽는 책 아까워하시는 분 또 계신지요? ㅎㅎㅎ

건수하 2023-03-16 00:30   좋아요 2 | URL
많을 것 같아요 ㅋㅋ 저는 죽기 전에 눈 나빠져 못 읽을까 걱정입니다 :)
 

주말에는 간만에 도심 나들이를 했다사실 집에서 공부하고 싶었는데 시댁 식구들이 아이들 데리고 만나자고 했다하이커그라운드라는 한류 문화 홍보와 한국 관광 정보 제공하는 장소에 가자고 했는데우리 식구 중엔 아무도  내켜해서 우리는 근처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둘러보고 이후에 어디서든 만나기로 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아주 오래 전에 동아리 학생들 인솔해서 갔던 기억이 있었다이전에는 근현대사나 독립운동사 관련 전시가 주로 많았던  같은데이제는 조금  생활사와 민속사  비중이 늘어나 있었다벽면이 온통 스크린으로 되어 있고 영상을 보며 터치를 하는 전시관이나, 1960년생, 1982년생 이런 식으로 랜덤하게 역할 카드를 주고 카드의 바코드를 스캔하면 각자의 서사대로 현대사를 체험하는 곳이 있어서 여섯 짜리와 열세  짜리 모두 흥미로워 했다.

특별전은 마침 ‘베스트셀러로 읽는 시대의 자화상이라는 관련 전시를 하고 있었다제가 베스트셀러는  좋아하지만 책이라면 엣헴하고 들어간 곳에는…  전시물의 절반이 집에 있는 인거죠?? ㅋㅋㅋㅋ 우리집인  알았다버튼을 누르면 책갈피 선물을 받는 코너가 있었는데뭔가 나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써 있었다


  저마다  있는 자리에서 자기 자신답게 살라.’ (법정, <<살아 있는 것은  행복하라>>)


집이  헌책방 내지 박물관이 되었을까생각해보니 엄마가 젊어서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읽던   버리고 내내 달팽이집처럼 지고 다닌 탓도 있지만최근   구매행태의 영향도 있을  같다그래서 오늘은 적은 비용으로 집을 책투성이(폐지 수집장 읍읍) 만드는  방식을 소개해 본다.


알라딘이 아주 오랜만에 감사하게도 리뷰 적립금을 주었다. 2021 8 이후 처음이라니 놀랍다. ( 나한테만 가혹하니 알라딘아내가 굿즈 영업 커피 영업 방해하긴 했다지만… 쓰다보니  글도 중고책 영업 방해(?) 듯하지만 개인셀러 수수료도 챙기니까 봐주쇼…) 뭔가 기념될 책을 사자하다가 최성웅 번역가가 옮긴 프랑시스 퐁주의 시집 ‘사물의  작은 어린이용 학습지 세트 중고를 고르니 삼만원이 순식간에 녹았다… 그렇지만 삼만원    하고  연이어 중고책 삼만원 어치를 지르고 마는데


 책도 사고 알라딘 직배송 중고도 자주 이용한다특히 중고알리미 해두면 당장 급하진 않지만 관심 있는 책을 조금 싸게   있다그렇지만 직배송 중고는 내가 중고책 신나게  모으던 2015-16년께에 비하면 할인율이 낮아지고  상태도  좋아졌다그러다가 신간이 아니면 같은 책이라도 개인 판매자의  가격 책정이 굉장히 낮은 것을 발견하고는 이런 식으로 책뭉치를 들인다.


이번에는  아이가 재미있게 보는 더세븐이라는 추리소설 시리즈의 ‘바르나포스 절벽 살인사건 목표였다더세븐 시리즈의 이전 여섯 권도 중고로 모셔 놓았는데   권을 남겨두고 오래 지났다 만원도  하는데    사주지 그러나 어느  책방에서 정가 절반도  되는 가격에 팔고 있어서 장바구니에 모셔두고  오래지났다그러다가 역시 적립금   버렸지만  아이 책은   줬잖아마침  할인 적립금을 주네커피 스탬프도 털어야 … 하고  책을  책방에서 사기로 했다


온라인 헌책방 탐험은 오프라인이랑 거의 비슷하다판매자 페이지에 들어가서 낮은 가격순으로 정렬하고 관심있는 카테고리(문학/과학/사회과학/어린이 등등) 들어가 무한 서칭을 시작한다뭔가 관심 있거나 들어본 작가나 이웃님들이 소개할  솔깃했던 가격보고 싸면 장바구니에 마구 담는다ㅋㅋㅋㅋ 그러고나서 다시 하나하나 상품 체크하면서 최저가인지 확인한다직배송으로 많이 비싸게 팔고 있으면 왠만하면 산다ㅋㅋㅋㅋ

그리하여 삼만원으로  8아니 9권을 득템하였습니다… 이번에도  상태가 매우 좋았다그래도 대부분 헌책방에 오래오래 아주 오래 먼지와 먼지다듬이와 구경만 하고 가는  등등을 탔을 것이라서 소독 물티슈로 온사방을 꼼꼼히 닦는다어린이책을 사준다는 핑계로   5권이 늘었다… 이렇게 전국의 헌책방을 조금씩 집안으로 옮겨오고 있습니다


분야는 문학과학만화어린이 골고루 골랐다. ‘마르탱게르의 귀향 대학  역사와 영화 수업  영화로 봤는데자꾸 수능 대비 독서 지문에 자주 등장해서ㅋㅋㅋ 기회되면 책으로도 보자 하고 샀다

 우리 같은 영웅들 표지너무 도발적인 그런데 책소개 보니 내용이  도발적인  같아서 일단 소장하고 봅니다… 

 물론 워낙 저가에 고서적(?)수준의 것들을 발굴하다보니 사고도 생긴다대여점을 돌고돌다 컵라면 국물에  빠졌다 나온  같거나 좀먹어  치면 부서질  같은 만화책을 받자마자 읽지도 않고 진짜 폐휴지로 버린 적도  있다훔친 도서관 폐기도서 기관 스탬프 찍혀있고 서지번호 스티커 떼지도 않은  받으면 정말 기분이 좋다장물 취득… 이번에는 그런 책은 없고 물리적 상태는 정말  깨끗하고 좋은데 다만

글꼴 : 읽지마시오체


 저랑 나이가 거의 비슷한그래도 저보다는 여섯  어린 1990년생 완역판 금성사 세계문학… 책은 나이에 비해 놀랄 정도로 젊은데 인쇄 상태가 읽지 마시오 라고  있다ㅋㅋㅋㅋ 조셉 콘래드 거의 이십년 전에 ‘암흑의 핵심’ 읽고 이웃님 페이퍼보고 다른 작품들도 보고 싶어서  건데 ‘로드 ’… 전자 도서관에도 있더라… 빌려보고 이건 소장만 하기로했다ㅋㅋㅋㅋ 이런 아픔을 미리 간파하셨는지 판매자님께서는 덤으로 알퐁스 도데의 단편집 ‘별’을 써비스로 주셨다!!!! 30년 전에 본 스갱씨네 염소 다시 보라고!!! 그래서 8권을 시켰지만 9권이 되는 아름다움…심지어 포스트잇에 손글씨로 편지도 써 주심… 


이미 절판된 책이나 오래  인기 끌고 시들해졌거나 오래  나왔지만 많이들 찾지 않지만 사실은 숨은 보석 같은 책들이 헌책방에 숨어 있다책이라는 특성상 읽는 사람 대부분 특징 덕에 많이 봐야  두번  대고 오래꽂혀 있다 나온 것들이라 오래 됐다 뿐이지 유용하고 저렴한 책이 널렸다다만  책꽂이에서도  오래 묵어야겨우   닿을 신세가  책들… 꽂힌 곳만 달라졌지 여전히  읽히는 불쌍한 책들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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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3-14 2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판매자 책 검색도 잘 안 되고 하나하나 보간 넘 힘들어서…하다가 에잇 하고 꺼버리는 일이 많아요. 많이 싸면 그냥 배송비 내고 사고… 아직 헌책방을 집으로 전송하기엔 귀차니즘이 심한가봅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3-03-16 00:23   좋아요 1 | URL
네 이것도 재미로 가끔해야지 쇼핑이란 헌 책 하나를 사도 고된 일 같습니다 ㅋㅋㅋㅋ모바일 앱은 좀 불편하고 피시버전 페이지로 검색하면 낫더라구요.

dollC 2023-03-14 23: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 같은 영웅들>은 제목은 잊어도 표지는 잊기 힘들 것 같네요ㅋㅎ

반유행열반인 2023-03-16 00:24   좋아요 2 | URL
왜 저런 그닥 아름답지도 않은 괴상한 표지 책에 끌렸나 모르겠습니다. 남들 안 하는 짓 하는 사람 책 등등을 후하게 치는 편입니다 ㅋㅋㅋ

Yeagene 2023-03-15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저는 강남역 알라딘 중고서점 가는 걸 즐겼어요 ㅎㅎ 가격도 저렴하고 책 상태도 좋아 득템의 기쁨이 컸거든요 ㅎㅎ인터넷 중고서점은 잘 이용 안하게 되더라구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3-16 00:28   좋아요 1 | URL
전엔 저도 꽂힌 만화책 시리즈 모으러 알라딘 오프 서점 투어 다닌 적이 있는데요 ㅋㅋㅋㅋ종로도 가고 강남도 가고 제일 많이 간 건 그나마 가까운 신림점…요즘은 우주점 주문으로나 가끔 사네요 ㅎㅎㅎ인터넷 중고는 꽝도 나오고 책상태 운에 기대는 부분도 많아서 안 좋아하는 분도 많은 거 같아요. 저는 몇 번 좋은 책들 싸게 사다 보니 가끔의 취미생활(?)이 되었네요.
 
[eBook] 우리는 왜 잊어야 할까 - ‘기억’보다 중요한 ‘망각’의 재발견
스콧 A. 스몰 지음, 하윤숙 옮김 / 북트리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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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8 스콧 A.스몰.


 브로콜리너마저-행복


https://m.youtube.com/watch?v=ko2P-fogyrA


 거의 9년 만에 단둘이 마주한 선배 언니는 잘 지내고 있었다. 작년 말에 모기지론 영끌해 어바인에 집을 샀다. 거주지 커뮤니티 공간의 노천 자쿠지에 몸을 지지고 집에 들어와 벽난로에 불을 붙이고 맥주 한 잔과 함께 스위치를 하는 시간이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캘리포니아 IT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로 여지껏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서 업무 만족도도 높아 보였다. 언니는 내가 언니의 형제 자매 이름을 기억하는 것에 놀라며 그렇지, 너는 별 걸 다 기억하지, 하고 말했고, 나는 얼굴만 봐도 언니의 모든 흑역사가 스쳐지나간다고, 감춰야 할 것이 있으면 나를 죽여 묻으라고 농담하며 웃었다. 웃는 중에도 노래방에서 롤러코스터의 라스트 씬을 부르며 글썽이던 모습이 스쳤다. 

 한국을 떠나, 나와 멀어져 행복하다면, 30년 간 자라난 이 땅이 어두운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라면,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직접 김밥이며 냉면이며 그곳에서 너무 비싸거나 구하기 어려운 음식을 스스로 해 먹는 이야기를 늘어 놓는 언니는 그늘이 없다. 다시 떠나야 할 시간엔 잠시 슬픈 표정을 지었지만 그 덕에 나를 아끼는 군요, 하고 알 수 있는 건 좋았다. 


 그 좋았던 기억력도 시간 앞에서 약해지고 비루해지는 중이다. 좋은 점도 있다. 불안과 공포의 감정도 흐릿해지고 미움도 외로움도 섭섭함도 사그라든다. 몇 년 전 독후감 쓴 걸 읽으면 그게 그렇게나 재미있다. 내가 이런 걸 읽었다고? 이런 걸 썼다고? 자뻑이 지나치지만 뭔가 알듯말듯하면서도 기억이 안 나는데 익숙하니까 재미있지… 알라딘이 몇 년 전 니가 쓴 글, 이러고 툭 던져주는 기능이 그렇게 자꾸 돌아보게 한다. 그러면 자꾸 많이 못 읽는 날들 중에 자꾸 읽고 싶어진다. 


 이렇게 바보가 된 줄 모르고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혹독한 한 해를 보냈다. 그러니까 천상계에서 쫓겨난 느낌… 1,2등급 이하는 받아 본 적 없어서 공부 못하는 게 어떤 건지 모르다가 굳이 다시 태어나서 4,5등급 받고 아…힘든 거구나… 아주 ㅈ같은 거구나…하고 뭔가 과거를 반성하는 느낌 ㅋㅋㅋ 

 많은 책들, 주로 자기계발서나 공부법 책 같은 것들이 기억 잘 하는 법, 망각 곡선을 염두에 두고 효율적으로 학습하는 법을 말하는데 이 책은 왜! 잊어야 하는지 제목으로 딱 묻고 있었다. 물었으면 알려준다는 것인데! 책에 소개된 사례 중 환자 카를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약간은 감동을 주기도 했고, 스콧 박사가 올리버 색스 언급도 잠깐하지만, 언급 안 했더라도 이 분, 올리버 색스처럼 글쓰고 싶은 욕심 있으신 과학자시군요 했다. ㅋㅋㅋ 노화로 인한 정상적인 망각의 과정, 외상후장애, 알츠하이머, 자폐성 장애 등 다양한 심리, 정서적 어려움과 망각의 관계를 재미있게 풀어 놓았다. 남들보다 망각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강박과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흠칫했다. 제 얘기 같아서요… 자폐까지는 아니어도 사회성이 엄청 떨어지긴 합니다만… 잘 기억하기 위해 잠을 자는 것이 중요하고, 또 새로운 것을 기억하기 위해 잊어야 한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제 머릿속에 잡것들이 많아서 공부 기억력이 좀… 기억력이 안 좋은 편이라 오히려 신중하고 오판이 적은 의사 이야기는 조금 빡쳤다. 아니, 언어적 기억 조금 부족하고 수학 관련 기능은 너무 우수해서 부족한 거 압도할 만큼 아이큐 최상위인 분이, 그래서 의대 나와서 전문가 된 분이 자꾸 자기 머리 나쁘다고 해… 그 덕분에 지적 겸손으로 정확한 거라고 해…이거 자랑인지 진짜 겸손인지… 예전 같으면 와 짱이다 하고 넘어갈 건데 공부 잘하고 싶은데 공부 못하는 예민한 어린이가 되어 죄송합니다…ㅋㅋㅋㅋ


 많은 걸 잊는 게 정상이고, 잊어서 행복해질 무렵 다시 기억하려는 노력을 하느라 힘든 건 맞는데, 지난 일이나 나의 감정이나 상태와 동떨어진 것들을 기억해야 해서 차라리 나은 건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그리고 불과 네다섯 달 정도 전에 그렇게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아 망했다 난 안 되나 봐…이러고 줄줄 울며 지낸 시간 그새 잊었으니 또 다시 하겠다고 맨날 책상 머리에 붙어 책읽고 싶은 것도 참으며 (완전 참지는 않고 째끔씩만 읽으며) 지내는 것 보면 그것만으로도 망각은 쓸모 있고 진정 선물 같은 일이로군, 싶다. 읽고 줄줄 써버리고 털어버리면 적어놨다고 안심하고 또 잘도 잊어버리는 것 같다… 내 독후감 쓰기의 이유에는 잊기 위함도 있나 보다. 


 

 브로콜리너마저는 참 잊는 일에 대해 노래를 많이 만들어놨다. 그렇지만 자꾸 잊자 잊자 하면 더 생각나는 거 알고… 그러는 거지…? ㅋㅋㅋㅋ


 브로콜리너마저-잊어야 할 일은 잊어요


https://m.youtube.com/watch?v=30S63B044U0


 브로콜리너마저-잊어버리고 싶어요


https://m.youtube.com/watch?v=6nZmkdiTW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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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3-03-08 10: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마자!!! 자꾸 잊자 잊자 하면 더 생각나더라구요. 노래를 들으면 또 생각나구요 ㅋㅋㅋ
잊을 일이 있으몀 노래를 듣지 않아야 하죠

반유행열반인 2023-03-09 19:16   좋아요 1 | URL
노래의 힘이 생각보다 강력하죠ㅎㅎㅎ 글로 읽는 것들은 그렇게나 금세 휘발되는데 노래는 잊으라 잊으라 해도 아예 감정 분위기 장면 이런 것까지 박제를 해버려요ㅎㅎㅎ

2023-03-08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09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아 2023-03-08 13: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글도 노래도 다 좋네요~♡
저는 잘 잊으려고 일기를 쓰는데 되려 곱씹어지는ㅋㅋㅋㅋ뭐든
공짜는 없나봐요.

반유행열반인 2023-03-09 19:20   좋아요 1 | URL
미미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예전에는 프로일기러(?)였다가 간간히 쓰는 독후감 정도로 타협이 되었네요. 곱씹다보면 잊진 않더라도 무뎌지니까 좋은 거겠죠. 그것도 좋을 거예요ㅎㅎㅎㅎ

Yeagene 2023-03-08 22: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기가 쓴 글 다시 읽으면 너무 재밌지 않나요?ㅎㅎ 전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많은 분들이 저같더라구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3-03-09 19:20   좋아요 1 | URL
저만 그런거 아니라니 예진님도 그러시다니 반갑네요 ㅎㅎㅎㅎㅎㅎ가장 좋은 독자를 이미 가진 글쓴이들이었네요 ㅋㅋㅋ

새파랑 2023-03-08 22: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브로콜리 너마저 잊어야 시리즈 완전 사랑합니다 ~!! 올해는 1등급 받으실겁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3-09 19:22   좋아요 2 | URL
작년 마지막날에 아주 오랜만에 브로콜리너마저 콘서트 다녀왔는데 좋더라구요. 가요무대 보는 것 같고 ㅋㅋㅋㅋ 팀 생기기 전부터 찌질이(?)시절부터 팬이었어서 (심지어 제가 축가를 해주고 멤버들이 축가랑 반주해주고 이미 나간 멤버랑은 여행도 해보고 옛날엔 친했음…) 더 애정이 많은 음악가들이어요 ㅋㅋ

페넬로페 2023-03-10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3-11 07:36   좋아요 1 | URL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페넬로페님!!!!
 
[eBook]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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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1 김연수재독.

위로의 시차.


赤い鳥 - 白い墓

https://m.youtube.com/watch?v=YxCb7PldUxQ


  전에 읽은 김연수 소설집을 다시 읽었다벌써싶기도 하고 까마득히멀기도  시간이었다

책은 거기 그대로인데 (사실 알라딘 중고서점에 화풀이하듯 팔았다나빠서가 아니라 좋은 것이라도 냉큼 내던지고 싶은 마음일 때라그래서 이번에는 전자책을 빌려 읽었다그래서 더더욱  마음의 온도차가 선명한 읽기였다기억하기로 5  재독한 책은   권이다장강명의 ‘그믐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그리고 올해는 현우진의 뉴런 1, 2 다시  예정입니다ㅋㅋㅋ


 (브로콜리너마저의 노래처럼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우울절망슬픔그런  있다는  안다그런 위로가 무슨 소용일까 싶지만정작 힘겨운 순간에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때가 나같은 못난 이들에게는 특히 많지만없어도   아닌 것을 이제 안다 시간을  지나온 후에그때 거기에 내가 괜찮아지길 바라는 마음이그래서 건네는 수많은 말과 글과 눈빛과 손길이 있었다는  너무 늦게라도 떠올릴  있다그러면 당장은 그때만큼 힘들지 않은 시간이지만언제라도 다시  슬픔이 닥쳐도  흘려보낼  있을 거라고 평온한 마음을 먹을  있다


최악의 결말이 아니라평범한 나중을 떠올려 볼래 노래 들어볼래 그림은 어때너무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잃는 슬픔이 너무 커서 말문이 막히던 때에 나는  사람들을 시절과 기분을 잊지 말자고 이야기를 지었어그런 말들을  알아들으면서도  튕겨내고 골을 내던 내가 이번에는 인터넷에 도시 이름도 적어보고유튜브에서 찾은 노래를 띄워놓고 마저 읽고수많은 마크 로스코의   어떤 것일까 궁금해 하기도 했다


소설은   전에도지금도 여전히 좋았고그걸 다시 읽는 나만 조금은 달라져 있었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애쓸  우주는 조금이라도 바뀔  있을까?” 희진의 물음처럼 던져  말은(사실은 설의법ㅋㅋㅋ강조의 효과우주까지는 몰라도  우주에 사는 기억하는 너는 달라져 있을 거야하고  깨알같이  주섬주섬 챙겨주고 있었다


그래서 내년에도 고집스럽게  거라고 골부리던 거울  나는   동안 그렇게 많이 울지 않고된장과 현미 홉을 챙겨 먹지는 않지만 아침마다 산에 나가 5킬로 남짓을 걷고여서일고여덟 시간  랜덤하게 그날 공부를 채우는 나를 얼마가 됐든 책망하지 않고그냥 이랬던 나를 나중에 기억하라고 매일 시간을 끼적여 놓고그때는 상상하지 못하던 평범한 오늘을 산다




+밑줄 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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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자신이 이미 겪은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상상할  있는데미래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이라 조금도 상상할  없다는 그런 생각에 인간의 비극이 깃들지요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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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그런데 살아보니까 그건 놀라운 말이 아니라 너무나 평범한 말이더라지구는 멸망하지 않았고 우리는 죽지 않고 결혼해 지금 이렇게 맥주를 마시고 있잖아줄리아는 그냥  사실을 말한 거야다만 이십  빨리 말했을 시차가 평범한 말을 신의 말처럼 들리게  거야소설에 미래를 기억하라고  엄마는  죽었을까그게 궁금했는데이제는   같아엄마도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상상할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이토록 평범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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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의미가 없어 무자비할 수밖에 없는 자연에 맞서기 위해 상징을 부여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그게 바로 정현이 평생 몰두해온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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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정의 말을 듣고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였다그때는 그저 은정이 이야기를 재밌게 해서 그렇다고 생각했지만이제는 어떤 사람과 함께 있을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는  무슨 뜻인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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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맞아 팅팅 부은 얼굴이 미워서 내가 ‘이딴  하지 말고하던 대로 글이나 열심히 라고 말했어요그랬더니 ‘글쓴다고 인생이 가만히 놔둘  같니?’라면서 흘겨보더라구요그래서 내가 ‘그래도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것보다는 낫잖아해도  되는   뻔한 일을  하고 있어?’라고 했더니 이렇게 대답했어요. ‘버티고 버티다가넘어지긴  마찬가지야근데 넘어진다고 끝이 아니야그다음이 있어너도 KO 당해  바닥에 누워 있어보면알게  거야그렇게 넘어져 있으면 조금 전이랑 공기가 달라졌다는 사실이 온몸으로 느껴져세상이 뒤로  물러나면서 나를 응원하던 사람들의 실망감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세상에  혼자만 있는  같은 기분이 들지바로 그때 바람이 불어와나한테로.’ 무슨 바람이냐고 물었더니 ‘세컨드 윈드라고 하더라구요. (<난주의 바다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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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역시 기만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그들도 저의 수많은 모습 중에서 자기들 입맛에 맞는 것들만 모아 저라는 이미지를 만들었으니까요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는 논리적으로 앞뒤가 척척 맞겠지만바로 그런 이유로 그것은 기만입니다실제의  삶은 앞뒤가 척척 맞아떨어지지 않거든요제가 선택한 제가 그럴싸한 이야기였듯이 선생님이 분석한  역시 또다른 그럴싸한 이야기겠지요〈사건의 결말〉 제작진이 편집한  역시 하나의 이야기이고요그러나 아시겠지만저는  어떤 이야기도 아니에요저는 혼돈  자체입니다카오스  자체예요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렇습니다.(<진주의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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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죽음이란 더이상 신간을 읽지 못한다는 뜻이었다그녀가 더이상 읽지 못할 책들이 거기 켜켜이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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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 그녀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진지했다스스로의 인생 앞에서 우리 모두는 그처럼 진지한 표정이리라그걸 두고 괜찮아진다느니 있으면 나아진다느니 같은 말을 하는  아무 소용이 없다어떤 말로도 우리는 위로받을  없다그게 이십대 초반에 그가 가진 견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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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시작된 것은  직후월드컵과 대통령선거의 열기로 서울이 달아오르던 2002 여름이었지만둘의 이야기는 그보다 훨씬  이전에 시작됐다그러니 정미가  세상에 없다고 해도 아직 둘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고말할  있지 않겠는가.(<바얀자그에서 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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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준이 이제는 굳게 믿고 있는 것처럼우리의 얼굴은 유동한다흐르는 물처럼 시간에 따라 조금씩 과거의 얼굴에서 미래의 얼굴로 바뀌어간다그렇게 우리의 얼굴이 바뀔  있다는 사실 덕분에 거기 희망이 생겨나는 것이라고그는 생각한다그게 예술이 하는 일이라고도배우는 표정으로  시간적 간극을 압축해 조명 아래에서 드러내 보인다현재의 얼굴에 과거를 미래를 모두 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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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미국으로 떠나던 아버지는 그녀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그건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누구나 최선을 다한다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피할  없는 책임이 인생에는 있는 법이다.(<엄마 없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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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밤의 빛이 희진의 눈앞에서 출렁거렸다그렇다면 그건 아마도 언젠가 우리가 함께 나란히 서서 바라본 빛일지도 모르겠다마크 로스코의 빛이라면 말이다 머릿속으로는 곧장 하얗게  벚꽃잎들과 한없이 어두운 갈색의 사각형들이 떠올랐다


일본 DIC가와무라기념미술관 ‘로스코의 ’ 시그램 벽화이미지 출처:https://m.blog.naver.com/miraebookjoa/220387043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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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사람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동안에도 나를 기억한 사람에 대해서 말이야그렇다면  기억은 나에게 인생에내가 사는  세상에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  있을까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애쓸  우주는 조금이라도 바뀔  있을까? (<다만  사람을 기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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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사전에는 ‘몸과 마음을 다하여 무엇을 이루려고 힘쓰다라고 나와 있었다그러니까 이제는 무엇도 이룰 것이 없기 때문에 몸과 마음을 다하지 않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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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여름의 해변라일레이에서 지훈은 리나를 이해하지 못했다그럼에도 그녀를 안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없었다영원한 여름에서 나누는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마음이 없어도 둘은 밤이나 낮이나 사랑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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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찾아갔을 지훈은 리나가 현관의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자물쇠가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가이윽고 다시 잠겼다돌아오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하지만 지훈은 이제 리나가 비밀번호를 바꾸는 것을 잊어버렸다고 생각하게 됐다그렇다면 문이 열린다 해도 비밀번호가 진짜 비밀번호가  수는 없었다.


  옛날이야기모두 옛날이야기……


  꽃이 지는  꽃철이 지났기 때문이다그리고 사랑이 끝나는 이제  사람  누구도 용기를 내지 않기 때문에.(<사랑의 단상 2014> )

잃어버린 옛 사랑을 못 잊고 그리워하고 왜 잊지 못하고 찌질하게 구질구질하게 구니, 하는 사람에게 사랑이 어떻게 쉽게 없던 일이 되냐고 한 대 쥐어박는 느낌은 알겠는데, 이 소설의 저 부분, 문이 열린다 해도 그 비밀번호가 진짜 비밀번호가 될 수는 없었다.는 문장을 위해 마련된 저 장면은 아주 나쁘게 여겨졌다. 내가 사는 집에, 이제는 사랑이 아닌 사이에, 아니 뭐 그 누구라도 갑자기 도어락 열고 비밀번호 누르고 심지어 번호 맞아서 스르륵 열리고 다시 잠겼다, 로 그냥 한 번 열어만 보고 뒤돌아 갔으니 난 완전 나쁜 놈은 아님… 사랑이 깊으면 그럴 수도 있다고 눙치기에는 이거 시점 바꾸면 진짜 범죄 호러물 아닌가 싶었다. 애틋한 마음 가지려다가도 독자에게 초를 치는 장면이었다. 허락된 공간 외에는 비밀번호 알고 있다고 막 열어보고 그러는 거 아닙니다… 누군가는 생존에 위협을 느낍니다… 라고 굳이 적어줘야 되는 거냐… 대부분이 좋은 소설집이었지만 저 부분은 큰 흠이었다, 티라고 부르기엔 큰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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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경이로워라고 말하는 것과 ‘세상은 품에 안을  경이로워라고 말하는  다르다세상은 품에 안을  경이롭다는 말은 경이로움이 내게 달린 문제라는 뜻이다그러니까 세상을 안을  있느냐없느냐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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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빛으로 가득   몸들보다 나은 곳이 있을까?”라고 썼다 경이로운 문장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제 나는  알게 됐다직전의 시구는 다음과 같다. “우리의 삶이라는 힘든 노동은/어두운 시간들로 가득하지 않아?”(작가의  메리 올리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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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02-21 09:2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재독한 책 하나 더 있음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cott 2023-02-21 18:48   좋아요 1 | URL
이토록 평범하지 않은 리뷰 연수옹 여전히 열반인님의 최애 작가 중 👆

반유행열반인 2023-02-21 19:59   좋아요 2 | URL
아이참 언제나 제게 너그러우신 scott님 평범한 리뷰도 막 추켜올려주시고 ㅋㅋㅋ저 김연수 작가 찐팬 중에 작가님 여행 경로나 레지던스 따라 가족 휴가지 제주 일본 이렇게 잡는 분들 계시다는 소리 친구에게 듣고 …아 리뷰 선 넘으면 죽을 수도 있겠다… 했어요ㅋㅋㅋ 좋은 소설인 거 알고도 내버려 둬 위로하지 마 빼애액! 해놓고 내내 마음에 걸렸는지 결국 다시 공손하게 한 번 더 읽고 리뷰 한 번 더 쓰고 맙니다… 진짜 팬들에 비하면 저는 최애로 꼽기도 죄송한 수준이죠 산문집까지 겨우 네 권 읽고(공손…) 그저 존경하는 잘쓰시는 작가님 (굽신굽신)

Yeagene 2023-02-22 14: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연수 작가,작품은 궁금한데 이상하게 안읽게 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2-22 21:18   좋아요 2 | URL
장편인 일곱해의마지막이랑 이 소설집이랑 산문집 소설가의 일을 재미있게 봤어요 ㅎㅎㅎ명성 자자한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는 그냥 그랬구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