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글 쓸 때 어지간히 부사를 처바르는 인간이긴 하지만, 서문 읽는 순간 느꼈다. 정말 부사를 빼놓지 않고 글을 쓰는 사람이 있구나… 그리고 나와 맞지 않을 것 같아…저자 약력(?)만 건네 듣고 문장 하나 제대로 안 보고 (아아 왜 이번엔 미리 보기를 이용하지 않았는가) 충동구매에 가깝게 들인 신간인데, 아마 끝을 보지 못할 것 같다. 세 문장 연달아 당장, 당장, 당장 이렇게 중복된 부사를 활용하고(그렇게 같은 어휘를 이어진 문장마다 복사붙여넣기 하듯 반복하는 방식의 서술이 너무 잦다), 온 문장에 액센트를 찍은 듯 온갖 데 힘을 주는데 그럴 만한 부분은 또 아니고, 한 문장이면 될 걸 길게도 쓰는 구나…그게 글이겠지만 그렇게 병렬하고 하나 더 가져와도 기대되는 효과 없는 비슷한 예시와 거의 변주되지 않은 비슷한 문장을 나열해 페이지를 채우는 글쓰기는 나랑 맞지 않다. 나보다 무언가 더 갖고 있겠지만, 그게 궁금해서 알려고 시도했지만, 몇십페이지 못 넘기고 더 이상 궁금하지 않게 되었다. 진짜 글 이렇게 써서 팔아도 되는 거냐…내가 이상한 거냐… 내 문장도 구리지만 돈 주고 사는 문장은 최소한은 갖췄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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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09-07 2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사??? (전혀 못느낌!!) 반반님 착한 글 싫어요! 노선 때문에 흘겨보는 거 아녜요?ㅋㅋㅋ 이시대의 정상성을 갈망하는 한녀에겐 희망적인 유니콘 남의 찐 메시지 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4-09-07 21:54   좋아요 1 | URL
오ㅡ 이걸로 희망을 안겼다면 혹세무민이여… 내가 너무 비관적인가요 ㅋㅋㅋ못 참고 징벌적 판매하러 알라딘 서울대입구까지 이십분 걸어나가서 팔고 방금 들어옴 ㅋㅋㅋ미안해요 ㅋㅋㅋㅋ 옆에 있었으면 그 유니콘 내가 때려줬을 거임… 똑바로 써라잉…

공쟝쟝 2024-09-07 22:1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유니콘 은 없지만 환상까지 폐기하면 적적하다!! ㅋㅋㅋㅋ 징벌적 판매! …!! 반반의 회복적 읽기를 위해 사드를 허하라!

반유행열반인 2024-09-07 22:16   좋아요 1 | URL
아니 제일 빡치는게 이분(욕으로 쓸 뻔) 시간으로 쌓은 귀한 뭔가를 말하는데 나 진짜 책 사는 값보다 시간이 귀해서 엄청 골라 봐야하는데 큰맘 먹고 기대하고 폈는데 저한테는 내 다른 책 볼 시간 내놔라 이러고 멱살을 잡고 싶은 기분이 들어가지고…미안해요 애정하는 작가 막 까가지고…내가 푸코 깔까 봐 걱정되서 푸코를 안 보잖아…

공쟝쟝 2024-09-07 22:25   좋아요 1 | URL
그러게 급박하게 구매 갈기더라 ㅋㅋㅋ 제게 책 고르는 여러 기준이 있는데요, 그 중 하나는 책을 안읽는 제 친구들에게 추천할 수 있어야해요. 특히 자계서… 많이보거든요… 친구지인들이… 사실 정희진샘도 장벽 엄청 높은데… 대중 지지도가 있는 저자들이 시의 적절하게 주류담론에 개입해야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불친절 하지 않게 문제 제기하기로는 정지우작가 만한사람이 없고, (저 역시 근지럽다고 여러번 썼지만) 이번 책 역시 그런 저의 수요에 응한 고마운 책입니다. 즉, 고인물 알라딘 서재에서는 ㅋㅋㅋㅋㅋㅋㅋ 나나 읽는 책 ???

푸코 까든 말든 상관 없어요! (푸코 까는 1인자 데리다 같이 읽으려는 나 ㅋㅋㅋ) 제가 필요한 시기에 나타난 필요한 질문과 관점을 준 저자고요… 아직 다 이해 못해서 계속 사랑하는 중…

반유행열반인 2024-09-07 22:28   좋아요 0 | URL
자기계발서를 내가 너무 못 읽어 봤는가 자기계발서 맞습니까?!?!?! 구매 갈겼다 표현이 적절한 거 같습니다 ㅋㅋㅋㅋ 쟝쟝님께 뭔가를 선사했다면 그래도 용도가 있는 책이지 싶습니다. 깔까 봐 안 읽는다는 건 농담이고 ㅋㅋㅋ 저에겐 철학적 논리적 사고를 따라갈 능력이 없읍니다… 세상과 담쌓아 주류담론 이런 것과 너무 동떨어진지 오래라 (내 대가리가 꽃밭도 아니고 텅빔 ㅋㅋㅋ) 공허하게 읽혔나 봅니다. 나를 쓸쓸하게 만들었구나 주류담론이어…

공쟝쟝 2024-09-07 22:38   좋아요 1 | URL
네… 주류.. 담론이라고 말하니까 웅장하네여ㅋㅋ 나를 구성하고 있는 내 세계 안에서의 사람들이 주로 하는 이야기… 그들이 바라는 적정한 행복을 중단시키는 불안한 말들. 거기에 개입하는 책들이 좀 더 팔리길 바라는 마음.예요… 자계서 1위, 책들 사실 엉망… (신종 뇌과학으로 성공팔이피플 유튜버들이 다 먹음)이더라고요.
도둑맞은 집중력이나 다 읽은 인공지능책도 그렇고 ㅋㅋㅋ 암튼 그런 맘 ㅋㅋㅋ 이었는데 어쩌다 잘못갔나 ㅋㅋ사드후작 와그작 반님한테는ㅋㅋ 미안하게됐어요 ㅋㅋ 그래도 한권 팔았다 ㅋㅋㅋ

Falstaff 2024-09-07 2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충동구매 맞는구먼요. 본문도 아니고 프롤로그 첫 문장부터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문학적이지도 않고 법학적이지도 않은 문장을 써서 책을 내는 사람이군요. 살면서 참 궁금한 것이 있답니다. 책을 내면 그게 평생의 부끄러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세월이 지나서 지우고 싶어도 결코 지워지지도 않는 흉처럼 말이지요. 자기 이름으로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이 그것, 평생 부끄러울 수 있을 가능성을 넘어선다? 그 마음이 궁금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합니다. 윽, 수입산 참조기에 쐬주 한 잔에 취했나 봅니다. 별 얘기를 다 해요.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09-07 21:57   좋아요 1 | URL
팔백작님 책 후진 거 내는 거보다 저는 자기 돈 내서 책 찍어내는 게 조금 더 부끄러운 거 같긴 한데 또 그렇게 하고 싶음 자본주의 사회ㅡ돈으로 되면 해야지 나만 안 사보면 되지 싶기도 하고요 ㅋㅋㅋ 책은 아니고 후진 음반이지만 내고 나면 나중에 썰 풀고 음반 냈는데 망했어요 데뷔와 동시에 은퇴ㅋㅋ하고 자학 개그용으로 써 먹을 용도가 생기는 건 좋답니다. 뛰어나가서 팔아다가 소나티네 교본으로 바꿔서 엄마 피아노치시라고 효도하고 왔습니다 ㅋㅋㅋㅋ

건수하 2024-09-07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궁금해서 서문 읽어봤어요. 자기계발서라고 분류되어 있긴 한데… ‘무엇보다 좋은 삶을 위해서는 ‘성공’ 그 자체에 대해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에서 판단 완료해버렸어요. 아니라고 하지만 서문 안에서도 계속 내용이 순환되는 느낌 @.@
서문을 잘 못 썼나;

반유행열반인 2024-09-07 22:14   좋아요 1 | URL
그래서 본문까지 참고 진행해 봤는데 동어반복 동어반복 동동동도로동어반반복 저한테는 그렇게 밖에 읽히지 않았습니다…그래서 팔았읍니다… 뭐 모두에게 좋을 순 없는 것… 팔아버린 내 책 누군가에게는 할인가에 빛이 되길… ㅋㅋㅋㅋ
 
고갱 : 타히티의 춤추는 여인들 예술가들이 사는 마을 4
수잔나 파르취.로즈마리 차허 지음, 노성두 옮김 / 다림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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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수잔나 파르취, 로즈마리 차허 . 노성두 옮김.

 

 어쩌다가 친구랑 고갱이 이야기를 시작이었다. 국어 사전을 찾아 보면 이렇게 나온다.

 

 고갱이

  1.  풀이나 나무의 줄기 한가운데에 있는 연한 .
  2.  사물의 중심이 되는 부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

 

 주로 배추 꼬랑지 배추 꼬랭이 하는 부분이 사실은 배추 고갱이었다. 말이 언제부턴가 왠지 좋아가지고 삶의 고갱이, 이런 식으로 뭔가의 정수이면서 야들야들할 같은 코어를 일컬을 자주 써먹었다. 하여간에 가장 최근에 고갱이 이야기가 나온 결국 무슨 맥락이었는지 까먹었지만… 집에서 해가 져서 어두운 시간 조명을 노란불로 바꾸려고 스탠드 전등 근처로 가다가 거기 가까운 책꽂이에 꽂힌 책이 눈에 들어왔다. 고갱, 고갱이래.

 

 얇지만 이거저거 다룬 어린이책이나 청소년책을 제법 좋아해서 언제 읽을진 모르지만 언젠간 읽을 거야, 하고 일단 썩히면 아까우니 먼저 읽어, 하고 초등학생이던 큰어린이에게 덥썩덥썩 중고로 책을 많이도 줬었다. 읽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읽었는지는 집요하게 확인하지 않아서 수가 없다. 중학생이 되고 나니 큰어린이는 자기만의 세계가 생겨서 거기서 유영하느라 책을 많이 읽지는 않는다. 그건 슬프지만… 어린이가 중학교 가면서 어린이 방의 어린이용 책들을 빼다 바깥 옮기고, 중고딩이 읽으면 좋겠다 책들을 나름 엄선해서 가까이 놓아줬다. 여태 읽은 나랑 어릴 영화로  원작 ‘마션’ 밖에 없는 같지만...마크 와트니의 초긍정 생존 모드는 배울만 거니까 뭐 재밌으면 됐다…

 

 여튼 그렇게 밖으로 방출된 고갱에 관한 어린이책을 발굴한 김에 읽게 되었다. 표지에 춤추는 그림이 재미있었다. 왠지 어린이가 그린 것처럼 어른이 흉내내어 그린 기분이었지만… 고갱에 대해 잘은 몰라서 그냥 버리고 원시 남아 있는 섬에 가서 그림 그리던 아저씨, 그림이 엄청 강렬한 아저씨, 정도만 알았다. 이참에 알면 좋지 하고 얇은 건데도 시간을 내서 조금씩 여러 번에 나누어 보았다. 그림을 따라가며 여기저기 뜯어보기 하는 보여줘서 좋았다. 어린이가 직접해 있는 그리기, 조형, 판화 같은 여러 가지 활동을 소개해주는 것도, 내가 어려서 책을 봤다면 가지 따라하고 좋아요 했겠다.

 

 고갱은 선원으로 일하다, 은행에 취직했다, 보험회사 다니다 때려치우고 그림 그릴 거야! 하고 가족 두고 아주 멀리 섬나라로 떠나 버렸다. 그리고 ...하는데 병이 들어 죽었다. 해서 어… 벌써 끝나… 하긴 이렇게나 그려 놓고 갔으면 짧아도 짧은 삶은 아니었겠다. 고갱이 묻혔다는 히바오아 섬은 나도 있다. 십수년 전 곁의 사람이랑 온라인 대항해시대에서 퀘스트하러 갔었어… 거기서 머리에 꽂고 놀았었지…

 

 독일 사람들이 책이지만 번역가가 최대한 한국화해서 표현도, 그림 사례도 우리 나라 많이 가져다 써서 나름 3저자 아니냐...하고 독후감 번역가는 적어 놓는데 같이 챙겨 놓았다. ‘하지만 곶감 빼먹듯 꺼내 쓰던 돈은 금세 바닥이 나고, 당장 생활비가 없어서 쩔쩔매는 처지가 되었어.’ 이런 표현...독일에는 곶감 없겠지… 문장만 옮겨도 예술가 가족의 힘든 삶이 마구 느껴지는 것이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수록 그림은우파우파’였다. 제가 우파인 아니고요… 그림을 절단하듯 가로 아니 세로지르는무에 주목하게 설명해주고, 모닥불의 윤곽을 다음장에 첨부한 고흐 삼나무 그림과 연결지어 보게 하는 점도 재미있었다. 나는 저렇게 성질머리 더러운 아저씨끼리 잠시나마 같이 작업실 생각을 했다는 자체가 놀라워…

 

 어려서 마티스의 그림을 보고 그냥 너무 무서웠. 발가벗고 역동적으로 마냥 빙글빙글 도는 같은 그림이 너무 무서워… 밤에 눈을 감아도 발가벗고 손잡고 도는 사람들이 어른거렸다. 그런데 책에서 색채랑 구도랑 상상되는 상황이랑 주절주절 풀어 놓은거 뜯어보니 그렇게 무서울 그림도 아니었는데. 어린 나한테 옆에서 조잘대면서 그런 내러티브 붙여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무서워 했을 텐데. 지금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책에는 이렇게 고갱 말고도 고갱에게 영향을 주거나 받은 다양한 화가들의 그림이 여럿 실려 있다. 춤은 모르고 크게 관심도 없었는데 춤을 그린 그림은 움직이는 중인데 그걸 고정해 놓고도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게 그려 놓은게 신기하다 싶었다. 세상은 신기한 투성이이고 아직도 신기한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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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걸려온 전화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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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아고타 크리스토프.

적어도 13년 동안은 여름휴가를 가 본 적이 없었다. 너무 더운데 너무 비싼 값을 들여 땀과 지친 몸을 사고 싶지 않았다. 여행은 주로 (방정환 선생님이나 부처님 덕분인) 5월 연휴나 추석 연휴, 겨울 중에 이루어졌고 그나마도 드문일이었다. 코로나 시절 2년에 붙여 수험생 모드 3년차까지 더해지니 이젠 멀리 가는 수고 자체가 겁이 나는 사람이 되었다. 덩달아 칩거 사람된 어린이들아 미안…

큰 각오 끝에 자리를 옮겼다 돌아오는 사람이라, 그런데 또 대중교통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뚜벅이들이라 장소 이동과 시간 계획과 사전조사에 미리 많이 고민하는 편이었다. 이거저거 다 정해두고 최대한 돈 안쓰는데 골몰하고 많이 걷는 건 개의치 않는 편 ㅋㅋㅋ매 끼니에 식비 안 들이는 편ㅋㅋㅋ 그런 내가 살던 중 계획도 거의 안 하고 내기준으로 비싼 밥도 먹고 그런 휴가를 보내고 왔다. 곁의 사람 회사에서 성수기 반값 정도에 인천의 호텔 예약을 ‘응모’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했고, 해당 일자 경쟁 많으면 갈 수 없을 수도 있다고 했고, 수험생인 나는 일박이일이라도 수능 백일도 안남은 무렵 공부를 놓는게 겁이 나서 대놓고 ‘제발 안 됐으면!’ 외치기도 했다. 그렇지만 육대일의 경쟁률에 안 될 수도 있겠네, 하던게 되어 버려서, 할인이라면서 뭐 이리 비싸, 투덜대면서도 (나중에 찾아보니 할인 안 받았으면 진짜 비싼 시기더라…그런 장소더라…) 어린이들 놀릴 생각한 다정함 생각하며 그래…이번엔 가서 툴툴도 버럭도 최대한 자제하자…이러고 출발했다.

지하철로 오갈 수 있는 목적지라 좋았고, 첫날 둘째날 두번 수영하면서 어린이들은 새까맣게 타고도 즐거워했고, 그런데 큰어린이는 날더러 이번엔 엄마도 즐거워보여, 했다. 내가 구명조끼가 뒤집혀 균형을 잃고 어푸어푸거리니까 이녀석들 깔깔 좋아했다. (대대로 패륜아들) 큰어린이는 통크게 제일 비싼 우나기덮밥을 시켜서는 하나 안남기고 싹 잘 먹었고, 작은 어린이도 특별히 보채지도 않고 주면 잘 먹고 놀래면 잘 놀고 걷재면 또 걷고, 해가 뜨겁긴 해도 멀리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나 사는 도시보다는 덜 더운 기분이었다. 색다른 체험을 위해 제법 큰 돈을 쓰는 걸 아끼지 않는 사람들을 구경도 하고 생각도 해보고 내가 지금 그 비슷한 걸 하는가 또 생각에 생각도 하고. 진짜 바다를 가까이서 본 적 없는 작은어린이를 위해 뻘밭에 더 가까운 서해 바다 해수욕장까지 삼십분 남짓 버스를 타고 아주 잠시 다녀왔다. 그 짧은 사이에도 모래밭에 발이 빠져 축축 엉망이 되어 돌아오는 길에 고생은 했지만. 망고빙수 안 사주는 대신 쮸쮸바는 오십개 사줄게, (실제론 두 개 밖에 안 사줘서 이제 집 가는 길에 하나 더 사줄 예정) 더운 길을 걸을 땐 다같이 아이스바나 쮸쮸바 빨면서 묵묵 바다도 보고 갈매기도 보고 그런데 진짜 바다는 쾌적한 리조트랑 달라 오래 머물 곳은 아니네, 하면서 금세 집 가는 지하철 탈 수 있는 곳까지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그리고 휴가 때 책쟁이가 그동안 못 본 책 하나라도 봐야 진짜 휴가지, 그럼 가장 얇고 짧고 그런데도 보고 나면 안 빡칠 거, 그냥 제일 가벼운 거, 처음엔 얇길래 앙팡떼리블(미쳤네) 가방에 넣었다가 치우고 다시 책꽂이를 살피다가 아고타 크리스토프 단편집을 집어 들고 가볍고 작고 좋다, 했다.

출발해서 공항철도 탄 중에 작가 소개 펼치고 어린이들한테 읽어주었다. 35년도에 태어나서 누나가 태어나던 해에 죽었대. 그럼 엄마가 태어난 해에는요? 살아있었지. 뭐 그런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면서. 그렇게 가는 길에 조금 읽고, 자기 전에 또 읽고, 이상하게 어딜 여행가든 전날부터 잘 못 잠들고 가서도 못 잠들고 또 이튿날은 일찍 깨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큰어린이는 자고 싶은 눈치인데도 같은 침대 누워서 무척 좋아하는 선생님을 줄넘기로 죽여버리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는 위대한 작가다. 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른다. 내가 일단 나의 책을, 나의 소설을 쓰기만 하면……. 내가 공무원직과 또…뭘 버렸더라?’(’작가‘ 중, 45) 이런 부분을 소리내어 읽어주며 미친놈인가? 아니 얘 나인가? 하기도 하고. “당신들은 버릇이 없어,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고. 왜냐고? 당신들은 거짓말을 하고, 친절한 척하고! 내가 크면, 당신들을 다 죽여버릴 거야!”(’아이‘ 중, 50) 같은 패륜아 부분도 읽어주다 드디어 졸음이 와서 열두시반 넘어 불을 껐다. 그러고는 침대 위에서 뒤척이는 큰어린이 덕에 새벽 다섯시 반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책상에 앉으니 해가 떠서 그런데 비행기가 왜 내 눈높이로 날지? 하고 그걸 보는게 또 좋았다.

돌아오는 공항철도에서 책을 마저 다 읽고 오, 이번엔 하여간에 책 선택마저 찰떡이었다, 이제 다시 공부해야지…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깨알같이 독후감도 쓰고 큰어린이 너는 이제 세시반에 신도림을 지나고 있으니 네시반에 수학학원(이번 주 월요일부터 다니기 시작…)에 가세요… 엄마처럼 뒤늦게 수학 한다고 고생하지 말고 중1부터 다니는 학원이니 하여간에 놀러 갔다와서도 자연스럽게 가라고 등떠밀기 전 지하철역 내리면 쮸쮸바 사줄게 그거 물고 집까지 걸어가자…

+밑줄 긋기
-내 집에 도착했을 때, 나는 몹시 지친 상태일 것이다. 어떤 침대든 간에 아무튼 침대 위에서 잠이 들 것이다. 구름이 떠가듯이 커튼이 바람에 나부끼는 방에서.
그런 식으로 세월은 흘러갈 것이다.
그리고 악몽 같던 내 인생의 장면들이 눈에 선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제 그것들로 인해 아파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늙고 혼자이지만 내 집에 있으니 행복할 것이다. (’나의 집에서‘ 중.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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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즘엔 많이 못 먹어…


이러고 산다. 

-6시50분에 일어나서 큰어린이 먹을거 차려주고 나도 요거트랑 오트밀 과일 피칸 비벼먹고 드립커피 내림(안 먹고 들고 나옴). 

-6월까지는 작은 어린이 8시반에 함께 나와서 유치원 데려다 주고 걷다 공부 갔는데 7월부터는 엄마가 데려다 주셔서 8시에 혼자 집 나감.

-30분 쯤 걸음-지하 스터디카페 입성-오전엔 국어 공부+수학 공부 조금-12시반쯤 시리얼바랑 단백질 음료 먹음-또 수학 공부-지겨우면 과학 공부 조금-네시반에서 다섯시쯤 시리얼바랑 단백질음료 또 먹음-또 수학-8시에 집옴-저녁 먹고 씻고 딴짓하다 과학이나 영어 공부 좀 함-11시 반이나 12시 사이 쓰러져 잠-반복(주말엔 오후2시까지만 공부하고 집옴)…

사이사이 딴짓도 아예 안 하진 않으니 (알라딘서재 구경 블로그 구경도 하고 헌책방도 뒤지고 공모주도 받아 팔고 브라질채권 샀다 환율 쳐맞고 망하고… …) 그거 다 빼고 평일 일 평균 10시간정도 공부중…


이랬더니 벌어진 일은… 이제 저녁밥 먹고 체중계에 올라도 45.8킬로그램 찍힌다. 나는 소멸 중이다. 나를 이루던 물질의 적지 않은 양이 대기와 지각으로 흩어졌다. 쌀밥은 안 쳐먹고 통곡물 오트밀을 밥처럼 쪄먹거나 요거트에 기껏해야 50g씩 불려 먹으니 그렇지…(그래서 네이버 블로그 이름도 통곡헌으로 바꿈…그 통곡이 아니잖아…) 시리얼바랑 단백질 음료를 주식 삼으니까 그렇지…(이건 하루 두 개씩 먹어도 택도 없구나…) 과일 채소 고기 가족들하고 같이 먹을 일 있으면 안 가리고 먹긴 한다. 열량 섭취는 좀 적어도 필수 영양소는 먹을만큼 먹고 있는 건지 비타민 비군 부족하면 생긴다는 구내염이나 비타민 씨 부족하면 생긴다는 괴혈병 같은 건 안 생기고 잘 살고 있다… 


책 볼 짬도 낼라면 낼텐데 최저가 시리얼바, 단백질음료, 헌책 써칭하느라 휴식시간을 다 쓰고 올해 독후감은 세어보니 만화책 포함 10권을 썼다. 고3때 한해 12권을 봤다고 적어놨는데 이 정도면 준수하다. 읽는 건 줄어도 헌책 새책 사 모으는 건 멈추지 못해서 어린이들 미로책, 문제집, 그리고 헌책방 털기는 여가처럼… 그래서 남기는 중고책탑. 읽고 싶은데 언제 볼지 알 수 없는 책&사긴 샀는데 역시나 언제 볼지 모를 책들.


 오른쪽 다섯 권은 진작 샀는데 우선 보고 싶은데 언제 볼진 가물거리는 책들…내 그래도 이문구는 수능 전에 다 보고 간다…ㅋㅋㅋ


 착한 알라딘이 독후감 별로 못 올리는데도 적립금 줘서 중고로 만원-만오천원 사이로 이옥 전집 저렴하게 갖췄다. 수능특강 나왔다고 이옥한테 꽂혀가지고 전집 사는 나새끼…전집 4,5권은 주석이랑 원문집이라 안 사도 되겠음…


 민음사 고대 유물도 두 권, 샤갈은 벽돌인데 싸길래 그냥 사봤고…(요즘 샤갈 볼 일은 수능 연계 문제집에 나온 김춘수 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읽을 때? ㅋㅋㅋ)줄리아 크리스테바는 무려 2천원에 팔고 있어서 오래된 책이지만 일단 건지고… 


최인훈은 2년 전 모의고사에서 겨드랑이에서 파마늘 돋아나는 소설이 나와서 나름 센세이션이었어서 생각나서 전집 하나 사 둠… 앤드루 포터…필립 로스… 사랑하지만 천천히 만나요… 만화책도 일단 끼워둠…이건 맘 먹으면 주말 중에 휘딱 볼 수 있지 않을까… 만화책 조차 마음이 안 먹어짐… 아니 근데 이거 2권 사 놓고 완결작인 줄 알았는데 지난 달에 3권 나온게 완결이었다…














 이렇게 묵힌 책이 (이거 말고도) 산더미인데, 팔백작님 독후감 올린 거 보고 개막장 비트 제너레이션 책도 나새끼가 좀 읽어줘야지(언제? 언젠간…) 근데 백작님이 올린 버로스 책은 절판에다 중고를 3만원에 무지막지하게 팔고 있어서 포기하고 1900원, 2000원에 정키랑 퀴어를 한번에 파는 판매자가 있어서 우루루 구매… 품절 한 권 빠지고 8권에 배송료 포함 2만3천원이면 진짜 알뜰구매했는데 받아보니 책 상태도 그럭저럭 다 좋았다. 

퀴어, 정키-나머지 책 다 사게 만든 주범들(?) 두 권 합쳐 3900원, 더러워서 그냥 싸게 버리는 건가…


잔지바르- 3천원대에 명작 소설을 겟

왑샷 가문-이거도 각각 3천원대에…존치버 한 권도 읽진 않고 사기만 하네…


가슴이야기-제일 비싼 구매, 5천원. 체중감소와 함께 가슴은 소멸, 절멸되었지만 책은 궁금했다. 


소학- 500원이라서 조상님 책 구매. 


행복의 정복-마커스가 러셀 책 보고 나 채플 싫어 흥칫뿡 우웨엑 하던게 생각나서 마침 제목이 라임도 잘 맞췄길래 1500원에 구매. 


소멸되기 전에 사놓은 거 절반이라도 읽어야 할텐데…일단 만화책이라도 주섬주섬…그전에 수1 적분 기출이나 주섬주섬… 수학은 언제 늘 생각이니…이젠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어쩔 수 없어서 그냥 하는 중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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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lC 2024-07-13 22: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 살 좀 왕창 나눠드리고 싶네요. (무배, 반품불가로요;;) 열반인님 소멸하면 안됩니다. 그럼 페이퍼는 누가 쓰나요~ㅜㅜ 건강도 챙기면서 열공하시길!

반유행열반인 2024-07-14 10:11   좋아요 2 | URL
저는 사양하겠사옵니다...대기랑 지각에 양보하세요 ㅋㅋㅋㅋ 소멸 가속도가 잠시 높아졌었는데 이제 좀 천천히 사라지려고 궁리 중입니다. 그런데 한 번 관성이 붙으니 음 어떻게 체중이 안 줄지? 이러는 중이어요...(얼른 120여일이 지나고 지하감옥 탈출하면 될 듯 ㅋㅋㅋ) 건강을 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년보다는 많이 가볍고 건강한 기분으로 지내는 중입니다. dollC님도 내내 건강하고 평온히 지내시길 기원합니다.

라로 2024-07-19 18: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반열샘, 피검사 한 번 해보시길 부탁드려요. 물론 젊으시지만 이 늙은이 노심초사.^^;;

반유행열반인 2024-07-19 22:31   좋아요 1 | URL
라로님 감사해요 ㅋㅋㅋ저 작년 12월 말에 아픽사반 치료 다 마치고 종합건강검진 해서 별거 안 나왔어요 ㅋㅋ그냥 적게 먹고 공부 좀 하고(10시간) 걷고 덤벨하고(꼴랑 1킬로 두 개 ㅋㅋ) 그래서 그럴 거에요 ㅋㅋ11월 수능 마치고도 건강검진 또 받아 보려고요. 이번엔 체지방량 얼마나 줄었나 인바디 궁금해서 ㅋㅋㅋㅋ 라로님도 내내 건강하시길!!!
 
초상화, 그려진 선비정신 - 피부과 의사, 선비의 얼굴을 진단하다
이성낙 지음 / 눌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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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7 이성낙.

 

 피부질환, 하면 증상이 무엇이든 남이야기 같지 않다. 태어나서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아토피성 피부염을 오래 앓았다. 잠못드는 가려움도 문제지만, 염증성 피부를 긁다보면 손상이 오고, 감염도 오고, 그렇게 생긴 상처는 일반적인 것보다 아무는 것도 더디다. 심할 때는 회복에 달이 걸리기도 한다. 스테로이드 연고 남용으로 부작용도 심하게 겪었다. 안쓰러운 마음에 부모는 의원, 민간요법, 한의원, 온갖 수단을 동원했지만 오래도록 차도가 없었다. 그냥, 앓을 만큼 오래 앓고 나을 되면 나았다.

 성인기에도 재발과 호전을 반복해서 2005 대학 2-3학년 무렵엔 학업도 삶도 중단하고 싶을 만큼 괴로운 시기를 오래 보냈다.(그무렵 아토피 전문 한의원이라는 곳엘 다녔고… 나는 한의학에 대한 모든 기대를 버렸다. ㅋㅋㅋ) 나았나 싶더니 취업 무렵 2008년에 다시 재발해서 피부과 다니면서 스테로이드 부작용을 토로했지만, 의사가 그래도 친절하게 복약 지도를 줘서 치료를 지속했고 더디지만 나았다. 마침 습윤반창고가 나와서 심하게 벗겨진 피부를 인공피부마냥 보호해줘서 그전보다는 치료기간도 버틸만 해졌고 다리는 상처투성이었지만 출퇴근도 무리없이 했다. 2015년에 또다시 얼굴까지 염증이 심해졌는데, 마침 어려서 역시 심하게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던 큰어린이까지 피부염이 같이 심해져서 조금 고생했다. 그렇지만 우연히 친절한 피부과 선생님 만나서 위로도 많이 해주시고 스테로이드 연고 부작용 염려 덜도록 정확한 사용량도 알려주시고, 먹는 약도 처방하시고, 조금 낫고 나니 스테로이드 대안으로 프로토픽도 여러 용량으로 처방해주셔서 역시나료를 마쳤다.

 

 쓰고 보니 병이 거의 주기로 재발하는데 벌써 년이 되어 가서 조금 걱정이다. ㅋㅋㅋㅋ 점점 피부질환 진료보는 피부과는 줄고 레이저 쏘는(원래 전공은 다른 과목이거나 그냥 일반의 선생님들이 운영하는) 병원만 많아서 무좀약 처방 받으러 가려해도 큰일이다. 약은 안주고 보험 되는 비싼 레이저 쏘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고… 그래도 우리 동네 피부과(전공은 비뇨기과…) 발톱 무좀약 처방 받으러 가보니 선생님이 바로 다른 치료 권하진 않고 내복약이 제일 효과 좋다고, 일단 환자 선호대로 바르는 (그나마도 보험 지원 되는 일반의약품으로 주심) 주고 나으면 먹는 지으러 다시 오라고 하셨다.

 

 ’초상화, 그려진 선비정신‘이란 책이 피부과 의사가 책이라고 해서 제법 관심이 갔다. 책을 만나게 경로는 수능 국어공부이다. ㅋㅋㅋ 문제집에서 조선과 중국의 그림 화풍 차이를 다룬 지문을 읽다가, 갑자기 궁금해져서 윤두서인지 강세황인지 초상을 검색해 찾아 보았다. 그런데 대상 인물의 온갖 피부 흠결까지 그린 조선 초상화에 관한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https://m.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304250500001

 

 기사 내용은 대부분 아래 참고 서적 이성낙 저자의 도서에 기댄 부분이 많은 같았고, 그래서 직접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중고판매자에게 6770원에 저렴하게 ...ㅋㅋㅋ

 

 책표지 안쪽의 저자 소개를 보고 놀랐다. 1938년에 태어난 할아버지 저자는 60년대에 독일 유학가서 피부과 의사가 되어 돌아와서 국내 이런저런 의대 총장 학장 지내신 교수님이었다. 그림 연구하고 초상화에서 피부 질환 찾아내는 취미 내지 여흥이 있으셨는데, 그러느라 모은 자료들을 어쩌나, 하는 말에 지인들이 그냥 논문 ...해서 진짜로 70대에 미술사학과 가셔서 박사 논문을 버리셨다...ㅋㅋㅋ 책의 많은 내용 바탕도 논문에 두고 있었다. 80살에 책을 펴내신 이성낙 박사님은 아직 건재하게 계신 같다. 의대 증원 문제에 관해 조심스럽게 칼럼 놓으신 것도 찾아 보고…(의대정원 막은 그간 의료계가 아닌 정부였다, 그러니 증원 자체가 나쁜 아닌데 갑자기 의대가 수용하기도 힘들게 한해에 왕창 늘리는 재고해라 점진적으로 가자... 이런 의견으로 읽힘…)

 

 조선 화원들은 거의 편집증에 가깝게 인물의 세밀한 구석구석을 그려 두었다. 초상화를 남긴 인물은 주로 왕이나 고위관직 공신들이고, 그래서 그림 그린 화원들도 국가 소속 최정예 실력자들이었다. 너무 세세하게 가감없이 남겨둬서 현대의 피부과의학자들이 그림 보고 어떤 질환인지 진단 가능할 정도라고, 저자는 부분에 주목해서 조선 초상화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그리고 그런 표현상 특징을 선비정신과 연관지어서, 이게 선비정신 갖춘 양반들이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 그리도록 동의해서 그런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선비 정신은 조선 왕조 지탱에 기여한 바가 있으니 다시 살아날 하다, 그런 논조로 전체를 이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곱게 보지 않을 수많은 병변들, 당장 앓고 있거나 예전에 앓던 질환들, 그로 인해 변한 피부의 형태와 색깔, 질환은 아니더라도 노화로 인한 주름과 검버섯, 터럭, , , 얼굴 실루엣의 변화까지 세밀하게 파악할 있는 기록이 남아 있는 후대에게 도움 되는 바가 있긴 것이다. 나도 당장 흥미롭게 있었고…   지금도 뽀샵을 거쳐 스노우필터가 유행하고, 에이아이 프로필 서비스 같은게 인기를 끄는 보면 사람들은 어떻게든 흠결을 감추고 고쳐서 실물과 다른 나를 만들고, 그걸 나라고 인식하며 자존감을 높이는 쪽을 택하는데, 과거의 초상화도 대부분은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도 조선 시대 국가 주도 제작 초상화, 혹은 그런 국가 주도 그림 제작 기관에 속한 화원들은 노빠꾸로 천연두 곰보자국에 반점에 주먹코에 실명한 눈에 다 그려놔…

 

 워낙 높은 사람들이고, 사람들의 동의 없이 그런 흠결을 그렸을리 없다, 그런 흠결조차 남기는 동의하는 사람들, 정직하다, 이것이 선비 정신, 여기에는 많은 의문을 느꼈다. 일단 정직이라는 미덕부터 이거 정말 조선 시대에도 있던 걸까 새마을운동 성실 정직 이러고 나온 아니냐...하면서 찾아보니 공자가 말하는 군자의 덕목에 , 이라는 있다는 알게 되었다. 곧고 강직한 것보다 솔직함에 가까운 미덕이라고 하였다. 그렇군. 이렇게 동양철학에 무지한 나새끼 가지 더 배우고요…

 그렇더라도 정말로 공신들이 정직하게 그대로 그려줍쇼, 오케이, 했을지는 모르겠다. 일단 왕이 하사하는 그림인데 예쁘게 그려달라고 떼부릴 있었겠나… 심지어 도화서 초상화 그리는 원칙이 정확하게 그대로! 이런 것을 유도리있게 지워주시고... 있었겠냐고…

 사진 없던 시절이라 자신의 모습을 누군가 세세하게 그려서 제공하면 나름 특별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피사체가 초상화의 주인공은 아무래도 많이 상처 받았을 같다. 개의치 않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심한 피부병변 흔적은 대다수 이들에게 콤플렉스였을텐데, 그걸 굳이 그려서 직접 자기 눈으로 확인하고, 그게 후손들한테도 남고, 아마 2024년도의 나새끼가 흥미거리로 읽고 구경할 생각도 못했겠지…

 

 역사적 기록, 후대에 과거에 있던 일들을 최대한 자세히 남기는 , 혹은 피부의과학 연구에 기여하는 목적이라면 그대로 병변의 모습들을 남기는 가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건 오늘날에 자료에 관심 갖는 사람들의 사후적 해석인 같다. 그냥 결과론적인 것이고, 미학적, 미술사적 측면에서는 최대한 있는 그대로, 실사구시, 이런 필요는 하겠지만 미술이나 예술 측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칭송할 만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이상 현대예술 뽕에 취한 포스트모던 넘어 온갖 해체하는데 미친 생각이니 거르셔도 되고요...ㅋㅋㅋㅋ 자료 자체는 특정 분야에서 가치 있는 부분이지만 그나마도 저렇게 세세하게 얼굴 남겨서 불멸에 오른 자들은 대부분 남자구요…  서양 미술 초상 사례로 모나리자나 진주귀고리 같은 여성 모델 가져왔던데 우리 역사에 남은 여성들은 저정도 퀄리티 초상도 없어서 현대 화가들이 열심히 고증해서 그려봤자 맨날 논란 일고 얼굴이 맞냐 답도 나올 걸로 옥신각신… 논개가 그랬고 춘향이가 그랬고 신사임당은 모르겠다… 예시 인물이 일천한 것도 한숨 나오고요… 적어도 얼굴이 정말 윤두서 강세황이 맞냐 하는 논란은 나오겠다… 아참 자화상이지… 화가들은 셀프로 그리니 그런 특권 누려도 말은 없다.ㅋㅋㅋㅋ

 

 얼굴 사진이 흔한 시대라, 원하면 일초에 수십장 찰칵찰칵찰칵챡칵 찍어 동영상도 만들 있는 때라 정직한 기록의 미덕 운운하기도 애매하게 되긴 했다. 심지어 에이아이 기술 나와서 영상도 이미지도 뜯어 고치니 후대 사람들은 우리 조상님들은 전부 턱이 뾰족하고 눈이 왕방울 만하셨군요...하고 실물과 다른 이해를 해도 없겠지만… 글의 말미에 이렇게 얼굴에 흉한 병변 있어도 높은 벼슬에 오를 있었다, 능력주의라 해야 할까 아니면 혈연과 가문으로 인한 특권일까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남들이 흠결이라 모습을 그대로 남겨 놓은 그린 이나 그려진 이나 조금의 용기가 없었다고는 없겠다. 못생긴 셀카 지우고 남겨둘 자신 있냐고요...ㅋㅋㅋ 저는 추한 것도 냅두자 주의였지만 이제는 점점 고우나 미우나 남기는 쪽으로 가고 있네요… 아토피성 피부염 얼굴까지 앓을 남은 사진 보면 그저 가엾네요…

 


이 정도면 그래도 그려진 사람이 봐도 그러려니 하겠는데… (출처, 위의 책 31쪽)

 


천연두 자국 저렇게 디테일하게 얼굴 전체에다 그려 준 거 보면 나라면 맴찢일 듯…(출처, 위의 책 31쪽)

 

 


 이건 미술 시간에 남긴 자화상… 곱슬에 점에 흉터자국까지 정직하게 못생김 탈탈 털어 그린 나놈도 선비정신 넘치는군요...ㅋㅋㅋㅋ 지금도  저렇게 생겨서 지나가다가 누가  알아볼까 걱정이네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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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 2024-07-07 19: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ㅋㅋㅋㅋ 예사롭지 않은 그림솜씨와 표정에 감탄했습니다 ㅋㅋ 공부하시는게 독서로 연결되는거 넘 멋져요🥹🥹

반유행열반인 2024-07-08 21:31   좋아요 2 | URL
20여년 전의 중학생 저를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나름 이런 의미라도 찾아야 공부하는 맛이지 하고 있어요...(점수가 안 나오니 다른 쪽으로 합리화 ㅋㅋㅋㅋ)

라로 2024-07-08 1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솜씨가 대단하시네요!! 근데 반열샘 예민해 보이세요. ㅎㅎㅎ 머리숱이 근데 왜?? 저와 비슷해 보입니다. ^^;;;(이런 것만 보는. 이해하시죠?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07-08 21:33   좋아요 1 | URL
예민이라고 이름을 바꿔야 될 거 같습니다. 은근 이름 예쁜데?! ㅋㅋㅋ 저때 머리가 너무 많아서(?) 꽉꽉 묶고 다녔어요. 진짜 빗자루 한움큼 이던 것이 이제는 저도 머리 숱 술술 줄어 특히 가운데 이마가 요샌 자꾸 줄어서 곱슬까지 더하니 장미여관 육중완 아저싸 같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4-07-08 18: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중3에 그린 자화상, 정말 잘 그리셨네요. 지금도 그림을 잘 그리실 것 같아요!

반유행열반인 2024-07-08 21:34   좋아요 1 | URL
어린 저를 칭찬해주셔 감사합니다 ㅎㅎㅎ그리기든 뭐든 너무 오래 안 하고 냅둬서 많은 것들이 그저 전생의 저인 것 같습니다 ㅋㅋㅋ

호시우행 2024-08-31 0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피부병 호전되길 빌게요. 나도 그 고통을 겪었던 사람인지라. 아무튼 선조들의 사실화는 정말 압권인 것 같아요.

반유행열반인 2024-09-05 22:15   좋아요 1 | URL
호시우행님, 건강을 빌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은 재발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호시우행님도 항상 건강히 지내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