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사 4 - 봉황편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음양사는 책장이 너무 잘 넘어가는 책이다. 세이메이가 있어 무섭지 않은 옛날이야기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실은 잘 잤다. 보면서 졸기도 했고, 수면제용으로 잠이 오지않을때 이용하기도 했다. 음양사는 일본만화 <충사>랑 닮은꼴이기도 하다. 깅코가 세이메이쯤 되려나 모르겠다. 벌레가 요물이 되어 인간을 괴롭히거나 자연에 심각한 해를 끼치기도 하는데 깅코라는 충사가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충사는 내용도 약간은 괴기스럽지만 나레이션이 더 무서운 만화영화다.

이번 음양사 4편에서도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저승사자를 속인 이야기나, 버림받은 조강치처가 원한을 품은 이야기나 해골이야기나, 세이메이와 도만의 방술대결이야기가 그것이다. 그중 버림받은 조강지처의 원한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가모노 나오히라라는 마흔쯤 되는 남자는, 조강지처를 버렸다. 그리고 철저히 외면했다. 얼마후 이상한 소문이 돈다. 가모노 나오히라의 조강지처였던 가모노 하기는 해가지고 어두워지면 남편의 이름을 부르며 숲을 달린다는 것이다. 그제야 걱정이 된 나오히라는 하기의 집을 가보지만, 문틈으로 들여다보니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죽어있었다. 무섭기도 했지만, 죽은 그녀를 장사지내주고 싶은 마음도 없어 그냥 방치한채 떠나가지만, 얼마후 그 집에 새파란 빛이 돌고 그녀의 시체가 썩지않는다는 말을 듣고 세이메이에게 의뢰하기 이른다. 모든 사정을 들은 세이메이는 히로마사와 같이 나서게 되고, 나오히라에 대한 원한으로 귀신이 되어버린 그녀를 나오히라라는 인형을 주어 잡아먹도록 하고 원한을 풀게 한다.

버림받은 여자와 버리는 남자. 참 미묘하다. 불심이 깊어, 글을 몰랐어도 열반경을 외울 정도였다하니, 나쁜부인은 아니었을것이다. 나오히라가 바람이 났었던것일까? 나오히라는 눈매가 선한 사람이라 하는데, 외모만 보고 사람을 판단할 것만도 아닌것은 진리인가 보다. 아내를 버리면서 아내가 생활을 유지할수 있도록 돌보아 준것도 아니고, 사고무친인 아내가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장사도 치뤄주지 않는 그 몹쓸마음은 벌을 받아 마땅하다. 아내가 원한을 품자 무섭긴 무서웠는지 세이메이에게 의뢰를 하는것 보니 비겁한 남자의 마음이 보이는 것만 같아 보는 내내 실소를 흘렸다. 헤어지면 남보다 더 못한 사이가 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너무한 처사 아닌가. 나오히라는 원귀가 된 아내를 보며 진심으로 뉘우쳤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이야기 이다.

음양사를 나는 영화로 처음 접했다. 영화에서의 세이메이는 좀 진지해 보이는 분위기였지만, 외모는 훌륭했다. 그래서 였을까? 난 책으로 보면서도 세이메이를 아주 잘생긴 남자로 상상하며 읽었는데, 4편에서 나의 상상을 뒤엎는 그림이 나왔다. 에도화가 호쿠사이의 그림이다. 아시야도만과 아베노 세이메이의 방술대결을 그린 그림인데, 너무 허탈해서 웃음까지 나올 지경이다.

아무래도 만화음양사를 봐야할까보다. 거기엔 잘생긴 세이메이가 있을테니, 그걸 보며 눈을 정화시켜야 할것만 같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철나무꾼 2011-04-01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어내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음양사가 영화와 만화책으로도 있었군요.
음~~~만화 음양사엔 잘생긴 세이메이가 있을까요?

마녀고양이 2011-04-01 16:39   좋아요 0 | URL
별전 하나 더 있어요! 양철댁!
그리고, 첫눈님, 만화 음양사 그림은 아주 이쁘진 않던데요,, ^^

아...... 저두 읽구 싶당~

첫눈 2011-04-03 15:37   좋아요 0 | URL
이번에 별전과 5.6편을 더 구매해야해요 ㅜㅜ
세이메이 손자가 펼치는 내용도 있다던데요 ㅎ
세이메이의 손자지만 도력은 없는 ㅋㅋ
저는 세이메이와 히로마사가 나오는 만화로 보고싶어요 ㅋ
 
음양사 3 - 부상신편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미나모토노 히로마사. 그는 이른 바 엄친아다. 삼촌이 천황이고, 아버지는 친왕이다. 고귀한 피를 타고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너무 겸손하다. 그리고 친절하며 진지한 남자다. 그 뿐인가. 그는 풍류를 안다. 피리를 불면 바람마저 고요해지고, 떨어지는 벚꽃에도 무엇인가를 깨닫는 철학적인 남자이기도 하다. 너무나 성실하고 너무나 정직하며 너무나 진지한 그는 세이메이의 단짝 친구이다. 세이메이 역시 그를 믿고 따르며, 어떤 일이든지 히로마사와 함께하려 한다. 그만큼 세이메이는 히로마사를 믿는다는 것이다. 세이메이는 늘 히로마사에게 좋은 사내라며, 정직한 사내라며 히로마사를 칭찬하지만 히로마사는, 세이메이가 그런 말을 할때마다 세이메이의 얼굴을 살핀다. 세이메이의 말을 믿지 못하는듯. 그러나 둘은 언제나 서로에게 진실하다. 히로마사는 나라가 인정한 엄친아지만 마음은 너무 여리다. 귀신들의 사연을 듣고는, 신음성을 흘리거나, 가엾다 라는 말을 자신도 모르게 내뱉곤 해서 세이메이의 퇴마에 초를 치곤 한다. 이런 남자. 참 괜찮다.

2권에서는 요물이 많이 등장했지만, 이번 3권에서는 귀신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전설의 고향> 못지않은 그런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남자에게 버림받은 이야기들도 많지만, 용에게 드리는 말을 적은 글을 먹고 요물이 되어버린 거머리 이야기나, 노래짓기 대회에서 패하여 그 충격으로 거식증에 걸려 죽어버린 귀신의 사연도 나온다.

이번에 소개할 이야기는, 진언을 적은 종이를 먹어 신통력을 얻은 거머리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가뭄이 너무 심할때는 기우제를 올린다. 세이메이와 히로마사가 살던 헤이안 시대도 어쩔 수 없는 가뭄의 시대가 있었으리라. 아주 옛날에 심한 가뭄이 들었을때 구카이 스님께서 제룡진언을 적은 쪽지를 연못에 넣고 기우제를 지냈었고, 10년전 아주 심했던 가뭄에도 기우제를 올려 비를 내리게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후지와라노 모로타다공이 기우제를 지냈었다. 그런데 그 모로타다공의 집에 우환이 생긴것이다. 밤마다 시녀들이 죽지 않을만큼만 피를 빨린다는 것이다. 피를 빠는 원흉을 잡으려해도 원흉이 나타날때면 항상 모두 잠이 들어 원흉을 잡지 못하자, 시녀들은 모두 불안에 떨며 일을 그만두고 집으로 가고자 하여 모로타다공은 세이메이에게 의뢰하기 이른다. 세이메이는 히로마사와 함께 모로타타공의 집을 방문하지만 모로타다공은 그보다 더 신분이 높은 히로마사가 어렵기만 하다. 더더군다나 시녀들의 피를 빠는 원흉을 잡기위해 시녀들의 잠자리를 보초를 서야하는데 세이메이는 그렇다쳐도 신분이 고귀한 히로마사가 시녀들의 잠자리 보초를 선다니 그에겐 머리가 곤두설 정도다. 밤이 되어 원흉이 나올 시간이 되고 자지않고 버티려던 히로마사는 결국 인간적으로 졸기 시작한다. 원흉이 왔다는 뜻이다. 세이메이는 히로마사를 깨워 피를 빠는 원흉을 현장에서 잡아내고, 모로타다공이 보는 앞에서 원흉의 정체를 묻는다. 원흉은 바로 150년전 구카이 스님이 기우제에 썼던 제룡진언을 적힌 쪽지를 먹고 요물이 되어버린 거머리였다. 며칠전 모로타다공이 기우제를 지내고 시녀를 그 연못에서 놀게 하였는데, 그때 이 거머리의 요괴가 씌인것이다. 거머리는 진언이 씌어진 종이가 너무 먹고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사람에게 씌자 너무 목이 말라 흡혈의 욕구를 참을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세이메이는 그 거머리를 원래 있던 곳으로 보내주고 거머리로 하여금 비를 다시 내리게 하라는 말을 용에게 전하라 당부한다. 모든 퇴마를 마친후 집으로 오는길에 다행스럽게도 비가 오기 시작한다.

흡혈을 하기는 했지만, 죽지 않을 정도로만 흡혈을 하는 조금은 귀여운 거머리다. 비가 오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비를 관장하는 용에게 부탁하는 글을 적은 <제룡진언>을 먹고, 그 맛을 잊지못해 자꾸만 먹고싶어하는 거머리. 하찮은 미물이지만, 그런 글의 의미를 알았을지 모르겠지만, 자꾸 먹고 싶어했다는 것은 그 글을 먹고 무엇인가를 느낀것이 아닐까 싶다. 제룡진언 역시 예사롭지 않은지 미물에게 신통력을 부여했다니, 정말 수맥을 담당하는 지룡께서 그 종이를 보았다면 비를 내리지 않았을까? 세이메이 말처럼 해를 멈춘다든지, 비를 내린다는 신통력은 불가하겠지만, 미물을 요물로 만들정도의 진언이라면 분명 무엇인가 변화는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미물도 그러할 진대, 인간은 어떠할까? 잠시 고민해 봄직 하다. 그 거머리는 다시 살던 곳으로 갔지만, 얼마나 오랜 세월을 연못속에서 도를 닦을지 알수는 없다. 그러나 흡혈을 하면서도 단 한명의 사망자를 내지 않았던 거머리를 보면, 오래 살아도 인간에게 해(害)가 될것 같지는 않다. 세이메이도 살려서 보내준걸 보면 역시.

히로마사는 로열패밀리 임에도 불구하고, 세이메이의 집을 찾을때는 흔한 시종하나 두지 않고 혼자 몸으로 온다. 책에서는 그 말을 거듭 하는 것을 보면, 혼자 다니거나, 걸어서 다니는 것은 지위가 낮은 사람이나 하는 듯, 귀족 남자는 스스로의 위엄을 나타내기 위해 절대 그렇게 다니지는 않은듯 하다. 이번 퇴마를 의뢰한 후지와라노 모로타다의 경우는 뼛속까지 스민 귀족들의 우월주의를 보는것 같아 히로마사의 매력이 더욱 돋보인다. 세이메이는 항상 히로마사와 함께 하지만, 특히 이번엔 히로마사에게 같이 가는게 좋겠다며 부탁한다. 그 이유는 세이메이는 귀족이 보기엔 고작 귀신잡는 음양사에 불과하기 때문에 퇴마 후 어떤 말들로 세이메이를 곤란하게 만들지 몰라, 귀족과 동행하게 되면 입이 구린 귀족이 딴소리를 하지않을 것을 세이메이는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해한 히로마사 역시 귀족들의 그런 행태를 잘 알고 있었다 하니 이야말로 관존민비(官尊民卑) 형태의 관료제 폐해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히로마사의 매력이 더욱 빛을 발하지 않을만 한가!

이제 4권에서도 그들의 활약을 기대하도록 하자.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철나무꾼 2011-03-29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분, 신들의 봉우리도 참 좋았어요.
뭐더라,바둑을 소재로 한 소설도 있다는데...것도 기대돼요~^^

첫눈 2011-03-30 19:52   좋아요 0 | URL
아직 제가 못본 부분인가보네요.
4편을 읽고있는데, 이리저리 바쁜바람에 아직 다 못읽고
헤메고 있네요.
양철댁님 말씀을 들으니 빨리 읽고 싶어지네요 ^^
감사합니다 ^^

마녀고양이 2011-03-29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음양사가 아주 새록새록하게 다시 다가오는데요....
다시 읽고 싶어져 버렸어요. 정말 두사람의 매력으로 인해 이 책 다 샀는뎅.
히로마사 너무 괜찮죠. 거기다 매일 놀리듯 웃는 세이메이의 매력이란!

아흑...... 할 일 많은데 이런 유혹이!

첫눈 2011-03-30 19:54   좋아요 0 | URL
저는 처음 영화로 먼저 접했는데, 책으로 나와있어 너무 놀랬어요 ^^
4편 앞장에 도만법사와 세이메이가 함께 있는 초상화가 있는데,,,보셨어요?
세이메이를 너무 형편없이 그려서...씽크로율이 막 떨어지려고 해요 ㅋㅋ
세이메이를 완전 간신처럼 그려놨더라구요...ㅜㅜ
 
음양사 2 - 비천편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아이들 만화 채널에서 우연히 보게 된 <겐지 이야기>. 헤이안시대의 카사노바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방송시간 편성을 새벽으로 한 것은 역시 이유가 있다. 헤이안 시대의 연애사를 이해하지 않고는 보기 힘들내용이다. 물론 음양사의 시대적 배경도 헤이안시대다. 일부다처제는 물론이고 여러명의 처첩을 허용했다한다. 심지어는 처첩의 구별도 두지 않았다고 하니 그 시대의 여인들은 모두 마음앓이를 꽤나 했을것이다. <겐지이야기>에서는 겐지의 내연녀가 겐지의 부인을 원령을 이용하여 사망에 이르도록 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가끔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끼리 내용이 연결되는 부분이 나올때는 더욱 쉽게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들의 복식이나, 그들의 연애방식을 보면 너무나 자유롭다 못해 난잡스러워 보이는 자유연애는 상상을 초월한다. <겐지이야기>에서 겐지는, 그의 아버지 후궁과 사랑을 나누게 되고 후궁은 임신을 하며, 천황은 후궁이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줄 알고 기뻐 하고, <음양사>에서의 고관대작들은 밤이면 밤마다 사랑하는 여자의 집으로 행차를 하고, 사랑하는 여자가 수시로 바뀐다고 하니 어찌 상상을 초월하지 않으랴.

두 친구, 세이메이와 히로마사의 활약은 2편에서도 계속된다. 영화에서 본 세이메이는 항상 근엄한 표정의 진지남인 반면, 책에서 표현한 세이메이는 약간 더 흥미롭다. 표정도 짓궂고, 미안하다 말하면서도 전혀 미안해 하지 않는 표정하며, 장난스러운 입매, 말꼬리 잡고 말장난 하기는 오직 히로마사와 함께 일때만 보인다. 그러나 격식을 차려야 하는 곳에서는 목소리도 근엄하고, 한시를 읊는 솜씨도 대단했다하니 영화에서 본 근엄하기만 한 매력없어 보이는 남자는 절대 아니었다. 책을 통해 보는 세이메이는 대단히 즐거운 남자다. 풀 한포기의 생명도 존중하는 세이메이. 사냥꾼에게 쫓기던 흰여우가 여자로 변신하여 자기를 구해준 남자에게로 시집을 가 낳은 사내아이가 세이메이라고 하는데, 요물이나 요괴가 판을 치는 마당에 세이메이의 탄생 설화 역시 무척이나 흥미롭지 않은가?

재미있게 본 내용 하나를 소개해 볼까 한다.
그림을 그리는 화공인 간스이옹은, 저잣거리에 나타나 희한한 외술을 보여주는 법사 한명을 만나게 되고, 그 외술을 보고는 그 법사의 제자가 되어 외술을 배우고자 한다. 그러나 그 법사는 자신은 누군가를 가르쳐 줄만한 처지는 못되니 그의 사부에게 소개시켜 준다고 한다. 그 법사의 장기는 짐승의 엉덩이로 들어가서 입으로 빠져나오기 이다. 사부를 만나기 전 목욕재계를 하고 7일 동안 몸을 정갈히 한 후, 사부를 만나러 가게 되는데, 일러 주는 말에 의하면 사부는 칼을 몹시도 싫어 하니 몸에 칼 종류는 절대 휴대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간스이옹은 칼을 휴대하지 말라는 말이 매우 신경이 쓰여 호신용으로 칼을 몰래 숨겨온다. 사부에게로 간 간스이옹은 그 사부가 요물임을 알게되고 잡혀먹힐 위기의 순간에 요물을 칼로 베어 도망친다. 그러나 사부는 죽지 않고 오히려 간스이옹을 죽이러 오겠다는 말을 그에게 남긴다. 간스이옹은 세이메이와 친분이 있는 히로마사에게 상담을 하고, 히로마사는 세이메이에게 요괴의 처치를 부탁한다. 세이메이가 퇴마에 필요한 물건을 구하러 간 사이, 히로마사와 간스이옹은 세이메이가 일러준 대로 조심하게 되지만 히로마사의 실수로 간스이옹의 엉덩이로 요괴가 들어가게 된다. 입으로 나올것을 대비해 도력이 깃든 세이메이의 사부님의 칼을 간스이옹의 입에 물리고 절대 입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한다. 필요한 재료를 가지고 도착한 세이메이는 요괴를 쫓는 풀을 간스이옹의 칼이 물려진 잇새틈으로 넣어 주고, 결국 요괴는 간스이옹의 뱃속에서 죽는다. 그리고 간스이옹은 엉덩이로 늙은너구리 시체를 배출해낸다.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들음직 할 옛날 이야기같다. 내겐 할머니가 계시지 않았으니, 할머니의 사랑을 받아보진 못했지만 만약 내게 할머니가 계셨다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내가 잠들기를 바라며 들려주셨을 옛날 이야기일 것이다. 음양사를 보는 것은 무섭지 않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의 귀신들과 달리 헤이안시대의 귀신들은 머리를 풀어헤치거나, 피를 흘리고 있지 않아서 일까? 이야기의 내용도 너무 무섭게 표현하지 않았고, 특히나 세이메이가 모두 처리해 줄 일들이니 믿을만한 구석이 있어서 무섭지 않은것인지 읽고나서도 악몽을 꿀 일은 없다. 더구나 2편은 사람이 한을 품은 귀신이야기 보다는, 요괴의 이야기가 더 많고, 여자를 버리기 위해 귀신에 홀렸다는 가짜핑계를 댄 이야기도 나오기도 한다. 소제목의 비천편은, 신선의 길, 부처의 길로 가기위해 노력한 노승의 이야기다. 이야기 하나 하나마다 사연이 담겨있다. 때로는 안타깝고, 때로는 감탄하고, 때로는 슬픈 그들의 사연.

이제 3권에서 또 다시 세이메이와 히로마사가 전해주는 그들의 사연을 기대해 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1-03-28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음양사 가지고 있어요. 무려 별전까지.. ^^
음양사는 코믹스 만화로도 있잖아요.
세이메이와 히로마사는 다른 듯 하면서도 묘하게 어울려서
그 맛에 계속 읽었더랬죠.. 첫눈님께서 말씀하시듯 옛날 귀신 이야기 듣는 듯도 하고.

요즘 계속 읽고계시나 봐요.. 즐거운 한주되셔요.

첫눈 2011-03-28 21:11   좋아요 0 | URL
네~최근 서평대회 일정이 끝나서, 뒤로 미뤄두었던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느긋하게 게으름도 피워가며 읽고 싶었는데, 생각과는 달리 느긋해 지지가 않네요 ㅎㅎㅎ 다음편이 너무 궁금해져서 그만 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음양사 소설 음양사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김소연 옮김, 김종덕 해설 / 손안의책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나는 무서움도 초일류급으로 잘 타지만, 그런 이야기도 초특급으로 좋아한다. 이우혁의 <퇴마록>을 읽을 당시, 신혼이었던 나는 남편의 당직때문에 혼자 자야만 했다. 국내편을 읽던 도중 너무 무서워진 나는 그 한밤중에 집을 나와 결혼전에 지냈던 기숙사로 숨어 들었다. 한밤중에 집을 나오니, 환하게 밝혀진 상가들과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오히려 안심이 됐던 순간을 잊을수가 없다. 난 그날 밤 기숙사로 들어가 옛친구의 이불을 같이 덮으며 귀신으로 부터 도망쳤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무서운 책을 봐야할까 생각도 하겠지만, 이런 퇴마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엔 전설의 고향을 보신 분이면 다 동감하실 것이다. 보지 않으려해도 자꾸만 보게되는 궁금한 이야기. 그러나 음양사는 좀 달랐다. 처음 영화로 접하게 된 음양사. 제목만 보면 제대로 오해하기 쉬운 음양사. 퇴마사라고 했으면 단박에 이해를 했겠지만, 음양사가 뭔지도 몰랐던 그때는 살짝 야한 얘기가 아닌지, 조금은 기대를 했지만 영화는 시작 초반부터 나의 기대는 새로운 기대감으로 영화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랬던 영화가 극장판 음양사에 불과 했었다니, 너무 의외다. 영화를 보고 난후, 난 시시때때로 아베노 세이메이가 읊조렸던 주술을 흉내냈고, 그들이 하는 말투를 되지도 않는 발음으로 따라했다. 고백하자면 이 책을 읽는 순간에도 그들의 말을 흉내내기도 했다.

한 권에 여러이야기의 퇴마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원한을 품은 귀신의 이야기나, 남자의 배신으로 원한이 맺힌 원귀의 이야기나, 글에 깃든 령을 돌려보내는 이야기나, 의도치않게 불사의 몸이 되어버린 인간도 귀신도 아닌자의 이야기들이다.

사물의 근본적인 모양을 묶는 것은, 이름이 아닌가..
(呪)란 이름이 아닌가 하는 하는 이야기라네..

이름이 있는 모든 것은 모두 주에 묶여있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도 그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조차도 주로 묶을수 있다는 이야기는 꽤 철학적인 이야기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꽤 무섭기도 하다. 모든 이름을 가진것은 주에 묶여있다니, 새로운 이론이지만 왠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듯하기도 하는 낯설지 않은 이 기분은 뭔지.

세이메이는 타고난 퇴마사다. 제 아무리 고약한 요괴도 세이메이에겐 당하지 못한다. 세이메이와 함께 하는 히로마사 역시 무사이지만 용기가 뛰어난 사람이다. 성실근면함의 대명사로 소개되는 히로마사는 세이메이와 함께 하며 온갖것을 경험한다. 그러나 항상 퇴마를 요청해 오는 사람도 히로마사이다. 천황을 '그 남자'를 칭하는 세이메이와 결코 친해지지 못할 것 같은 정직한 사나이 히로마사는 정체를 도무지 알 수 없는 남자 '세이메이'와 진심으로 우정을 나눈다. 세이메이 역시 정직한 사나이 히로마사에게 진심을 다한다. 가끔은 세이메이의 퇴마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가끔은 퇴마에 초를 치기도 하는 히로마사의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은 안타깝기도 하다.  그러나 세이메이는 히로마사의 실수를 전혀 탓하지 않고 이미 실수 할 것에 대한 준비도 해 두는 치밀함을 보이며 지극히 인간적인 그의 실수를 이해하며 때로는 그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여러가지 이야기 중, 하나를 소개해 본다.
천황이 천황으로 오르기 전, 사냥을 하다 길을 잃고 사냥개 두마리와 숲을 헤메다 인가를 발견한다. 그 집에는 모녀만 살고있었는데 천황은 미래를 약속하고 그날밤 딸과 인연을 맺는다.  다음 날 대궐로 돌아가며 꼭 데리러 오리라 굳게 약속한다.  그 약속을 믿으며 기다리기를 15년.  이제나 저제나 데려갈 날만을 기다리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딸만 혼자 남아 원망의 말을 올리며 천황이 정표로 두고 간 사냥개 두마리를 죽이고 그녀도 죽는다. 그녀의 혼은 원귀가 되어 밤마다 대궐로 향하고, 뜻하지 않게 히로마사에게 잘못 전달된 연애편지가 바로 죽은 그녀가 천황에게 전달되어야 할 편지임을 세이메이로 부터 듣고는 천황에게 알린다. 천황은 눈물을 흘리며 그녀에게 미안해하며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염불을 올린다. 그녀에게 천황의 머리카락 한줌을 전해받은 그녀의 원혼은, 그 머리카락에 볼을 부비고 입을 맞추며 만족해 한다. 모든 한을 푼 그녀는 망자가 가야 할 곳으로 가고, 히로마사와 세이메이는 그녀의 반쯤 썪은 얼굴에 만족 어린 미소를 보며 진심으로 가엾어 한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고 했다. 그러나 그 말은 왠지 여자는 뒤끝이 길다 라고 들린다. 남자의 한도 무시못할 한이지만 왜 유독 여자의 한(恨)에 이런 말들이 붙게 되는지, 조금은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위에 소개한 내용의 여인은, 남자를 기다리다 못해 지쳐서 저렇게 원혼이 되어버린 것이것만, 그녀는 자기를 잊어버린 남자가 준 머리카락 한 줌만으로도 기꺼이 만족하지 않는가! 착한 소녀가 원혼이 되었을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차라리 기다리게 하지 않았다면, 저 소녀는 좋은 남자를 만나 살림을 꾸리고 아기를 낳아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다. 무정한 남자의 마음이, 그리고 그 무정한 남자를 너무 사랑했던 바보같은 여자마음이 내 마음을 울린다.

세이메이의 복장을 보면, 가리기누라고 한다. 일본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나는 한동안 광적으로 집착했던 <고스트 바둑왕>에 나오던 후지와라노 사이의 옷과 똑같다. 후지와라노 사이는 신의 한수를 보기위해 바둑판에 머물던 영혼이다. 영화에서 보던 음양사의 세이메이의 복장을 보고, 저렇게 불편한 옷으로 어떻게 퇴마를 할까 하고 궁금했지만, 신의 한수를 보기위해 머무르던 사이의 복장과 유니폼처럼 똑같았다.  가리기누는 민간의 의복이었으나, 그 기능성 때문에 후에는 관인들의 의관으로 발전됐다고 한다.  시대적 배경이 같은건지 아니면 그 나라의 고전복식은 변화가 없는 것인지 새삼 궁금해진다.

"가세."
"가세."
일은 그리 되었다. 


또다른 그들의 시작이다.
그들의 활약을 보여줄 2권을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이영수(듀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 시절 여름방학에 납량특집으로 방송했던 [V]를 아시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새로 제작하여 그때보다는 더 세련된 맛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어린 시절 봤던 그 충격적이었던 예전의 [V]보다는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어느날 갑자기 외계인들의 방문이라니, 더군다나 인간의 모습까지 해서 더욱 친근해 보였던 그들. 그러나 그들의 의도는 지구정복이었다. 여름방학이 끝난 후 우리는 삼삼오오 모여 참새처럼 [V]에 대해 재잘댔다. 외계침략의 주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늘 그들로 부터 염탐을 당하는 입장으로는 두려울 수 밖에 없는 존재인것은 맞다.

여러가지의 스토리로 구성 되어 있다. 나는 그다지 옴니버스식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읽을만 하면 끝나고, 제법 스토리에 빠져들만 하면 끝나는 구성은 나를 힘들게 한다. 스토리에 어느정도 흠뻑 빠지게 되면 다시 새로운 것에 집중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유형은 드라마를 보는 나의 시각과도 같다. 드라마에 푹 빠져 있다가 그 드라마가 종영이 되고나면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를 보기 힘들다. 종영했거나 다 읽은 경우, 드라마나 책의 주인공에 헤어나지 못하고, 그 뒷이야기를 나름 상상하기도 하고, 지난 이야기를 다시 곰곰히 되짚는 내 습관들은 새 드라마나 새 책의 스토리에 다시 집중하기엔 그동안 사랑해왔던 지난 날의 주인공들과 헤어질 마음의 준비를 하기엔 너무나 턱없이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 이유로 옴니버스식의 이야기는 뭔가 허전한, 절대적으로 채워지지 못한 공허함,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기엔 아주 많이 시간이 부족한 그런 글들의 구성이 내가 싫어하는 옴니버스식의 이야기이다.

이번 나의 일정이 모두 끝난 뒤에, 내가 읽어야 할 책들 중에서 제일 먼저 골라 든 책은 바로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다. 내가 힘들어하는 구성의 책이란 사실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먼저 선택한 이유는 바로 저자의 기발한 상상력의 돋보임이 있는 책이라는 사실이었다. 듀나라는 필명의 작가는 무척이나 생소했다. 인터넷 연재 소설이라는 책이라는것도 생소했다. 인터넷 서점이라는 공간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도 이제 5개월 남짓 됐다. 그중 3개월은 그저 회원가입만 해 놨을 뿐인 상태였고, 본격적으로 블로깅을 시작한것은 2개월 정도다. 그랬던 내게 인터넷 연재 소설의 생소함은 너무 낯설었다. 듀나라는 필명까지도.

그녀의 상상력에 호기심을 가진 나는, 왜 모두가 그녀의 상상력을 찬양하는지 깨달았다. 끝도 없이 마르지않는 샘물같은 상상력으로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상상해내지 못할만큼의 이야기로 나를 사로잡았다. 때로는 전설의 고향처럼, 때로는 환상특급처럼, 때로는 SF영화처럼 단 한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는 듀나의 소설.

제일 무서웠던 이야기는, 첫번째로 소개됐던 <동전마술>이다. 첫번째 이야기부터 매력적이니 그 다음에 쉽게 빨려들어갈 것은 너무나 당연한 진리 아닐까? 사실 그 뒷부분도 너무 궁금했다. 다른 세계로 가는 틈새가 너무나 궁금했지만, 그 다음 이야기들이 소개가 될때마다 나는 궁금해 하면서 또 빠지고, 그 다음 이야기에 또 빠지고 궁금해 하기를 반복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말끔하고 깔끔한 글은 책을 읽으면서도 이 책 참 매력적이다 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너무 허황스러운 이야기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SF판타지를 읽으면서 허황되다고 한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 책을 읽기전 꼭 장르가 SF판타지임을 알고 읽는다면 그런 헷갈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 책과 듀나의 매력에 흠뻑 빠질 것이다.

SF판타지. 그렇다. 이야기들의 대부분은 외계의 이야기다. 이미 인간은 퇴물로 전락한 시대쯤이다. 콜로니를 만들어 자신의 삶을 추구한다거나, 외계 바이러스인 링커바이러스, 인간들의 진화는 점점 종을 알수 없는 유형으로 진화를 한다거나, 로봇들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브로콜리 색의 띠지에 소개한 듀나, 상상력의 끝은 어디인가?! 라고 적혀있는데 아주 마음에 꼭 드는 말이다. 이 책을 통해서 본 그녀의 상상력은 여기가 끝은 아닐듯 싶다. 내 상상력을 넓혀주는 그녀의 상상력. 꼭 또다시 만나게 될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양철나무꾼 2011-03-24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집힌 장르소설로 가득한 서재대문 사진보고 트랙백해 왔어요.
듀나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는데, 이 책 그렇군요.
재밌겠어요, 님의 리뷰도 재밌구요~^^

첫눈 2011-03-24 17:10   좋아요 0 | URL
사진찍다 보니 거꾸로 되어있더라구요 ㅎㅎㅎ

이 소설은 정말 흥미진진해요.
끝이 있는 소설은 아니지만 챕터 하나하나 마다 상상력을 자극해요.
리뷰를 재밌게 봐주셨다니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와주시고 좋은 댓글까지 남겨주시고 ㅎㅎ
저도 찾아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