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사랑은 내게 오고 갔다
조엘 매거리 지음, 정지현 옮김 / 시그마북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누구에게나 약간씩의 강박증은 있을것이다. 이젠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어떤 영화에서 남자주인공은 보도블럭의 선을 밟지 않으려 노력했었던것을 본적이 있다. 어떤이는 모든 물건들이 일렬종대로 놓여있지 않으면 견디질 못한다던가, 자기의 물건들이 자신이 정해준 위치에 놓여있지 않으면 제 위치에 옮겨놓기전까지는 잠을 이룰수 없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심하게까지는 아니겠지만 누구나 약간의 강박은 있을것이다. 고백하건대 나에게도 있다. 가장 흔한 사례로는 자동으로 잠기는 디지털 도어록임에도 불구하고 혹시 제대로 잠기지 않은건 아닌가 하여 이미 차를 출발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확인하고 가는것이다. 그리고 외출하고 돌아오면 무조건 씻어야하는것이 그 두번째 예이다. 식구들중 누구하나라도 귀가후 씻지 않으면 씻을때까지 신경이 쓰이고, 그들이 내디뎠던 곳을 락스 푼 물로 박박 닦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숫자에 연연하는 행동들. 나는 이런 일들에서 무척이나 벗어나고 싶었고, 의식적으로 노력한 결과 지금은 극복했다. 나는 행여라도 나의 그런 행동들이 무의식속에서 다시 실현될까봐 지금도 노력하며 살고있다. 아침댓바람부터 그릇을 깨도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더이상 생각하려 하지않고, 큰 일을 앞두고 내가 좋아하는 숫자를 생각하려 하지 않는 노력을 하며 무진 애를 쓰고있다고 해야하나?
이 이야기는 흔히 볼수있는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저널리스트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강박증으로 인해 피폐한 삶을 살아가는 조엘은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세계여행을 계획하고, 친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연인인 페니를 홀로 두고 떠난다. 여행하며 잠시 사랑만 나누었던 호텔메이드에게 혹시라도 아기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그를 몇년이나 괴롭히고, 사랑하는 연인 페니는 점점 멀어진다. 여행을 하며 그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체험하며 점점 극복해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연인을 사랑하는 마음은 더욱 더 견고해지지만 그의 사랑은 험난하기만 하다.

글은 현재와 과거를 동시에 회상하고 있다. 그가 점점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보기도 하고, 그가 페니를 점점 사랑해가는 과정을 보기도 하고, 그가 점점 사랑을 잃고 있는것도 보인다. 흥미로운 구성이다. 과연 사랑하는 연인을 두고 2년씩이나 세계여행을 한다는 계획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강박이 중증으로 치닫는 주인공의 상태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결과적으로는 얻는게 있다면 잃는것도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

The Cranberries의 ode to my family 라는 노래에 꽂혀서 한동안 귀에 달고 지냈던 때가 있었는데 문득 책에 나온 가수를 보니 반갑기도 하다. 조엘은 노래구절 가사를 적어놓았다. <난 너를 사랑하니까>
이 노래가사는 어떤 노래의 가사일부분일까? 책을 통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탐구를 하다니. 부를수 없는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말이다.

너무나 솔직한 저자의 고백이 너무나 신선하다.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글을 쓰면서 자신을 스스로 뒤돌아보고 싶었던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도 가끔은 글을 쓰며 답을 찾기도 한다. 그래서 저자를 더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자의 마음을 공감하며 책을 읽는것도 꽤 오랫만인것 같다. 자전적인 소설의 매력은 여기에 있는것 같다. 모든것을 내보여주는 저자를 이해하는 마음이 그것이 아닐까?

"사람들과의 관계나 사랑에 관련된 감정적인 부분이지. 그 부분은 이미 꽉 차 있어서 난 사람을 쉽게 믿지 않아. 하지만 한 번 믿은 사람은 쉽게 마음에서 떠나보낼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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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6-01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잭 니콜슨 주연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가 아닐까요?

2년간 여행이라, 저도 가고 싶네요.
자신을 찾기 위해서라면 무엇인가 버려야할지 모르겠어요.
가장 소중한 것은 자신이라 저는 믿거든요.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완전하게 믿지 않는거 같아요. 믿는다고 하지만
마음 속 어디에서는 어짜피 사람이란 언제든 떠날 수 있어 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생각하면 내 곁에 있음 = 믿음이라고 생각하는 제가 잘못된거 같기도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