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사 2 - 비천편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아이들 만화 채널에서 우연히 보게 된 <겐지 이야기>. 헤이안시대의 카사노바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방송시간 편성을 새벽으로 한 것은 역시 이유가 있다. 헤이안 시대의 연애사를 이해하지 않고는 보기 힘들내용이다. 물론 음양사의 시대적 배경도 헤이안시대다. 일부다처제는 물론이고 여러명의 처첩을 허용했다한다. 심지어는 처첩의 구별도 두지 않았다고 하니 그 시대의 여인들은 모두 마음앓이를 꽤나 했을것이다. <겐지이야기>에서는 겐지의 내연녀가 겐지의 부인을 원령을 이용하여 사망에 이르도록 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가끔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끼리 내용이 연결되는 부분이 나올때는 더욱 쉽게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들의 복식이나, 그들의 연애방식을 보면 너무나 자유롭다 못해 난잡스러워 보이는 자유연애는 상상을 초월한다. <겐지이야기>에서 겐지는, 그의 아버지 후궁과 사랑을 나누게 되고 후궁은 임신을 하며, 천황은 후궁이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줄 알고 기뻐 하고, <음양사>에서의 고관대작들은 밤이면 밤마다 사랑하는 여자의 집으로 행차를 하고, 사랑하는 여자가 수시로 바뀐다고 하니 어찌 상상을 초월하지 않으랴.

두 친구, 세이메이와 히로마사의 활약은 2편에서도 계속된다. 영화에서 본 세이메이는 항상 근엄한 표정의 진지남인 반면, 책에서 표현한 세이메이는 약간 더 흥미롭다. 표정도 짓궂고, 미안하다 말하면서도 전혀 미안해 하지 않는 표정하며, 장난스러운 입매, 말꼬리 잡고 말장난 하기는 오직 히로마사와 함께 일때만 보인다. 그러나 격식을 차려야 하는 곳에서는 목소리도 근엄하고, 한시를 읊는 솜씨도 대단했다하니 영화에서 본 근엄하기만 한 매력없어 보이는 남자는 절대 아니었다. 책을 통해 보는 세이메이는 대단히 즐거운 남자다. 풀 한포기의 생명도 존중하는 세이메이. 사냥꾼에게 쫓기던 흰여우가 여자로 변신하여 자기를 구해준 남자에게로 시집을 가 낳은 사내아이가 세이메이라고 하는데, 요물이나 요괴가 판을 치는 마당에 세이메이의 탄생 설화 역시 무척이나 흥미롭지 않은가?

재미있게 본 내용 하나를 소개해 볼까 한다.
그림을 그리는 화공인 간스이옹은, 저잣거리에 나타나 희한한 외술을 보여주는 법사 한명을 만나게 되고, 그 외술을 보고는 그 법사의 제자가 되어 외술을 배우고자 한다. 그러나 그 법사는 자신은 누군가를 가르쳐 줄만한 처지는 못되니 그의 사부에게 소개시켜 준다고 한다. 그 법사의 장기는 짐승의 엉덩이로 들어가서 입으로 빠져나오기 이다. 사부를 만나기 전 목욕재계를 하고 7일 동안 몸을 정갈히 한 후, 사부를 만나러 가게 되는데, 일러 주는 말에 의하면 사부는 칼을 몹시도 싫어 하니 몸에 칼 종류는 절대 휴대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간스이옹은 칼을 휴대하지 말라는 말이 매우 신경이 쓰여 호신용으로 칼을 몰래 숨겨온다. 사부에게로 간 간스이옹은 그 사부가 요물임을 알게되고 잡혀먹힐 위기의 순간에 요물을 칼로 베어 도망친다. 그러나 사부는 죽지 않고 오히려 간스이옹을 죽이러 오겠다는 말을 그에게 남긴다. 간스이옹은 세이메이와 친분이 있는 히로마사에게 상담을 하고, 히로마사는 세이메이에게 요괴의 처치를 부탁한다. 세이메이가 퇴마에 필요한 물건을 구하러 간 사이, 히로마사와 간스이옹은 세이메이가 일러준 대로 조심하게 되지만 히로마사의 실수로 간스이옹의 엉덩이로 요괴가 들어가게 된다. 입으로 나올것을 대비해 도력이 깃든 세이메이의 사부님의 칼을 간스이옹의 입에 물리고 절대 입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한다. 필요한 재료를 가지고 도착한 세이메이는 요괴를 쫓는 풀을 간스이옹의 칼이 물려진 잇새틈으로 넣어 주고, 결국 요괴는 간스이옹의 뱃속에서 죽는다. 그리고 간스이옹은 엉덩이로 늙은너구리 시체를 배출해낸다.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들음직 할 옛날 이야기같다. 내겐 할머니가 계시지 않았으니, 할머니의 사랑을 받아보진 못했지만 만약 내게 할머니가 계셨다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내가 잠들기를 바라며 들려주셨을 옛날 이야기일 것이다. 음양사를 보는 것은 무섭지 않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의 귀신들과 달리 헤이안시대의 귀신들은 머리를 풀어헤치거나, 피를 흘리고 있지 않아서 일까? 이야기의 내용도 너무 무섭게 표현하지 않았고, 특히나 세이메이가 모두 처리해 줄 일들이니 믿을만한 구석이 있어서 무섭지 않은것인지 읽고나서도 악몽을 꿀 일은 없다. 더구나 2편은 사람이 한을 품은 귀신이야기 보다는, 요괴의 이야기가 더 많고, 여자를 버리기 위해 귀신에 홀렸다는 가짜핑계를 댄 이야기도 나오기도 한다. 소제목의 비천편은, 신선의 길, 부처의 길로 가기위해 노력한 노승의 이야기다. 이야기 하나 하나마다 사연이 담겨있다. 때로는 안타깝고, 때로는 감탄하고, 때로는 슬픈 그들의 사연.

이제 3권에서 또 다시 세이메이와 히로마사가 전해주는 그들의 사연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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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3-28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음양사 가지고 있어요. 무려 별전까지.. ^^
음양사는 코믹스 만화로도 있잖아요.
세이메이와 히로마사는 다른 듯 하면서도 묘하게 어울려서
그 맛에 계속 읽었더랬죠.. 첫눈님께서 말씀하시듯 옛날 귀신 이야기 듣는 듯도 하고.

요즘 계속 읽고계시나 봐요.. 즐거운 한주되셔요.

첫눈 2011-03-28 21:11   좋아요 0 | URL
네~최근 서평대회 일정이 끝나서, 뒤로 미뤄두었던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느긋하게 게으름도 피워가며 읽고 싶었는데, 생각과는 달리 느긋해 지지가 않네요 ㅎㅎㅎ 다음편이 너무 궁금해져서 그만 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