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설천하 사기 시그마북스 동양고전 시리즈
사마천 지음, 도설천하·국학서원계열 편집위원회 엮음, 이종미 옮김 / 시그마북스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중국역사서의 아버지 사마천.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저술한 불세출의 걸작 < 사기 >. 황제의 분노를 사게되어 죽음보다 더한 궁형의 치욕을 참고 견디며 후세에 길이 남을 사기가 완성됐다고 한다. 사마천의 초상화를 보게되면 수염이 없는 초상화가 있는데 궁형을 받아 수염이 없는 초상화라고 한다. 궁형을 그의 나이 48세에 당했으니 수염이 있는 초상화는 그 이전에 그려진 초상화일 것이다. 죽음보다 더한 치욕이라고 표현하는 궁형. 궁형이 뭐길래 죽음보다 더한 치욕이라 하는건지 의아했다. 난 사실 궁형이 뭔지 몰라서 검색을 해보고서야 알았다. 조인성이 주연한 영화 <쌍화점>에서도 질투에 눈이 먼 황제가, 아끼던 부하 홍림을 궁형에 처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지금에서야 그 형벌이 궁형이라고 제대로 된 명칭을 말하지만, 홍림이 형벌을 당할때만해도 그 형벌의 이름도 모르고 무작정 안타까워만 했었다. 분노한 홍림은 황제에게 칼을 겨눴다. 뿌리를 잘린 남자의 한이라는 이유로. 사마천 역시 무사였다면 그리하였을까? 사마천을 칼을 들고 복수를 하기보다는 억울함에 피눈물을 흘리며, 치욕스러움에 괴로워 하면서, 찬란한 중국의 역사서가 후대에 전해지지 못할것을 두려워해 참고 또 참으며 결국 이루어 냈다.

13년동안 모두 130권의 방대한 양의 역사서가 탄생했다. 사기의 원래 이름은 <태사공서>이다. 사기는 총 네단락으로 엮어져있다. 12본기, 8서, 30세가, 70열전으로 모두 합하여 130권이다. 그러나 이 책은 모두 6본기, 1서, 9세가, 44열전이 수록되어 있다. 본기중 첫 내용인 오제본기는 전설시대에 속하는 단락이다. 공손헌원, 염제, 신농이 나오는 부분이다. 이우혁의 <치우천왕기>를 보면, 너무 재밌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각권이 나오는 시간이 너무 길어 뒷편이 나오면 앞편의 내용을 잊어 꼭 다시 보고 읽어야하는 부담이 있어서 어느 순간 포기해버린 아쉬운 책이다. 아주 흥미로운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지쳐버려 포기한 책이지만, 기회가 되면 꼭 전편을 섭렵하리라 늘 다짐하고 있다. 치우천왕기에서 미리 이름을 익혔던 공손헌원과 염제 신농의 이름을 여기서 다시보니 왜 그렇게 반가운지. 그러나 <도설천하 사기>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너무 짧았다. 사실 이 책의 내용들이 다 그렇다. 너무나 많은 생략이 있고, 너무나 짧은 내용에 읽을만 하면 시간이 훌쩍 뛰어넘어 도무지 중간을 알수없는 뒷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앞장에서는 세상에 다시 없을 천방지축 벌거숭이 같은 모습을 그려냈다가 갑자기 다음장에서는 세상에 다시 없을 용감한 맹장이 되어 천하를 호령하는 내용이 나와 어리둥절 하지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해한다. 그 많은 양의 내용을 한권으로 요약하려면 그저 그렇고 그런 에피소들 쯤이야 과감히 생략을 해버렸으리란 생각이 어찌 들지 않겠는가. 세가의 이야기중 공자세가편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전에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에 대한 위인전을 먼저 본 후에 <도설천하 사기>를 읽어야만 모든 내용을 제대로 알고 아주 심한 생략이 있음에도 뒷부분을 보는데 이해가 빠르게 될것임을 깨달았다.

사기를 사마천이 지었다는건 알았지만, <도설천하 사기>는 우리나라 국학서원계열 편집위원회가 1996년 북경의 중화서국에서 출판한 <사기>를 참고하고 대조하여 번역한 책 이라는 사실도 이 기회에 알았다. 이 책은 사마천이 지은게 아니다. 사마천의 사기선, 사기열전, 사기본기를 참고했다고 미리 밝혀두고 있는데 나는 다 읽고 나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부끄러워진다. 사기라는 말만 보면 자동반사로 사마천을 외치게 날 만들어 놓은 학습의 결과인가? 사마천의 사기를 바탕으로 편집되어지긴 했지만, 미리 언급했다시피 너무 심한 생략은 내용의 흐름이 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번번히 그 흥미를 끊어놓으면 이런 책에 길들여지지 않은, 초보자쯤 되는 나로서는 아주아주 길고 긴 투쟁의 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각각의 내용들은 너무 재미있고 흥미롭다. 서로 왕위를 양보하고 굶어 죽어버린 백이와 숙제형제나 훌륭한 병법을 쓴 손자가 병법의 시범을 보이다 남의 부인을 죽여버리는 이야기, 아버지에게 간언하는 아들의 심장을 빼내어 죽여버린 아버지의 이야기는 어찌 재밌지 않을수 있을까. 너무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다.

<도설천하 사기>가 130권이라는 방대한 양의 사기로 첫걸음을 내딛게 했다. 이 책을 보며 알고 배우게 된 내용들로 다음 사기를 대할때는 조금 더 편해질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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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4-30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왕지사라는 책을 읽으면서...사람이 참 별의별 방법으로 잔인하게도 죽는구나 하는 걸 알게됐어요.
그러고 보면 중국은 좀 지독한 나라인가 봐요~

첫눈 2011-04-30 10:45   좋아요 0 | URL
그런것 같아요.
형벌이라기 보다 즐기기위해서라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어요.
써놓고 보니 너무 허접한 리뷰가 됐어요.
그래도 이렇게 읽어주시고, 댓글까지 달아주셔서...너무 감사드려요 ㅜㅜ
으아~~챙피~~

마녀고양이 2011-04-30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보고 탐냈었는데, 제게는 무리일거 같아요.
하기사 130권이라는 방대한 양의 축약이라면. ㅠㅠ

궁형이 그런 것이었군요? 중국의 형벌 보면 진짜 무섭더라구요.
하기사 우리나라 영화에도 그런 장면 나왔었는데, 감기가 걸려서 제목이 생각나지 않네요.
세상에는 지식이 너무 많아요. 이럴 때는 오래 사는 뱀파이어가 부러워져요. ^^

첫눈 2011-05-01 17:07   좋아요 0 | URL
130권을 한권으로 끝냈다는 말로 마녀고양이님 눈치채셧네요 ^^
제가 많이 부족했을거에요.
생략된 부분을 도저히 못따라가겠더라구요.
이 책으로 멋진 서평을 내놓으신 분들을 보니 후덜덜 하기까지 했어요.
아..난 언제 저리될까...하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