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사 5 - 용적편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휴식용으로 집어든 책이다.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생각이 복잡해서 휴식이 필요했다. 이럴때의 나는 현실도피계의 금메달리스트다. 세이메이와 히로마사는 늘 새로운 사건으로 내게 다가와 다른것을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이럴때 그들이 너무 고마워진다. 이번 용적편을 읽으면서 잠시 깜짝 놀래본것은 히로마사가 세이메이에게 고백을 하는 장면이었다. 음양사를 좋아하는 우리는 설마 그 고백이 그 고백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것이라 생각한다. 당연히 만나게 된것을, 우정을 쌓게 된것을 진심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는 히로마사의 고백이었다. 얼굴까지 빨개졌다니 히로마사 너무 귀여운거 아닌가 모르겠다.
둘의 우정은 너무 부럽기만 하다. 내게도 그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은 모두 결혼과 직장으로 뿔뿔이 흩어져 버리고, 직장에서의 친구들도 직장을 떠나버리게 되면 연락하기가 쉽지 않다는것, 가끔 만나게 되면 반갑기는 하지만 그때 매일 만날때와는 또 다른 거리감도 살짝 있다. 더구나 낯가림마저 심한 내 경우는 거리를 두고 사람을 대하기 일쑤라 늘 마음이 잘 열리지 않는다. 아무리 친한척을 한다한들, 마음을 열지 않고 대하는 이상 상대방도 나를 대할때 그럴것이라 생각한다. 역시 인생은 외로운 법인가? 외롭지 않을 인생을 만들고자 한다면 우선 마음을 열고, 집 밖으로 뛰쳐나가는 수밖에 없을것 같다.

헤이안시대의 여인들의 미적기준이 나와서 무척 흥미로웠다. 검게 물들인 이(黑齒)나 눈썹을 모두 뽑아버린다는 말은 상상만 해도 해괴했다. 시대별로 흑치에 대한 성향은 조금씩 달랐지만 아름다운 여인이 되기위한 것이라는것은 변함이 없었다. 열일곱 소녀가 이도 검게 물들이지 않고 눈썹도 뽑지 않아 이상했다라고 표현하고 시집마저 가기 힘들것 같다는 소녀 아버지의 푸념은 일본의 풍습을 보는것 같아 신기하기도 하고 무척 낯설기도 했다. 헤이안시대때는 무사들까지도 검게 이를 물들였다고 하지만, 도쿠가와 시대때는 기혼여성임을 표시하는 상징이거나 남편에게 영원한 순종과 충성을 맹세하는 의미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중국은 전족을 한 작은 발이 기준일텐데 실제로 전족한 발의 사진을 본적이 있었는데 매우 충격적이었다. 만약 전족을 푼 맨발을 보인다면 그 사람에게 모든것을 바친다는 의미가 된다고 한다. 작은발을 가진 여자를 원하고, 검게 물들인 이를 가진 여인을 원했다면 우리나라의 남자들은 어떤 여자들을 으뜸으로 쳤을까? 흰치아와 검은 머리, 붉은 뺨 정도라고 생각한다. 전족이나 검게 물들인 치아가 아니라서 우리나라 옛여인들은 그래도 약간은 행복하지 않았을까? 전족이야 너무 아픈 형벌이니 중국의 여인들이 안됐을 뿐이고, 일본의 옛여인들이야 그들의 미적 기준을 그리 삼았으니 검은 이가 너무너무 이뻐보였으리라 생각한다. 시대별, 나라별로 변하는 미의 기준은 참 흥미롭다.

주(呪 ) 히로마사가 어려워하고 난감해 하는 부분이다. 세이메이가 주에 관한 이야기를 할라치면 먼저 입을 막아버리곤 할 정도다. 나도 세이메이가 말해주는 주에 관한 이야기는 들어도 어렵다. 재앙이나 불행이 일어나도록 비는 저주, 초자연적 존재나 신비적인 힘을 빌려 길흉을 점치고 화복을 비는 술벅인 주술, 음양가의 술가나 술법을 행할때 외는 글귀, 그리고 이 말에 포함되지 않는 수많은 주의 의미들. 음양사 1편에서 이름을 부르자 주에 걸린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번 5편에서도 이름을 부르자 주에 걸려버린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가명을 가르쳐준다면 그 이름과 자신은 묶여있지 않으니 주에 걸리지 않겠지만, 실명은 자신과 묶여있기 때문에 불리우게 된다면 주에 걸린다는 말은 무척이나 많은것을 생각하게 했다. 이름은 내 자신이다. 내 이름을 걸고 하는 일엔 내 자신이 걸려있는 것인만큼, 주에 관한 그의 설명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늘 그렇지만 이번 5편도 첫장부터 기묘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나무토막에 불과했지만 백몇십년 동안 경을 들어 혼이 생긴 이무기이야기나 자신을 꾸미지 않는 소탈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벌레아가씨 이야기나, 세이메이의 사형쯤 되는 가모노 야스노리의 부탁이야기는 푸근한 이야기 보따리로 지친 내마음을 다독여주는것 같다. 휴식용 책이라면 너무 성의없는 칭찬일까? 절대 성의없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러가지의 이야기로 나를 달래주는 음양사. 오랫만에 손에 들고보니 오랜친구를 만난듯 마음이 편해진다. 음양사 시리즈를 모두 읽고 별전을 읽어야 하는건지, 별전을 읽고 나머지 시리즈를 읽어야 하는건지 솔직히 모르겠다. 별전엔 나올까? 세이메이와 히로마사가 처음 만난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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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5-02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 라는 것도 일종의 쇄뇌인거 같아요..
10년 전 유행 보면, 왜이리 촌스러울까 싶은걸 보면.
그런데 그게 다시 10년 후 유행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참 신기해요.

그렇긴해도 진짜 선남선녀는 시간이 흘러도 멋지긴 하더군요.
음, 김태희가 이를 검게 물들이고 눈썹을 다 뽑는다면.. ㅠㅠ

첫눈 2011-05-02 22:52   좋아요 0 | URL
제가 썼지만,,,이리보고 저리봐도 너무 성의없는 리뷰에
이렇게 댓글까지 달아주시니...죄송한마음, 감사한마음이 듭니다.
써놓고도 내가 뭘 써놓은건지 나중에 다시 읽고서는 삭제해버리고 싶었던 리뷰입니다. 아마 시간이 좀 더 지나 이 책을 다시 읽게되면 리뷰를 다시 써야할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겐 못할것 같아요 ^^
말이 약간 옆길로 샜지만...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
 
도설천하 사기 시그마북스 동양고전 시리즈
사마천 지음, 도설천하·국학서원계열 편집위원회 엮음, 이종미 옮김 / 시그마북스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중국역사서의 아버지 사마천.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저술한 불세출의 걸작 < 사기 >. 황제의 분노를 사게되어 죽음보다 더한 궁형의 치욕을 참고 견디며 후세에 길이 남을 사기가 완성됐다고 한다. 사마천의 초상화를 보게되면 수염이 없는 초상화가 있는데 궁형을 받아 수염이 없는 초상화라고 한다. 궁형을 그의 나이 48세에 당했으니 수염이 있는 초상화는 그 이전에 그려진 초상화일 것이다. 죽음보다 더한 치욕이라고 표현하는 궁형. 궁형이 뭐길래 죽음보다 더한 치욕이라 하는건지 의아했다. 난 사실 궁형이 뭔지 몰라서 검색을 해보고서야 알았다. 조인성이 주연한 영화 <쌍화점>에서도 질투에 눈이 먼 황제가, 아끼던 부하 홍림을 궁형에 처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지금에서야 그 형벌이 궁형이라고 제대로 된 명칭을 말하지만, 홍림이 형벌을 당할때만해도 그 형벌의 이름도 모르고 무작정 안타까워만 했었다. 분노한 홍림은 황제에게 칼을 겨눴다. 뿌리를 잘린 남자의 한이라는 이유로. 사마천 역시 무사였다면 그리하였을까? 사마천을 칼을 들고 복수를 하기보다는 억울함에 피눈물을 흘리며, 치욕스러움에 괴로워 하면서, 찬란한 중국의 역사서가 후대에 전해지지 못할것을 두려워해 참고 또 참으며 결국 이루어 냈다.

13년동안 모두 130권의 방대한 양의 역사서가 탄생했다. 사기의 원래 이름은 <태사공서>이다. 사기는 총 네단락으로 엮어져있다. 12본기, 8서, 30세가, 70열전으로 모두 합하여 130권이다. 그러나 이 책은 모두 6본기, 1서, 9세가, 44열전이 수록되어 있다. 본기중 첫 내용인 오제본기는 전설시대에 속하는 단락이다. 공손헌원, 염제, 신농이 나오는 부분이다. 이우혁의 <치우천왕기>를 보면, 너무 재밌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각권이 나오는 시간이 너무 길어 뒷편이 나오면 앞편의 내용을 잊어 꼭 다시 보고 읽어야하는 부담이 있어서 어느 순간 포기해버린 아쉬운 책이다. 아주 흥미로운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지쳐버려 포기한 책이지만, 기회가 되면 꼭 전편을 섭렵하리라 늘 다짐하고 있다. 치우천왕기에서 미리 이름을 익혔던 공손헌원과 염제 신농의 이름을 여기서 다시보니 왜 그렇게 반가운지. 그러나 <도설천하 사기>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너무 짧았다. 사실 이 책의 내용들이 다 그렇다. 너무나 많은 생략이 있고, 너무나 짧은 내용에 읽을만 하면 시간이 훌쩍 뛰어넘어 도무지 중간을 알수없는 뒷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앞장에서는 세상에 다시 없을 천방지축 벌거숭이 같은 모습을 그려냈다가 갑자기 다음장에서는 세상에 다시 없을 용감한 맹장이 되어 천하를 호령하는 내용이 나와 어리둥절 하지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해한다. 그 많은 양의 내용을 한권으로 요약하려면 그저 그렇고 그런 에피소들 쯤이야 과감히 생략을 해버렸으리란 생각이 어찌 들지 않겠는가. 세가의 이야기중 공자세가편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전에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에 대한 위인전을 먼저 본 후에 <도설천하 사기>를 읽어야만 모든 내용을 제대로 알고 아주 심한 생략이 있음에도 뒷부분을 보는데 이해가 빠르게 될것임을 깨달았다.

사기를 사마천이 지었다는건 알았지만, <도설천하 사기>는 우리나라 국학서원계열 편집위원회가 1996년 북경의 중화서국에서 출판한 <사기>를 참고하고 대조하여 번역한 책 이라는 사실도 이 기회에 알았다. 이 책은 사마천이 지은게 아니다. 사마천의 사기선, 사기열전, 사기본기를 참고했다고 미리 밝혀두고 있는데 나는 다 읽고 나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부끄러워진다. 사기라는 말만 보면 자동반사로 사마천을 외치게 날 만들어 놓은 학습의 결과인가? 사마천의 사기를 바탕으로 편집되어지긴 했지만, 미리 언급했다시피 너무 심한 생략은 내용의 흐름이 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번번히 그 흥미를 끊어놓으면 이런 책에 길들여지지 않은, 초보자쯤 되는 나로서는 아주아주 길고 긴 투쟁의 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각각의 내용들은 너무 재미있고 흥미롭다. 서로 왕위를 양보하고 굶어 죽어버린 백이와 숙제형제나 훌륭한 병법을 쓴 손자가 병법의 시범을 보이다 남의 부인을 죽여버리는 이야기, 아버지에게 간언하는 아들의 심장을 빼내어 죽여버린 아버지의 이야기는 어찌 재밌지 않을수 있을까. 너무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다.

<도설천하 사기>가 130권이라는 방대한 양의 사기로 첫걸음을 내딛게 했다. 이 책을 보며 알고 배우게 된 내용들로 다음 사기를 대할때는 조금 더 편해질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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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4-30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왕지사라는 책을 읽으면서...사람이 참 별의별 방법으로 잔인하게도 죽는구나 하는 걸 알게됐어요.
그러고 보면 중국은 좀 지독한 나라인가 봐요~

첫눈 2011-04-30 10:45   좋아요 0 | URL
그런것 같아요.
형벌이라기 보다 즐기기위해서라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어요.
써놓고 보니 너무 허접한 리뷰가 됐어요.
그래도 이렇게 읽어주시고, 댓글까지 달아주셔서...너무 감사드려요 ㅜㅜ
으아~~챙피~~

마녀고양이 2011-04-30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보고 탐냈었는데, 제게는 무리일거 같아요.
하기사 130권이라는 방대한 양의 축약이라면. ㅠㅠ

궁형이 그런 것이었군요? 중국의 형벌 보면 진짜 무섭더라구요.
하기사 우리나라 영화에도 그런 장면 나왔었는데, 감기가 걸려서 제목이 생각나지 않네요.
세상에는 지식이 너무 많아요. 이럴 때는 오래 사는 뱀파이어가 부러워져요. ^^

첫눈 2011-05-01 17:07   좋아요 0 | URL
130권을 한권으로 끝냈다는 말로 마녀고양이님 눈치채셧네요 ^^
제가 많이 부족했을거에요.
생략된 부분을 도저히 못따라가겠더라구요.
이 책으로 멋진 서평을 내놓으신 분들을 보니 후덜덜 하기까지 했어요.
아..난 언제 저리될까...하구요 ^^
 

사마천 vs 사마달

<도설천하 사기>를 읽고있다. 남편도 좋아할만한 책이라 선까지 보였다.
반응은 없다.
사마천이 지은거라 했더니, 눈을 빛내며 그제야 묻는다.
무협지 쓰는 사마천??
-_-
사마천이 지하에서 대성통곡을 하실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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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4-26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무협지 좋아하시는군여, 옆지기님께서?
저두 좋아하는데, 김용 소설만요. ^^

첫눈 2011-04-28 15:59   좋아요 0 | URL
김용의 영웅문 시리즈 엄청 재밌게 읽었어요~~
마녀고양이님도 아시는군요~~~
와~~다시한번 반갑습니다~
기쁨의 박수~~짝짝짝짝~

양철나무꾼 2011-04-27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그럴수도 있죠.
제목이 낯설어서 얼마든지 가능한 시츄에이션 같은데요.

전 옛날에 일연의 삼국유사를...
일연이 중이라는 사실 하나 만으로,
'인연'설을 떠올리고...'인연'의 삼국유사라고 철썩같이 믿었었는데요, 뭐~^^

첫눈 2011-04-28 16:03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께서 제 남편을 살려주시는군용 ㅎㅎㅎ
양철댁님께서 겸손하신 덕분이세요~
^^
 
얼음성
타리에이 베소스 지음, 정윤희 옮김 / 살림Friends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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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한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 피요르드식 해안과 바이킹의 후손들과 뭉크의 절규와 오로라, 그리고 1985년에 결성한 그룹 A-Ha의 모국 이라는 연상단어가 떠오른다. 경관이 수려하고 빙하지형이 남아있다고 한다. 늘 동경해 마지않던 나라다. 그러나 막상 관광지로 선택하기엔 노르웨이는 거리가 멀지 싶다. 노르웨이의 국민작가인 약간은 이름도 낯선 타리에이 베소스의 세계로 따라가다보면 약간 노르웨이의 향기를 맡을 수 있을지 설레이는 마음으로 탐독했다.

열한살 소녀들의 예민한 감수성이 너무나 투명하게 내비치는, 건드리기만 해도 깨져버릴 듯한 소녀들만의 작은 성(城)이 위태위태하게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녀들만의 비밀을 꽁꽁 싸매고 어른들에게는 절대 말할 수 없는 그녀들만의 비밀. 별 것 아닌 일로 고민하는 것이 그녀들만의 특권일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나는 별 것 아니라 생각되는 그것이 그녀들에게는 절대적으로 지켜야하는 큰 약속이자 다짐일것이다. 나에게도 딸이 있다. 말문이 트이면서 내 딸은 내게 쉴새없이 말을 건네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내 딸은 이제 내가 아닌 친구에서 쉴새없이 말을 건넨다. 엄마 모르게. 난 처음에 너무 섭섭했으나 나도 그렇게 성장했기 때문에 딸을 이해하고 딸과 딸의 친구들만의 비밀스러운 속삭임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곤 했다. 시스와 운도 그런 비밀이야기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친구를 위하는 시스를 이해는 하지만, 안타까운 엄마마음이 내 안에서 휘몰아 쳤다. 세월은 나를 엄마입장에서만 보게 만들어 놓은 것일까? 아마 이 책을 내 딸이 읽는다면, 내 딸은 엄마입장보다 시스와 운의 입장에 서서 안타까워 할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열한살 소녀의 눈으로 읽을수 없다는 한계에 봉착했다. 난 딸을 가진 엄마이기 때문이다. 나도 시스와 운과 같았던 나이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추억으로 남았을 뿐, 지금의 나는 엄마이기 때문에 온전히 그녀들의 시선으로는 읽을 수 없었다. 노르웨이의 기후는 한대성 기후이기 때문에 12월에는 오후 3시만 되어도 해가진다. 긴 밤이 이어지는 날이었을 것이다. 그런 기후를 이해하고 본다면 이 책을 읽을때 약간은 도움이 될 수도 있을것이다. 시스와 운의 슬픈 소녀의 운명을 이야기 하는 내용임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슬퍼지는 마음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해가 일찍 지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는 성폭행사건이 별로 없는 것일까? 열 한살 소녀가 실종 되었는데도 그 쪽으로는 무게를 두지 않는 전개에 의아심이 솟구쳤다. 연일 실종된 소녀를 오로지 마을을 수색하는 것에만 몰두하고 촛점을 맞추는 모습도, 실종 전 마지막으로 비밀이야기를 나누었던 참고인의 진술이라든지 경찰들의 조사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은 노르웨이는 성(性)에 관한 한 아주 청렴결백한 나라인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인지 모르겠으나 현실적으로 맞지않는 이런 전개는 실소를 자아낼 수 있을것이다. 소녀들만의 청순하고 순수한 비밀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추기 위해, 경찰들의 이야기나 성추행범 같은 설정은 쏙 뺀것일수도 있겠다. 청소년 전용책하면 딱 좋을 설정. 아마 내가 이렇게 말한것을 내 딸이 보게 된다면, 엄마는 아름다운 소녀들의 이야기를 너무 현실적으로만 이끌어 간다며 나를 비난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엄마와는 말이 안통한다고 하면 아! 나는 어쩌란 말인가.

시스 부모님이 보여주는 인내심은 닮고 싶은 부모의 모습이다. 딸의 마음을 헤아리고, 인내하고 기다려주지만, 때로는 엄격하기도 하는 그들의 모습이 보기에 참 좋았다. 비록 너무나 교과서적인 모범적인 부모의 모습이라 역시 청소년용 책이라는 느낌이 진하게 들었지만.

운을 끝까지 기다려준 시스의 우정과 의리는 높이 살 만 하다. 주위에 걱정을 끼치기는 했지만, 진정한 친구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운에게 전하는 시스의 약속에 마음이 아릿하게 저려온다.

I always think of you!
I promis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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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4-23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녀들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사놓고 못 읽고 있어요.
요즘 들어 딸네미가 사춘기에 접어드나봐요.
슬슬 반항과 징징거림의 반복으로 들어가고 있어요.
조금..... 맘이 허전하려 하기두 하지만, 엄마로서 날려보내야겠죠?
첫눈님께서 읽으신 책의 친구에게로요.

즐거운 주말되셔요.

첫눈 2011-04-23 23:48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그럴 나이가 됐나봐요 ^^
너무 심하게만 치루지 않았으면 하고 바래보기도 해요 ~

소녀들의 심리학요?
어~저는 처음 듣네요. 아마도 제게도 꼭 필요해 보이는 책이네요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011-04-26 0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6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밤의 궁전 안개 3부작 3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김수진 옮김 / 살림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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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성쌍둥이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너무 궁금했다. 판타지라고도 했다. 어드벤처라고도 했다. 시대적배경이나 자세한 내막도 모른채, 다만 이란성쌍둥이의 기묘한 해프닝에 대한 단서만을 붙잡고 그 단서만으로도 너무나 궁금해져버린 나였다. 어린아이들의 모험담이라니 살짝 어렸을때 봤던 영화 <구니스>나 <피터팬>을 떠올리며 맥이 풀려지려했지만, 읽기도 전에 맥이 풀리지 않는건 순전히 저자의 명성이었다.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9월의 빛>,<안개의 왕자>와 함께 안개 3부작으로 유명하다는 이 소설은 나를 다독이기 충분했다. 저자는 스페인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무대는 인도 캘커타이다. 이 소설을 쓰기위해 인도를 충분히 방문을 했는지, 아니면 인도에서 원래 생활을 좀 하셨는지 알수는 없지만, 인도인이 아니면서 인도가 배경이고 인도인이 주인공인 소설을 쓰다니 참 의외였다.

옛날이야기를 너무나 좋아하는 내게 있어 그리스로마신화는 어렸을때부터 읽을만큼 읽어 더 이상은 신선하지 못한 이야기들이지만, 인도신화가 책속에서 조금씩 소개가 되어 너무 즐거웠다. 한을 품고 죽은 아버지의 원귀가 악마로 소환되어 쌍둥이 자식중에 한명의 몸을 뺏기위한 불사신같은 악마와, 그에 대항하는 쌍둥이와 쌍둥이의 고아원친구들, 너무 부럽기만한 <차우바 소사이어티>멤버들의 이야기이다. 원귀인 악마와 싸우는 아이들과, 아이들과 싸우는 원귀인 악마를 보면 약간 유치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의 추리나 친구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겠다는 용감무쌍한 정신과 행동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고, 복선으로 살며시 나타나는 여신들의 이야기는 말도 안되는 게임같은 스토리에 단비와 같은 상쾌함을 주기도 했다.

쌍둥이들의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지은 집의 비밀번호는 디도였다. 디도는 페니키아의 신화인데 카르타고 여왕 디도의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는 카르타고에서 신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스스로 불속으로 뛰어들어 불의 신으로 거듭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나라마다 신화가 다르게 설명되기도 한다. 내가 들었던 아이네이아스와 관련된 그녀의 또다른 전설은 <버림받은 여인>의 모습쯤 되지않을까? 쌍둥이들이 찾아간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지은 집으로 들어갔다가 하룻밤을 보낸뒤, 친구 이언이 잠시 집을 나올때 문이 저절로 닫히며 비밀번호였던 디도에서 칼리로 바뀌어 버린다는 대목이 등장한다. 난 그 순간 움찔했다. 칼리라는 여신은 살인을 즐기는 여신이기 때문에 난 집에 남겨진 쌍둥이가 어떻게 될 지 눈치챌수 있었던 것이다. 칼리여신은 시바신의 부인이기도 하다. 항상 피에 굶주려 있어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한 피의 희생자가 많았다고 한다. 혀를 내놓고 다니며 악당을 징벌하며 그 피를 마시는 것으로 유명한 여신이었다. 책속에서 이런 복선들이 슬며시 내보여질때 움찔거리며 공포를 즐기는것은 꼬맹이들과 싸우는 철없는 귀신악마의 광대놀음에 한줄기 빛이 되기도 했다.

16살, 1900년 초기로 보자면 충분히 어른구실을 할 수 도 있었겠지만 김빠지는 설정이 아닐수 없다. 나는 궁금했다. 왜 어른을 등장시키지 않고, 아이들을 내세웠을까? 저자는 왜 그랬을까? 궁금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다 생각난 그들의 모임 <차우바 소사이어티>. 아마 어른이었다면, 자신들의 가족이나 자신들의 상황때문에 친구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는 하지 못했을 것이다. 친구를 위해 목숨이 아깝지 않다 생각했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엔 몸을 빼버리고 말것이다. 그러나 한창 나이인 16세는 친구를 위해서라면 목숨조차 아깝지 않았으리란 생각이 든다. 저자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어른과 어른악마의 싸움이라면 좀 더 흥미진진 했을수도 있었겠지만, 이런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심리를 꿰뚫고 이런 설정을 했다는것을 이제야 알아차렸다니 그나마 뒤늦게라도 알아챈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책을 읽으며 <차우바 소사이어티>의 모임이 너무나 부러웠다. 물론 나도 학창시절 그런 모임은 있었다. 그러나 나의 모임은 그들과는 차원이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고아이기 때문에 사회에서 꼭 살아남기위해 조직된 그들과, 잠신 걸신에 빠진 여고생들의 모임이 같을리 있겠는가. 그들은 비밀까지 공유했지만, 우리는 비밀을 공유하는듯 하면서도 결정적인것은 항상 비공개로 남겼었던, 이름마저 내비치기 허접했던 모임이었다. 야자시간에 교실한귀퉁이에서 요약노트를 생명줄인양 움켜쥐고 목이 꺾일대로 꺾여 자던때나, 책상위에 엎어져 정석에 침을 흘리며 자던 기억이나 항상 잠이 부족해 눈에 핏발이 늘 서있고, 아침식사보다는 5분의 달콤한 잠을 즐기느라 늘 배고팠던 기억속의 우리들. 허접했지만 그래도 즐거운 추억이다. 지금쯤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지 무척이나 그립다. 그리고 우리보다 차원이 틀리게 더욱 돈독했던 그들이 너무나 부럽다.

해리포터 시리즈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길들여져 있던 나에게, 이 책이 판타지라고 하면 살짝 부족한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봤다면 판타지적 요소가 부족하다 한들 그게 큰 문제는 아니라 생각한다. <안개에 가려 보일 듯 말 듯 감춰진 미스터리를 다룬 안개3부작> 이라고 소개를 하는데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이 보여주는 안개 3부작이라면 나머지 2부작도 읽어볼만 할 것 같다. 다음에는 어떤 미스터리를 보여줄지, 다음에는 어디가 배경이 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발리우드에서 영화화 할지 헐리우드에서 영화화 할지, 영화로 제작되어도 <퍼시잭슨과 번개도둑>보다는 나을것이라 장담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제일 좋은것은 원작을 읽는것이다. 영화로도 좋겠지만, 책으로 읽는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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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4-22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폰 한때 열광하다가 언제부터 맥이 빠졌었는데 말이죠~
님의 리뷰를 보니, 다시 가다듬어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첫눈 2011-04-22 22:17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께서 좋은 리뷰라 칭찬해주시니 너무 부끄럽기만 합니다 ^^
힘이 불끈불끈 솟네요 ^^
늘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