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르미날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1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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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잡힌 모태솔로의 심정으로 근로자의 날을 기다렸건만 올해는 일요일과 겹쳐버려서 굉장히 킹받았다. 생일보다 중요한 공휴일을 이렇게 날리다니. 갈수록 늘어나는 업무량과 줄어드는 공휴일과 방전되는 체력과 눈치가 1도 없는 고양이들까지. 건강검진 결과는 다 정상이었고, 인바디 결과는 기초대사량이 표준 이하로 나왔다. 홈트를 하는데도 왜 이 모양인지, 근로자의 날보다 이게 더 킹받는다. 암튼 아프고 힘들어서 요즘은 독서보다 건강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피곤에 쩔은 동태 눈깔의 집사는 초롱초롱한 냥이들의 눈빛을 모른척하느라 오늘도 바쁘시다. 


우리 근로자들의 생계 걱정은 다이어트 마냥 끝이 없다. 이제 메타버스 시대까지 넘어왔건만 먹고사는 일은 우째 돌팔매질하던 시절하고 달라진 게 없는 걸까. 코로나와의 전쟁으로 많은 이들이 직장을 잃었고 많은 가정의 평화가 무너졌다. 노동을 하고 삯을 받는 이 과정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될 때, 근로자의 절박함을 무엇으로 측량할 수 있으랴. 이번에 읽은 에밀 졸라의 <제르미날>은 이처럼 일자리를 위협받는 최하층 근로자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코시국이라 그런지 작중 모든 인물과 상황에 공감하며 읽게 된다. 재미야 있지만 너무 현실과 오버랩 되니까 막 좋다고 하기도 좀 거시기하다는.


‘루공-마카르 총서‘ 7편 <목로주점>의 주인공인 제르베즈의 아들, 에티엔이 주인공이다. 정처 없이 떠돌다 한 탄광회사에 갱부로 들어간 소년은 겨우 굶지 않게 돼 감개무량하다. 고된 일과에 적응하며 자리를 잡아갈 때쯤 회사가 임금을 삭감하여 광부들의 분노를 산다. 조합장이 된 에티엔은 파업을 선언하지만 꿈쩍도 않는 회사 앞에 결국 폭동이 일어나고, 군대가 개입해 시위자들이 죽고 다친다. 그렇게 회사와 직원들은 각자의 입장을 내세우며 끝없는 대립을 이어나간다. 끝내 아무런 득이 없자 에티엔은 원망의 대상이 되었고, 탄광촌에 처음 온 날처럼 이방인의 신세로 전락한다. 에티엔에게도 마카르 가문의 피가 흐르고 있어 지독한 불운이 따라다녔다. 이 작가도 사디스트인 건가.


졸라의 작품들은 간단한 줄거리에 비해 분량이 압도적이다. 보통 뼈보다 살이 과하면 완성도가 떨어지는데 졸라에게는 그런 거 없다. 기자와 비평가로 활동하며 얻은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이 반영된 졸라의 글들은 사실 고전이라기보다 사회소설 쪽에 가깝다. 화두가 워낙 많아서 소화하기 힘들지만 그마저도 넘사벽 스토리와 미친듯한 전개로 다 쓸어버리는 졸라 표 내공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그니까 출구 없는 매력이란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겁니다.


<목로주점>이 개인의 가난과 굶주림을 조명했다면, <제르미날>은 집단이 겪는 고통에 더 주목하고 있다. 탄광촌 사람들은 욕심도 야망도 없다. 기꺼이 노동하길 원하고 합당한 대가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회사와 부자들은 빵 조각에 온 가족이 의지하는 광부들 사정에 관심이 없다. 직원들의 항의에도 회사는 경영난을 들먹이며 수당을 낮추었고 그러면서 일은 일대로 부려먹는다. 회사가 완강한 태도를 꺾지 않았던 건 이 부당한 방침에 군말 없이 따르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노동 착취여도 상관없다는데 파업이 먹혀들 리가 만무하다. 아무튼 민중봉기를 다뤄보고 싶었다던 작가는 칼이든 톱이든 손에 잡히는 건 죄다 갈아서 이 책을 썼는데 수위가 어느 정도냐면 시위자들이 남성의 성기를 잡아 쥐어뜯기까지 한다. 그니까 문화충격이란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겁니다.


졸라는 광부들이 갱에 들어가는 장면을 두고, 제물을 집어삼키는 짐승으로 묘사하였다. 갱 아래는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게 없었고, 그런 곳에 굶주린 직원들을 밀어 넣는 회사 또한 짐승이었다. 이 짐승은 탄광 사고가 터질 때마다 부실공사 문제라며 광부들 탓으로 돌렸다. 회사의 갑질에 당하기만 하는 광부들을 대신해 대표로 나선 에티엔은 똑같이 빠꾸먹고 잔뜩 체면을 구긴다. 믿는 구석이 다 떨어지자 조합원들은 이성을 잃고 짐승으로 돌변하여 회사와 임원들을 위협하는데, 이런 폭력적인 행사에 반대할 이유가 없는 건 앞뒤가 다른 회사의 말과 행동 때문이었다. 말로는 적자라지만 임원 가족들은 갈수록 살이 찌는데, 부자들의 이기주의를 보노라면 이래서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하는 건가 싶다.


나라면 회사에 침 몇 번 뱉은 뒤 이 바닥을 뜰 것이다. 비전도 없는 데서 거지 대접 받고 살 이유는 없으니까. 반면 떠날 생각이 없는 에티엔은 조합장의 권력과 지위를 가진 동안 자기만족에 취해서 총명함이 사라지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어떤 욕망에도 잘 참아왔는데 분위기에 휩쓸려 선악과를 따먹고 만 것이다.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듯이 이제 에티엔도 대역죄인이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된다. 아하, 이제야 에밀 졸라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겠다. ‘루공-마카르 총서‘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인간의 양면성이다. <목로주점>, <인간 짐승>, <제르미날>까지 읽고 나니 더욱 확신이 든다. 자연주의의 글을 쓰는 졸라에게는 성선설/성악설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고, 평소 인간이 감추어둔 본능과 자아가 해방될 때에 나오는 날것의 자연스러움, 거기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그렇기에 졸라의 작품에는 매번 다양한 인간 군상이 나오는데, 그들을 통해 나의 양면성을 점검해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하늘 아래 모든 사람이 결국 다 똑같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인생. 쯧.


대단원을 어떻게 장식할지 궁금했는데 과연 기대 이상이었다. 노아의 홍수 사건을 방불케 하는 하이라이트였다. 읽는 내내 성경과 비슷하다고 느꼈었는데, 아무래도 성경이 모티프가 맞는 것 같다. 다른 점이라면 자연주의에는 선명한 교훈이나 주제가 없어 찜찜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 날것의 이야기인데 이러면 어떻고 저런들 어떠하리. 재밌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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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2-05-15 13: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에서 저도 모르게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ㅎㅎㅎ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운동을 해서 조금이나마 늦춰보지만 밀려드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사람을 지치게 하는 듯 해요. 귀여운 냥님들에게 오뎅꼬치라도 흔들어주셔야 할텐데요. 저와 함께 사는 냥님들은 정말 새벽에 놀자고 깨워서 힘들어요ㅠㅠㅠㅠ 집사는 아침까지 자야 한다고!!!

졸라 책은 행복백화점이랑 테레즈 라깽만 읽었어요. 리뷰들을 보니 점점 더 읽기가 무서워집니다.

물감 2022-05-15 13:55   좋아요 4 | URL
ㅋㅋㅋ 자주 불르는 곡 중 하나인데 이젠 힘들어서 노래도 안 하게 되네요ㅜㅜ 저는 화도 없고 스트레스도 잘 안받는 타입인데, 그래도 감정이 야금야금 쌓이나 봐요. 감정도 컨디션도 잘 조절해나가야죠 모...

냥이들은 왜이리 팔팔한 걸까요 ㅋㅋㅋㅋ 이제 놀아주기 힘들어서 조만간 레이저를 살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레이저가 안좋다고 들었지만 일단 내가 살고 봐야해...

읽으신 두 작품은 제가 안읽어봐서 모르겠네요. 제가 읽은 세권은 저한텐 취향 저격이었어요. 저는 참 좋아라 하는 작가인데, 부담되시면 그냥 패스하시는게... ^^;

꼬마요정 2022-05-15 15:19   좋아요 3 | URL
꺄앗 냥님들 너무 예뻐요!!! 노랑이와 하양이네요. ㅎㅎㅎ

물감 2022-05-15 15:33   좋아요 4 | URL
제 서재의 페이퍼 카테고리로 가시면 더 많은 냥이 사진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

페넬로페 2022-05-15 14: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집사를 바라보는 냥이의 눈빛은 초롱초롱보다는 서로 손을 맞잡고 힘든 집사를 애처롭고 걱정스럽게 바라본다는 저의 느낌적 느낌입니다~~
제르미날의 기대를 한껏 높여 주시네요.
목로주점과 제르미날의 차이점을 상기하며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목로주점이 집단이면서도 개인적인 고통이 교차되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무튼 먹고 사는 일은 언제나 고민이며 고통입니다^^

물감 2022-05-15 14:19   좋아요 5 | URL
세상에나, 목로주점과 제르미날을 반대로 썼지 뭐에요. 말씀해주셔서 바로 수정했습니다. 제가 지금 이렇게나 상태가 나빠요 ... ㅎㅎㅎ 목로주점이 개인을 조명한 게 맞아요 ㅠㅠ 여튼 힘없는 근로자로써 너무 공감하며 읽은 작품이었어요 ㅎㅎㅎ

저희집 애들은 배고플 때랑 심심할 때만 울어대요 ㅋㅋㅋㅋ사진만 보면 냥이들 표정이 저를 딱하게 보는 것 같기도 하네요 ㅋㅋㅋ

다락방 2022-05-15 15:1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니 막 노동자 모드 이입해서 분노의 으르렁으로 읽고 있는데 이렇게 갑자기 냥 두 마리 사진 올려놓기란 있긔없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웃었잖아요!!

물감 2022-05-15 15:32   좋아요 4 | URL
사랑과 평화의 인프제에게는 희로애락이 필수거든요 ㅋㅋㅋ 아 역시 백날 글 써봐야 고양이 사진 한 장만도 못하다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2-05-15 17: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넘사벽 스토리와 미친듯한 전개‘ 딱 맞는 표현입니다. 목로주점 읽을 때, 재밌는데 미친듯한 스토리 전개에 제 마음도 너덜너덜 지치더라구요.
제르미날 더욱 더 기대되네요.

흰냥이 손이 노랑이 손 위에! 진짜 귀엽습니다. ㅋㅋㅋ
제 몸 하나 추스리기도 벅찬 저는 강아지, 냥이 키우시는 분들 참 대단해보여요. 아 뭔가를 바라는 듯한 저 눈빛들 ...😬

물감 2022-05-15 20:52   좋아요 3 | URL
스토리의 무게감이 상당한 작가죠. 좋아하는 작가지만 연속으로 읽기엔 무리에요...ㅎㅎ 여튼 졸라의 책을 읽고나면 뿌듯해져서 좋더라고요🙂

얘네들 사진 오랜만이죠?ㅋㅋ 여전합니다. 지금 느낀건데 아는형님의 민경훈, 김희철 같지 않나요?ㅋㅋㅋ

새파랑 2022-05-15 22: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제르미날을 안읽었는데 곧 읽어야 할거 같아요 ㅎㅎ 요새 졸라를 잠시 쉬고 있습니다 😅 자연주의 작품은 일단 교훈이 없어서 읽기에 부담없더라구요. 그냥 재미있게 읽으면 된다는~!!

물감 2022-05-16 08:33   좋아요 3 | URL
읽어보시면 금방 또 빠져들 거에요 ㅋㅋ 초반에 탄광이랑 갱 내부의 배경 묘사가 조금 지루한데 그것만 넘기시면 쭉쭉 달려집니다. 어서 읽고 글 써주세요 ^^
확실히 자연주의 작품이 가지는 독특한 맛이 있어요. 고전의 장벽을 좀 낮춰주는 기분도 들고요ㅋㅋㅋ

공쟝쟝 2022-05-15 22: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일요일 저녁의…심기가 편해지는 사진.. 좋아요 꾸욱🥹

물감 2022-05-16 08:34   좋아요 3 | URL
쟝쟝님 오랜만ㅎㅎㅎ 그냥 글 쓰지 말고 가끔씩 사진만 올려놓을까봐요...ㅎㅎㅎ

공쟝쟝 2022-05-16 08:53   좋아요 4 | URL
물감님표 노동에 쩐 독후감도 좋아요 꾸욱 입니다! 힘내요 👏👏

mini74 2022-05-16 18: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같이 분노하며 제르미날 이야기를 하려는 순간 !!! 물감님의 냥이들을 보니, 내가 뭘 쓰려고 했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가 되어버렸어요 ㅎㅎㅎ 인간의 캣닢이 고양이 아닐까요 ㅎㅎ 아이고 예뻐라 ㅠㅠㅠ

물감 2022-05-16 19:50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한번 더 읽고 평에 대해 써주세요...다들 고양이 얘기만 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5-20 14: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뒤늦게 읽었는데 역시 고양이가 귀엽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감 2022-05-20 15:05   좋아요 2 | URL
아아 잠자냥님도 고양이 얘기만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요 뭐 집사들끼리는 제가 이해해보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비종 2022-05-31 20: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근로자의 날이 제게는 쉬는 날이 아니다보니 별 감흥이 없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급식이 안나오니 살짝 불편한 정도랄까요. 스승의 날이라도 쉬면 좋겠습니다만..^^;
5월은 건강을 염려하게 되는 달이었네요. 왼쪽 엄지손가락이 시큰거려 파스를 붙였는데 거기에 단단히 고정시켜야 한다며 붕대를 감아준 배려인간 덕분에 접촉성 피부염으로 일주일 넘게 발진이 일어나 연고를 처발처발 했구요, 분변잠혈검사 결과 양성이 나오는 바람에 이번 방학 때는 대장내시경을 해야할 것 같구요, 난 병자였어 생각하니 왠지 두통이 자주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한 나날들이었구요, 친정어머님께서 담도 시술로 인해 지난 주부터 오늘까지 일주일 입원하시는 동안 퇴근 후 친정 아버지 식사 챙기고 병원도 들락거리다보니 개피곤해져서 <제르미날> 독후감도 어제 겨우 세이프했답니다. 피곤에 절여진 한 달을 보냈다는ㅠㅠ

그러게요. 먹고사는 문제는 어찌 이리 한결같이 이어지는지. 중력으로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는 물처럼 하층 노동자들의 삶에는 기본적인 생계 문제가 끊임없이 고이는가 봅니다. 시대의 흐름이 저 아래에는 미치지 못하는 걸까요.
<목로주점>도 그렇고 <제르미날>도 그렇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정도로 배고픈 노동자들이 등장해서 그런가 자주 허기졌습니다.^^;

동화 같은 로망은 접어두는 게 좋아~ 현실에 무지개 따위는 없어~ 과장도 축소도 없이 현실 그대로를 사진처럼 묘사하는 작가의 세밀함에 이번에도 감탄했습니다. 직접 현장을 체험하고 쓴 글이 이 정도라니, 현실을 완화해서 한 이야기가 이런 모습이라는 사실에 호흡이 조심스러워지더라구요.

넘사벽 스토리, 미친듯한 전개, 출구없는 매력에 공감합니다~ㅎㅎ 방대한 분량에도 이토록 가독성이 좋은 건 작가의 필력과 내공이겠죠?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ㅋㅋㅋ

평소 파업이나 민중봉기에 대하여 두려움과 거리감을 넘어 약간의 거부감을 갖고 있었어요. 졸라의 마약급 중독성 문장이 그들 한가운데로 저를 던져놓았을 때,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한 권의 책이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니 뭉클해지더군요.
성기를 쥐어뜯는 장면이 졸라를 만나니까 4D급 생생함으로 현실감이 확 다가오는 게 소름이 돋았습니다. 저는 또 7부에서 샤발이 떠다니는 물을 두 주인공이 마시는 장면이 상상이 되어서 그만...으~~~^^;

판단은 우리의 몫일지니 부르주아들의 생활과 생각을 단지 담담하게 묘사할 뿐인데도 분노의 감정이 일더군요. 졸라는 대단히 영리한 작가이라고 봅니다. 비유와 암시가 듬뿍 담긴 시적인 문장을 독자에게 투척하는 행위만으로 의도한 반응을 끌어내는 것 같거든요.

공감합니다. 졸라의 관심은 ‘본능과 날것‘에 있나 싶을 정도로 우리가 접한 모든 작품에 이런 요소가 깔려있었네요. 날것도 종류가 여럿일텐데 졸라의 날것에는 생고기 냄새가 나구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 식욕에 집중하는 작가인가 봅니다. 성욕을 묘사하는 데도 전혀 야시시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벌거벗은 채 태어나는 아이를 보는 듯 자연스럽게 스며들구요. 땀냄새 훅훅 나는 스팀스러운 문장들은 식상하지도 않네요.
인간의 양면성이라...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마냥 정의롭지도, 악하지도 않은 인물들이 많았네요. 그만큼 작가가 내면의 심리를 구석구석 싹싹 긁어내서 보여줬기 때문이겠죠?

마지막까지 지치지도 않는 배터리처럼 그렇게 달리다니, 졸라 완전 사기캐~ㅎㅎㅎ
음, 이 책에서 선명한 교훈이나 주제가 없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어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 랄까요. 99도까지 서서히 온도를 높인 물을 보는 느낌이었거든요.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기 직전, 언제든 폭발할 준비가 되어있는 거요. 자, 이제 충분히 예열되었어, 언제든 달릴 준비가 된 거야~ 저는 대략 이런 메시지로 받아들였습니다.
복잡한 설명 필요없이 어쨌든 두께감으로 어디 빠지지 않을 그 책을 매우 흡인력있게 읽었다는 팩트! 참 재미있었어요~^^

물감 2022-06-01 13:16   좋아요 3 | URL
이런, 아프신데다 바쁜 5월에 하필 두 권짜리 도서를 선정해부렀군요... 그래도 어떻게든 읽어내셔서 다행입니다 ㅋㅋㅋ

목로주점도 그렇고, 제르미날도 읽다보면 정말 허기가 ㅋㅋㅋ 리얼리티가 대단하더라고요. 산다는 게 어찌 이리도 고달픈 건지 생각하게 해주는 작가랄까요? 탄광을 직접 체험까지 했다는 졸라의 열정도 감탄스럽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소설보다는 실화바탕의 이야기 같아서 재미로만 즐기면 안될것도 같았어요 ㅋㅋㅋ

저역시 파업이나 민중봉기에 대한 입장이 나비종님과 비슷합니다. 오로지 목적달성을 위해 지나친 방법을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아서요. 물론 또 오죽했으면 그럴까 싶은 생각도 들고요. 이 작품의 시위자들이 유독 공감가는건 노동자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과 탄광촌 전체가 생계의 위협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본능과 날것. 졸라의 책을 읽어본 분들은 대거 공감하지 않을까요! 말씀하신 생고기 냄새도 뭔지 알 것 같아요 ㅋㅋ 꾸며내지 않은 문장을 쓰는데도 묘한 세련미가 있어요. 성욕또한 전혀 음란스럽지 않고요. 이런 글을 쓰는 작가의 책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게 두근거립니다 ^^

저는 졸라의 책을 볼때 주제를 생각지 않고 읽어서 안느껴지나바요 ㅋㅋㅋ 그냥 만화책 읽듯이 편하게 보거든요. 메세지야 많지만 메인 주제는 잘 모르겠고요ㅋㅋ 언제든 폭발할 준비가 되있는 상태라, 멋진 표현입니다. 졸라는 그런 힘이 있긴 하죠! 저도 이번에 넘 잘읽었습니다~ 다음에도 도전하기로 해요 ㅎㅎㅎ 5월도 수고하셨습니다^^

mini74 2022-06-10 08: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물감님 ~~ 냥이들 귀여움과 함께 더 멋진 리뷰~ 앞으로도 냥이사진 많이 부탁드립니다 ㅎㅎㅎ

물감 2022-06-10 15:42   좋아요 2 | URL
와우 당선되었군요ㅎㅎㅎ 축하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06-10 1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물감님 당선 축!하! 드립니다~!! 6월에도 재미있는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물감 2022-06-10 15:4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새파랑님 ㅎㅎㅎ 6월 같이 파이팅 해요 ㅎㅎ

이하라 2022-06-10 11: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물감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주말 기쁜 6월 되세요~~

물감 2022-06-10 15:42   좋아요 3 | URL
이하라님 감사합니다 ^^
6월도 즐거운 독서 같이 해요 ㅎㅎㅎ
파이팅 입니다!

서니데이 2022-06-10 2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물감 2022-06-11 10:17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서니데이님ㅎㅎ
좋은 주말 되시길😀

thkang1001 2022-06-11 08: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물감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물감 2022-06-11 10:1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ㅎㅎ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thkang1001 2022-06-11 1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물감님! 감사합니다!

서곡 2023-01-10 0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처음 뵙습니다 흰냥이가 발 하나를 슥 올려놓았네요 ㅋ 그게 너무 귀여워서 댓글 달고 갑니다 랜선집사 올림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물감 2023-01-10 10:51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서곡 님 ^^
랜선 집사님들 언제나 환영합니다 ㅎㅎ
댓글 감사드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Vanessa 2023-01-10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물감 2023-01-10 14:09   좋아요 1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