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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사이먼튼의 마음 의술
칼 사이먼튼 외 지음, 이영래 옮김 / 살림Life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마음 의술
긍정적 기대는 어떻게 암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가?
칼 사이먼튼 외, 이영래 옮김, 살림출, 2009. 5. 18
3~4년마다 한 번씩 입원했던 나.
20여년의 직장생활을 되돌아보면 3~4년마다 한 번씩 병원에 입원한 것 같다. 처음 입원했던 게 과장 말년 차였나. 몸이 안 좋아 병원을 찾아가니 의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몸 상태를 보니 지금 입원하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예?.....” 하고는 의사를 바라봤다. 몸이 좀 불편해서 약이나 얻으려고 병원에 왔더니 입원을 하라니. 물론 평소 약국도 잘 안 가는 내가 병원에 갈 정도면 몸이 무척 아팠던 건 사실이지만 기껏해야 몸살이나 독감이겠거니 하고 갔다가 입원을 하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 같고, 혹시 잘못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 때문에 무척 겁이 났다.
대부분의 경우 입원하고 2일 정도는 정신을 못 차렸고, 몸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증상이 심하다보니 처방도 강해서 그런 것 같다. 어떤 경우에는 약에 취해, 어떤 때는 열이 많이 나서, 또 어떤 경우에는 수술 때문에 마취한 것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 번은 종양수술 때문에(이 당시 암인 줄 알고 무척 긴장했다. 의사도 마찬가지였고) 또 한편은 요상한 피부병(전염성은 없지만 신체의 영양상태가 심각할 때 생기는 병으로 병명을 잊어버렸다) 때문에, 또 한 번은 탈진해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그 전에도 몇 번 입원했었는데 병명이 잘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입원한다는 게 좋은 점도 많다
그러나 두 번째 입원부터는 별로 무섭지 않았다. 도리어(속마음 그대로 표현하면) 넘치는 일로부터 해방, 회사출근 없이 하루 종일 먹고 자는 인정받은 휴가, 게다가 회사 임원의 위로전화와 아내와 아이가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눈초리 등 평소 받지 못했던 관심 속에서 평안함을 느꼈다. 병원에 입원할 정도면 그만큼 평소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을 거다.
게다가 입원할 때 의사들에게 내 병에 대해 물으면 대부분 이렇게 말했다. “그 동안 무척 아프셨을 텐데 어떻게 참으셨나요? 하지만 치료를 열심히 받고 며칠 푹 쉬면 나아질 겁니다. 생명에는 별 지장 없는 병이니까요. 스트레스나 피로가 쌓여서 그런 것 같군요.”
나는 의사가 입원하라고 하면 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입원한다고 말하곤 병실로 들어갔다. 당연히 아내는 놀라서 병원으로 뛰어왔고(나와는 달리 아내는 매번 놀랐다), 그 다음 날부터 내 곁에 붙어 앉아있었다. 그리고는 감투나 쓴 것처럼 집안 식구 모두 병실로 모아놓고, 회사에서 직원이 매일 전화로 업무 보고하라고 지시하고는 아주 편하게 지냈다. 만화책까지 빌려다 보면서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병원에 입원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3~4년마다 한 번씩 주어지는 정기휴가였다. 가정과 회사, 주위사람들에게 “이제부터 나를 건들지 마.” 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수단으로써 말이다.
암은 인간이 받는 스트레스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서평을 쓴다면서 갑자기 내 입원전력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이유는 이 책의 핵심주제가 암 발생과 심리적인 상태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암 환자들의 생활이력에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데, 암 발생 이전 6개월~18개월 내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스트레스가 삶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심을 좌절시키고, 이는 대뇌변연계에 영향을 주어 시상하부와 뇌하수체에 영향을 주고, 이는 결국 인체의 면역력을 현저하게 떨어뜨리고, 호르몬 분비를 비정상적으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암세포의 증식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 스스로가 자신의 감정을 관리 못해 암세포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인체가 질병을 통제할 수 없는 무법천지가 된다는 말이다.
누구에게나 생기는 암세포, 그러나 특정한 사람만이 암환자가 되는 이유는?
저자는 암세포란 일종의 비정상세포로써 누구에게나 생기는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또 무척 약한 세포라고 한다(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정 반대로). 인체 자체가 불완전하다보니 세포가 재생되면서 돌연변이(암세포의 근원세포)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리고 저자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생기는 암세포(비정상적인 돌연변이세포)가 왜 특정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암세포가 되고, 어떤 사람은 몸 안에 암세포가 있는지도 모른 채 건강하게 살아가느냐 하는 것이다.
해답은 바로 위에서 말한 것처럼 스트레스가, 또 자신의 부정적인 의식(무의식상태)이 인체 내 호르몬의 불균형 상태를 만들어 암세포가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인간이 가진 면역기능, 그 중에서도 매우 강력한 파수꾼인 백혈구 활동을 약화시키거나 중지시킴으로써 암세포의 성장을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백혈구 활동을 억제하면 암세포가 자란다.
저자는 인간에게 콩팥이나 신장 등의 기관을 이식할 때에는 항상 부작용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바로 외부 물질에 대한 인체의 저항력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식한 신장 등이 제대로 정착되려면 이와 같은 저항력을 일정기간동안 중지시켜야 하는데, 이때 의사가 취하는 조치 중의 하나가 백혈구 활동을 중지시키는 일이다.
근데 문제는 백혈구 활동이 중지되면 암세포가 인체 내에서 급격하게 증진한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의사가 통제 불가능할 정도까지 암세포가 증진하게 되는데, 이때 의사는 두 가지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 백혈구를 다시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제거할 것인가(그러면 당연히 이식한 장기에는 부작용이 생기기에 제거해야 한다), 아니면 이식한 장기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암세포의 증식을 인정했다가 시간이 지난 후 암세포를 제거할 것인가이다. 만약 의사가 암세포 제거에 자신이 없으면.... 결정은 당연히 장기이식 실패라고 판정하고 그것을 제거하게 된다.
질병 중에는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도 많다.
우리는 항상 질병이란 외부에서 오는 것이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재수가 없거나’ ‘운이 나빠’ ‘또 운명이나 유전적으로’ 걸렸다고 생각하며 질병의 책임을 남에게 돌리려고 한다. 하지만 이 말이 반드시 맞는 건 아니다. 자주, 생각보다 무척 많이 인간 스스로가 질병을 불러오는 경우도 있다. 질병을 통해 얻는 것이 있다면,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가 질병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바로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나같이 병을 통해 얻는 게 많으면 말이다. 극도로 피곤한 경우, 주위사람의 관심이 필요한 경우, 대외적인 활동이 부담스러울 경우, 뭔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할 경우, 세상에서 도망치고 싶은 경우 같은 것이다. 당신은 어떤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분명히 말한다. 병에 걸리는 경우,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암과 같은 치명적인 상황조차도, 우리 자신이 스트레스를 관리하지 못해 신체 내부의 면역기능을 망가뜨렸거나, 또는 심리적으로 병에 걸려 얻을 수 있는 것을 찾아 병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 곳곳에서 이에 대한 증거를 제시한다. 가장 쉬운 예로 ‘플라시보효과’다. 실제 효과가 없는 가짜약이지만 약을 먹었다는, 그 약이 내 병을 치료해줄 것이라는 믿음 하나 때문에 약을 먹지 않은 사람보다 더 빨리 낫는 경우 말이다. 그러다보니 저자는 몸이 아플 경우, 특히 유사한 증상을 지속적으로 보일 때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라고 한다. 이 병을 통해 내가 얻는 게 있는지에 대해.
환자들을 대상으로 질병을 통해 얻는 혜택을 살펴보니 몇 가지 공통된 내용이 있었다.
1. 골치 아픈 문제나 상황을 다루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는 허가가 부여 된다.
2. 주의의 사람으로부터 관심, 애정, 배려를 얻는다.
3. 문제를 처리할 심리적 에너지를 다시 결집시키거나 새로운 시각을 얻는 기회를 가진다.
4. 개인적 성장이나 바람직하지 못한 습관을 바꿀 수 있는 동기를 부여받는다.
5.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높은 기대에 부응할 필요가 없다.
마음이 병을 불러왔다면 마음으로 치료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읽으며 오해하지 말 것은 저자가 병에 걸린 사람보고 당신이 잘못해서 병에 걸렸으니 남을 탓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또 기존 의료술에 의존하지 말고 정신치료만 하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환자의 치유를, 기존의 의료기술과 함께 좀 더 효과적으로 도와주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지 기존 의술의 역할과 효과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저자의 말, 심리적인 문제와 질병간의 관계가 옳다면, 그래서 사람 스스로가 병을 만들어 낸 것이라면, 역으로 당신이 간절히 원하면 질병을 당신 스스로 고칠 수도 있지 않냐 는 말이다. 질환이 외부로부터 들어온 나쁜 세균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은 의심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이를 제거하기 위해 인체 안에서 활동하는 강력한 면역, 방어기능을 스스로 죽인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
저자는, 특히 암 문제에 대해 자신의 백혈구가 인체의 질병(암세포)을 이기는 심상훈련을 하라고 한다. 암세포에 의해 정신적으로 압도되면 아무리 좋은 치료제를 사용해도 인체 스스로가 암세포에 굴복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음속으로 자신의 병이 낫는다는 상상을 하라는 것이다. 외부의 치료와 내부의 방어력을 암세포를 죽이는, 그래서 자신의 몸이 건강해지는 것을 적극적으로 상상하면 인체는 그렇게 움직이게 된다고 한다.
그가 말한 심상훈련을 할 때 상상해야 하는 몇 가지 지침을 이야기한다.
1. 암세포는 약하고 불안정하다.
2. 치료제는 강하고 견고하다.
3. 건강한 세포는 치료제로 일어날 수 있는 작은 손상을 쉽게 고친다.
4. 백혈구 부대는 규모가 크며, 암세포를 압도한다.
5. 백혈구는 공격적이며, 전투를 고대하고, 재빨리 암세포를 찾아 파괴한다.
6. 죽은 암세포는 몸으로부터 정상적으로, 그리고 자연스럽게 씻겨 나온다.
7. 심상의 마지막에 암에서 해방된 건강한 사람이 된다.
8. 자신이 인생의 목표에 도달하고 인생의 목적을 충족시키는 것을 본다.
우리는 건강하게 살기를 원한다. 죽음이 다가왔을 때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하루를 보낸 후 조용히 눈을 감기를 바란다. 이게 축복받은 죽음 아니겠는가. 하지만 건강을 원하면서도 항상 질병에 걸릴까봐 걱정한다. ‘시크릿’이란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무엇을 바란다고 하면서도 자신의 꿈이 이뤄졌을 때의 기쁨보다는 ‘안 되면 어떡하지?’하며 걱정하는 경우가 더 많다. 스스로 부정적인 마음을 키워놓고는 뜻대로 안된다고 세상을 원망한다.
이 책을 읽어보면 인간의 정신이 얼마나 위대한 힘을 갖고 있는지, 내면에 감춰진 마음의 상처와 분노가 우리 스스로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깨닫게 된다. 과학자인 저자가 마치 종교인과 같은 말, 용서하고 배려하고 또 용서하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수많은 임상자료들이 인간의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의식들이 스스로를 죽이는 날칼이라는 증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정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