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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원점, 이익이 없으면 회사가 아니다 ㅣ 서돌 CEO 인사이트 시리즈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양준호 옮김 / 서돌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아이를 낳기만 하면 저절로 크는 줄 알았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회사도 누구에겐가 창업자금을 빌릴 수만 있다면 저절로 만들어지는 줄 알았던 적도 있었고.(그래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사업 그 자체를 고민하기보다 돈을 빌리려고 동분서주 하지 않는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 키우는 것이나 회사 키우는 것이나 어렵기는 매 한가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흔히 좋은 아이템 하나만 있으면, 멋진 상품 하나만 만들어낼 수 있으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줄 안다. 하지만 요즘처럼 급변하는 세상에서 히트상품의 수명은 길어야 몇 년 안 간다. 게다가 기업은 나 혼자 잘한다고 해서 잘 굴러가는 것이 아니다보니 돈 문제, 멋진 아이템 같은 것은 사업을 시작할 때 필요한 충분요소일 뿐이다.
저자의 주장인 ‘기업은 이익이 없으면 안 된다.’ 너무나 당연한 말같이 들리지만 경영자 입장에서는 이 말처럼 어려운 것도 없다. 이런 말을 하면 이익을 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안 되는 것을 어떻하냐고 하소연하기 바쁜 경영자들, 값싼 노동력으로 물건을 만들어내는 회사와 경쟁해서 어떻게 이윤을 남길 수 있냐고 푸념하는 사장님들, 게다가 인건비문제가 장난이 아닌데 이들을 데리고 더 이상 어떻게 남길 수 있다고 항변하는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현재의 이익을 유지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적절한 이윤을 남기라는 말은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말이긴 하지만 현실 불가능한 일이라고 딱 잘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끔 사람들에게 이윤은 가능하면 많이 남겨야 한다고 말하면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저는 돈 많이 벌 생각 없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이 기업이 쓰러지지 않을 정도만 벌면 됩니다.” 무척 감동적인 말이다. 그러나 이런 대답을 하는 사람 마음속에는 기업이 왜 이윤을 얻어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말하면 경영자가 떼돈 벌어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모습을 연상하는 경우다.
기업의 이윤은 경영자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기업 그 자체를 위한 것이다. 안정된 사업운영, 적절한 마케팅, 직원 교육, 홍보, 시설 유지보수, 개발 등을 위해서 돈이 필요하고, 이 모든 것이 이윤에서 나온다. 과거처럼 남의 돈이 쌈지돈이라고 차입경영을 했다가는 쪽박 차기 쉬운 현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 책을 보면 경영자들의 질문에 저자가 답하는 스타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많은 부분이 이윤과 관련된 문제들이다. 투자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이것도 투자에 따른 이자비용과 매출과의 연관성으로 결국 이윤과 관련된 문제다. 하청비율을 줄이고 자사브랜드를 키워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이것도 자사브랜드가 좋기는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그만한 인력과 전문노하우, 필요시설에 대한 투자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이윤과 관련된 문제다. 시설물이 낡아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말-이것도 따지고 보면 건축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문제는 결국 투자를 통해 어느 정도 이윤을 높일 수 있는 지의 문제와 직결된다. 결국 기업의 모든 활동은 이윤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질문자들의 의식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들은 이윤보다는 사업정책, 마케팅 전략, 기업이미지 등에 대한 질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책이 가장 큰 매력은,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저자의 말에 반박할 수 없는 이유는 그가 말하는 이윤의 중요성과 이윤 창출 방식이 극히 원칙적인 문제이기 때문이고, 게다가 저자 스스로가 실제 실행에 옮겼던 방식이기 때문이다. 즉 세계 100위 안에 드는 기업을 만든 방식이다. 저자는 사업을 하겠다면 최소한 10%(세전이익률)의 이윤은 남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니 더 강하게 말해서 그 이상이 안 되면 기업을 그만두라고까지 한다.
하지만 어떻게? 그는 아주 분명하게 말한다. 경영자 스스로가 이윤을 남기겠다고 각오하고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라.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능하다고 믿고 그 방법을 찾아라. 이윤은 매출 빼기 비용이니 매출을 높이거나 비용을 줄이면 된다. 매출을 높일 수 없다면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라. 단 직원 해고와 같은 방식이 아닌 현재의 조건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방식을 찾으라고 말한다. 비용을 줄이지 못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고민을 덜한 것이며, 그만큼 악착스럽게 매달리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경영자라면 누구든지 이 책을 한번 읽어봤으면 한다. 직원 관리문제는 경영자 나름대로 가치가 다르기에 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이윤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속이 후련하다고할 정도로 핵심을 집어주고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기업경영의 모든 문제는, 그리고 문제의 해결책은 바로 경영이라는 것 자체의 본질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