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장의 백지수표>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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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장의 백지수표 - 원하는 것을 이루어주는 19가지 특별한 주문
페기 맥콜 지음, 김소연 옮김 / 서돌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돈’. 현대사회에서 돈을 무시하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돈은 자신이 만들어낼 수 있는 오만가지 것들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유일한 가치원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돈’의 가치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은 이유는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것과 바꿀 수 있는, 카드로 치면 조카와 같은 기능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돈 자체가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수행하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어떤가? 말이 되는 것 같은지.
오랜 전 우리는 ‘쌀’을 돈처럼 사용했다. 당시 만석꾼 같은 말이 이런 상황에서 유래된 것 아닌가. 쌀만 있으면 무엇과도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임금 아니라 그 이상 되는 사람도 먹고 살려면 반드시 필요했으니 그것과 맞바꿀 수 없는 게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요즘은 쌀에 대한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 생산량이 소비량을 초과했다고 처리방안을 고민할 정도이니 옛날 사람들이 이 광경을 봤으면 뭐라고 했을까? 앞의 이야기와 비교해보면 쌀 가치 하락은 쌀에 대한 대안품이나 대체품들이 많아 교환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쌀밥은 싫고 패스트푸드가 최고라는 아이들도 많고, 밥 먹으면 살찐다고 야채만 먹어대는 여성들도 늘고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돈은 필요하고, 때에 따라서는 중요하다. 게다가 이제는 교환가치를 떠나 ‘돈’ 그 자체가 인간의 품격과 삶의 기쁨을 제공해 주는 것처럼 인식되어 돈만 벌면 모든 게 다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이 생겼다. 아마도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에서 모리교수가 한 말처럼 현대인들은 마음이 허전하고 의지할 곳이 없다보니 돈이란 것에 맹종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람은 아무리 많아도 믿을 수가 없다. 언젠가는 나를 배신하고, 속이고 괴롭힐 수도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돈은 일단 호주머니에 들어오면 나를 주인으로 섬기며 무엇이든지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마치 알라단의 마술램프처럼 말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들은 돈을 벌기 위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내가 뭐 때문에 살고 있지?” 푸념하며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간다. 가끔 학생들이 보낸 메일에도 이런 말이 있다. “교수님. 요즘 제가 왜 사는지 모르겠네요. 하루 종일 몇 푼 안 되는 돈 때문에 이리 뛰고 저리 뛰다보면 하루가 그냥 지나가죠.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요?” 이런 내용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려오는 이유는 나도 한 때 이런 생각을 하며 내 자신을 학대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물론 지금도 이런 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돈이 있어야 먹을 것을 살 수 있고, 돈이 있어야 결혼을 하고, 돈이 있어야 집도 장만하고, 돈이 있어야 아이들 과외공부도 시키고, 돈이 있어야 남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인간답게 살 수 있지 않는냐 하는 사람들의 말에 “그렇지 않다. 돈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야.”라고 대답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돈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한 부류는 과거에는 ‘돈이 최고야!’하고 외치며 고급, 최고급만 주장하다 돈 없어지니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며 세상을 원망하며 사는 사람이고 또 한 부류는 젊었을 때는 ‘돈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야!’ 라고 외치며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하다가 나이가 드니 돈 문제 때문에 심각하게 고민하며 두려움에 빠져있는 사람이다.(이 경우들은 조금 극단적인 예를 든 것이다)
우리는 어디쯤에 속할까? 아마도 이 두 부류의 중간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에 속하든지 간에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돈’ ‘부’에 대한 가치가 있는데 이 중의 하나가 ‘돈은, 부는 제한된 것이다. 따라서 네가 가지면 나는 가질 수 없다’는 것이고(이런 생각이 시기와 질투를 만든다), 또 하나는 ‘돈을 버는 사람은 나와는 다른 남다른 사람이다’라는 것이며(이런 생각이 나는 왜? 하며 자기부정을 하게 만든다), 마지막 하나는 ‘돈을 벌려면 정상적인 생각으로는 안 된다’는 부정적인 생각이다. 즉 그 정도 돈을 벌었을 때는 틀림없이 세금 포탈했을 것이고, 남을 속였을 것이고, 다른 사람이 가질 돈을 포탈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이런 사람들은 돈 없음을 자랑하며 자신을 합리화시키기도 한다).
아마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한, 돈은 무슨 수를 쓰던지 간에 내가 먼저 잡아야 하는 것이고, 특정의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제한된 것이며, 따라서 돈과 부는 상대를 눌러 이긴 노획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돈’은 더럽고 지저분한, 고귀한 사람은 가까이 하면 안 되는 피뭍은 무엇이 된다. 마케팅이란 인간 친화적이고 고객 지향적인 사고가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을 죽여야만 하는 전쟁터에서 사용하는 기법처럼 변했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위의 관념들이 모두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는 제한된 것도, 특별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도, 사람과 사람을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돈은 돌고 돈다. 그리고 부를 측정하는 것은 ‘돈’ 하나만이 아니다. 잠깐 머리를 돌려 돈을 가지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즉 ‘부’는, ‘돈’은 풍요로움을 얻기 위한 수단이지, ‘부와 돈’ 자체가 풍요로움 그 자체는 아니다. 백만장자는 모두 풍요로운가? 지갑 속에 1000만원이 들어있으면 풍요로울까? 물론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내가 가진 돈 액수 그 자체가 내 정신을, 내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 수는 없다. 이 책을 읽어보면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있다. 풍요로움을 얻는 방법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