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맥 - 돈의 흐름을 간파하는 기술
정진건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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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돈을 벌려면 무엇인가 해야 했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뭔가를 만들거나, 서비스해야만 거기에 상응하는 대가로 돈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귀족들이나 토지를 가진 사람들은 그것을 남에게 빌려주고 가만히 앉아 먹고 살기도 했지만.

그러나 경제규모가 커지고 시장이 단순한 교환구조를 떠나 인간들의 생활터전이 되면서 기업들은 그곳을 차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때 부족한 자기자본을 메우기 위해 남의 돈을 빌려야만 했다. 이를 편리하게, 언뜻 볼 때는 공평한 구조로 만든 것이 바로 주식이다. 내가 만든 기업이 아니더라도 돈을 갖고 그 회사의 수익과 의사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묘한  종이조각이다. 게다가 정부 역시 돈을 찍어 이를 시장에 공급하고 회수하는 방식을 통해 시장규모를 좌지우지했고, 은행 역시 돈 빌려주는 이자율을 조정하면서 기업과 서민들의 돈 씀씀이를 통제했다. 돈이 돈을 통제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요즘에 투자라는 것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소한 주식 한 장이라고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어떤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이 직접 구입하고, 어떤 사람은 회사에 충성하겠다고 자사주를 매입하고, 또 어떤 사람은 부모에게 물려받기도 해서 말이다.

하지만 어디에나 승하는 사람이 있으면 망하는 사람도 있듯이 투자라는 것이 꼭 돈벌이가 되는 건 아니다. 특히 요즘 같은 경제 불황상황에서는 갖고 있던 주식이 쓰레기로 변했고, 이도 부족해 집마저 날린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단지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것뿐이다. 자기 스스로 돈 벌겠다고 쏟아 부은 것이니 말이다.

어쨌든 투자, 재테크는 이제 일반화된 돈벌이의 한 방식이다. 예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직접 자신의 몸을 활용해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돈이 나에게서 남에게 가고, 다시 그것이 나에게 돌아오면서 수익이 발생하는 것뿐이다. 즉 실체도 없는 것이 스스로 커지는 것이다. 내가 이 글에서 ‘돈벌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아무리 고상한 표현을 쓴다 해도 이것도 현대사회에서는 분명히 돈을 벌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세상을 바라보면 이해 안 되는 것이 많다고 한다. 분명히 안 될 것 같은 것인데 사람들은 된다고 생각하며 불나방처럼 뛰어들고, 세상 어디선가 불황이라고 떠들어 대는데도 우리나라 은행은 금리를 올린다는 것이다. 돈이 잘 안도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는 건 저자 말대로 ‘간이 부은 것’ 아니겠는가. 물론 그들의 ‘깊은 속마음’은 잘 모르겠지만.

따라서 저자는 세상을, 투자대상을, 기업과 시장을 정확히 보려면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한다. 특히 기존 경제이론은 더더욱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요즘 경제는 과거처럼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되지도 않을뿐더러 설명한다 해도 극히 일부분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귀찮아서인지, 자신의 이론을 주장하고 싶어서 바로 옆집에서 자신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경제가 움직이는 데도 꿈쩍 않고 기존 논리만을 역설한다. 결국 피해는 우리 같은 개미들만 보는 것 아니겠는가.

이 책을 보면 평소 알고 있던 시장경제와 투자에 대한 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평소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정보나 지식들의 내면을 다른 시각으로 전달해 주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 중에 재미있는 게 있는데 ‘바닥 밑에는 지하실이 있다’는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닥을 쳤는지에 관심 갖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 “아. 이제 바닥이예요. 하지만.....그 아래 또 하나 층이 있는데요.”라고 말한다면 그때 당신의 기분은 어떻겠는가? 하지만 이제 현실이다.

올바른 투자는 이론이 아니라 현실에 입각한 시각에 의해 이뤄진다. 그리고 현실이란 여러 가지 시장요소들의 원리를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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