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꾸는 미로 여행 - 자기 자신을 발견한 사람은 행복하다
알렉스 로비라 셀마 지음, 송병선 옮김 / 청림출판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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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보면 모든 것을 팽개치고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하는 일이 귀찮고 희망 자체가 없다고 느낄 때다. 이런 때는 아무리 마음을 다시 잡으려 해도 잘 되지 않.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 보이고 어떤 일을 해도 잘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주변사람이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들리지 않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우리는 이럴 때 먼 곳으로 기차여행을 가거나 사방이 확 트인 곳으로 가 소리라고 지르고 싶은 생각이 종종 든다. 아무도 없는 것에서 주변 사람의 눈치 보지 않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다보면 불만이나 걱정, 울분, 답답함 들이 몸 밖으로 나오면서 시원해 질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은 굴뚝같지만 몸이 안 움직일 때도 많다. 마음이 많이 지치면 움직이는 것 자체도 귀찮아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과거를 되돌아보면 이런 상황의 대부분은 나로 인해 야기되었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많다. 지나가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을 당시에는 순간의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경우들이다. 




이 책은 한 여성이 마트에서 해고당한 후 자신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물론 여행가겠다고 마음먹고 발길을 옮긴 것은 아니고, 죽고 싶은 마음에 남들이 가지 말하는 숲 속으로 들어가면서 시작된 것이다. 그녀는 음침한 숲 속에서 할머니를 만나게 되고, 거기서  백프로 당첨된다고 하는 복권을 받아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숲으로 들어간다. 물론 아프라카 밀림 속을 헤매는 탐험대 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동화 속에 나올듯한 아기자기한 마을과 요상한 여관, 은행이 나오고 조그마한 난장이도 나온다.




이들의 역할은 주인공에게 왔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힌트를 줌과 동시에 주인공 자신의 모습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어떤 때는 귀찮은 듯한 표정으로, 어떤 때는 사랑에 넘치는 표정으로 주인공과 대화를 나누면서.




주인공은 장애물 하나를 지날 때마다 의미 있는 질문을 받는다. ‘지금 무엇을 하는가?’ ‘어디서 오는가?’ ‘어디로 가는가?’등. 처음에 주인공은 자신이 미로에 빠졌고, 그래서 길을 찾는다는 식으로 대답했지만 그런 답은 항상 틀린 답이었다. 그들이 원했던 답은 주인공의 상황을 물었던 것이 아니라, 주인공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바라봐주길 원했던 것이다. 결국 주인공이 알아낸 정답 유형은 “나는 내 자신...”으로 시작하는 답이다. ‘나는 내면의 나를 찾고 있어요’ 등이다.




결국 그녀는 미로를 벗어나는 길을 하수아비를 통해 알게 되었고, 그 길을 따라가 보니 빨간 담 벽이 있었다. 그 너머가 바로 그녀가 미로를 벗어나는 길이다. 하지만 되돌아가는 길을 찾는 순간, 그녀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 동안 그녀는 미로를 헤맨 게 아니라 나무 그늘 밑에서 잠을 자며 자신의 내면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미로의 꿈을 통해 깨닫은 것은 아주 단순하지만 중요한 것, 바로 자기 안에 있는 어린 시절의 모습이었다. 모든 것이 아름답고 신기하기만 했던 그 시절, 친구들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즐겁고 놀던 그 때의 마음이다.




결론은 참 아름답다. 그리고 미로를 찾아다니던 주인공의 모습이나, 그녀 거쳐 가는 여러 상황 역시 동화 같은 분위기면서도 일반 사람들이 쉽게 구상할 수 없는 독특한 이야기다. 하지만 책을 보면서 뭔가 와 닿는 것이 별로 없었다. 밍밍하다고 할까. 뭔가 저자가 우리에게 주고자 한 것은 분명히 있는데 그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어린 시절의 모습을 되 찾아라? 그것 하나만을 위해서는 너무 돌아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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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은 발걸음 - 작고 쉬운 실천을 통해 인생의 목표를 이루는 지혜
앨 세쿤다 지음, 최유나 옮김 / 경영정신(작가정신)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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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하면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하는 것이 귀찮은 마음이나 두려움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 ‘정말 잘 해 낼 수 있을까?’ 또는 ‘이걸 꼭 해야 하나?’와 같은 것 들이다. 이런 생각들은 평소 무척 좋아했던 일인데도 불구하고 발길을 가로막고 앞으로 나가려는 나를 머뭇거리게 만든다. 분명히 내가 그 일을 처음 하고자 했을 때는 원대한 꿈이 있었고, 또 나름대로 그 일을 통해 뭔가를 얻고자 했던 일들이지만. 하지만 내 마음은 어느새 그 모든 것을 과거로 돌려버리고 현재의 불편함을 갖고 고민한다.




사람 마음이란 것이 요상한 존재라 어떤 일이든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재미있었던 일도 짐처럼 느껴지고, 가능하면 아무 것도 안한 채 편안하게 보내길 원하기 때문이다. 막상 할 일이 없으면 따분하다고 느끼면서 말이다.




저자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단순히 꿈과 희망만 갖고는 어렵다고 한다. 어떤 일이든지 처음 시작할 때는 뜨거운 열정으로 첫발을 디디지만 시간이 지나면 처음 품었던 열정은 사라지고 답답함과 짜증만 남기 때문이다. 마치 연애하던 시절의 뜨거움이 결혼으로 바뀌면 그때부터 의무와 책임감만 남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자신이 바라는 것을 이루려면 꿈, 희망 이외 자신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줄 무엇인가가 필요하고, 이를 그는 ‘15초의 법칙’이라 정의한다.




그가 이 책에서 독자에게 주고자 한 것은 크게 4가지로, ‘’15초의 법칙‘, ’포용의 법칙‘, ’즐거움 우선 원칙‘ 그리고 가장 어려운 새로움을 향한 ’문열기 과정‘이다.




우선 ‘15초의 법칙’은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때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자신이 그 일을 왜 하려고 했는지 15초 동안만이라도 생각해 보라는 의미다. 현재의 어려움을 어려움 자체로 생각하지 말고 ‘내가 왜 그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하는지’ 진정한 목적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는 말이다. 물론 이때 중요한 것은 ‘용서의 마음’이다. 즉 목표대로 이행하지 못한 자신을 나무라고 원망하지 말고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다시 시작하라는 것이다. 내

자신을 용서하면서.




두 번째, ‘포용의 법칙’은 우리가 꺼리는 생각이나 감정을 무조건 거부하지 말고 그런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라는 말이다. 우리의 고통은 무언가를 수행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하기 싫어 발버둥치고 거부하는 태도로부터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나도 뭔가 하기 싫어 발버둥 치다가도 막상 일을 시작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사라지면서 ‘내가 왜 이 일을 그렇게 하기 싫어했지?“ 하며 후회하는 경우를 자주 만난다. 고민했던 시간이 아깝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단 일을 시작하면 생각 외로 쉽게 해결되는 경우도 자주 봤다.




세 번째, ‘즐거움 우선 원칙’은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하게 되면 어떤 일이든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거나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기는 무척 어렵다. 그러나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현재 하는 일 자체의 완성도만을 생각하며 그 일에 자신을 몰입시킨다면 동일한 일을 하면서도 더 많은 즐거움을 얻을 수있다. 또 결과만을 생각하며 일을 했을 때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도 많다. 무슨 일이든지, 하다못해 연애까지도, 힘을 줘서 반드시 이루겠다고 악을 쓰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하나씩 처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가 많다.




네 번째, ‘문 열기 과정'이다. 이는 자신이 평소 꺼리던 부분과의 만남을 통해 보다 나은 모습을 만들 수 있기에 익숙하지 않거나 평소 두려웠던 일이라도 과감하게 맞대면하라는 말이다. 이때 두려움은 실제의 두려움보다는 과거의 기억이나 경험으로 인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을 대면하면 당연히 두렵다. 하지만 문제는 내 앞에 놓인 일의 두려움은 일로 인한 것보다는 과거의 경험이나 기억에 의한 것일 때가 많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두려움 자체를 마음속에서 증폭시키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한다. 꼭 기억해둬야 할 말인 것 같다.




책 내용이 현실적이면서도 무척 부드럽다. 일반 자기계발서처럼 ‘~해라’조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 저자 자신의 경험을 말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책 내용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새해를 맞이하며 자신의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고자 하는 사람이 읽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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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플래닝 - 불확실한 미래의 생존전략
유정식 지음 / 지형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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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만해도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무척 단조로웠던 것 같다. 어른 말을 들으면 그대로 된다고 믿었고, 또 그들 말이 틀린 것도 별로 없었다. 대학 마치면 전공대로 직장에 들어갔고, 취직하는 순간 결혼하여 아이 낳고, 아내는 집에서 살림하고 남편은 직장 다니며 돈 벌고, 그러다 좋은 기회가 생기면 자기 사업하는 모습 말이다. 그러다보니 뭔가를 상상하기보다는 과거의 모습을 찾아 거기서 내 미래를 보는 것이 훨씬 쉬었다. 이미 뻔한 길이 있는데 구지 머리 쓰면서 고민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젠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나도 나이 50이 된 사람이지만 20살이 된 아들에게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세상이 어떻게 변할 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나의 전문성에 몰입하면 성공한다? 다양한 방편에 넓은 지식을 가지면 성공한다? 자기 고집이 세면 세상 살기 어렵다? 학벌이 성공을 보장한다? 아마 이 내용들을 갖고 이에 해당되는 사람들을 추적해보면 성공 확률은 50%일 것이다. 즉 성공할 지 안할지 전혀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니 기업은 더 죽을 맛이다. 세상이 어떻게 변해갈 지 예측하기가 어려우니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이끌지 알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최근 환률 때문에 적자를 본 기업들을 보라. 그들은 평소 설마 환율 따위가 내가 일 년 동안 열심히 번 돈을 까먹으리라 예상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냉정해서 원자재 가격이 오르니 상품가격은 당연히 오르고, 상품가격이 오르면 소비는 줄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로 인해 상품가격을 제대로 올리지 못하면 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결국 적자를 보게 된다. 나중에 보면 간단한 이치이지만 이를 사전에 알아 원자재를 사전에 원자재를 평소보다 많이 구매한 기업, 원자재 가격 자체를 일정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계약을 맺은 기업과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자들은 미래를 예측하고 싶어 한다. 어떤 상황이 발생할 지 미리 알고 그에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미아리에 있는 점집에 찾아가 자신의 미래를 알아보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세상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안다면 그건 이미 인간이 아니라 신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한 가지의 결과라도 오만가지 변수와 연결되어 발생하는 현 세상에서 어떻게 딱 한 두개의 변수를 갖고 세상의 앞날을 예측할 수 있겠는가.




아마 이런 상황으로 인해 최근 들어 ‘시나리오 플래닝’이란 분야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같다. 비록 이것이 무엇인지 자세히는 몰라도 미래에 어떤 상황이 발생할 지 예상을 하고 이에 대해 대처하면 막상 일이 닥쳤을 때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말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이런 경영진들의 자세를 그리 좋게 보지 않는 것 같다. 이들의 말은 ‘시나리오 플래닝’이 아니라, 예전에 쓰던 미래예측 방식을 말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위해 별도의 TFT가 만들어졌다. 이들이 몇 달 동안 고민해서 5년 후 미래에 대한 몇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이를 경영진에게 보고하는데 경영진 왈. “수고했어. 근데 그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현실적으로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것인가?” 어떤 듣기에는 상당히 일상적인 질문 같지만 이 질문 속에선 미래를 예측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시나리오 플래닝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현재 기업이 풀어야 할 과제를 분명히 정의하고, 이와 같은 문제에 영향을 주는 몇 가지의 변수를 결정한 다음, 이들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만들어지는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자는 것이다. 어떤 것이 발생확률이 가장 높은지는 의문점으로 남겨놓은 채 말이다. 물론 정책적으로 이들 내용 중에서 현재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긴 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예측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자는 것임을 잊지 말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요즘같이 급변하는 세상에서 미래에 대한 선입관을 버리고 나는 미래를 모른다는 자세로 시나리오를 작성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저자가 시나리오 플래닝이란 것을 워낙 복잡하게 설명한 바람에 이를 제대로 이행할 기업이 몇 개나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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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외교관 Social Shift Series 4
칸 로스 지음, 강혜정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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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하려면 여러 가지 복잡한 사안들을 검토해야 한다. 돈이 들어가는 일이니 투자한 만큼 얻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수하고자 하는 회사의 안정성은 물론이고, 경영진의 경영능력, 직원들의 역량, 기업의 이미지와 인지도 등을 하나씩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사는 쪽은 가능하면 싸게, 파는 쪽은 비싸게 팔려고 하니 서로의 약점을 찾아내기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생기면 몇 명의 전문가가 사무실 한 곳을 차지하고는 문을 걸어 잠근다. 관계없는 사람이 방에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근처를 지나가는 것도 신경 쓰이게 만든다. 대외비라는 명목으로 말이다.




기업 하나 인수하는 데, 제휴를 하고 계약서 하나 작성하는 데에도 이런 복잡한 상황이 전개되는데 나라와 나라간의 문제를 놓고 이해득실을 따져야 할 때는 좀 복잡하겠는가. 그러다보니 통상문제로 협상하거나 다른 나라와 제휴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외교담당자에게 결과만 전해들을 뿐이지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지난 번 소고기 협상도 이런 상황에서 결론이 내려져 문제가 된 것 아닌가.




하지만 유엔이란 기관은 나라간의 모임장소이면서도 이런 것과는 또 다른 일이 진행되는 것 같다. 자기 나라의 직접적인 이해득실을 따지기보다 남의 문제를 통해 자신의 이득을 얻고자 하는 곳인 것 같다.




평소 유엔에 대해 그리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얼마 전에 한국인이 유엔사무총장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건 강대국끼리 세상일을 놓고 서로 논의하는 장소정도로만 느껴지는 곳이었다. 조금 나쁘게 말하면 미국을 위시한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이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세상을 가운데에 놓고 요리저리 주물러대는 곳으로 말이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이라크를 침공할 때 미국을 위시한 몇 개의 나라들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 제조시설을 갖고 있었는가하는 문제는 뒤 전에 놓고, 공격을 언제 어떻게 누가 할 것인지, 승리는 너무나 당연하기에 그 이후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만 고민하고 있었다. 별 의미 없는 문자 몇 개를 수정하기 위해 6개월 이상이 걸리는 곳, 이런 상황을 보며 세계문제를 좀 더 현명하게 풀자고 만든 것이 결과적으로 몇 개의 강대국에게 세상을 맡긴 꼴이 된 것 같다. 하긴 제 2차 세계대전을 마치면서 그 후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유지하고 싶다는 그들의 욕망 때문에 만든 게 유엔이겠지만 말이다.




이런 곳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외교관이다. 모든 사람이 다 유엔에 갈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나는 외교관이란 직업이 무척 재미있는 직업인 줄 알았다. 어릴 때 꿈도 외교관이었다. 나라 돈을 갖고 세계를 여행하고, 나라를 대표해서 다른 나라와 협상을 벌이는 모습이 무척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니 외교관이란 것이 겉으로는 폼 나는 직업이지만 자신의 꿈을 키우고, 삶에 대한 가치와 보람을 찾는 데에는 그리 좋은 직업은 아닌 것 같다.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내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의 진정한 가치도 모른 채 상부에서 지시하니 외치는 말들이 무슨 의미를 주겠는가.




저자의 독립외교관이란 직업은 무척 독특한 직업 같다. 이전까지 사회적 기업의 틀을 빈민을 구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의 저소득층, 하류 민 대상의 기업으로만 생각했던 나에게 지적인, 관계지향적인 것도 사회적 기업이란 틀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든 책이다. 어찌 보면 국선변호사, 빈민들을 대상으로 무료변호해주는 봉사단체의 변호사 같은 모습이지만, 일의 대상이 개인이 아니고 국가이며, 일하는 장소가 법정이 아니고 유엔이란 것만 다를 뿐이다.




현대사회는 무척 복잡하다. 그리고 이로 인해 한 국가가 혼자서 독자적으로 살아가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미국 자동차 공장의 문제가 바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 영향을 주고, 중국의 콩 생산량이 줄면 그 다음 날 동대문시장의 콩 값에 영향을 준다. 그러다보니 세계 정치에 무지하다는 것은 그만큼 변화를 쫓아가지 못한다는 말이 되며, 이는 곧 한 나라의 이익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하지만 힘없고, 돈 없는 국가들은 강대국의 논리와 정보력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다. 유엔에도 운영법이 있고, 관례가 있는데 이 조차 모른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 나라에 좋은 것이 모든 나라에 좋을 리 없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사를 얼마나 조리 있고 효과적으로 표현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런 국제사회에서 ‘외교능력이 없는 나라에게 적정한 외교기능을 부여해 준다. 그래서 유엔에서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말을 정확히 전달하여 원하는 것을 얻도록 해 준다.’ 무척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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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30일 - 삶의 모든 변화를 위한
아리안 드 봉브와젱 지음, 김세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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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라는 것이 무엇일까? 어떤 사람은 변화란 자연스러운 것이고, 삶 자체가 변화이며, 또 즐거움의 원천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즉 우리가 파도타기를 하며 즐거워하는 것은 물의 변화를 통해 느끼는 것이며, 롤러코스트를 타고 즐거워하는 것도 바로 그것의 극적인 변화를 바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우리 주변에 변화가 없다면 계절도 없고, 자라나는 것도 없고, 아침, 점심, 저녁도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평소 변화를 즐기며 사는 우리도 살아가는 삶 자체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어제 봤던 창문이 그대로 있기를 원하고, 문 열고 나가면 나를 반겨주는 가족과 강아지가 그대로 있기를 원한다. 그리고 가방 들고 갈 직장도 그대로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동일한 삶이면서 한편으로는 변화를 원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안정을 원하는 우리들의 마음이 잘못된 것인가? 어쨌든 사람들은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고 그때마다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어려움을 공감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될 것 같다.

책을 보면서 강하게 느낀 것은 변화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향해 나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고, 그 과정을 통과할 수 있는 힘을 우리는 이미 갖고 있다는 점이다. 단지 우리가 그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기에, 그 힘을 사용하려 하지 않고 변화를 두려워하면서 거부한다는 말이다. 아마도 이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면 그 동안 변화를 회피하고 두려워했던 것이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책 내용은 무척 부드럽고 자상하며 변화의 의미를 독자에게 잘 전달하고 있다. 오랜 세월동안 변화를 경험하고 이를 몸으로 체험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현재 변화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변화 자체가 두려운 사람, 안정만이 진정한 행복을 준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번 보라고 권하고 있다. 두렵게 다가왔던 변화 속에, 자신의 기반을 허물고 황량한 들판으로 자신을 몰아버리는 변화의 속성 안에 평소 느끼지 못했던 참된 희망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저자가 나이가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정한 변화라는 것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조금 이르지 않나하는 생각은 있지만(책 뒤에 나온 변화보고서에도 변화의 중심에 결혼과 자녀 출산이란 것이 있다) 그것을 고려하지 않고 책을 본다면 내용 자체로서는 흠 잡을 때 없는 매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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