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외교관 Social Shift Series 4
칸 로스 지음, 강혜정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하려면 여러 가지 복잡한 사안들을 검토해야 한다. 돈이 들어가는 일이니 투자한 만큼 얻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수하고자 하는 회사의 안정성은 물론이고, 경영진의 경영능력, 직원들의 역량, 기업의 이미지와 인지도 등을 하나씩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사는 쪽은 가능하면 싸게, 파는 쪽은 비싸게 팔려고 하니 서로의 약점을 찾아내기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생기면 몇 명의 전문가가 사무실 한 곳을 차지하고는 문을 걸어 잠근다. 관계없는 사람이 방에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근처를 지나가는 것도 신경 쓰이게 만든다. 대외비라는 명목으로 말이다.




기업 하나 인수하는 데, 제휴를 하고 계약서 하나 작성하는 데에도 이런 복잡한 상황이 전개되는데 나라와 나라간의 문제를 놓고 이해득실을 따져야 할 때는 좀 복잡하겠는가. 그러다보니 통상문제로 협상하거나 다른 나라와 제휴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외교담당자에게 결과만 전해들을 뿐이지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지난 번 소고기 협상도 이런 상황에서 결론이 내려져 문제가 된 것 아닌가.




하지만 유엔이란 기관은 나라간의 모임장소이면서도 이런 것과는 또 다른 일이 진행되는 것 같다. 자기 나라의 직접적인 이해득실을 따지기보다 남의 문제를 통해 자신의 이득을 얻고자 하는 곳인 것 같다.




평소 유엔에 대해 그리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얼마 전에 한국인이 유엔사무총장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건 강대국끼리 세상일을 놓고 서로 논의하는 장소정도로만 느껴지는 곳이었다. 조금 나쁘게 말하면 미국을 위시한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이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세상을 가운데에 놓고 요리저리 주물러대는 곳으로 말이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이라크를 침공할 때 미국을 위시한 몇 개의 나라들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 제조시설을 갖고 있었는가하는 문제는 뒤 전에 놓고, 공격을 언제 어떻게 누가 할 것인지, 승리는 너무나 당연하기에 그 이후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만 고민하고 있었다. 별 의미 없는 문자 몇 개를 수정하기 위해 6개월 이상이 걸리는 곳, 이런 상황을 보며 세계문제를 좀 더 현명하게 풀자고 만든 것이 결과적으로 몇 개의 강대국에게 세상을 맡긴 꼴이 된 것 같다. 하긴 제 2차 세계대전을 마치면서 그 후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유지하고 싶다는 그들의 욕망 때문에 만든 게 유엔이겠지만 말이다.




이런 곳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외교관이다. 모든 사람이 다 유엔에 갈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나는 외교관이란 직업이 무척 재미있는 직업인 줄 알았다. 어릴 때 꿈도 외교관이었다. 나라 돈을 갖고 세계를 여행하고, 나라를 대표해서 다른 나라와 협상을 벌이는 모습이 무척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니 외교관이란 것이 겉으로는 폼 나는 직업이지만 자신의 꿈을 키우고, 삶에 대한 가치와 보람을 찾는 데에는 그리 좋은 직업은 아닌 것 같다.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내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의 진정한 가치도 모른 채 상부에서 지시하니 외치는 말들이 무슨 의미를 주겠는가.




저자의 독립외교관이란 직업은 무척 독특한 직업 같다. 이전까지 사회적 기업의 틀을 빈민을 구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의 저소득층, 하류 민 대상의 기업으로만 생각했던 나에게 지적인, 관계지향적인 것도 사회적 기업이란 틀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든 책이다. 어찌 보면 국선변호사, 빈민들을 대상으로 무료변호해주는 봉사단체의 변호사 같은 모습이지만, 일의 대상이 개인이 아니고 국가이며, 일하는 장소가 법정이 아니고 유엔이란 것만 다를 뿐이다.




현대사회는 무척 복잡하다. 그리고 이로 인해 한 국가가 혼자서 독자적으로 살아가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미국 자동차 공장의 문제가 바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 영향을 주고, 중국의 콩 생산량이 줄면 그 다음 날 동대문시장의 콩 값에 영향을 준다. 그러다보니 세계 정치에 무지하다는 것은 그만큼 변화를 쫓아가지 못한다는 말이 되며, 이는 곧 한 나라의 이익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하지만 힘없고, 돈 없는 국가들은 강대국의 논리와 정보력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다. 유엔에도 운영법이 있고, 관례가 있는데 이 조차 모른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 나라에 좋은 것이 모든 나라에 좋을 리 없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사를 얼마나 조리 있고 효과적으로 표현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런 국제사회에서 ‘외교능력이 없는 나라에게 적정한 외교기능을 부여해 준다. 그래서 유엔에서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말을 정확히 전달하여 원하는 것을 얻도록 해 준다.’ 무척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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