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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 요아소비 소설집
시마모토 리오 외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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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작가가 쓴 네 편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이 작품들의 주제가 어떤 처음이라는 사실을 떠올리지 못했다. 떠올리지 않았다고도 말할 수 있다. ‘처음으로라는 책 제목은 리본처럼 네 작가와 작품을 조금이라도 더 그럴듯하게 한 권으로 묶었을 뿐이다. 그렇게 묶은 채로 가만히 모셔두면 그 정도 매듭으로 멀리, 오래 이동할 수는 없다. 케이크 상자의 리본을 손으로 들고서 얼마나 어디까지 무사히 옮기겠는가. 이 고운 제목의 헐거움도 다르지 않다.

 

 이 처음이란 리본의 느슨함은 이 네 작품에서 빚어진, 가수 요아소비가 작사 작곡한 네 곡의 가사에서도 드러난다처음이란 단어의 의미와 정서가 이 가사들을 일관한다고 단언할 수가 없다. 정히 있다고 말한다면야 절대 없다고 못 박을 수도 없는, 딱 그 정도의 설득력만 있다. 일단 꿈이야 꾸었다면 해몽이야 아무려나다. 리본 아래에서 휘청댄 케이크처럼, 억지로 동여맨 컨셉은 여덟 서사와 가사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요아소비의 네 가사가 이 네 서사의 정서를 특유의 스타일로 탁월하게 재구성한 측면과 이 네 가사가 책의 제목이자 작품들의 표면적 주제인 처음의 느낌을 표현했는지의 문제는 전혀 별개다. 물론 애초에 이런 문제 자체가 무의미하다. 이 서사와 가사들이 얼마나 적확하며 우아하게 서로 반응했는지만이 핵심이어서다. 게다가 이 기획과 실험의 결과에 더할 나위 없이 만족했으니, 이런 하찮은 소리는 나에게는 더더욱 효용이 없다.

 

 그럼에도 굳이 여기까지 떠든 건 오직 이 기획의 명분으로 처음이란 그럴싸한 단어를 붙인 탓이다. 이것이야말로 억지다. 네 편의 소설과 노래, 도합 여덟 편의 창작물을 각각의 처음이란 의미가 요행히 관통한들 이 창작물 각각, 더 나아가 이들이 결합했을 때의 완성도와 만족감이 지금 눈앞의 이 책을 넘어설지 생각해보면 더더욱 억지스럽다. 일본을 대표하는 유수의 중견 소설가들과 가히 현재의 일본을 대표하는 가수인 요아소비가 만난 이 기획에 그 본질 이상의 컨셉을 더한 것 자체가 무모하며 무망하다.

 

 애초에 요아소비가 소설, 서사를 가사와 노래로 변용하는 지향의 그룹이니 단지 유명 작가와의 협업이라는 점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고, 물론 여길 수 있다. 단지 일본의 실력파 창작자들이 교감한 것만으로는 팬덤을 노린 얄팍한 기획처럼 보일까, 출판사나 편집자부터 염려했을 법도 하다. 내가 이 책의 관계자였다면 바로 이런 없어 보일 포인트’에 지레 켕겼을 듯해서 하는 소리다. 이 책 덕분에 그런 불가피한 약점을 감수해 버리면 오히려 있어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의 네 서사, 가사, 그리고 결국 노래가 하나같이 더할 나위 없이 맘에 든 덕분에 떠올린 생각이기도 하다.

 

나는 고백할 때마다 시이타에게 얽매어 내 세계를 작게 만든 것이 아니다. 그 이면에서 다른 세계를 키워왔다. 시이타 덕분에 반짝이는 보물을 수많이 발견했다.

시이타가 빛의 씨앗이었다. 시이타를 좋아하는 마음이 지금까지 쭉 내게 빛을 비춰줬다. (빛의 씨앗, 모리 에토) -277

 

 굳이 굳이 줄을 세우면 마지막 작품인 모리 에토의 빛의 씨앗이 약간 부치는 감은 있다. 예상 가능한 전개에 가장 근접한 이야기여서 이렇게 박해진 면도 없지는 않다. 화자의 발생과 발화도 전형적으로 비약하는 대목이 다소 있다. 이런 내면의 화자가 그다운 전환을 거쳐, 실패해 온 고백들의 의미를 스스로 이해하는 데 이르렀기에 한결 납득했다. 적확한 도약을 준비하느라 조잡한 비약을 남발한 10대라면 납득하는 게 마땅하다.

 

활발하고 머리 회전이 빠르고 지고는 못 사는 성격에 행동력도 있다. 소이치와 도코는 자신들의 유전자 중 어느 부분을 물려받아 이렇게 강인하고 야무진 딸이 태어났을까 몇 번이나 감탄했다. 때로는 어이없어하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나쓰호가 그딴 녀석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며 본때를 보여준 적이 있다. 아이와 아이의 부모에게 사과하러 다녀온 후에 부부끼리 몰래 나쓰호를 대견해한 적도 있었다. 확실히 좀 심하긴 했어도 나쓰호는 올바른 일을 했다며.

모든 방면에서 소이치는 이렇게 강인하지 않았다. 모든 방면에서 도코는 이렇게 야무지지 않았다. 나쓰호는 솔개 사이에서 기적적으로 태어난 매였다.

그래도 두 사람은 나쓰호의 부모다. 언제 어느 때나 딸을 사랑했고 자랑으로 여겨왔다. 그 마음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색이 다른 트럼프 카드, 미야베 미유키) -159

 

 미야베 미유키의 색이 다른 트럼프 카드는 아무 말도 보탤 수 없다. 어쩌면,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어떻게든 삼킨다. 이런 뻔한 상찬이 가장 쓸모없는 때다. 느슨하다 못해 너절한 시대로 당긴 활시위의 감각. 이 작품이야말로 소심한 컨셉을 이렇게 물고 늘어진 근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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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학습할 수 있는 이유는 수학과 전산학의 이례적인 만남 덕분이다. 물리학과 신경과학도 거들었다. - P10

이 책을 쓰는 내내 생각과 개념을 반복적으로 제시했으며 때로는 같은 문구를 되풀이하거나 같은 개념을 다르게 표현했다. 이 반복과 재서술은 의도적인 것이며 이것은 수학자나 기계 학습ML 개발자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순하면서도 (역설적이게도) 복잡한 주제를 파악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다. 일단 생각이 표현되면 우리의 뇌는 거기에서 패턴을 발견하며 다른 곳에서 그 생각을 맞닥뜨릴 때마다 연결을 형성함으로써 처음보다 더 깊이 이해한다.
당신의 신경세포들이 이 과정을 내 신경세포들만큼 즐기기를 바란다. - P14

이를테면 새끼 청둥오리에게는 모양이나 색깔이 비슷한 한 쌍의 움직이는 물체가 각인될 수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두 물체에 구현된 관계 개념이 각인되는 것이다. 그래서 새끼 청둥오리가 부화 직후 두 개의 움직이는 빨간색 물체를 보았다면, 그 뒤로 색깔이 같은 두 개의 물체는 따라다니지만(빨간색이 아니라 파란색이어도 상관없다) 색깔이 다르면 따라다니지 않는다. 이때 새끼 청둥오리에게 각인된 것은 유사성 개념이다. 그런가 하면 비유사성을 인식하는 능력도 관찰된다. 이를테면 처음으로 본 움직이는 물체가 정육면체와 직사각형 프리즘이면 새끼 오리는 두 물체의 모양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여 훗날 모양이 다른 두 물체(이를테면 정사면체와 원뿔)는 따라다니지만 모양이 같은 두 물체는 외면한다. - P16

(프랭크) 로젠블랫의 퍼셉트론Perceptron이 장안의 화제가 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데이터에서 가중치를 학습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어떤 면에서 가중치는 데이터에 들어 있는 패턴에 대한 (아무리 사소할지언정) 지식을 부호화하여 기억했다. - P2526

퍼셉트론 장치의 제작은 대단한 성취였다. 하지만 훨씬 큰 성취는 만일 데이터가 선형적으로 분리 가능하면 단층 퍼셉트론이 선형 분리 초평면hyperplane을 반드시 찾아낸다는 수학증명이었다. 이 증명을 이해하려면 벡터가 무엇이며 어떻게 이것들이 기계 학습에서 데이터를 나타내는 방법의 뼈대를 이루는지 알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첫 번째 수학적 급유 지점이다. - P33

물론 한 데이터 점을 바로잡으면 초평면이 나머지 데이터 점의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해 틀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퍼셉트론은 이 절차를 데이터 점 단위로 반복하다가 결국 모든 데이터 점에 적합한 가중치와 편향에 대해 수용 가능한 값 집합에 안착한다. 이런 식으로 퍼셉트론은 두 데이터 점 집합을 가르는 선형 구분선을 찾는다. - P60

이 분야 사람들은 1974년부터 1980년까지를 첫 번째 AI 겨울이라고 부른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루커스 응용수학 석좌교수인 제임스 라이트힐 경은 이 분야를 조사하여 1972년 AI의 현황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의 보고서에는 심지어 "과거의 실망스러운 것들"이라는 대목도 있었다. 해당 부분은 이렇게 시작된다. "AI 연구 및 관련 분야 종사자들은 대부분 지난 25년간의 성취에 대해 뚜렷한 실망감을 토로한다. 1972년에 실현된 것은 그들이 1950년경, 심지어 1960년경 이 분야에 발을 들일 때에 품었던 부푼 희망과는 딴판이었다. 이 분야의 그 어떤 발견도 당시 장담한 거대한 변화를 지금껏 전혀 일으키지 못했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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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여행자를 위한 생존법 - 경이로운 우주를 탐험하기 전 알아야 할 것들
폴 서터 지음, 송지선 옮김 / 오르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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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내가 얼마나 잘 잊는지, 무척 잘 아는 과학자가 쓴 책이다. 시시때때로 얼마든지 나가보세요, 돌아오지는 못하겠지만요.”라는 식으로 말한다. 현대 과학이 지금까지 규명한 우주의 경이를, 독자들의 우주여행을 전제로 구성했다는 이 책의 개성은, 그 모든 지식의 결론이 다채롭지만 일관된 경고라는 데 있다. “그래서 죽을 수도 있답니다, 우주에서, 어떻게든.”


 이제 인류가 우주에서 무엇을 알아내야 하고, 현재까지 파악한 우주는 어떠한지에 관한, 이 모든 지식이야말로 우주에서는 언제든지 얼마든지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로 귀결된다. 이 순환이 생존법의 핵심이다. 이 책에서 새삼스럽게 놀라운 지점이기도 하다. 우주가 얼마나, 어떻게 위험한지는 이미 자주 들었고, 우주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어느 정도는 안다. 하지만 과학과 우주의 이런 두 측면이 필연적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은 별개였다.

 

외부 태양계에도 문제가 덜 되죠. 방사선량은 거리의 제곱에 따라 감소하므로 거리가 두 배로 늘어나면 유해지수가 4분의 1로 줄어드니까요. 그러나 내부 행성, 특히 수성은 사악한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공기가 없는 달이나 소행성에 서식지를 꾸미는 경우, 이 서식지 설계자는 바로 이 문제, 많은 방사선량을 피하기 위해 서식지를 지하 깊숙이 배치하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은 터지기를 기다리는 걸어 다니는 암, 시한폭탄에 불과할 것입니다. -109

수명이 다한 거대한 별을 조심하세요. 별이 태양 질량의 10배가 넘는다면 폭발에 너무 가까이 다가갈 위험이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보이는 별에서 폭발적인 죽음의 폭발로 바뀌는 데는 단 몇 초밖에 걸리지 않으며 경고도 거의 없습니다. 충격파와 감마선으로 인한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는 최소 수십 광년 떨어진 곳에 머물러야 합니다. -311

 

 그러므로 자칫하면 상당히 안전하고 경제적인 우주여행이 가능해지더라도, 그것이 너무 빨리 가능해지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겠다는 괜한 걱정까지 들었다. 어떤 이유로든, 어떻게든 항공기 문을 열겠다는 사람은 아직도 존재한다는 엄연한 사실 덕이다. 민간 우주여행의 안전성, 완성도는 물론 경제성이 제고되는 속도가 우주에 대한, 특히 그 위험성의 과학이 보편화, 상식화되는 속도를 능가해서는 오히려 곤란할 수도 있다. 무작정 누구나 우주에 갈 수 있는 시대가 되면, 누구나 우주에서 돌아올 수 없는 시대일 것이다. 항공기의 비상구를 열거나 창을 깨려는 사람이 드문 것은, 누구나 그 정도는 처음부터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많은 인류가 현재까지 과학과 이성을 갖춰온 결과에 가깝다. 단지 나 자신만 여태 배워서도 아니고, 내가 태어나기 전까지 한국에 유입된 과학과 상식의 덕으로 지금 얌전히 비행기를 탈 뿐이다.


 결국 지금까지 인간이 우주에 대해 쌓은 과학은, 우리가 우주에서 죽을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당장 우주에 갈 수 없는 까닭에, 이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의 정보를 생존의 문제로 연결 짓지 못했을 뿐이다. 이 책이 지극히 진지한 최신 연구들과 그 근간이 된 현대 과학, 특히 물리학의 원칙을 차근차근 설명하면서도 내내 유머를 잃지 않는 이유는, 독자 대부분은 지금 이 내용이 우주에서 자신의 생사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너무나 모른다는 그 사실부터 저자가 떠올려서인 듯하다. 헛웃음인 셈이다. 언젠가는 저 천체를 더 선명하게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려고 흐릿한 창을 깨거나 창을 열라고 기내에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을 잠시라도 상상했을까? 물론 우주여행의 상용화와 대중화는 엄연히 다른 층위인데다, 인류가 도달 가능한 우주의 영역까지 고려한다면 당장은 우주여행의 생존법을 모르더라도 우주여행을 할 때 생사의 기로에 서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달을 한 바퀴 돌고 지구로 돌아오는 정도의 우주여행이 당장 상용화되더라도 나까지 탈 수 있는 가격일리는 없고, 대중화가 되더라도 동승자들의 무지가 내 목숨까지 위협할 정도가 되려면 시간은 꽤 걸릴 것이다. 적어도 항공기 탑승객이 저지른 사고는 요즘에야 내 눈에 띄었듯이.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알려 드릴게요. 이 입자 소나기에 있는 입자 중 하나가 뮤온입니다. 뮤온의 수명은 수 마이크로초(1마이크로초는 10-6승 초),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대기권 상층에서 지상에 닿을 만큼 그 수명이 길지 않습니다. 그러나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를 가진 뮤온은 상대성 이론의 시간 연장 효과 덕분에 입자의 내부 시계는 느려져서 작은 파괴의 힘으로도 이 세상을 가격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시간을 갖게 됩니다. -147

간단히 말해, 블랙홀은 시공간 자체에 구멍이 뚫린 것과 같아요. 모든 물질이 중력에 의해 무한히 작은 점으로 밀집된 무한 밀도의 지점이지요. 이것이 완전히 정확한 설명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특이점은 어떤 물체가 아니라 아인슈타인이 더 이상 우리를 안내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가 써 있는 표지판에 불과합니다.) 일단은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가 보도록 하죠. 이러한 특이점은 사건의 지평선에 둘러싸여 있는데, 이 사건의 지평선 또한 보이지 않는 모래 위의 선과 같이 어떤 사물이 아닌 거죠.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가면 특이점 마을로 가는 편도 티켓만을 얻게 되는 것이고요. -502

 

 이 책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우주여행을 전제하고, 이 설정에 부합하는 문체와 표현으로 우주의 본질을 규명한 물리학, 천문학, 천체물리학의 최근 성과를 전달한다. 따라서 이 책의 과학은 구체적, 현재적인 동시에, 문학적, 사회적인 의미도 띤다. 당장 우주여행을 무사히 다녀오려면 마땅히 숙지해야 하는 지식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구체적, 현재적이다. 그 우주여행은 당장 내가 갈 리도, 갈 수도 없지만, 만약에 내일 간다면 아는 것은 너무 없고 위험한 것은 너무 많아서 큰일 날뻔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문학적, 사회적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인류 역사 이래 우주라는 공간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가장 급격히 증가하는 시기다. 인류의 생활 영역이 우주로 확장될 가능성이 지금까지 높아진 정도와, 최근 10여 년간 높아진 정도는 비슷해 보인다. 따라서 이제 우주에 관한 지식은 곧 이 공간에서 닥칠 위기, 벗어날 대책과 직결된다. 게다가 최근의 이런 급격한 진전이 우주에 대한 기존의 대중적 과학관 사이의 시차를 점점 벌릴 수도 있다. 대중이 알고 배우는 우주의 과학이 나아가는 속도보다 우주여행이 진전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말이다. 우주여행은 이미 듣고 접해온 과학이 개인과 사회를 얼마나 크게 바꿀지 보여주는 결정적 변화이므로 과학적이다. 우주로 계속 나아가는 현대 과학을 더 깊고 넓게 이해할 이유가 된다는 것은, 우주여행의 그 다음 과학적 의미다. 저자의 필력으로 우주에 앞서서 이 우주여행의 과학부터 여행했다.

 

 저자와 번역자는 물론 편집자까지 천체물리학을 전공한 까닭에, 자칫 난해하거나 어색할 수 있는 이 책 특유의 구성과 표현이 한국어로 생생하게 전달된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저자가 자신의 지식을 영어 독자에게 전하기 위해 구사한 다채로운 표현을, 번역자와 편집자가 영어와 한국어의 행간에서 세심하게 조율해서 타당하게 전달한 덕분이다. 그저 한국어 번역자와 편집자도 이 분야의 전문지식이 깊어서 신뢰할 수 있다는 당위적인 차원이 아니다. 번역자와 편집자의 두 언어와 전문지식의 역량은 물론, 그리고 이 세 요소에 대한 사사로울 정도의 애정이 빛을 발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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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기술이 발전해도 정보를 철저히 통제하고 누군가를 엄중히 감시하려고 하면 편지라는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법에 다다르는군요. 재미있습니다. (나만의 소유자, 시마모토 리오) - P12

그러고 보니 미스터 나루세가 자주 하던 말이 또 있었습니다. "안다는 건 쓸데없는 감정을 짊어지는 것이다." 라는 말이죠. (나만의 소유자, 시마모토 리오) - P22

"네 부모님은 정말로 뭘 원하는 거야? 설마 친딸이라고 믿는 건 아닐 텐데." 제 질문에 루이즈는 "넌 왜 인간이 안드로이드를 필요로 하는지 몰라?" 하고 되물었습니다.
"그야 물론 설정한 목적에 도움이 되는 역할이나 임무를 맡기기 위해서지."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게 진정한 이유는 아니야. 인간이 안드로이드를 원하는 건 불가능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지. 즉 살아 있다는 현실의 고독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라고." (나만의 소유자, 시마모토 리오) - P34

그때 갑자기 암흑이 꽉 끌어안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나만의 소유자, 시마모토 리오) - P59

잘못 주문된 상품을 수령하지 않았으면 됐을 텐데. 어둠 속에서 홀로 죽음을 기다리는, 엄격하고 다정한 나의 소유자. (나만의 소유자, 시마모토 리오) - P61

전철은 밤의 틈새를 누비듯이 달려간다. (유령, 츠지무라 미즈키) - P77

내내 고민하다 드디어 오늘 전철을 탔다.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 오늘 전부 다 끝내는 것과 내일 다시 학교에 가는 것 중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은 내일도 학교에 가는 쪽이었다. (유령, 츠지무라 미즈키) - P78

"하지만, 하지만......."
목구멍이 떨렸다. 어깨가 뜨거워졌다. (유령, 츠지무라 미즈키) - P97

다시는 낮의 세계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그렇듯 후련함과 아쉬움이 뒤섞인 기분으로 오늘 창밖을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봤다. 밤바다에 온 것도 처음이다. 그러니 돌아가고 싶지 않다. 돌아가면 또 그런 나날이 되풀이된다고 생각하자, 내일도 모레도 그 후로도 그저 반복되는 나날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자 비명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유령, 츠지무라 미즈키) - P100

"아참, 배고프지? 맥도날드 안 갈래?"
그 제안에 쳐다보자 소녀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며 밝게 말했다.
"나도 지금 돌아가봤자 야단만 맞을 테니, 맥모닝 먹으러 가자."
"이 부근에 맥도날드 있어?"
아무것도 없는 바닷가 동네라는 기분으로 어제 한적한 길을 걸어온 인상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내 질문에 소녀가 웃음을 터뜨렸다.
"당연히 있지. 뭐야, 우리 동네 무시하냐? 저쪽 길 안쪽으로 들어가면 제법 도시 느낌이 난다고. 가자."
소녀가 내 팔을 잡아끌었다. 확실한 질감과 온도가 느껴졌다. 그 감촉에 안도했다. 하늘을 우러러보고 싶은 기분이었다. (유령, 츠지무라 미즈키) - P119120

나쓰호는 당차고 용감한 성격을 타고났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짓과 부정한 행위를 질색하는 한편, 거기에 대항하려면 의지만으로는 위험하다는 걸 깨달을 만큼 총명했다. 중학생이 된 후로는 운동부에 들어가서 몸을 단련했다. 공부는 중간보다 조금 윗줄이었는데, 친구가 많고 선생님들에게도 신망을 얻어서 학교생활은 즐거운 듯했다. (색이 다른 트럼프 카드, 미야베 미유키) - P158

활발하고 머리 회전이 빠르고 지고는 못 사는 성격에 행동력도 있다. 소이치와 도코는 자신들의 유전자 중 어느 부분을 물려받아 이렇게 강인하고 야무진 딸이 태어났을까 몇 번이나 감탄했다. 때로는 어이없어하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나쓰호가 그딴 녀석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며 본때를 보여준 적이 있다. 아이와 아이의 부모에게 사과하러 다녀온 후에 부부끼리 몰래 나쓰호를 대견해한 적도 있었다. 확실히 좀 심하긴 했어도 나쓰호는 올바른 일을 했다며.
모든 방면에서 소이치는 이렇게 강인하지 않았다. 모든 방면에서 도코는 이렇게 야무지지 않았다. 나쓰호는 솔개 사이에서 기적적으로 태어난 매였다.
그래도 두 사람은 나쓰호의 부모다. 언제 어느 때나 딸을 사랑했고 자랑으로 여겨왔다. 그 마음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색이 다른 트럼프 카드, 미야베 미유키) - P159

알아. 다 내 잘못이야. 늘 심한 말만 해댔지. 최악이었어.
처음 한동안은 정말로 아버지와 어머니가 부족하게 느껴졌고 너무 평범해서 한심해 보였어. 왜 이렇게 푼수 같은 사람들이 내 부모일까 싶어서 짜증이 났지. 그래서 반항한 거고. 하지만 파더에게 포섭돼 제2거울세계로 넘어가기로 결정한 후로는 일부러 형편없이 굴었던 거야.
미움을 받고 건드리면 터지는 폭탄처럼 여겨져야 흣날을 위해 좋을 것 같았거든. (색이 다른 트럼프 카드, 미야베 미유키) - P180181

하지만 아버지.
대다수 국민이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받지 못해 신음하고 군사 정권 상층부와 일부 특권 계급만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제2거울세계의 일본은 제1거울세계의 일본이 맞이했을지도 모르는 또 하나의 모습이야.
제1거울세계의 일본에 존재하는 자유와 평등을 제2거울세계도 누려야 해.
어느 쪽 일본이든 내 조국이기는 마찬가지니까.
그래서 난 싸우기로 결심했어.
주먹을 움켜쥐고 혼신의 힘을 다해 펀치를 날리는 거지. 언젠가 제2거울세계의 일본이 해방될 때까지.
그리고 언젠가 아버지와 어머니가 날 자랑스럽게 생각해주면 좋겠어.
미안해, 아빠. 아빠는 참 어감이 좋은 말이네. 이제 다시는 그렇게 부를 일이 없다는 게 좀 아쉽지만.
잘 지내. (색이 다른 트럼프 카드, 미야베 미유키) - P182183

한 장만 색이 달라서 이 세계에서는 이질적이었던 나쓰호. 자신과 같은 색의 트럼프 카드 속으로 사라진 나쓰호.
사랑이 없어진 건 아니다. 입 밖에 내지 않아도 소이치는 나쓰호를 기다리고 있다. 도코도 기다린다는 걸 안다.
언제일지, 얼마나 먼 미래일지는 모른다. 두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실현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드시 그때는 온다.
저쪽으로 넘어간 나쓰호가 동료들과 함께 제2거울세계의 군사 정권을 타도하고 자유와 평등을 되찾는 그날. 당당하게 다시 만나 두 나쓰호를 똑같이 딸이라고 부를수 있는 그날.
그날까지 소이치와 도코는 비밀을 안고 살아갈 것이다. 누구의 시선도 끌지 않고 평범하면서도 순종적으로. 두려움을 모르는 이상주의자 딸이 ‘평화에 중독됐다‘라고 악평한 소시민의 삶을. (색이 다른 트럼프 카드, 미야베 미유키) - P187188

"(전략) 그러니까 고백한다면 지금이라고. 초등학교 1학년도, 6학년도, 중학교 2학년도 아니라 지금 진짜 실수야. 아, 할 수만 있다면 취소하고 싶네. 모조리 되돌리고 싶어, 지금까지 했었던 고백을 전부. 그리고 홀가분했던 시절의 나로 돌아가서 지금의 시이타에게...... ‘마음 놓지 마‘ 하고 걱정해주는 고등학교 2학년 시이타에게 한 번 더 처음으로 고백하는 거야. 시이타도 초심으로 되돌려서 고백에 성공하지 못할지언정 하다못해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 거지!" (빛의 씨앗, 모리 에토)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좋아한다‘라는 감정은 파와 죽순 절임만 넣은 라면 같은 것이었다. 뒷맛이 깔끔한 간장맛 라면. 중독될 만큼 걸쭉한 국물도, 기름기가 흐르는 차슈도, 배 속이 든든해지는 삶은 계란도 없다.
맑은 국물 속을 떠돌던 나는 1학년 때 실연했던 일조차 먼 옛날이야기로 여겼다. 이미 다 나은 상처 같은 것으로. 그렇기에 5학년 때 시이타와 다시 같은 반이 됐을 때, 앞으로 2년은 즐겁겠다며 가벼운 마음으로 들뜰 수 있었다. (빛의 씨앗, 모리 에토) - P250

나는 고백할 때마다 시이타에게 얽매어 내 세계를 작게 만든 것이 아니다. 그 이면에서 다른 세계를 키워왔다. 시이타 덕분에 반짝이는 보물을 수많이 발견했다.
시이타가 빛의 씨앗이었다. 시이타를 ‘좋아하는 마음‘이 지금까지 쭉 내게 빛을 비춰줬다. (빛의 씨앗, 모리 에토)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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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우주에 대한 몇 가지 사실을 정리해 보기로 하죠. 여러분은 강연을 기대하며 이 책을 구입하지 않았고, 저도 강연을 기대하며 이 책을 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때로는 도시에 도착하기 위해 하루 종일 옥수수밭을 지나가야 할 때도 있는 것처럼, 핵심을 파악하려면 몇 가지 사실을 먼저 알아야 할 때도 있어요. 시간 낭비하지 말고 바로 시작할게요. - P396397

엉뚱하게 들리죠. 실제로도 그래요. 하지만 이것이 바로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론인 양자장 이론의 핵심입니다 전자, 쿼크, 광자 등 우리가 알고 사랑하는 모든 입자와 힘은 실제로는 시공간 전체에 존재하는 더 큰 연속적인 장이 어떤 하나의 존재로 분리되어 표현된 것에 불과하며, 우리가 진공의 본질에 대해 꼬치꼬치 따지며 만났던 그와 같은 장입니다. 각 종류의 입자마다 하나의 장이 존재합니다. 장에서 입자를 ‘꼬집어 내는‘ 개념이 100퍼센트 정확한 설명은 아니지만,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는 충분한 비유입니다. - P400401

입자물리학자들은 대칭이라는 단어에 열광합니다. 귀에 대고 "대칭"이라고 속삭여 보세요. 평생 여러분을 사랑할 거예요. 그들은 높은 에너지에서는 통합된 힘이 대칭을 이루지만 낮은 에너지에서는 그 대칭이 ‘깨져‘ 두 가지의 다른 힘이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괴로워도 괜찮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꽤나 긴 수학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어요. - P402

왜 홀극(monopole, 모노폴)이 이상하냐고요? 자석 다들 아시죠? 여러분도 몇 개씩은 가지고 계실 거예요. 지구에는 큰 자석이 있어요. 편의상 한쪽 끝을 ‘북쪽‘이라고 하고 다른 쪽 끝을 ‘남쪽‘이라고 해요. 그 자석을 반으로 자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북쪽 조각과 남쪽 조각이 생기나요? 그렇게 간단하고 정상적이라면 제가 이렇게 묻지 않았겠죠? 이 경우에는 반자석 두 개가 아니라 더 작은 남북 자석 두 개가 생길 거예요.
또 반으로 자르고 그걸 또 반으로 잘라 보세요. 결국에는 각각 작은 북쪽과 작은 남쪽을 지닌 초소형 자석들만 남게 될 것입니다. 우주가 우리의 직관과는 반대의 현상들을 보여 줄 때, 그것은 우주가 여러분에게 비밀을 속삭이는 방식입니다. 주의 깊게 듣고 충분히 생각하면 그 신비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신비주의적인 표현을 써서 죄송하지만 요점은 아시겠죠?
이 사례에서 우주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성이라는 것이 실제로 어떤 특정 물체의 본질적인 속성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질량이나 전하 또는 위치와는 다릅니다. 그것은 항상 전하의 이동에서 비롯됩니다. 다시 말해 전하는 스스로 또는 저절로 존재하는 것일 수 있지만 자성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 P407408

우리가 진정으로 준안정 상태에 있고 새로운 안정성이 나타나면 더 이상 중력이나 강한 핵력, 전자나 중성 미자도 없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새로운 것으로 대체될 것입니다. 새로운 현실.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입자와 힘의 배열은 초기 우주의 위상 전이 과정에서 대칭이 깨지면서 한때 통일되었던 장이 이질적인 개체로 분열되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니까요. - P422

우리의 우주는 너무 커서 어떤 단어로 묘사하기도 어렵고 그 크기를 이해하려고 시작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우주의 크기를 이해하기엔 우리의 뇌가 진화적으로 봤을 때 고작 도마뱀의 뇌 정도밖에 되지 않아 우주의 크기와 같은 개념을 처리하기에 역부족입니다. 다행히도 우리는 수학이라는 것을 찾아냈고, 다른 도구와 마찬가지로 수학을 통해 평소에는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맨손으로 떡갈나무를 자를 수 없듯이, 생각만으로 광활한 우주를 담아낼 수 없거든요. - P461

하지만 그런 일은 언젠가는 일어나기 마련이고,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여러분은 오직 한 가지 반응, 즉 의구심만 가져야 합니다. 최고의, 궁극적인, 최고의 의구심. 생각하는 존재로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게 만드는 의구심 말입니다.
왜 그럴까요? 외계인을 찾는다는 것은 정말 큰일이고, 지금까지 외계인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은 우리가 (적어도 사실상) 혼자일 확률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 P473

간단히 말해, 블랙홀은 시공간 자체에 구멍이 뚫린 것과 같아요. 모든 물질이 중력에 의해 무한히 작은 점으로 밀집된 무한 밀도의 지점이지요. 이것이 완전히 정확한 설명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특이점은 어떤 물체가 아니라 아인슈타인이 더 이상 우리를 안내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가 써 있는 표지판에 불과합니다.) 일단은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가 보도록 하죠. 이러한 특이점은 사건의 지평선에 둘러싸여 있는데, 이 사건의 지평선 또한 보이지 않는 모래 위의 선과 같이 어떤 사물이 아닌 거죠.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가면 특이점 마을로 가는 편도 티켓만을 얻게 되는 것이고요. - P502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물리학 법칙 자체가 음의 질량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단지 음의 질량은 현재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다른 물리학 법칙을 위반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뭐가 맞는 걸까요? 음의 질량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이를 수용하기 위해 운동량과 에너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업데이트해야 할 텐데요. 아니면, 그토록 중요하고 철저하게 검증된 보존 법칙에 대해서는 모두 사실이며, 음의 질량은 원래 있어야 할 큰 쓰레기장에 버리면 되는 것일까요?
음의 질량을 믿고 싶으시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운동량 보존은 현대 물리학에서 가장 잘 검증되고 잘 이해되는 개념 중 하나입니다.(사실 한두 번쯤 고비가 있기는 했어요.) 우리는 매일 매 순간 운동량 보존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음의 질량은 음의 음식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지금까지 본 것들과 다르고 짜릿해 보일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 P516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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